•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그 보편성은 바로 이야기 전승과정에서 획득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N/A
N/A
Protected

Academic year: 2022

Share "그 보편성은 바로 이야기 전승과정에서 획득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Copied!
8
0
0

로드 중.... (전체 텍스트 보기)

전체 글

(1)

민담의 구조

민담은 일차적으로 흥미를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앞서 말한 바 있다. 이는 민담이 흥미를 자 아낼 수 있도록 형상화돼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서사구조(敍事構造)가 그러해야 하며 문체 와 표현이 또한 그러해야 한다.

구전되는 수많은 민담의 발생 원천은 크게 두 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하나는 사람들의 '경험' 이고 또 하나는 '꿈'이다. 환상적 민담이 주로 꿈을 바탕으로 삼아 구성된 것이라면, 희극적 민담과 사실적 민담은 현실적 경험에 원천을 두고 있는 것이 많다. 그 꿈과 경험은 애초에는 산만하고 사적(私的)인 경향이 짙어서 사람들이 두루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 흥미와 교훈을 지니기 어렵다. 그 보편성은 바로 이야기 전승과정에서 획득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 의 입을 거치면서 보다 쉽게 마음에 각인(刻印)될 수 있는, 누구에게나 재미와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이야기로의 구조화(構造化)가 성취되는 것이다. 우리가 접하는 민담은 그와 같은 구조 화 과정을 거쳐 살아남은 것들이라 할 수 있다.

민담의 구조는 순차적 구조와 대립적(병립적) 구조, 두 차원의 복합으로 이루어진다. 순차적 구조란 프로프(V. Propp)에 의해 개척되고 던데스(A. Dundes) 등에 의해 계승된 개념으로, 이야기 진행 순서에 따른 서사요소간의 유기적 짜임--예컨대, '결핍-결핍의 해소', '금기-위반 -결과' 등--을 말하는 것이고, 대립적 구조란 서사적 순서와 상관없이 이야기의 바탕에 깔려 있는 '생(生)/사(死)', '선(善)/악(惡)', '천(天)/지(地)', '남(男)/여(女)', '귀(貴)/천(賤)', '화(禍)/

복(福)' 등의 대립요소가 형성하는 상관관계를 일컫는 것이다. 결국, 민담의 구조란 그 바탕에 놓인 대립적 구조가 서사적 전개와 어떻게 맞물리는가를 분석함으로써 드러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이야기 예를 통해 민담의 구조와 의미를 분석해 보이면 다음과 같다.

A. 예전에 세 자매가 짝 없이 처녀로 살고 있었다.

B. 그 이웃집에 사는 할머니가 구렁이 아들을 낳았다.

C. 위의 두 딸이 징그럽다고 피했으나 셋째 딸은 신선비라며 칭찬하였다.

D. 막내딸은 구렁이에게 시집을 갔다.

E. 구렁이가 목욕을 하고는 훌륭한 신랑으로 변신하였다.

F. 신선비가 아내에게 뱀 허물을 잘 간직하라고 하였다.

G. 동생을 시기한 언니들이 몰래 뱀 허물을 태웠다.

H. 신선비가 집을 떠나 돌아오지 않았다.

I. 아내가 길을 떠나 신선비 사는 집에서 묵으면서 노래로 사정을 호소하였다.

J. 신선비가 아내를 받아들여,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

앞에서도 거론한 바 있는 유명한 [구렁덩덩신선비](뱀신랑) 이야기를 단락 별로 정리한 것이 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셋째 딸에 초점을 맞출 때, 이 설화의 순차구조는 어렵지 않게 파악된 다. 짝 없이 사는 '결핍'의 상황(A)으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서(B-C) 결혼에 성공하여 ' 결핍의 해소'가 이루어지는 것(D-E)이 하나의 흐름(시퀀스; sequence)을 이루며, 이어서 금기 (F)를 위반(G)한 결과로 시련에 처했다가(H), 그 결과로부터의 도피(I)를 시도하여 결핍의 완전 한 해소(J)에 이르는 흐름을 통해 서사구조가 완결된다. 곧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2)

시퀀스 1 : 결핍-해결의 시도-결핍의 해소(임시)

시퀀스 2 : 금기-위반-위반의 결과-해결의 시도-해결과 결핍의 해소(완전)

이와 같이 이 설화는 한 평범한 여성이 시련을 거치면서 훌륭한 배필과의 행복한 삶을 성취하 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좋은 배필과 행복한 삶에 대한 소박한 꿈이 담긴 설화라 할 수 있 겠다.

한편, 이 설화의 바탕에는 몇 가지 대립요소가 맞물려서 병립적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신선 비와 세 딸이 '남(男)/여(女)' 및 '성(聖)/속(俗)'의 대립관계를 이루며, 막내딸과 두 언니도 '선 (善)/악(惡)'(또는 유능/무능)으로서의 대립관계를 맺고 있다. 거기에 신선비가 그 자체 '표면 (징그러움)/이면(훌륭함)'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 요소가 서사적 흐름과 맞물리는 가운데 이 설화는 또 다른 차원의 의미를 드러낸 다. 막내딸이 두 언니와 달리 표면의 모습 대신 이면의 본성을 선택하는 데서, 감춰진 미덕(美 德)의 가치를 중시하는 세계관이 표출된다. 막내딸과 두 언니의 다툼을 통해서는 선과 악의 대립 갈등으로서의 인간의 삶이 문제시되며, 신선비가 금기를 내리고 또한 일방적으로 길을 떠나는 데서 세속에 대한 신성(神聖)의 우위, 또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우위가 문제시된다. 그 각각의 대립과 맞물려 '행(幸)/불행(不幸)'이 엇갈리는 것이 이 설화의 구조적 특성이다. 행복 에 대한 소박한 꿈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갖가지 요소를 감당해 나가야 한다는 인식이 그 속에 담겨 있다.

다음으로 [동삼(童蔘)과 이시미] 및 [꿩과 이시미]라는 민담을 대상으로 하여 그 유형구조를 흥 미롭게 분석한 사례를 하나 더 소개한다.

먼저 [동삼과 이시미]의 짜임새는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A. 어느 가난한 나무꾼이 겨울에 나무를 하러 갔다.

B. 많은 동삼을 발견했다.

C. 가파른 벼랑 밑에서 동삼을 캘 수 없었다.

D. 이웃 사람이 도와 주어서 같이 캐게 되었다.

E. 이웃 사람의 악의(惡意)로 벼랑 위에 올라갈 수 없게 되고 이시미를 만났다.

F. 이시미의 도움으로 구출되어 복수를 하고 부자가 되었다.

A에서 F까지의 하나씩을 단락이라 한다면 뒤의 단락은 앞의 단락을 부정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즉 A는 고난이나 B는 이외의 행운이다. C·D의 관계, E·F의 관계도 모두 그렇다. 따 라서 다음과 같이 다시 정리할 수 있다.

A.고난

B. 의외의 행운 C. 고난

D. 의외의 행운 E. 고난

F. 의외의 행운

(3)

A의 부정(否定) B의 부정 C의 부정 D의 부정 E의 부정

A의 부정의 부정 B의 부정의 부정 A·C의 부정의 부정 A·D의 부정의 부정

'고난'과 '의외의 행운'은 단락의 내용을 그 전후관계에 따라 추상화한 것이니 단락에 대해서

`단락소(段落素)'라 부를 수 있다.

[동삼과 이시미]의 구조는 '고난'과 '의외의 행운'이라는 두 가지 단락소의 연속적인 대립·부정 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규정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뱀서방]·[부자가 된 거지] 등 다른 형의 민담에서도 널리 발견된다.

한편 [꿩과 이시미]라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A. 어떤 부인이 꿩을 구해 먹고 아들을 낳았다.

B. 그것은 이시미가 잡아 놓은 꿩이었다.

C. 아들이 장가갔다.

D. 이시미가 잡아 먹겠다고 했다.

E. 신부가 구하려고 나섰다.

F. 이시미가 살려 주기를 거절했다.

G. 신부가 슬기로 이시미를 죽였다.

역시 같은 방법으로 다시 정리하면 결과는 다음과 같다.

A. 행운 B. 의외의 고난 C. 행운

D. 의외의 고난 E. 행운

F. 의외의 고난 G. 행운 A의 부정 B의 부정 C의 부정 D의 부정 E의 부정

(4)

F의 부정

A의 부정의 부정 B의 부정의 부정 A·C의 부정의 부정 B·C의 부정의 부정 A·C·E의 부정의 부정

[꿩과 이시미]의 구조는 '의외의 고난'과 '행운'이라는 두 가지 단락소의 연속적인 대립·부정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구조는 [염소로 변한 남편], [일꾼의 지혜] 등 다른 유형의 민담 에서도 널리 발견된다.

[동삼과 이시미]와 [꿩과 이시미]는 서로 비슷한 이야기 같으면서도 구조상 극히 대조적이다.

전자가 고난을 초인적인 존재가 주는 의외의 행운으로 극복하자는 운명론을 나타내고 있다면, 후자는 의외의 고난을 인간적인 노력에서 있는 행운으로 극복하는 반(反)운명론을 나타내고 있다. 두 구조의 차이는 결국 운명론과 반운명론의 차이라 할 수 있다.

이상의 몇 가지 분석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민담의 구조 속에는 '흥미'와 함께 세계인 식적 의미가 내재돼 있다. 민담을 훌륭히 구연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순차적·대립적 구조를 적 절히 포착해 드러내어 효과적으로 각인시키는 능력이 필요하다. 유능한 설화 구연자는 의식 무의식중에 이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민담의 서사적 문법

민담은 서사내용이 전개됨에 있어 몇 가지 특징적인 진행의 형식을 드러낸다. 관습적으로 형 성된 일종의 법칙(法則)이라 할 만한 것들이다. '서사적 문법'이라 칭할 만한 그 특징들을 몇 가지 살펴본다.

먼저 '서두와 결말의 형식'을 들 수 있다. 민담 구연에 있어 이야기를 시작할 때와 마칠 때에 특징적으로 사용되는 표현법이 있다. 시작할 때에 흔히 "옛날 옛적에"라고 하거나 "옛날 옛날 아주 오랜 옛날에", 또는 좀더 맛을 내어서 "옛날 옛적 갓날 간적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처 럼 표현하는 것을 흔히 보게 된다. 한편 이야기가 끝날 때에는 "이게 끝이요", "그래서 잘 살 다가 죽었대요"라고 하거나, "그래 가지고 그 사람이 죽었는데 어제가 바로 제삿날이었다는군"

같은 식으로 표현하곤 한다. 한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증말 그 말루 세번을 하구서두 장가가 가지구서 아들 딸 낳고.

엊그저께 그 재인(장인) 영감은 죽은 델 내가 알어. 죽고 그 사위는 그 외손자를 여섯잉가 일 곱잉가 났더라고. 가서 다 보니까. [청중:웃음]

민담에서 특징적으로 사용되는 이러한 서두와 결말의 표현 형식은 다음과 같은 구실을 한다고 할 수 있다.

(5)

① 일상적인 말과는 구별되는 작품세계의 독자적인 소우주(小宇宙)를 확립할 수 있게 해 준다.

② 이야기가 서사적 과거시제(過去時制)로 전개됨을 명백히 하고, 끝나고 나서는 이야기하고 있는 현재로 되돌아오게 해 준다.

③ 이야기가 허구(虛構)임을 나타내고 결말에서는 허구적인 그럴듯함을 강조한다.

④ 흥미를 돋우어 준다.

다음으로 '대립과 반복의 형식'을 들 수 있다. 이 표현 형식은 인물을 창조하거나 상황을 효과 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사용된다.

인물의 대립으로는 선과 악의 대립이 가장 흔하다. [혹부리 영감], [흥부와 놀부] 등의 이야기 가 그 좋은 예다. 이들 이야기에 있어 인물의 성격은 악하거나 선하며 그 중간은 없다. 처음 에는 선이 궁지에 몰리다가 마침내 승리를 거둔다. 선은 평민으로 악은 양반으로 되어 있는 경우도 있으니, [우렁각시]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양반인 현감(縣監)이 미녀를 겁탈하자 미녀는 자살하여 청조(靑鳥)가 되거나 참빗이 되어 현감을 괴롭힌다. 살아서 다하지 못한 싸움을 죽어 서 계속하여 원수를 갚는 처절한 싸움이다. 선이 인간으로 악은 비인간인 괴물로 나타나는 경 우도 있으니 그 대표적인 예가 [지하국대적퇴치]이다. 힘과 꾀의 대립([호랑이와 토끼]), 미(美) 와 추(醜)의 대립([콩쥐와 팥쥐])도 있으나 선·악의 대립과 무관하지 않다. 대립은 자세한 묘사 를 하지 않고도 현실의 문제를 선명하게 반영하는 방식이며 또한 선이 승리하고 악이 패배해 야 한다는 신념을 나타내기 위한 수단이기에 형식적인 것만은 아니다.

반복의 형식 역시 민담에서 매우 자주 나타난다. 그것은 현실 자체의 반복적 성격에 근거를 둔 것인 한편으로 서사적 의미를 부각하기 위한 '강조'의 수단이기도 하다. '스토리'로 승부하 는 민담에 있어 반복만큼 효과적인 강조의 수단은 별로 없다. [바보 사위의 실수담], [심보 사 나운 호랑이와 할머니], [새끼 서 발](또는 [좁쌀 한 알])같은 일련의 희극적 민담에서는 물론 이고, 환상적 민담과 사실적 민담에서도 반복은 널리 사용된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

할멈 할멈 떡 한 개 주면 안 잡아 먹지" 하는 호랑이의 말이 세 번 반복되며, [금강산 포수와 호랑이]에서도 영웅이 꼭 같은 수법으로 호랑이를 퇴치한다.

선·악의 대립과 결부된 반복은 두 번으로 이루어진다. 혹 뗀 영감을 흉내내다가 혹 붙이고 온 영감, 흥부를 흉내내다 망한 놀부의 경우이다. 이 때의 반복은 사실은 꼭 같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어리석은 악인은 그것을 같은 것으로 착각하다가 곤경에 처하게 된다.

그 밖의 반복에서는 세 번이 흔하다. 3가지 소원, 3가지 시련, 3가지 과업, 3가지 보물, 3형제 등이다. 그 셋 중에는 마지막 것이 가장 어렵거나 가장 소중하거나 가장 강하게 설정되는 것 이 또 하나의 서사적 문법이다. 간혹 네 번, 다섯 번, 일곱 번, 아홉 번의 반복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으나, 그리 흔하지는 않다. 세 번 이상의 반복에서도 마지막에 역점이 주어진다는 법칙은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반복은 동질적인 반복일 수도 있으나 발전적인 반복일 수도 있다. 발전적인 반복의 경우 마지 막을 거치면서 상황이 변혁되어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반복에 의한 발 전은 단순히 서사적 문법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현실적 삶에서의 반복과 발전의 법칙이 서 사적으로 투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대립과 반복의 형식이 갖는 또 하나의 구실은 민담의 기억과 구연(口演), 수용(受容)을 쉽게 한다는 것이다. 만약 대립과 반복이 없고 모든 인물과 상황이 모두 특수하다면 효과적인 구전 이 거의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그 형식은 화자 외에 청중의 이야기 수용에도 영향을 미치는 바, 청중은 이런 형식을 미리 알고 있음으로 해서 민담을 쉽게 받아들이면서 즐길 수 있게 된

(6)

다.

민담의 서사적 진행과 연관되는 형식에서 하나의 두드러진 특징은 작중 시간의 흐름 및 장소 의 이동과 맞물려 이야기가 전개돼 나간다는 점이다. 시간이 흐르고 장소가 바뀌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문제 해결의 시도가 이루어지며, 마침내 해결이 성취되는 것이다. 이 또한 실제의 현실적 삶을 반영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정승 골린 사람] 이야기를 예로 삼아 민담에서 시간과 공간(장소)의 이동이 어떻게 이루어지 면서 의미를 드러내는 양상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A. 시골 선비가 정승집에 머물러 벼슬을 구하다가 돈을 탕진한다.

B. 선비가 정승의 백마를 훔쳐 먹칠을 해 흑마로 만들어서 바친다.

C. 정승이 말을 받고 좋아서 지방 원님 벼슬을 내린다.

D. 원님이 된 선비는 선정을 베푼다.

E. 진상한 말이 정승 말을 훔친 것임이 탄로난다.

F. 정승이 큰아들을 어사로 보내 원님을 징치하게 한다.

G. 원님이 정승의 부고가 온 것처럼 꾸며 아들을 돌려보낸다.

H. 정승이 둘째아들을 보내 원님을 징치하게 한다.

I. 원님이 미인계를 써서 아들을 발가벗겨 궤에 가둔다.

J. 정승이 다시 막내아들을 어사로 보내 원님을 징치하게 한다.

K. 원님이 거짓 신선놀음을 꾸며 막내아들을 보기좋게 속여넘긴다.

L. 원님은 벼슬을 지키고 잘 산다.

이 설화에 시간의 흐름이 깔려 있음은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사건의 경과는 시간의 경 과와 뗄 수 없는 관계로 맞물려 있다. 예컨대 선비가 백마를 훔쳐서 바치는 것은 정승집에서 돈을 탕진한 시간에서 연유한 행위이며, 그 말이 훔친 것임이 탄로나는 것 또한 시간의 흐름 을 통해서 가능한 일이다. 이런 식으로 단락과 단락이 연결되고 있다.

이 설화에는 공간이동 또한 특징적으로 드러난다. 선비는 시골(향촌)에서 서울로 올라왔다가 벼슬을 얻어 지방(향촌)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그 사람을 징치하려고 서울에서 거듭 정승의 아 들이 지방으로 내려갔다가 돌아온다. 이 설화는 이러한 공간이동에 기초하여 서사적 전개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양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향 촌 → 서 울 → 향 촌 ←→ 서 울

(* 앗, 기호배치가 잘 안 되는군요.. 생략합니다. -.-)

D 이하의 전개에서 뚜렷이 드러나듯이 이 설화에 있어 '서울'과 '향촌'은 대립적 관계를 형성 하고 있다. 서울이 권력을 가지고 벼슬을 농단하는 권력자의 공간이라면, 주인공이 선정을 펼 치는 향촌은 서민들의 생활공간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 대립과 다툼에서 우위에 서 는 쪽은 '향촌'이다. 시간이 흘러가고 다툼이 거듭될수록 '서울'의 권력은 허점을 드러내면서 곤경에 처하고 만다. 이러한 전개를 통해 이 설화는 건강한 향촌사회가 부패한 중앙정권에 의 해 통제되고 농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식의 의미를 드러내고 있다.

민담에 있어 시간과 공간의 구성은 이처럼 이야기의 주제와 긴밀히 맞물려 있다. 시간과 공간

(7)

의 적절한 배치를 통하여 이야기의 재미와 의미가 잘 살아나게 된다.

민담에서 단락과 단락을 이어 서사를 진행해 나감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형식은 한 인물에 초점을 맞추어 그에 얽힌 사연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속 이야기해 나가는 '단선적(單線的) 진행'의 형식이다. 다음의 [천 냥까지 교훈] 같은 이야기가 거기 해당한다.

사업에 실패한 장사꾼이 마지막 남은 천 냥을 주고 3마디 교훈을 샀다. '남이 질러가거든 돌 아가라, 남이 밉다 하거든 귀엽다고 해라, 곱거든 기어라.' 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장사꾼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재를 만나 길을 돌아갔으므로 도둑을 피해 목숨을 구했다. 강가에 이르러 주술(呪術)에 걸려 괴물이 된 용자(龍子)를 귀엽다고 하여 여의주를 얻었다. 집에 이르 러서 아내가 곱게 단장하고 기다리고 있기에 기어가다가 마루 밑에서 간부(姦夫)를 발견하여 불행을 면했다.

이와 달리 두 인물이 대립되어 있는 경우에는 먼저 한 인물의 행동을 따라 이야기하고 다음에 다른 인물의 행동을 따라 이야기하는 형식을 취한다. 약간 성격이 달라진 단선적 진행이다.

[심보 사나운 호랑이와 할머니], [흥부와 놀부], [혹부리 영감] 등이 좋은 예다. 한편, 인물이 삼형제나 사형제 등으로 나뉘어져 있을 때에는 이야기의 중간 부분에서는 병립적(竝立的) 형 식을 취하게 된다. [아버지의 유물과 삼형제], [사형제의 꼭 같은 재주] 같은 이야기가 그것이 다.

진행의 형식에는 또한 누적적(累積的)인 것과 연쇄적(連鎖的)인 것이 발견된다. 둘 다 유사한 사건들의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되 누적적 형식은 한 행위가 원인이 되어 다음 행위가 생기는 결과가 계속되는 경우인데, 결과는 더 큰 기대를 실현시키는 방향으로 누적되는 것이 예사이 다. 이에 비해 연쇄적 형식은 반복되는 사건들이 서로 인과관계는 없는 경우이다. 누적적 형 식에서는 중간의 어느 사건을 빼면 이야기가 성립되지 않고 연쇄적 형식에는 중간의 어느 사 건을 빼도 지장이 없다.

누적적 형식의 민담으로 [새끼 서 발] 같은 이야기를 들 수 있다.

새끼 세 발을 꼬고 아버지에게 쫓겨난 게으른 아들이 새끼 세 발을 깨진 동이와 바꾸고 깨진 동이를 안 깨진 동이와 바꾸고 안 깨진 동이를 죽은 말과 바꾸고 죽은 말을 산 말과 바꾸고 산 말을 죽은 색시와 바꾸고 죽은 색시를 산 색시와 바꾸었다.

연쇄적 형식의 이야기로는 [심보 사나운 호랑이와 할머니]를 들 수 있다.

호랑이가 할머니를 잡아먹으러 오는데 바늘이 눈을 찌르고 게가 물고 절구통이 때리고 멍석이 말아 버리고 지게가 져다 강물에다 버렸다.

연쇄적 형식을 이루는 각 사건이 완전히 독립된 이야기를 이루는 경우에는 이를 연쇄담(連鎖 譚)이라 한다. [호랑이와 토끼] 같은 것이 그 예가 된다.

진행의 형식으로 특수한 것은 회귀적(回歸的)인 형식이다. [두더지의 혼인]이 좋은 예가 된다.

여러 곳에서 혼처(婚處)를 구하다가 결국 두더지에게로 되돌아간다는 이야기다.

누적적 형식, 연쇄적 형식, 회귀적 형식 같은 것들은 반복의 묘미를 잘 살려서 형식 자체의 흥미를 큰 효과로 삼고 있다.

(8)

참조

관련 문서

후대에 제작된 진흙판은 수메르인의 사회구조를 알려준다... And light

*대표적 곡 Wien bleibt Wien(빈은 언제나 빈이리라) James Last, 한국 중학생들 기타 합주 버전 참조... 베니스가 자리한 북동부지방 : 합창음악이 사랑받고, 비 발디가 활동했던

셋째, 신앙적 전설mythic, religious legend은 민간신앙을

이것은 건국신화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신화에서

[r]

그 말은 이제 화자의 뜻을 따라 움직여나갈 것이라 믿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말은

發熱 惡熱 自汗 口渴 喘 小便短赤 心煩 舌紅 舌苔黃燥 脈洪數. 潮熱 便秘 泄瀉 황٠취 腹脹 腹痛 拒按

그 중에서 도 특히 무형자산의 산출물이나 무형자산 자체를 거래하는 시장이 존재함을 제시할 수 있거나 또는 무형자산을 내부적으로 사용할 것이라 면 그 유용성을 제시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