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과 첨단기술 OCTOBER 20 1 9 51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의 생존무기 1번은?
연재 5∙ 한석봉과 캐러비안의 해적이 물리를 알았더라면
정 창 욱
저자 약력 정창욱 교수는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서 학사 (1992), 고체물리 실험으로 석사(1994), 박사 학위(1999)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전자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고체물리학을 연구하고 있으며 최근 두 가지 물질 에서 세계 최초로 저항스위칭 현상을 발견해서 학 계에 보고했다. 2019년에는 상위 1% SCI 저널 인 Adv. Mat.지에 책임저자로 논문을 발표했다. 또한 물리학회 대중화위원회와 포상위원회에서 봉사하고 있다. 강연으로는 <한석봉과 캐러비안 의 해적이 물리를 알았더라면>이 있다. 강연을 위 해서 Amazon에서 Jack Sparrow 해적선장의 복장, 모자, 가발, 모조총, 모조칼, 수염 등 소품 풀세트를 구매하였다. 이 강연료의 수익은 비용을 제외하고 전액 모교에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있 다.([email protected]) 앞선 네 번의 글들에서 물리에 직접적 인 연관을 가진 소재들을 다루었습니다. 오늘은 조금 간접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여전히 자연과학자로서의 세심한 관찰력과 사고력에 깊이 관련된 이야기 이기도 합니다. 사자나 곰과 같은 무시무 시한 육식동물들에게는 멋진 생존무기들 이 많습니다. 강력한 앞발, 날카로운 이 빨과 무시무시한 발톱들이 가장 중요한 생존무기일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양치질 도 하지 않으니 저 이빨에 물린 상처는 세균감염이 쉽게 일어날 것입니다. 뱀의 독이 사람에게 치명적이듯이 사람의 침 도 뱀의 체내에 들어가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독의 정의는 이 렇습니다. 어떤 물질이 한 생명체에 들어 와서, 그 생명체에서 기존에 고유하고 일 상적으로 일어나던 반응을 크게 방해하 거나 없던 반응을 새로 일으킨다. 어둑한 밤 북한산에서: 필자는 1993 그림 1. 육식동물의 강력한 이빨, 발톱. 년 여름, 저녁 7시쯤 서울의 북한산에 혼자 올라간 적이 있습니다. 대학산악부 의 암벽등반 1주일 캠핑훈련에 합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북한산의 초입에서 상점 의 상인들에게 물어보니 한 시간 열심히 걸으면 매점이 있는 캠프장에 도착한다 고 하더군요. 무거운 암벽등반 장비를 지 고 30분을 걸었을까 싶습니다. 이제는 제법 어둑어둑해졌는데 약 30미터 앞에 붉은 색 조명등이 보이는 겁니다. 그 동 안 산행으로 인해서 내 다리가 참 튼튼 해진 거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습니 다. 그런데 그 조명등이 가만히 있지 않 고 움직입니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그 조명등 주위로 검은 실루엣이 보이는데 큰 개만큼 덩치가 큽니다. 그런데 이 동 물이 짖지를 않고 저를 한동안 관찰만 합니다. 밤에 눈이 붉고, 짖지 않는 걸 보니 가축이 아니고 야생의 늑대구나 하 그림 2. 등산용 스위스 군용칼.(swissarmy.com) 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머리털이 곤두서 는 공포를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았습니 다. 등산배낭 옆주머니에 든, 칼날 길이가 새끼손가락 정도 되는 등산용 스위스 군 용칼(간혹 수저나, 가위, 미니 톱날도 겸 비된)을 꺼내 들었습니다. “물려 죽느니 자결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다지면서. 물려 죽을 때의 고통과 공포를 제가 견 딜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더군요. 대자연 에 사는 미국인들이 곰에게 산채로 먹히 면서 죽었다는 끔찍한 뉴스를 본 기억도 나더군요. 그런데 그 늑대(?)는 저를 공 격하지 않았습니다. 그 등산로의 폭이 4 미터 정도였을까. 그 늑대와 제가 서로를 경계하면서 조용히 반원을 그리면서 이 동합니다. 늑대는 산 아래로 내려가고 저 는 다시 위로 올라갑니다. 2‑30분 걸렸 을 나머지 산길을 쏜살같이 뛰어서 올라 갑니다. 다리 전체 혈관에 혈액 대신 엔 돌핀이 채워진 느낌입니다. 공포가 근육 피로를 눌러버리는 경험이었습니다. 캠프장에 도착해서 저의 이 비장한 이 야기들을 풀어 놓으니 동료들이 폭소를 터트립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개가 산물리학과 첨단기술 OCTOBER 20 1 9 52 에 자주 다녀서 야성을 어느 정도 회복 하면 불필요하게 짖을 필요가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인간사회에서 생활할 때와 달리 자신을 숨겨야 더 안전해지는 거겠 죠. 이야기 중에 그 개가 나타났습니다. 밝은 곳이니 눈이 붉게 빛나지 않습니다. (야행성 동물이 눈에 빛이 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유명하지요. 약한 빛을 망막 이 반사해서 증폭시키기 때문에 밤에 잘 보는 것입니다. 빛 신호의 재활용! https://www.npr.org/templates/story/ story.php?storyId=96414364) 옆에는 동료들도 있습니다. 저에게 굴 욕을 안긴 그 개에게 옆차기 시늉을 한 번 하는 걸로 저의 자존감을 가까스로 회복합니다. 깨갱~ 호랑이 이야기로: 호랑이는 저주파수 의 포효소리만으로도 사람이나 초식동물 들을 그 자리에서 완전히 얼어붙게 만들 정도로 소리도 엄청난 생존무기입니다. 하지만 호랑이, 사자의 사냥 성공률은 얼 마나 될까요? 사자의 사냥이 매번 성공 한다면 초원의 초식동물들은 거의 멸종 하지 않을까요? 탄자니아의 사파리 공원을 오래전 여 행할 때 사자가 사냥을 준비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관광객들에게는 망 원경으로도 겨우 보일 것을 현지 아프리 카인 가이드는 맨 눈으로 찾아내더군요. 사냥장면을 보나 싶어서 매우 기대가 되 었습니다만 가이드의 말로는 실제 사냥 은 2‑4시간 이후라고 해서 포기했습니 다. 조금이라도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 포복자세로 1시간당 5∼10미터 거리를 이동할 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사 자의 가장 강한 생존 무기는 가공할 인 내력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초식동물의 생존무기: 육식동물들의 가장 큰 생존무기가 무서운 인내력이라 그림 3. 육식동물의 무시무시한 인내력. 는 주장을 해 보았습니다만 초식동물의 가장 큰 생존무기는 무엇일지 생각해 봅 시다. 길고 탄력 있어서 잘 달리게 해 주는 다리, 잘 보이는 눈, 잘 들리는 귀 가 생각이 납니다. Youtube 동영상 중에 는, 사자에게 친한 척 들러붙는 대범한 어린 사슴도 보입니다만 대개의 경우, 대 범한 초식동물은 오래 사는 경우가 거의 없겠지요. 제 생각에는 X나게 X이 많은 사슴이 가장 오래 산다라고 생각합니다. (X겁) 나뭇잎이나 작은 나뭇가지가 떨어지는 소리에도 놀라 멀리 도망가는 사슴이 오래 살지 않을까요? 비록 사자 에게 직접 깨물려 본 적은 없지만 그 공 포가 유전자에 새겨져 있지 않을까요? 학생들의 생존무기: 고등학교나 대학 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갑자기 살 벌한 경쟁에 노출됩니다. 우리 사회가 갈 수록 경쟁이 치열해집니다. 글로벌 기업 이 의미하는 것은 글로벌한 넓은 시장뿐 만이 아니라, 사람들 간에 글로벌한 경쟁 이기도 합니다. 20‑30년 전만 하더라도 내가 사는 도시나, 또는 우리나라 동년배 젊은이들과 경쟁에서 이기면 어느 정도 중산층으로 살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최근 이마트에서 산 운동기구, 완구, 가 정용품을 한 번 보세요. 중국산이 아주 많을 겁니다. 저나 여러분이 한국에 공장 을 세워 이 가격으로 이 정도의 물건을 만들어 내서 사업을 할 수 있을까요. 즉 지금의 여러분은 중국의 어느 작은 도시 /시골에 있는 공장에 있는 사람들과 경 그림 4. 익은 벼는 고개를 숙인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oid= 003&aid=0006674811. 쟁하는 처지에 놓인 것입니다. 이들은 2‑5배 낮은 임금에 1.5배 더 일하는 노 동자들이기 쉽지요. 이런 중국의 추격으 로 우리나라에서 좋았던 일자리가 정말 많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기존 세대들은 어릴 때는 부족함이 풍부했고 사회에 진 출했을 때는 기회도 풍부했습니다. 저의 사견으로는 요즘 상당히 많은 젊은 세대 에게는 어릴 때는 부족함이 부족했고 사 회에 진출할 때는 기회도 많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이런 세상을 젊 은이들에게 물려주는 기성세대로서 많이 죄송합니다. 학생들의 생존 무기는 아직 닥쳐오지 않는 시련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이 두 려움을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준비가 아 닐까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제가 이 글 을 쓰면서 제안하는 새로운 한 가지 생 존 무기는 ‘가장 쉬운 자연과학지식도 깊 이 응용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는 겁 니다. 관찰력과 사고력을 잘 조화시키면 가능합니다. 속담에 대한 다른 시각 한 개 - 익은 벼 는 고개를 숙인다! Boys be ambitious!: 어린 청소년에게 야망을 가지라는 서양의 문구와 겸손하라는 동양의 문구가 참 대비 가 되는 문장입니다. 익어서 고개를 숙인 벼는 더 이상 자라지 않고 곧 베어져 죽습 니다. 크게 성장해야 할 청년들이 어찌 익 은 벼 흉내를 내야 하겠습니까? 꼿꼿이 키
물리학과 첨단기술 OCTOBER 20 1 9 53 를 계속 키워 나가며 야망을 키워야 되지 않을까요? 청년들에게는 일할 기회와 권리 주장이 더 필요합니다. 서구 선진국이 누 리는 수많은 권리는 하나하나 저항과 피의 성과물입니다. 속담에 대한 다른 해석 한 개 -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역사적으로 좋은 말들(예를 들면 종교, 윤리 등)이 선한 목적으로 등장해서는 거의 예외없이 나 쁜 일들을 가리거나 옹호하는데 많이 사 용되어져 왔습니다. 일간지 신문의 사회 면에서 다양한 부정부패에 대한 뉴스가 많이 나옵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신 문을 제외하고서도 이런 뉴스는 정말 손 쉽게 접근되고 퍼집니다. 진위에 대한 확 인은 하지 않고 일차적인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권리’가 국민 모두에게 새로 생 겨난 듯해 보입니다. ‘전국민 1일 일용할 분노권’ 아니면 클릭수를 올려야 하는 언 론인 뭐 이런 단어들이 떠오르기도 합니 다. 자연과학적 관찰을 적용한다면, 대개의 경우 윗물은 맑고 아랫물은 흐립니다. 오 염물질은 물보다 비중이 높아서 가라앉 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윗물이 더럽고 아랫물이 맑은 경우는 오염물이 물보다 더 밀도가 더 작은 경우이고 매우 드물 지요.)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 무섭다는 말이 많지요. 사회지도층이라는 말은 상 황을 자주 호도합니다. 죄를 지으면 사회 지도층과 피지도층(혹시 있다면) 남녀노 소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지은 죄만큼 벌 을 받는 것이 정의입니다. 지도를 한 적 도 없고 지도비를 낸 적도 없는 상황에 서, 지도층(?)들이 지은 죄에 대해서 법 이상으로 처벌을 강요하는 사회는 부정 에 의한 사회이자 지도층이 아닌 다수가 지은 죄들을 덮으려는 비열한 행위에 악 용되기도 합니다. 또한 언론인들의 생존 을 위해서 ‘사회지도층’이라는 딱지를 붙 이고는 개인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심지 어는 불법적으로 파고 들어가기도 합니 다. 진정한 선진국이라면 위아랫물이 대 체로 다 맑은데 사실 이것은 선진국 사 람들이 선해서가 아니라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이 확실한 불이익이 되도록 시스 템을 만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법이 범죄보다 무서운 세상을 만 들면 되지요. 그래서 정해진 규칙이 없거 나 느슨한 경우는 확실히 망가지는 모습 도 서양에서는 심심찮게 볼 수 있지요. 다음 이야기들도 기대해 주세요. * 영문판은 온라인에서만 보실 수 있습니다. 물 리학과 첨단기술 공식 홈페이지(http://webzine. kps.or.kr/) 참조. * 이전 연재들은 아래 링크를 참고. 연재 1. 한석봉과 물리 http://webzine.kps.or.kr/contents/data/ webzine/webzine/15622895731.pdf 연재 2. 이차곡선과 절대군주제도 등등 http://webzine.kps.or.kr/contents/data/ webzine/webzine/15653066601.pdf 연재 3.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와 물리 http://webzine.kps.or.kr/contents/data/ webzine/webzine/15688509971.pdf 연재 4. 열 물리와 원시 부족의 생존; 기적, 용기, 고문 http://webzine.kps.or.kr/contents/data/ webzine/webzine/15717966941.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