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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주 인문학적 사고란
4. 인문학적 사고란
지금까지 인문학의 개념, 기능, 배워야 할 이유, 윤리성과 종교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인문학이 갖는 이 러한 기본적인 개념고찰을 통해 과연 인문학적 사고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살펴볼 차례이다. 인문학적 사 고란 무엇인가? 우선 인문학적 사고가 다른 학문적 사고와 갖는 차이를 통해 이것만의 고유한 사고방식을 알아볼 것이다. 그리고 나서 인문학적 사고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 즉 인문학적 사고를 구성하는 내용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우선 인문학적 사고가 갖는 특징에 대해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인문학적 사고는 과학적 사고와 정반대 라고 여겨진다. 그렇다면 과학적 사고의 고유한 특징을 살펴본다면 그것을 통해 인문학 고유의 사고 특징 이 드러날 것으로 생각된다. 전통적으로 과학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수학이고 다른 하나는 자 연과학이다. 수학은 공리로부터 정리, 그리고 이론으로 전개되는 증명방식을 갖는데, 여기서 공리는 증명 할 필요 없이 그 자체 자명하게 참으로 인정되는 것이고(self-evident) 이로부터 논리적으로 정리가 도출 되며 이론으로 전개된다. 이렇게 수학은 절대적 참을 가정하고 그로부터 논리적으로 다음 단계의 개념이 도출되는 방식의 사고이다. 이렇게 논리적으로 다음 개념을 도출하는 것 이외에 다른 어떤 경험의 개입이 없는 연역적 사고방식이다. 따라서 수학적 사고는 경험의 개입이 없다는 점에서 순수하고, 개념의 도출과 정이 연역논리를 따른다는 점에서 “순수 논리적 사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자연과학은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이 맞는지 어떤지에 대한 관찰과 실험을 하며, 그러한 실험관찰이 가설에 부합하면 그로부 터 법칙이나 이론이 성립된다. 즉 자연과학은 어떤 잠정적인 가설을 세우고 그것이 참임을 관찰과 실험이 라는 경험을 매개로 진행됨으로써 결국 가설을 관찰실험을 통해 귀납적으로 입증해 가는 사고방식이다. 따 라서 자연과학적 사고는 경험을 통해 귀납적으로 가설을 입증해 간다는 점에서 “경험 논리적 사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이 이렇게 순수 논리적 사고 혹은 경험 논리적 사고라는 점에서 과학적 사고의 가장 큰 특징은
“이성적 사고”라는 데 있다. 이성적 사고는 머리만 사용해서 대상을 인식하는 데 한정된 인식 지향적 사고 이다. 그리고 인식하고자 하는 대상만을 탐구하는 “대상적 사고”이다. 즉 과학은 그 해당 대상 이상의 가 치나 삶의 문제를 탐구하지 않고, 과학이 탐구하는 해당 대상, 예컨대 생물학은 생명체와 그 현상, 수학은 수와 수 현상 등의 그 대상에 한정된 사고이다. 그런 까닭에 과학은 해당대상과 그것을 넘어선 영역과 연 계해서 사고하지 않고 오직 그 대상에 대한 정확한 인식만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분석적 사고”이다.
이런 반면에 인문학은 어떤 사고방식인가? 과학이 이성적 사고라면 인문학은 “전인적 사고”이다. 즉 과학이 머리만을 사용해서 인식을 목표로 한다면, 인문학은 머리뿐만 아니라 가슴, 즉 인간의 모든 인식능 력이 동원되는 사고이다. 이렇게 이성뿐만 아니라 감성까지도 포괄해서 사고하는 인문학의 방식을 체험지 향적 사고라고 한다. 그리고 과학이 대상적 사고라면 인문학은 “관계적 사고”이다. 즉 인문학은 탐구대상 이 언제나 인간의 삶이라는 관계성을 전제하기 때문에 내 자신이 문제에 이미 개입되어 있고, 나를 포함한 전체가 문제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인문학은 언제나 내가 개입되고 관계되는 사고방식인 것이다. 이렇 게 인문학의 탐구대상이 관계적이기 때문에 그것은 자연과학과는 달리 “종합적 사고”이다. 자연과학처럼 특정 대상만을 탐구하는 게 아니라 그 대상이 관계적으로 얽혀 있는 삶의 맥락을 탐구하기 때문에, 인문학 은 언제나 탈-대상적이고 그럼으로써 대상을 우리의 삶과 관계시키는 문화를 매개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문학은 대상 분석적일 수 없고 그 대상의 관계와 문화를 매개하는 종합적 사고인 것이다.
그렇다면 보다 자세하게 인문학적 사고가 갖는 세 가지 특징, 전인적 사고, 관계적 사고, 그리고 종합 적 사고가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자. 첫째 인문학적 사고는 전인적 사고이다. 문학은 인식과 이해뿐만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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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감정과 상상력을 통해서 일구어지고, 사실에 대한 해석을 통해 역사적 사실이 성립되므로 역사에는 언 제나 주관이 개입된다. 철학은 그러한 문학이나 역사에 대한 근원적 반성을 하는 작업이고, 그것을 통해 그러한 맥락에 내재하는 논리나 직관을 탐구해 나간다. 이렇게 인문학은 인간이 가진 모든 인식능력을 사 용한다는 점에서 전인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인문학적 사고가 관계적 사고라고 했다. 관계적 사고 의 전형적인 형태는 동양적 사고를 일컫는데,7) 이와는 달리 인문학적 사고는 대상적 사고가 아니라는 점 에서 관계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다. 특정 대상을 탐구하여 정확하고 확실한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인간의 삶이 전제되고 내가 거기에 개입되어 있는 그 전체적 맥락에서 진리를 추구하고자 하는 사 고이다. 그런 까닭은 나는 나의 삶을 벗어날 수 없고 나의 문제는 언제나 그것을 대상화할 수 없게끔 내가 거기에 속해 있는 그런 문제이다. 따라서 인문학의 주제는 인간의 삶이므로 그것은 대상화될 수 없고, 그 런 의미에서 인문학은 삶과 관계된 맥락을 성찰하는 관계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인문학적 사고는 종합적 사고이다. 인문학은 대상을 분석해서 참을 얻을 수 없다는 점에서 탈-대상적이고, 그러한 객관적 인식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다 타당한 해석을 추구한다. 대상을 분석하고 객관적 인식을 얻는 게 아니라, 다만 대상의 전체 맥락에 대해 보다 타당한 해석을 추구함으로써 인문학에는 그러한 해석 을 가능하게 하는 역사와 전통이 작용하고 그러한 해석에는 언제나 주관이 개입된다. 이런 까닭에 인문학 은 대상적 맥락 전체에 대한 타당한 해석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문화가 매개되는 종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인문학적 사고는 문화가 매개되는 종합적 사고인 것이다.
이제는 인문학적 사고가 목표로 하는 것, 즉 인문학적 사고를 구성하는 내용에 대해 살펴보자. 인문학 의 대상은 인간의 인간성이다. 이러한 인간성은 혼자 생겨나지 않고 언제나 그것이 존재하는 삶이 있다.
즉 어떻게 살면 인간성이 풍요롭고 인간미가 있을까 하는 데 대한 탐구가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 서 인문학의 대상은 곧 인간다운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인간다운 삶은 곧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자 아 정체성으로부터 외부조건에 대해 자신의 독자성을 확립하는 힘, 즉 정신적 주체성이 그 첫 번째 계기이 다. 이러한 정신적 주체성은 나를 둘러싼 이웃과 사회에 대해 연대책임을 느끼는 데서 비판정신으로 확대 되고, 그러한 정신적 주체성과 비판정신은 결국 윤리와 사랑에서 그 존재의미의 완성을 볼 것이다. 따라서 인문학적 사고의 목표는 인간다운 삶이고, 인간다운 삶은 곧 정신적 주체성, 비판정신, 그리고 윤리와 사 랑이라는 세 요소를 그 내용으로 가지는 것이다.
그런데 인문학적 사고의 이러한 세 구성요소는 단순한 인식이 아니라 체험을 통해 획득된다. 즉 인문학 적 사고 혹은 인문정신은 객관적인 인식이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 주관적인 인식이다. 동일한 조건이 주어 지면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 객관적 인식의 세계가 아니라 동일한 조건이 주어져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고 다른 조건이 주어져도 동일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주관이 강하게 작용하는 인식의 세계이다. 예컨대 고흐의 <해바라기>그림을 보고 어떤 이는 “천재의 무한한 상상력이 영원히 개성화된 황금빛”8)이라고 했는 가 하면 어떤 이는 “붉은 색보다 더 붉은 노란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같은 해바라기 그림을 보고도 이렇게 다른 반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인문학은 특정대상에 대한 단편적 인식이 아니라 그 대상 이 안고 있는 삶의 지평에 대한 포괄적 인식이다. 문사철의 각 영역은 어떤 단편적 인식이 아니라 윤리는 윤리의식을, 역사는 역사의식이라는 포괄적 인식을 하고자 한다. 즉 윤리학은 윤리의 대상이 되는 윤리적 규칙을 단순히 아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갖는 의미를 알아서 획득하는 윤리의식을 갖고자 하 고,9) 역사학은 역사학의 대상인 역사적 사실을 단편적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그 역사가 우리 삶에서 가지
7) 서양의 사유가 실체적 사유라면 동양의 사유는 관계적 사유라고 말해진다. 서양의 사유는 플라톤의 이데아로부터 존재의 변하지 않는 기체(基體)를 찾아나갔다면, 동양의 사유는 그러한 기체가 없다고 보거나 혹은 거기에는 관심이 없고 현상적으로 존재하는 관계들의 맥락으로부터 존재의 기능과 의미가 산출된다고 보았다. 특히 중국의 유가적 사유가 관계적 사유의 전형적인 형태이다.
8) G. Bashelard,『꿈꿀 권리』. 이가림 역, 열화당, 1995, 72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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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포괄적 의미를 아는 역사의식을 갖고자 한다.10) 끝으로 인문학은 대상적 경험이 아니라 직접적 경험을 지향한다. 즉 단순히 대상을 경험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과 직접적으로 만나는 경험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아름다움을 대상적으로 경험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 그 자체를 직 접 만나서 느끼고, 신을 여러 사료를 통해 대상적으로 경험하는 게 아니라 신을 직접 만나서 아는 것을 지 향한다.11) 이렇게 해서 인문학적 사고는 자신을 구성하는 세 가지 내용을 인식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 니라 그것을 직접 알아서 체득하는 깊은 인식을 추구하는 사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9) 가령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도덕 규칙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많 은데, 왜 그런지 어째서 우리가 그 규칙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포괄적 인식을 지향하는 것이다.
10) 1894년 갑오경장, 1594년 임진왜란 하는 식으로 역사적 사실을 단편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역사적 사 실이 우리 삶에서 가지는 의미를 파악하고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포괄적 의미를 획득하고자 한 다.
11) M. Buber의 『나와 너』를 참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