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공업화학 전망, 제13권 제2호, 2010
책 읽어주는 여자, 책 읽어주는 남자
강 정 원 교수 (고려대학교)
몇해 전인가 공업화학회에서도 많은 활동을 하시는 교수님 한 분과 신년을 맞이하여 저녁식사를 같이 한 적이 있었다. 그분이 그날 함께 모인 젊은 교수 님들께 새해 선물을 주셨는데, 그날 받은 선물은 평생 잊혀지지 않는다. 책 3 권을 가져 오셔서 한 권씩 나누어 주신 것이다. 그동안 교수 생활을 하면서 이 런 저런 연유로 선물을 받은 적이 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그날 선물은 두고 두고 그분을 생각하게 한다. 최근에는 이런 저런 핑계로 책을 많이 읽지 못하지만, 시력이 허락하는 한 책은 많이 읽고 싶다. 만일 나를 위해서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더 좋겠지만 …
영화 제목이 비슷한 두 개의 영화 “책 읽어주는 여자”(프랑스, 1988)와 “책 읽 어주는 남자”(미국/독일, 2009)는 유사한 소재 – 인간의 고독감, 인간을 이어주는 책, 그리고 성욕 – 를 다루지만 영화의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좀더 오래된 작품 인 “책 읽어주는 여자”는 프랑스 영화답게 별다른 결말 없이 담담하게, 마치 그 림처럼, 인간의 고독에 대한 이야기를 다소 색다른 감각으로 풀어나간다. 미국식 기-승-전-결에 익숙한 영화 팬들에게는 결론 없는 갑작스런 결말이 황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원래 의도한 바 자체가 옴니버스 앨범 처럼, 다양한 삶의 다양한 느낌을 전해주고자 했기 때문일 것이다. 교양있고, 아 름다운 여주인공 마리는 자신의 재능을 살려보고자 책을 읽어주는 여자 역할을 한다고 신문 광고를 내게 된다. 광고를 통해 만나게 되는 의뢰인들은 장애를 가
진 미소년, 이기적인 노부인, 일에 빠져 사는 사장, 엄마를 그리워하는 어린 아이 등 숨겨진 고독을 가진 사 람들이다. 마리는 과연 그들에게 어떤 편안함을 주는 것일까? 이 영화에서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템페 스트(폭풍)”가 시종 일관 소리의 공간을 채워주고 있다. 마리의 힘찬 걸음과 함께 울려 퍼지는 베토벤의 격정 적인 피아노 소리는 영화를 본 이후에도 오랫동안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더리더(“책 읽어주는 남자”)는 헐리웃의 유명 배우인 케이트 윈슬렛이 주연으로 열연하는 미국적인 영화다.
열다섯 살의 어린 나이에 심한 성홍열을 앓게 되어 구토를 일으킨 주인공 마이클은 길가에서 서른 여섯살의 한나에게 도움을 받게 된다. 상당한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성욕에 이끌려 가깝게 되고, 한나는 침실에서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책은 두 사람의 사랑을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깨지기 쉬운 어린 소년과 중년 여자의 만남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게 되고, 한동안 시간이 흐른 뒤 두 사람의 재회는 나치 전범 재판 법정에서 이어지게 된다. 한나의 충격적인 과거, 한나의 자존심, 마이클의 냉소적이지만 헌신적인 배려 가 어우러지면서, 감동적인 결말로 이어지게 된다.
이 두 영화는 영화제목의 유사성 뿐만 아니라, 두 작품 모두 원작이 아주 유명한 소설 작품이라는 점이다.
“책”을 기반으로 한 “책”에 대한 영화라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또 한 가지 유사성은 두 작품 모두 성애 표현 의 농도가 짙어서 자녀들이 활동하는 시간은 피해서 감상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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