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의 구체적인 단계는 각 종(species)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출생 이전
(prenatal period)과 출생 이후(postnatal
period)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세포의 성장(growth)과
분열(division), 조직의 분화(differen-tiation),
기관의 발달 및 개체 형성, 그리고 개체 성장과
노화가 자연스럽게 뒤따르게 된다.
발생에는 ‘무(無)’에서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 는 엄청난 변화 말고도 우 리가 일상적으로
살아가면서 아프고 질병에 걸리거나 상처가 생
기는 일과, 이것들 이 면역작용을 통해 치유되
고 또 세포 재생으로 상처가 아무는 과정까지
등이 함께 포함된다.
이처럼 발생생물학은 우리 삶의 시작부터 마감까지 를 총체적으로 다 루는 학문이다. 발생생물학의 목표 가 과거에는 주로 발생 현상에 대한 이론적 규명에
있었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이 이론을 실용화하여 우 리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발생공학(developmental engineering)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형질전환동물(transgenic animal), 유전자치료(gene therapy), 줄기세포(stem cell)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 등이다.
개구리나 사람의 전체적인 발생 과정은 대체로 비슷 한 경로를 겪게 된다.
정자와 난자가 합쳐진 수정란이 분열과 분화를 거쳐 서 온전한 개체를 이루어 나가는 첫 과정이 바로 난 할(cleavage)이다.
개구리의 발생
흔히 난할과 세포분열을 서로 혼동해서 사용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 두 용어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세포 분열은 핵과 세포질이 그 내용물이나 크기, 양적인 면에서 정확하게 두 개로 복제되는 것이지만 난할은 핵과 그 내용물인 유전자는 복제되지만 세포질은
점점 분할되어 줄어드는 분열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난할은 체세포분열과 유사한 분할(mitotic
division)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더 정확하다.
난할의 결과 생기는 각 세포들을 할구(blasto-mere) 라 부르며 분열을 거듭할수록 할구는 점점 더 작아져 서 마침내 성체를 이루는 세포의 크기로까지
줄어들게 된다.
사람의 난자는 작은 모래알만큼이나 크기 때문에
육안으로도 관찰이 가능한 반면 성인의 세포는 현미 경으로 수백 배를 확대해야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착각하기 쉬운 점은 난할이 정확하게 2의 배수(2n)로 진행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각 할구 마다 분열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3개, 5개, 7개와
같은 홀수 상태도 관찰이 된다.
수치상으로는 수정란이 40여 번 분열한 결과, 즉 240 개(약 100조)의 세포로 구성된 개체가 바로 사람이다.
할구의 수가 12~16개(사람의 경우 수정 후 약 3일)에 도달했을 때를 상실배(mo-rula)라고 부른다.
“상실”이란 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뜻하는 말로서 상실기에 도달한 할구 덩어리의 모습이 마치 “오디
(mulberry)”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계속 해서 수정 후 4일 정도가 되면 포배(blastula)가 된다.
난할이 거듭되면서 할구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이제 세포들은 본격적으로 분화(differentiation)를 시작하 게 된다. 일단 분화가 시작되면 세포분열이 조금씩
느려지면서 세포들의 위치가 재배열(rearrangement) 되게 된다.
예를 들어 혈구세포와 생식세포는 발생 중인 배아의 꼬리(tail) 쪽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나중에 혈관과 생식기가 완성되면 그리로 찾아 들어가기 위해 장거 리 이동을 해야 한다.
이렇게 세포들의 이동이 시작되는 때를 장배형성기 (period of gastrulation)라 부르는데 가장 뚜렷한
현상은 재배열의 결과로 나타나는 삼층배자반 (trilaminar embryonic disc)이다.
삼층 배자반은 외배엽(ectoderm)과 중배엽(mesoderm), 내배엽(endoderm)으로 구성되는데 기관형성기
(organogenesis)를 거치면서 외배엽으로부터 상피조직
(epidermis)과 신경계(nerve tissue)가, 중배엽으로부터 뼈, 근육, 힘줄, 혈구 등 다양한 결합조직(connective tissue) 및 심장, 신장, 생식선 등의 기관들이, 그리고 내배엽으로부터 간, 췌장 등의 부속기관들이 만들어지게 된다.
참고로 우리 몸에서 제일 먼저 만들어지는 것은 뇌 (brain)와 척추(spinal cord) 등의 신경계이다. 이처 럼 사람의 뇌는 비록 제일 먼저 만들어지기 시작하지 만 그 기능적 완성은 16세가 되어야 완성된다.
모든 조직이 만들어지면 이제 온전한 개체가 탄생 (birth)할 수 있다.
개구리는 올챙이(tadpole)로서 태어나기 때문에 변 태(metamorphosis)라고 부르는 특수한 과정을 거쳐 야 비로소 성체(adult)가 될 수 있다. 모든 동물이 변 태기를 거치는 것은 아니며, 유충(larva)이 번데기
(pupa)를 거쳐 나방이 되듯이 비교적 하등한 동물에 서 주로 관찰되는 현상이다.
성체가 일정한 기간 성장하게 되면 생식 능력을 갖추게 되 는데 이때를 생식세포형성기(gametogenesis)라 부른다.
생식 능력을 갖춘다는 것은 출생 후에 나타나는 가장 큰 발 생학적 변화인 동시에 차세대를 위한 필수 조건이기도 하 다. 생식세포인 정자와 난자가 만들어지면 처음부터 다시 수정이 이루어지게 되고 발생의 전 과정이 순환적으로 되 풀이되면서 종의 연속성(continuity)이 이루어지게 된다.
사람의 출생 이전과 출생 이후 기간들은 다음과 같이
구분지울 수 있다. 사람의 전체 임신기간은 약 266일이다.
즉 마지막 월경주기의 첫날부터 계산하면 280일(40주)이 고, 수정 후부터 계산하면 266일(38주)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이보다 2~3주 긴 경우도 많다.
사람의 발생
임신 전 기간을 9개월로 보았을 때 3개 분기로 나누 어 부르는 것이 보통이다.
즉 첫 3개월을 제1삼분기(first trimester), 그 다음 3 개월을 제2삼분기(second tri-mester), 마지막 3개월 을 제3삼분기(third trimester)라 부른다.
수정 후 처음 2주간은 수정란이 자궁 내에 떠있다가 서서히 자궁내막(endometrium)에
착상(im-plantation)을 시도하는 기간이다.
이 기간 중 수정란은 상실배와 포배를 거쳐 포낭이 된다. 일단 착상에 성공하면 배자(embryo) 또는 배 아라 부르기 시작한다. 물론 수정되는 그 순간을 인 간의 시작으로 간주하지만, 발생학적인 차원에서 처 음 14일은 아직 장기들이 형성되기 전이기 때문에 단 순한 세포의 집합(cell mass)이라 할 수 있다.
착상에 성공한 2주 후 부터 본격적으로 각종 원시기 관(primitive organ)들이 형성되기 시작하는데 배자 기(embryonic stage)는 약 8주 말까지 계속된다.
8주가 지나면 태아기(fetal stage)에 들어선다.
태아기는 새로운 장기들이 나타나기보다 이미 만들 어진 원시기관들이 더 커지고 성숙해지는 시기이다.
만약 착상 이전에 해로운 약물에 노출되면 아기는 자연 유산이 될 확률이 높다.
노출된 시기가 배자기 때라면 원시기관들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므로 선천성기형이 될 확률이 높고,
태아기 때에 노출되면 발육이 다소 뒤떨어질 뿐 상대 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시기이다.
출생 이전에는 머리가 유난히 크게 보이지만 점차
신체 다른 부위에 비해 머리의 성장 속도가 늦추어지 면서 시간이 지나면 정상적인 비율을 되찾게 된다.
출생 후 첫 한 달간을 신생아기(neonatal period)라고 한다.
이때 아기는 처음으로 모체와 완전히 분리되어
식사, 호흡, 체온 조절, 배설 등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시기이다.
출생 이후의 발생
그만큼 엄청난 변화를 겪는 기간이기에 만약 기능적 으로 미완성된 부분이 있다면 그것 때문에 사망할 수 도 있다. 요사이는 의학이 발달하여 신생아 사망율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주의를 요하는
시기이며 신생아기를 무사히 넘긴 아기는 생존율이 거의 100%에 달하게 된다.
신생아기 이후 첫 일년까지를 유아기(infant period) 라고 한다. 유아기는 신장과 체중이 눈에 띌 정도로 확연히 성장하는 시기로서 이 기간 중 키가 약 1.5배 자라게 된다.
이어서 소아기(childhood)에 접어드는데 소아기는 12~13세 정도까지 지속된다.
젖니가 영구치로 바뀌는 등 후천적인 변화가 시작되면 서 영양소의 요구가 급증하는 시기이다. 여자의 경우 12세에서 15세 사이, 남자의 경우 13세에서 16세 사이 에 이차성징(secondary sexual characteristics)이 나타 나면서 사춘기(puberty)가 시작되는데 통상적으로는 여 자에서 12세를, 남자에서 14세를 공식적인 사춘기의 시 작 나이로 간주한다.
이어서 여자에서는 10~18세, 남자에서는 15~20세에 생식 능력이 완성되는데 이 시기를 청장년기
(adolescence)라 부른다.
이어서 성인기(adul-thood)와 노년기(senescence)를 거치면서 조금씩 기능과 능력을 소실하다가 최종적으 로 죽음(death)을 맞이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