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도자미술의 ‘미디어 내러티브’에 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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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현대 도자미술의 ‘미디어 내러티브’에 관한 연구 A Study on the “Media Narrative” of Contemporary Ceramic Art 방창현_경희대학교 예술디자인 대학 Bang, Chang Hyun_College of Art & Design, Kyunghee University. 요약 중심어 도자미술 조형도자 공예 미디어 내러티브. ABSTRACT Keyword ceramic art craft media narrative. 본 논문은 20세기 미술사에 나타난 미디어 개념의 변화를 고찰하고, 흙이나 도자를 미디어로 이용하는 순수미 술 작가들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미디어의 특징을 분석함으로써 현대미술 속에서 도자미술만이 가지는 정체성과 자율성을 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연구방법은 마셜 맥루한의 『미디어의 이해』, 클레멘트 그린버그의 『예 술과 문화』, 래리 쉬너의 『The Invention of Art』, 로잘린드 크라우스의 『북해에서의 항해, 포스트-매체 조건 시대의 미술』와 같이 매체를 다루는 이론가들을 중심으로 문헌연구를 했고, 실증적 사례를 위한 분석대상 작가 선정은 2010년에서 2019년 사이에 발간된 미술 잡지 『Art in Culture』와 미국의 도자미술 아카이브즈 ‘CFile –Contemporary Ceramic Art + Design’에서 흙과 도자를 매체로 이용하는 작가들을 중점적으로 했다. 결론 적으로 심문섭과 안나 마리아 마이오리노는 흙이 지니고 있는 미디어 자체의 내러티브를 통해서 작품을 전개시 켰고, 이들의 작품은 미디어의 메시지보다는 미디어의 존재론적 특징이 더 큰 의미를 지닌다는 마샬 맥루한의 미디어 이론과 유사함을 발견했다. 이승택과 최해리는 가상의 허구적 이야기를 ‘기술적 지지체’로 사용했고, 아 이 웨이웨이는 미디어의 의미를 도자라는 물질적 차원에서 벗어나 역사적 사회적 내러티브를 적용함으로써 로 잘린드 크라우스의 이론에 부합함을 알 수 있었다. 셋째, 흙이나 도자기를 이용하는 순수미술 작가들의 네러티 브는 주로 도자와 흙이라는 미디어의 상징성, 물성, 역사성에 집중된 경향이 드러났다. 이번 연구를 통해 도예 작가들이 쉽게 간과하기 쉬운 ‘미디어를 통한 내러티브’는 도자미술의 정체성과 자율성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 작품의 주제의식을 관객들에게 더욱 치밀하고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데 기여하리라 생각한다. This paper examines the changes in media concepts in 20th-century art history and analyzes the characteristics of media revealed in the works of fine art artists who use clay or ceramics as media to establish identity and autonomy unique to ceramic art in contemporary art. Literature Research for research methods include the theorists such as Marshall McLuhan's 『Understanding of Media』, Clement Greenberg's 『Art and Culture』, Larry Schinner's 『The Invention of Art』, and Rosalind Kraus's 『Navigating in the North Sea』, 『Art in the Post-Medium Conditions』. who deal with the media, and the selection of analytical targets for empirical cases was based on the art magazine ‘Art in Culture’ published between 2010 and 2019, and the American Ceramic Art Archives ‘CFile–Contemporary Ceramic Art + In Design’, which focused on artists who use clay and ceramics as their medium. In conclusion, Shim Moon-seop and Anna Maria Maiorino developed their works through the narrative of the media itself, which is based on the media theory of Marshall McLuhan. Lee Seung-taek and Choi Hae-ri used the virtual fictional story as a 'technical support', and it was found that Ai Weiwei met Rosalin Kraus's theory by applying historical social narratives out of the material dimension of ceramics. Third, the narratives of fine art artists who use clay or ceramics tended to focus mainly on the symbolism, physical properties, and historical characteristics of the media such as ceramics and clay. Through this research, “narrative through media,” which is easily overlooked by ceramic artists, will further strengthen the identity and autonomy of ceramic art and contribute to delivering the subject matters to the audience more closely and logically.. 190.
(3) 1. 서론 1.1. 연구배경과 목적 미국에서 시작된 현대도예가 한국으로 유입된 지 반세기가 넘게 지났다. 그 동안 도자조각과 설치작업은 짧은 현대도예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세기 후반부터 도자조각에 대한 자각적인 반성과 회의, 그리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담론들이 국내외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 담론의 중심에는 도자 작품의 형식과 과정보다 는 개념을 강조한 미국의 도자미술 비평가 가뜨 클락(Garth Clark), 공예와 예술의 구분을 넘어선 문화적 실천을 강조한 철학자 래리 샤이너(Larry Shiner), 공예와 예술의 태생적 차이 를 인정하고 분리를 주장한 미국의 공예가이자 이론가인 부르스 멧칼프(Bruce Metcalf)와 한국의 최범, 공예를 예술작품에 봉사하는 하나의 보충적 과정으로 규정한 큐레이터이자 이론 가인 글렌 아담슨(Glenn Adamson), 공예의 담론화를 통해 개념성을 진작시키고자한 하워드 리싸티(Howard Risatti), 예술과 공예를 분리시키기 보다는 사물로서 공예가 지니고 있는 새 로운 비의(祕義)의 세계를 창조하고자 하는 이인범 등이 있다.1) 이들의 공통점은 저서나 논문 등을 통해 현대 도예가 겪고 있는 공예와 예술 사이의 불분명한 정체성의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었고, 그 대안을 각기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제안하였다. 21세기에 이러한 담론들이 대두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21세기 도자조각이 여전히 현대미술에서 이방인으로 존재하고 있다 는 자각과 현대미술을 따라가기에 급급하다 급기야 그 모태가 되는 전통공예를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본 연구자는 이미 선행 논문 「현대 도자미술의 내러티브에 관한 연구」에서 도자미술, 특히 도자조각의 지나친 형식주의적 경향과 과도한 유미주의적 전통 공예의 흔적이 마이너 아트 (minor art)로 취급 받는 원인임을 지적하고, 그 대안으로써 내러티브 언어를 통한 서술성의 회복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도자조각이 처한 딜레마를 타계할 수 없다.2) 그것은 도자 조각가들이 간과하고 있는 도자와 흙이 지니는 ‘미디어(매체, 媒體, media)’를 통해 전달되는 서사(narrative)가 작품의 주제에 혼선을 만들고 급기야 무의미한 작품으로 전락시키기 때문이다.3) 이에 본 연구의 목적은 20세기 미술사에 나타난 미디어 개념의 변화를 고찰하고, 흙이나 도자 를 미디어로 이용하는 순수미술 작가들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미디어의 특징을 분석함으로써 현대미술 속에서 도자미술만이 가지는 정체성과 자율성을 확립하고자 한다. 1.2. 연구내용과 방법 연구내용은 1장 서론에서는 연구 배경과 목적을 밝히고, 2장에서는 20세기 서양 미술사에서 미디어의 의미를 고찰할 것이다. 특히 모더니즘 비평가 클레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 가 주창한 미디어의 자율성의 문제와 다다와 초현실주의자들과 같은 아방가르드 작가들이 주 로 이용한 반예술적인 미디어의 개념을 분석하고, 미디어의 형식이 내용을 결정한다고 주장한 마셜 맥루한(Marshall McLuhan, 1911-1980)의 이론과 ‘기술적 지지체’라는 용어를 조어해 서 기존의 미디어에 대한 개념을 확장시킨 로잘린드 크라우스(Rosalind Krauss)의 ‘포스트미디엄 조건(Post-Medium Condition)’에 대해서 연구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도자 미술의 미디어의 특징을 비교분석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3장에서는 순수 미술 작가들 중에서 흙과 도자를 미디어로 이용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분석함으로써 도자미술 만의 미디어 내러티브의 특징과 의미를 도출할 것이다. 결론에서는 본문에서 분석한 내용을 요약하면서 도자미술에서 발견되는 미디어 내러티브가 현대미술에서 어떤 의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1) 방창현, 「현대 도자미술의 내러티브에 관한 연구」, 한국도자학회, 2017, p.63 2) 비평가 최공호는 근대 이후 공예의 자리를 산업 디자인에 내주고 스스로 탈기능 조형주의에 빠져 애매한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공예미술의 경향을 비판했다. 최공호,『산업과 예술의 기로에서』, 미술문화, 2010, p.342 3) “매체가 곧, 메시지 즉 목적으로서의 언어라는 사실은 매체의 해방을 암시하는 명제이다.”-이재언, 「현대 도예의 오브제화 양상」, NOUVEL OBJET 01, 디자인하우스, 1997, p.263 기초조형학연구 20권 6호 (통권96호). 191.
(4) 연구방법은 마셜 맥루한의 『미디어의 이해』, 클레멘트 그린버그의 『예술과 문화』, 래리 쉬너의 『The Invention of Art』, 로잘린드 크라우스의 『북해에서의 항해, 포스트-매체 조 건 시대의 미술』를 중심으로 문헌연구를 하고, 위의 문헌에 적용될 수 있는 국내외 순수미술 작가들은 2010년에서 2019년 사이에서 발간된 한국의 월간 미술잡지인 『Art in Culture』와 미국의 도예 비평가 가뜨 클락이 운영하는 인터넷 도자미술 웹싸이트 ‘CFile–Contemporary Ceramic Art + Design’에 소개된 도자를 이용하는 순수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실증적 사례로 분석할 것이다. 연구대상은 실증 사례로 분석된 국내외 작가들 중에서 ‘흙’이나 ‘도자’ 미디어 의 내러티브적 특성4)을 규명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2. 20세기 미술사에서 나타난 ‘미디어’ 개념의 특징 20세기 미술사에서 사진의 발명(1839)은 회화와 조각에 머물러 있던 미술이 다른 기술 미디 어를 수용함으로써 전방위적 아방가르드(avant-garde)라는 미술 고유의 특징이 고착화되는 하나의 시발점이 되었다. 여기서 미디어(media, 매체)란 정보의 운반자로서의 매개수단을 가 리키는데, 예술을 작가와 관객들의 의사소통이라고 본다면 미디어의 역할과 의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5) 20세기 미술사에서 ‘미디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미국의 모더니즘 미술 비평 가 클레멘트 그린버그가 주장한 회화의 ‘미디어의 평면성’에서 부터라 할 수 있다. 그린버그는 『모더니즘 회화』에서 “사실주의 미술이 매체를 숨기면서 미술을 은폐하기 위해 미술을 사용 했다”6)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그는 추상 회화에서 평면성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했고 환영이 없는 평면성이야말로 회화가 미디어의 고유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로 써 그린버그의 모더니즘 회화는 문학이나 사진과 다른 스스로의 자율성을 공고히 할 수 있었 다. 그린버그의 이론을 뒷받침하는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을 위시한 바넷 뉴먼(Barnett Newman)과 마크 로스코(Mark Rothko)와 같은 미국의 화가들은 유럽의 추상미술에서 영향 을 받았지만 화면에서 식별가능한 형태마저 해체시켜 추상의 극한을 보여주었다.7). <그림 1> Jackson Pollock, ‘No. 5’, 1948. <그림 2> Barnett Newman, 'Be I', 1949. <그림 3> Mark Rothko‘Untitled’, 1957, oil on canvas. 20세기 모더니즘 미술에서 그린버그의 형식주의 회화와 함께 주목할 미디어의 또 다른 특징은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주로 사용한 비미술적인 미디어라 할 수 있다. 특히 모더니즘의 실험과 세계대전의 충격 속에 예술과 사회의 분리에 대한 격렬한 저항은 다다와 초현실주의자들을 일상의 물건으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8) 이들은 전통 미술에서 배제되었던 기성품을 적극적 으로 활용하여 “제도에 대한 반대, 활기찬 저항의 풍토, 의식적인 경계 부수기”9)와 같은 모더 4) “‘내러티브 미술’은 사건과 체험을 바탕으로 인과관계에 의해서 드러나는 이야기를 회화, 조각, 비디오라는 매체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형식을 지니고 있다.”- 방창현, 「현대 도자미술의 내러티브에 관한 연구」, 한국도자학회, 2017, p.67 5) 이정춘 편역, 『커뮤니케이션과학 』, 나남, 1988, pp.52-53 6) 클레멘트 그린버그, 조주연 옮김, 『예술과 문화』, 「모더니즘 회화」, 경성대학교 출판부, 2004, p. 345 7) 진중권,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후기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편』, Humanist, 2013, p.46 8) Larry Shiner, 『The Invention of Art』, A Cultural History, 2001, p.228 9) Pam Meecham, Julie Sheldon, 『Modern Art: A Critical Introduction』, Routledge, 2000, p.17 192.
(5) 니즘의 아방가르드 정신을 계승했다. 주지하다시피 마르셀 뒤샹, 만 레이, 메렛 오펜하임 등은 비미술적인 미디어를 이용하는 대표적인 작가가 할 수 있다.. <그림 4> 만 레이, 'Cadeau(Gift)', 1920. <그림 5> 메렛 오펜하임, ‘오브제, 모피로 된 아침식사 (Object, Fur Breakfast)’, 1936. 이들은 어떤 기성품을 그것의 친숙한 환경에서 분리시켜 실용성을 제거한 후에 다른 콘텍스트 (context)에 존재하는 사물과의 만남을 연출시켜 낯선 무의식의 세계를 드러내려고 했다. 이 로써 환영을 통해서 작품 밖의 기호만을 지시했던 전통적 회화와 조각은 즉자적(卽自的, literal)인 새로운 사물로 환원되었다. 무엇보다 예술품과 일상의 물건과의 경계를 지움으로써 아방가르드 작가들의 비미술적 미디어는 예술을 통한 일상의 삶의 변혁이라는 새로운 가치성 을 획득하게 되었다. 20세기 미술사에서 미디어의 개념은 팝아트에 와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다다와 초현실주의자들이 주로 이용했던 일상의 물건의 ‘변용’을 넘어서 실제 상품을 미술의 미디어로 도입해 갤러리에 여과없이 전시함으로써 예술 작품과 상품과의 경계를 허물려는 시도를 했다. 미국의 비평가 아서 단토(Arthur C. Danto)는 『예술의 종말 이후』 에서 서양미술의 역사를 바자리 에피소드와 그린버그 에피소드로 나눈 후에 후자는 팝아트에 와서 종말을 고하게 되었 다고 생각했다.10) 즉, 모더니즘 미술이 회화라는 미디어의 순수성을 향해서 역사적으로 발전 을 거듭해왔다는 그린버그의 에피소드는 엔디워홀의 ‘브릴로 박스’ 작품에 와서 종말을 고하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실제 상품인 ‘브릴로 박스’가 철학적 세례를 받으면 예술의 본질인 “지각적인 성질”에 의존하지 않고도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브릴로 박스는 모던 아트의 종언과 컨템포러리 아트(contemporary art)의 시작을 알렸고, 예술은 특정 미디 어에서 벗어나 예술과 일상의 구별이 사라지는 현상이 더욱 뚜렷이 나타나게 되었다. 20세기 미술사에서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문학에서 이용되는 문자 텍스트(text)가 미술 의 미디어로 쓰였다는 사실이다. 미니멀리즘 이후 미국에서 뿌리를 내린 개념미술은 사물을 지향한 미니멀리즘의 한계를 직시하고 예술가들의 창조적 발상을 결과물보다 더욱 중요시하 였다. 개념 미술의 뿌리는 다다이스트들의 사고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다다는 회화의 물리적 측면에 대한 극단적 항거이자 일종의 형이상학 태도였다. 다다는 내밀 하게 그리고 의식적으로 문학에 관계했다.”11) 위에서 언급한 뒤샹의 말처럼 개념미술은 문자 텍스트라는 미디어를 통해서 물질성을 제거하 고 정신성의 추구하게 되었다. 이들은 예술의 상업화에 저항했고, 문자 텍스트 이외에 비물질 을 이용해서 관객들에게 작가의 아이디어나 관념을 전달하고자 했다. 이후 서양 미술사에서 인간의 신체를 미디어로 이용했던 퍼포먼스 아트와 일시적이고 가변적 인 자연이라는 장소특정적 미디어를 이용한 대지미술 등이 새로운 미디어로 주목을 받아왔다. 10) 아서 단토, 이성훈. 김광우 옮김, 『예술의 종말 이후』, 미술문화, 2004, p. 242 11) 진중권,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후기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편』, Humanist, 2013, p.148 기초조형학연구 20권 6호 (통권96호). 193.
(6) 하지만 본 논문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1960년 대 중반 사진, 전화, 텔레비전의 발달과 함께 등장한 기술 중심의 대중 매체를 이용한 ‘미디어 아트’이다. 미디어 아트의 대표적인 이론가는 캐나다의 문화비평가인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으로 그의 이론은 도자미술의 미디어 에 대한 의미를 재고(再考)하게 만든다. 맥루한은 『미디어의 이해: 인간의 확장』에서 “미디어는 메시지다”라고 선언함으로써 백남준 과 빌 비올라(Bill Viola)와 같은 비디오 아티스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12) 또한 그는 ‘기술은 인간의 확장’이라는 말로 디지털 미디어가 인간의 시각적 경험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생각했다.13) 본 연구자가 맥루한의 저서를 통해서 주목한 점은 내용(메시지)을 전달하는 매체인 미디어 자체(형식)가 미디어의 내용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맥루언은 미디어의 전도된 역할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왜냐하면 모든 미디어나 기술의 ‘메시지’는 결국 미디어나 기술이 인간의 삶에 가져다줄 규모 나 속도 혹은 패턴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철도가 이동, 수송, 바퀴, 길 등을 인간 사회에 도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철도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도시들과 새로운 종류의 노동 과 여가를 창조해냄으로써, 그것이 등장하기 전까지 존재해 왔던 인간 활동들의 규모를 확대하 고 속도를 가속화했다. (중략) 비행기는 ..... 철도에 바탕을 둔 도시, 정치, 인간관계의 근본을 흔들고 있다.”14) 위의 글은 ‘철도’는 단순히 물자를 수송하는 운송 수단이 아니라, 우리 ‘인간의 삶에 던지는 새로운 변화’라는 메시지를 함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디어의 형식은 미디어의 존재 론적 특성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맥루한의 이론은 ‘도자’와 ‘흙’이라는 미디어를 이용하는 도자미술에서 미디어의 형식을 통해서 그 존재론적 특성을 연구해야할 필요성을 부 각시키고 있다. 본 연구에서 주목한 다른 비평가는 사진이 가지고 있는 ‘기록과 흔적’의 미디어적 특성을 연구 한 로잘린드 크라우스이다. 맥루한이 ‘미디어는 메시지’라는 개념을 통해 전자미디어에 대한 미디어 이론을 발전시켰다면, 1990년대에 등장한 미술 비평가 로잘린드 크라우스는 『북해에 서의 항해: 포스트-매체 조건 시대의 예술』을 통해서 미디어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논의를 발전시켰다.15) 크라우스는 이 책에서 그린버그가 주장한 전통적인 미디어(매체-특정성, media-specificity)16)와는 다른 개념인 ‘기술적 지지체(technical support)’라는 용어를 조어 해서 포스트-미디엄 조건(Post-Medium Condition)의 달라진 미디어의 개념을 설명했다. 즉, ‘기술적 지지체’는 작품의 의미를 전달하는 매개물로서 작품이 전개될 때 부여되는 일련의 규칙이라 할 수 있는데,17) 크라우스는 『북해에서의 항해: 포스트-매체 조건 시대의 예술』 에서 벨기에 출신의 작가 마르셀 브로타에스(Marcel Broodthaers)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조명 함으로써 이 개념을 구체화 시켰다. 브로타에스는 자신의 영상 작품에 ‘Page 1’과 같은 소설 (책)의 형식을 차용하여 작품 전체의 내러티브적 구성을 만들었는데, 크라우스는 이러한 책의 형식에 부여된 규칙이 ‘기술적 지지체’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포스트미디엄 조건의 두 순간』에서 크라우스는 브루스 나우만(Bruce Nauman)과 크리스챤 마클레 이(Christian Marclay)의 작업의 ‘사운드’와 ‘무빙이미지’를 ‘기술적 지지체’로 예를 들어 인용 했다.18) 특히, 1999년에 걸린 ‘동맥류(aneurysm)’로 인해 기억상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잃 12) 정연심, 「포스트-미디엄과 포스트프로덕션: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현대미술의 ‘동시대성(contemporaneity)’」, 미술이론과 현장, Vol.14, 2012, p.195 13) 최종철, 「후기 매체 시대의 비평적 담론들」, 서양미술사학회논문집, Vol.41, 2014, p.181 14) 마샬 맥루한, 김상호 옮김, 『미디어의 이해: 인간의 확장』, 커뮤니케이션북스, 2011, p. 32 15) 정연심, 위의 논문, p.196 16) 크라우스는 “‘형식주의’를 둘러싼 최근의 논쟁들 바깥의 오랜 역사를 지닌 매체라는 단어, 그리고 그러한 논쟁들이 발생시킨 매체 라는 용어의 오염과 붕괴에 대한 가정들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만들기”를 희망했다. (로잘린드 크라우스, 『북해에서의 항해: 포스트-매체 조건 시대의 예술』, 현실문화A, 2017, p.11) 17) Rosalind Krauss, 「Two Moments from the Post-Medium Condition」, October 116, Spring 2006, p.55-57 194.
(7) 어버린 기억을 매체(그림과 글자 카드)를 통해서 되살아나는 과정을 통해 크라우스는 ‘미디어 는 기억이며, 미디어는 지지대’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다.19) 이처럼 크라우스의 미디어(기 술적 지지체)는 물질을 넘어서 개념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며, 작가들의 작품을 일관성 있는 만드는 규칙으로 그린버그의 미디어에 대한 모더니즘적 정의를 포스트모더니즘으로 확장시켰 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20세기 미술사에서 미디어의 특징와 역할을 살펴보았다. 본 연구를 통해서 연구자가 주목한 것은 마샬 맥루한과 로잘린드 크라우스의 미디어 이론이다. 맥루한이 그린버그의 매체 의 특수성과는 반대되는 미디어의 형식이 내용을 결정한다는 미디어의 비특수성(non-specificity) 을 주장했다면, 크라우스는 형식이나 물질 중심의 미디어와는 다른 개념적 영역으로 확장된 방식으로서의 미디어(post-medium)의 특수성을 수용했다. 이처럼 맥루한과 크라우스의 미 디어의 내러티브는 현대 도자미술 작가들이 간과하고 있는 도자와 흙이라는 미디어가 지니고 있는 내러티브의 존재성을 부각시킨다. 본 연구자는 미국의 도예 비평가 가뜨 클락의 논문 「진퇴양란: 도자 아방가르드는 용어적으로 모순인가?(Between a toilet and a hard place: Is the ceramic avant-garde a contradiction in terms?)」에서 제기한 도자미술이 순수미술 에서 소외되는 이유를 도자미술이 부르주아적이고 퇴폐적이며(모더니즘 시기)20), 또한 개념 보다 재료의 물리적 성질과 작업과정(포스트모더니즘 시기)21)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 문이라는 언설22)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을 도자의 미디어 내러티브를 통해서 찾으려 한다. 즉 마이너 아트(minor art)의 특징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순수미술에서 도자와 흙을 이용하는 작가들은 과연 어떻게 미디어를 이용하고 있는지 그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3. 순수미술 작가들의 도예작품 분석 한국 최초의 아방가르드 작가로 평가받는 이승택은 재야 작가로 묻혀 살다 2009년 백남준 아트센터가 수여하는 국제 예술상을 수상하면서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게 되었다. 젊은 시절 니체의 철학에 심취했던 그는 자신만의 ‘부정’의 미학을 젊은 시절에 확립하게 된다. 사물의 존재방식을 의심하고 부정하는 그의 철학은 인간의 의식 속에 오랫동안 똬리를 틀고 있는 고정 관념을 송두리째 거부하는 일련의 작품을 통해서 창조 본연의 의미를 관객들에게 일깨우고 있다. 이승택은 이미 1972년도에 흙이 가마 속에서 1300의 온도로 구워져 만들어지는 경질의 도자기가 지니는 물성을 부정하는 작품을 발표했다.<그림 6> 그는 도자기라는 미디어의 내러 티브에 주목해서 작업을 했는데,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국그릇과 달항아리와 같은 도자기라 는 미디어는 다른 일상의 오브제와는 달리 아주 오래된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할 만큼 단단한 물성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식생활을 통해 인간의 지각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익숙해진 존재인 것이다. 작가는 이 도자기의 물성을 억압하는 노끈을 묶는 가상적 행위를 통해서 익숙한 일상 의 사물들의 새로운 형태와 의미를 제시했다. 여기서 이승택 작품에 등장하는 도자라는 미디어 는 크라우스가 언급한 ‘기술적 지지체’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즉, 허구적 가상 내러티브 를 통해서 현실의 삶을 부정하는 것이다. 중국 출신의 전방위 예술가 아이 웨이웨이는 중국 한나라 시대부터 도자기를 생산해온 경덕진 에서 1,600명의 도공들과 함께 2년 6개월 동안 걸쳐 만들어진 청백자기 해바라기 씨앗들을 영국 테이트 모던(Tate Modern) 미술관에 전시했다.<그림 7> 아이 웨이웨이의 작품에 등장 하는 도자는 내러티브를 생산하는 크라우스의 ‘기술적 지지체’의 역할을 하는데, 특히 해바라. 18) 정연심, 「포스트-미디엄과 포스트프로덕션: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현대미술의 ‘동시대성(contemporaneity)’」, 미술이론과 현장, Vol.14, 2012, p.197 19) Rosalind Krauss, 『Under Blue Cup』, The MIT Press, 2011, pp.3-4 20) 모더니즘의 기계미학은 많은 사람들이 물건(작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도록 ‘대량생산’을 추구했지만, 노동의 가치를 기반으로 ‘핸 드 메이드’라는 값비싼 부르주의 취향의 도자기 작품은 퇴폐적이라는 말로 대중들에게 경멸을 받았다. 21) 도자미술은 포스트모더니즘 시기에 역사상 가장 큰 자유를 누리면서 작품의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추상표 현 도자, 펑크 아트, 수퍼 오브제 등등). 하지만 역시 개념보다는 형식주의와 유미주의에 경도 된 것이 사실이었다. 22) Garth Clark, 『Shards』, d.a.p, 2003, p.331 기초조형학연구 20권 6호 (통권96호). 195.
(8) 기 씨앗이 만들어진 경덕진이라는 장소는 “17세기부터 중국식 도자기의 주요 수출지역으로 중국 도자기를 둘러싼 서구와 중국 노동자들 간의 불평등한 경제 교류의 중심지”23)였다. 이것 은 중국 도자라는 미디어가 지닌 내러티브를 이용해서 “식민지 시대 서구 동인도 회사와 중국 의 노동자와 전지구화적인 경제 체제에서 지속되고 있는 서구와 중국 간의 불공정한 경제교류 의 역사”24)를 관객들에게 상기시킨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작가는 경덕진과 네덜란 드와 영국의 동인도회사 사이에 다른 문화권을 이동하면서 파생되는 “노동-생산-소비”의 문 제를 실제 재현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전달했다. 이처럼 미디어는 단순한 재료적 물질적 차원 (매체특정성)에서 벗어나서 역사적 사회적 내러티브를 함의할 뿐만 아니라, ‘기술적 지지체’로 서 작품의 주제를 관통하는 일관된 규칙을 부여한다.. <그림 6> 이승택, ‘도자기’, 자기, 1972, 17(h) x 32.5(d)cm. <그림 7> 아이 웨이웨이, '해바라기씨들', 자기, 2010. 한국 출신의 조각가 심문섭이 흙으로 만든 작품들은<그림8, 9> 조각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 게 자연에 가까운 거친 물질성과 무정형의 형태를 지니고 있어 시원의 원초적인 에너지를 느끼 게 만든다. 그의 작품은 물질을 미디어로 존립시켜 형태보다는 미디어가 전달하는 내러티브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는 흙이라는 미디어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점토를 반죽하고 쌓고, 자르고, 잡아당기고, 붙이고 하면서 내가 추구하는 것은 인간과 물질이 서로 만나서 얽히는 사이에 생기는 시적인 양상, 점토를 점토로서 받아들이고 점토에 잠재하는 표정을 가소성과 약간의 탄력 및 신장에 의해 활성화시키는 일, 그리고 그러한 물질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인간의 시각을 자연의 흐름 속에서 좌정시키는 일 등이다.”25) 위의 글처럼 심문섭은 인간과 흙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조각적 구축보다는 물질의 자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흙이라는 물질은 태고적부터 풍화, 침식, 퇴적을 거쳐서 수많 은 동식물의 생로병사를 조우했던 형이하학적 물질이다. 흙은 또한 황폐화된 현대인들의 현실 의 세계를 직시하면서 인간에게 형이상학적인 사유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처럼 흙이라는 미디 어는 외부세계에 의해서 규정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능동적인 주체로서 현상에 개입하 여 영향력을 발휘한다.26) 즉, 맥루한이 언급한 ‘미디어가 메시지’라는 명제는 심문섭이 이용하 는 흙이라는 미디어의 존재론적 특성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23) 고동연, 「중국 현대미술과 ‘노마딕 레디메이드’」, 현대미술사학회, 2015, p.9 24) 위의 논문, p.19 25) 심문섭, ‘점토와 더불어’, ‘Special Artist’, Art in Culture, 2017 8월호, p.77 26) 이보리, 「20세기 초 이후 미술사에 나타난 매체 개념의 변화-매체 특정성에서 포스트미디어 담론까지-」, 경성대학교 석사논문, 2015, p.69 196.
(9) <그림 8> 심문섭, 'Here & There',. <그림 9> 심문섭, ‘토상’, 흙, 1992. dOCUMENTA(13), Kassel, Germany, 2012. <그림 10> 안나 마리아 마이오리노,. <그림 11> 안나 마리아 마이오리노,. installation view. ‘Territories of Immanence’, 2006. 이탈리아 출신으로 브라질에서 활동하고 있는 설치미술가 안나 마리아 마이오리노(Anna Maria Maiolino)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흙으로 만들어진 코일들은 심문섭의 점토 조각보다 인위성이 강하고 일률적으로 ‘제조’된 형태를 지니고 있다. 마치 인간의 일상에 부여된 일정량 의 노동력을 시각적으로 함축하고 있는 이 형상들은 자신에게 친숙한 콘텍스트(context)를 알 수 없는 이름 없는 오브제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림 9>의 설치 작품에서 보듯이 흙으로 만들어진 이름 없는 오브제인 코일이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은 침대라는 공간 위와 아래 에 놓여져 관객들에게 낯설고 그로테스크한 느낌마저 준다. 마리아는 이 작품의 제목 ‘Territories of Immanence(내재의 영역)’에서 인간의 일상에서 내재된 혹은 어느 곳에서나 편재되어 있는 ‘흙’이라는 미디어의 속성을 통해 작품의 궁극적인 의미를 전달한다. 그것은 전시기간 동안 시간이 지나서야 확연히 드러나는데, 흙이라는 미디어가 지닌 마르고, 부서지 고, 결국에는 먼지로 돌아가는 물성을 통해 존재의 일시성을 관객들에게 일깨우고자 하는 것이 다. 마리아의 작품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심문섭의 작품과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즉, 흙이라는 미디어가 단순히 매개물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일시성, 창조의 무의미성, 이와는 반대로 흙의 물성이 지닌 재생’과 같은 흙 자체의 존재론적 속성을 드러낸다. 2012년 갤러리 16번지에서 열린 한국 출신의 작가 최해리의 전시 ‘비가 내릴 것이다’는 크라 우스가 주장한 단 하나의 미디어가 지배하지 않은 ‘포스트-미디어 조건’에 부합하는 작업방식 을 보여준다. 최해리의 작품 속에서 의미를 전달하는 매개물(미디어), 즉 ‘기술적 지지체’는 역사적 기록이나 인물을 이용해서 작가 스스로가 만들어낸 허구의 이야기이다. 이번 전시는 예술품을 광적으로 모으던 송나라 8대 황제 휘종(徽宗, 1082-1135)이 방주에 예술품을 싣고 가다가 풍랑을 만나 좌초된 후 현대의 한 작가에게 발견된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이 이야기는 근본적으로 허구성을 지니지만 “역사와 기록을 근거로 상상 속에서 재구성한 가상의 컬렉션을 설정하고 그 안에 포함된 수많은 예술품과 유물을 세밀하게 모사한 회화, 도자, 조각 등 다양한 작품 50여 점을 선보이며 마치 박물관에 온 듯한 형식으로 전시”27)했다. 전시 내용을 1부와 27) 갤러리 현대, ‘최해리: 비가 내릴 것이다’, 2012.11.30.-12.30: http://www.galleryhyundai.com/?c=exhibition&s=1&mode=past&gbn=view&ix=366(2019년 9월 1일 접속) 기초조형학연구 20권 6호 (통권96호). 197.
(10) 2부로 나누고 과거의 작품을 정확하게 모사하는 형식을 통해서 작가는 작품 전체의 일정한 규칙성을 부여한다. 이러한 규칙성은 크라우스가 의도하는 ‘미디어’의 개념과 유사성을 지닌다.. <그림 12> 최해리, ‘제발(題跋)을 위한 목록’,. <그림 13> 최해리, ‘Paramount’, ceramics,. Replica ceramics, mixed media, 2012. 도금, Replica ceramics, 2012. 특히, <그림 12>의 작품(파라마운트 픽처스(Paramount Pictures Corporation)의 로고의 도 자기)은 시대적으로 송나라에서 만들어 질 수 없는 작품으로 타임머신처럼 고정불변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서로 다른 시공간의 소통을 시도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역사에 있어서 진실이 란 무엇이며, 예술에서 진위의 기준은 무엇인지에 관한 물음을 자신이 만든 허구적 상상력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던진다. 지금까지 도자기나 흙을 미디어로 이용하는 5명의 순수미술가들의 작품을 미디어 이론을 통해 서 분석했다. 위 작품들의 미디어 네러티브의 특징과 내재적 의미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 1> 순수미술 작가들이 이용한 ‘흙’과 ‘도자’ 미디어 내러티브의 특징. 작품명. 미디어 내러티브의 특징. 내재적 의미. 미디어 비평가. 도자기. 변할 수 없는 도자기의 물성을 변할 수 있는 허구적 가상의 미디어로 설정. 도자기의 물성을 억압하여 익 숙한 현실의 체계를 부정. 로잘린드 크라우스의 ‘기술적 지지체’. 아이웨이웨이. 해바라기씨들. 도자기라는 물질적 차원의 의미에서 벗어나 중국 도자기의 역사적·사회적 내러티브를 함의. 다른 문화권을 이동하면서 파 생되는 국가 간의 불평등 문 제와 한 사회의 계급 간의 불 평등 문제를 제기. 로잘린드 크라우스의 ‘기술적 지지체’. 심문섭. 토상. 흙의 물성이 지니고 있는 미디어 자체 의 내러티브에 집중. 자연에 가까운 원시적인 흙의 물성을 통해서 인간의 원초적 인 삶을 강하게 환기시킴. 마샬 맥루한의 ‘미디어는 메 시지이다’. 안나 마리아 마이오리노. 내재의 영역. 인간의 일상에 편재(내재)되어 있는 ‘흙’이라는 미디어의 내러티브를 전달. 흙의 물성을 통해 존재의 일 시성과 재생력을 드러냄. 마샬 맥루한의 ‘미디어는 메 시지이다’. 최해리. 비가 내릴 것이다. 작가 스스로가 만들어 낸 허구의 이야 기 속에 고대 도자를 모사·모방·재현· 창조. 역사의 진실과 예술의 진위에 관한 물음. 로잘린드 크라우스의 ‘기술적 지지체’. 이승택. 흙과 도자를 이용하는 5명의 순수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분석한 결과 순수미술 작가들은 도예 작가들과는 다른 접근법을 사용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즉, 현대 도예작가들이 작품을 만들 때 주로 유미주의나 형식주의적 접근에 의존하는 반면(개념적인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순수 미술 작가들은 흙이나 도자가 지니는 ‘미디어’ 내러티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특히, 흙의 물성을 이용하는 작가들은 마샬 맥루한의 ‘미디어는 메시지이다’의 이론에 부합하는 작품 성향이 두드러졌으며, 다른 작가들은 모더니즘의 ‘미디어-특수성’을 넘어 포스트모더니즘의 확장된 미디어의 개념인 로잘린드 크라우스의 ‘기술적 지지체’ 이론을 광범위하게 수용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198.
(11) 4. 결론 한국의 도자공예가 미국 도예의 영향으로 탈기능 조형주의를 지향하면서 이 땅에 적지 않은 상흔들을 남겼다. 순수미술의 조각과 설치의 개념에 부합하기 힘든 ‘도자조각(조형도자)’이라 는 편협한 교과과정을 운영하면서 미술시장과 비평분야에서 경쟁력을 상실했고, 공예와 밀접 하게 연관성이 있는 ‘일상’을 등지면서 현실과 유리되어 급기야 디자인이라는 후발 미술 분야 에 모든 것을 내주는 형국이 되었다. 이제 미국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공예라는 말은 ‘부정성’을 담보하고 있어 미술대학 학과에서도 기피하는 명칭 중에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와서 현대문명의 대안적 가치로 공예의 문화적 생산력을 주목하는 것은 그나마 큰 위로가 된다. 이런 작금의 상황에서 본 연구자는 도자미술의 미디어 내러티브에 주목하고, 현대미술의 미디 어 개념의 특징을 연구했다. 그리고 흙과 도자를 미디어로 이용하는 순수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미디어 이론의 관점에서 비교분석했다.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심문섭과 안나 마리아 마이오리노는 흙이 지니고 있는 미디어 자체의 내러티브를 통해서 작품을 전개시켰고, 미디어의 메시지보다는 미디어의 존재론적 특징이 더 큰 의미를 지닌다는 마샬 맥루한의 미디어 이론과 유사함을 발견했다. 둘째, 이승택과 최해리는 가상의 허구적 이야기를 ‘기술적 지지체’로 사용했고, 아이 웨이웨이 는 미디어의 의미를 도자라는 물질적 차원에서 벗어나 역사적 사회적 내러티브를 적용함으로 써 로잘린드 크라우스의 이론(기술적 지지체)에 부합함을 알 수 있었다. 셋째, 흙이나 도자기를 이용하는 순수미술 작가들의 네러티브는 주로 흙이나 도자기가 가지고 있는 물성, 상징성, 역사성에 집중된 경향이 드러났다. 그러므로 도자미술의 더욱 다양한 표현 을 위해서는 최해리 작가처럼 다양한 ‘기술적 지지체’의 수용과 창작이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조형 도자는 형식주의적 경향에 매몰되어서는 안되며 과도한 유미주의적 전통도 지양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도자기와 흙이 지니고 있는 미디어의 내러티브에 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서 도자미술이 가지는 정체성과 자율성을 더욱 확고히 하는 것이 현대미술에서 도자미술이 스스로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길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로잘린드 크라우스, 『북해에서의 항해: 포스트-매체 조건 시대의 예술』, 현실문화A, 2017 마샬 맥루한, 김상호 옮김, 『미디어의 이해: 인간의 확장』, 커뮤니케이션북스, 2011 아서 단토, 이성훈.김광우 옮김, 『예술의 종말 이후』, 미술문화, 2004 이정춘 편역, 『커뮤니케이션과학 』, 나남, 1988, pp.52-53 진중권,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후기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편』, Humanist, 2013 최공호,『산업과 예술의 기로에서』, 미술문화, 2010, p.342 클레멘트 그린버그, 조주연 옮김, 『예술과 문화』, 「모더니즘 회화」, 경성대학교 출판부, 2004 Garth Clark, 『Shards』, d.a.p, 2003 Larry Shiner, 『The Invention of Art』, A Cultural History, 2001 Pam Meecham, Julie Sheldon, 『Modern Art: A Critical Introduction』, Routledge, 2000 Rosalind Krauss, 『Under Blue Cup』, The MIT Press, 2011 고동연, 「중국 현대미술과 ‘노마딕 레디메이드’」, 현대미술사학회, 2015 방창현, 「현대 도자미술의 내러티브에 관한 연구」, 한국도자학회, 2017, p.63 심문섭, ‘점토와 더불어’, ‘Special Artist’, Art in Culture, 2017 8월호 이재언, 「현대 도예의 오브제화 양상」, NOUVEL OBJET(누벨 오브제) 01, 디자인하우스, 1997 이보리, 「20세기 초 이후 미술사에 나타난 매체 개념의 변화-매체 특정성에서 포스트미디어 담론까지-」, 경성대학교 석사논문, 2015 정연심, 「포스트-미디엄과 포스트프로덕션: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현대미술의 ‘동시대성(contemporaneity)’」, 미술이론과 현장, Vol.14, 2012 기초조형학연구 20권 6호 (통권96호). 199.
(12) 최종철, 「후기 매체 시대의 비평적 담론들」, 서양미술사학회논문집, Vol.41, 2014 Rosalind Krauss, 「Two Moments from the Post-Medium Condition」, October 116, Spring 2006 갤러리 현대, ‘최해리: 비가 내릴 것이다’, 2012.11.30.-12.30: http://www.galleryhyundai.com/?c=exhibition&s=1&mode=past&gbn=view&ix=366(2019).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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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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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노동자의 기념비적 형태로 묘사, 장려 함과 평온이 깃든 구성. • 농촌일상의
Understanding Media 사실주의/인상주의.. • 고야를 연상시키는 풍자적인 힘을 지닌 도미에의 판화와 삽화는 당시의 신문이나 여러 잡지에 개재.. • 뛰어난
첫째, 새로운 서베이 연구방법(설문지-자기 기입식)과 자료 분석 기법이 개발되어 수용자의 미디어 이용의 필요, 동기 충족요인을 탐색할 수 있었기 때문이며,.
– Some 10 visual effects companies, including Digital Domain, Manex Visual Effects, help create the complex, non-photorealistic, and often surrealistic effects for W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