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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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조건
이사장 최 종 욱
관악이비인후과 원장
동서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체제 우월성 확보를 위하여 위정자가 나서 엘리트 체육에 엄 청난 투자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정권창출에 모든 것을 걸고 권력을 쫒는 위정자에게 선진 국형 의료 보장성 강화라는 화려한 정책상품은 도저히 눈길을 돌릴 수 없는 너무도 탐나는 유혹이다. 일부 시민단체들 입장에서도 국민들에게 과시할 수 있는 결과물로서 의료 보장성 강화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 어느 누구도 질병에 대한 불안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의료는 계층을 떠나 모두의 공통된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의료 보장성 강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이다.
어떠한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더라도 핵심적 가치는 결코 훼손되어서는 안된다. 보장성 강 화는 사회적 시급성과 현실적 재정이 적절히 고려된 상태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저수가ㆍ저 급여ㆍ저보장의 3저 의료정책의 틀을 유지한 채, 저보장의 겉모습만을 포장하려는 태도는 건강보험재정과 의료의 질을 종국에는 파탄에 이르게 하는 국가적 재앙만 초래한다.
정부 주도로 숨가쁘게 이루어져온 보장성 강화의 과정 속에서 우리는 국민 건강을 위한 진정성이 없었음을 느끼게 된다. 무엇을 위한 보장이며 어느 수준의 보장이 적정한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없으며, 어떠한 방식으로 재원을 조달하여 어떤 분야부터 우선 순위를 두어 목표를 이루겠다는 실현가능한 합리적인 방법의 제시가 부족하였다.
Korean Journal of Insurance Medicine
시 론
대한임상보험학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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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국민의 문화와 정서를 고려한 보장성의 합리적 목표치가 필요하다.
만족할 만한 보장성이라는 것은 그러한 체계를 구축하는데 지불되어야 할 비용을 생각하 지 않을 수 없다. 보장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뜻밖의 사태에 대한 준비이므로 희생되는 비용 과 결과물인 보장성이 정비례하지 않는다. 보장성이 100%에 가까워질수록 그 이전보다 더 많은 비율의 비용이 들어가는 고원(plateau)의 영역에 접어들게 된다. 90%의 보장을 위해서 는 50의 비용만이 필요한데 100%의 보장을 위해 100의 비용이 필요하다면, 대부분의 대상 이 90%에 만족하는 시점에 100%의 확보를 강요하면서 모두에게 두 배의 비용을 강제할 수 는 없는 일이다. OECD 상위국이 90% 가까운 보장성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우리도 70~80%
정도의 보장성은 확보해야 위신이 설 것이라는 대외선전용 정책은 안된다. 많은 국민이 부담 스러워하지 않을 만큼의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지 않으면서 저소득층 의 필수 의료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접합점이 어디인지, 확대되어가는 민간보험의 역할 속에 서 어느 수준의 보장이 가수요의 거품을 걸러낼 수 있는지, 먼저 국민들의 문화와 정서 속에 형성된 공감대를 조사하고 액수를 산정하여, 우리만의 목표치를 정해야 한다.
둘째, 목표를 현실화하기 위하여 적절한 방법의 예산확보가 필요하다.
행정부의 역할은 더 많은 예산이 배정되도록 입법부를 설득하고 동일한 예산으로 더 많 은 보장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는 것이며 재원의 확보는 입법부의 몫이다. 국민의 공감대를 확보하여 새로운 예산을 편성하거나 다른 분야에서의 전용을 이끌어내는 것이 예산 확보의 정도이다. 행정부가 나서서 보험료의 대폭 인상과 기관청구에 대한 심사강화 또는 엄격한 현지조사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을 불리는 것은 결코 정도가 아니다. 누구인들 화려하고 풍요 로운 삶을 탐내지 않겠는가. 다만 능력에 맞추어 욕구를 실현가능한 선에서 자제하며 살 뿐 이다. 능력에 맞지 않는 목표를 세우고 그를 위해 필요한 비용은 국고보조는 최소한으로 제 한하고 보험료 인상과 담배를 팔아서 조달한 재원만으로 충당하면 된다는 결과위주의 사고 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다.
세째, 의료산업 선진화를 이룩하려는 거시적 목표 확립이 필요하다.
세계무역기구(WTO)체제 하에서 보건의료 시장개방은 필연적이므로 국내 의료 시스템도 동화되어 영리법인 허용,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등 의료서비스 산업화가 급격히 이루어질 것 이 예상되므로 국가적 동요를 막기 위하여 의료가 주가 되는 보장성 강화를 이루어야 한다.
세계 유일의 3저 건강보험 정책은 한 국가 안에서는 통할 수 있지만 개방된 세계 경제 체제 하에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다. 언젠가 이루어질 개방이라면 한발 앞서 의료 산업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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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하고 개방에 대비하여 국가 의료정책의 체질을 강화하여야 한다.의료보장의 형태는 국가마다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으며, 조세를 재원으로 의료공 급을 공적 부문이 책임지는 방식에서부터 사회보험료를 재원으로 하여 의료의 수요를 충족 시켜 주는 방식까지 수많은 스펙트럼을 가지는 다양함이 존재한다. 건강보험을 국가 의료체 계의 기초로 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의 보장성은 정책적으로 국가가 부담해야 할 필요가 있는 급여 내용 중 실질적으로 얼마를 공적으로 부담하는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보장성은 건강보험급여의 범위와 수준에 따라 결정되며 곧 건강보험의 핵심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세계적으로 가장 짧은 기간 동안에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강제적용 방식의 사회보험을 구축했다는 특징이 있다.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삼는 국가에서 이러한 제도가 가 능하게 된 것은 국가가 주도하여 조기에 재정안정을 시키고자 보장성 확보대신 가입자 확대 에 치중하여 질적 내실화보다 양적 팽창 위주의 일련의 정책을 취해 왔기 때문이다.
30년 전 도입된 의료보험(현 건강보험)은 1989년까지 적용 대상자를 넓히는데 주력했고 1989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면서부터 적용범위 확대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1989년 약 국에 보험을 적용했고 1996년 CT를 급여화하였으며 2000년 65세 이상 본인부담금을 경감 했다. 1996년까지 1년 중 180일에 불과하던 요양 급여 일수를 1997년 270일, 1999년 330일, 2002년에는 365일로 늘렸다. 하지만 이러한 확장세는 2000년 의약분업 강행, 건강보험 통합 을 시행하면서 재정이 악화되자 2001년 5월에 건강보험 재정안정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축 소로 돌아섰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임기 내에 80% 수준까지 높이겠노라 대선공약을 내놓았 던 참여정부 하에서도 2005년 상반기까지는 보장성 개선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목표치를 70%로 하향 조정하였다. 그러나 보험료의 대폭 인상과 기관청구에 대한 심사강화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자마자 2005년 6월 당시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암과 같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을 획기적으로 확대하여 60% 이하인 건강보험 보장성을 2008년까지 70%이상으로 향상시키겠다고 장담하였다. 중증 질환 환자의 부담경감을 위해 비급여 항목을 한시적 급여로 전환하고 중증 환자 법정본인부 담률을 20%에서 10%로 경감하였다. 하지만 중증질환 위주로 보장성을 강화하다보니 통계 적 보장성 수치는 별로 올라가지 않았고, 보장성 확대의 기준과 원칙이 모호한 상태로 수치 를 높이기 위한 정책이 남발되다 보니, 일부 환자가 아닌 모든 가입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 는 항목을 찾아 6세 미만 어린이의 입원료 지원과 식대 급여화를 강행하였다가 일부는 부분 적으로 환원하는 시행착오도 겪었다. 그 이후로 상급병실 이용료 등을 급여화하겠다고 하였 으나 재정적인 문제로 아직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확고한 가치와 철학이 없는 정책의 추진은 과거 개발독재 시대의 경제발전이라는 구호를 떠올리게 한다. 그 시절 경제발전은 국민 모두의 마음속에 내재한 욕망을 끌어내는 선동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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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임상보험학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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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서 최고의 효과를 발휘했다. 경제는 수치화 되어 국민감정을 자극시켰고 모든 가치를 지배 했으며 모든 수단을 합리화시켰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는 보장성 강화는 적정의 료의 공급, 건강불안으로부터의 해방 등을 포함하는 본질적인 내용의 보장성이 아니다. 양이 질보다 우선시 되던 건강보험의 팽창기에 대다수 국민들은 필수의료에 대한 보장을 향한 욕 구에 굶주려 있었다. 무상의료라는 실현불가능한 정치적 환상을 심어주는 방법으로 잠재된 국민의 욕구를 자극시켜 국가의 의료체계 운용에 편의성을 도모하기위하여 의료정책을 이용 한다는 혐의에서 자유롭고자 한다면, 국가는 냉정한 분석을 통해 적절한 목표와 합리적인 수단을 확보하는 보다 장기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가에 제대로 된 의료정책을 요구하기 위하여 의료공급자 역시 비용효과적인 진료에 가치를 두는 모습도 보 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