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경제학과 역사학

N/A
N/A
Protected

Academic year: 2022

Share "경제학과 역사학"

Copied!
389
0
0

로드 중.... (전체 텍스트 보기)

전체 글

(1)
(2)

경제학과 역사학

(3)

경제학과 역사학

오스트리아학파의 방법론과 인식론

초판 인쇄 │ 2014년 8월 26일 초판 발행 │ 2014년 8월 27일

지 은 이 │ 전용덕 발 행 인 │ 권태신 발 행 처 │ 한국경제연구원 등록 번호 │ 제318-1982-000003호

주 소 │ 150-881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대로 24 전경련회관 45층 전 화 │ 02-3771-0001

팩 스 │ 02-785-0270~3 홈 페 이 지 │ www.keri.org I S B N │ 978-89-8031-689-2 정 가 │ 25,000원

Copyright ⓒ 2014 by 전용덕

■ 이 도서는 대구대학교 교내연구비 지원에 의한 결과물입니다.

■ 이 도서의 국립중앙도서관 출판예정도서목록(CIP)은 서지정보유통지원시스템 홈페이지(http://seoji.nl.go.

kr)와 국가자료공동목록시스템(http://www.nl.go.kr/kolisnet)에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CIP제어번호: CIP2014024251) 제작대행: (주)FKI미디어(02-3771-0245)

(4)

전용덕 지음

경제학과 역사학

오스트리아학파의

방법론과 인식론

(5)

일러두기

이 책에서 각종 인용 자료의 표기는 다음과 같이 표기했다.

단행본 『 』, 연구보고서 및 논문 「 」, 일간지 및 잡지 《 》, 음반·영화·방송프로그램 〈 〉, 신문기사 외 기타 인용문 “ ”

“ ” 속에 있는 [ ]의 내용은 인용문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아닌 저자가 개입하여 덧붙인 설명이다.

인용문에서 이탤릭으로 강조됐던 부분은 굵은 글씨로 표시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외국 인명과 지명 등은 가급적 현행 국립국어원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 했다.

(6)

이 책은 오스트리아학파Austrian School의 관점에서 경제학에 있어서의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에 대한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를 종합할 뿐 아 니라 역사학 원리를 분명히 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적이다. 필자는 먼 저 현재의 주류 경제학으로 지칭되는 신고전학파Neoclassical School의 경제 학과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 간 차이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두 경 제학의 근저에 놓인 방법론과 인식론에 관련된 문제를 공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나라 역사학계가 동시대 역사를 너무 다 르게 서술하는 것을 보고 역사학 원리에 대한 의문도 동시에 가지게 되 었다. 그런데 공부를 계속하다 보니 서로 다르게 보이는 두 가지 의문 이 ‘인간행동학praxeology’이라는 하나의 학문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 었고, 이를 하나의 책으로 만들게 되었다.

이 책은 경제학과 역사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과 지적 수준이 높은 서문

(7)

학부 학생을 주요 대상으로 생각하면서 작성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 이 상의 전문가들은 이 책에 소개된 원전을 읽도록 권하고 싶다. 다만 역 사학 원리를 공부한 적이 없거나 경제학과 역사학의 관계를 탐구해본 적이 없는 역사학 전공자들에게는 이 책이 개론 수준에서 도움이 되리 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오늘날 다수의 역사가는 역사학 원리를 배우거 나 고민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에 대 한 지식이 거의 없는 경제학 전공자에게도 이 책이 개론서로서 유익할 것으로 기대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경제학과 역사학을 위한 방법론과 인식론에 관련된 문제에 대한 현재까지의 연구, 특히 오스트리아학파의 시각에 서의 연구를 최대한 종합하여 보여주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독자의 이 해를 돕기 위하여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과 주류 경제학인 신고전 학파의 경제학 간 차이를 대비했다. 그러나 두 학파의 차이를 모두 서 술하는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큰 사업이기 때문에 이 책의 주제에 도 움이 되는 범위에 한정하여 두 학파의 차이를 설명했다. 주류 경제학 자이면서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 주류 경제학 을 공부했지만 어렴풋이나마 한계를 인식하고 있는 독자 등에게는 조 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 경제학계에서 지난 몇십 년 동안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 학은 거의 잊혀졌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오스트리아학파의 경 제학이 시기에 따라 비록 부침은 있지만, 명맥이 유지되고 있는 점과 대 조적이다. 그리고 전 세계 오스트리아학파에 속하는 경제학자들이나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비전공자들도 방법론과 인식 론적 문제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다. 경제사학계를 포함한 역사학계도

(8)

거의 비슷한 처지라고 하겠다. 이 책은 그런 연구자들에게 오스트리아 학파의 인간행동학과 경제학의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뿐 아니라 역 사학 원리의 중요성을 환기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과 역사학에서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 에 대한 루트비히 폰 미제스Ludwig von Mises의 연구는 192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까지 긴 기간에 걸쳐서 이루어졌다. 특히 Human Action

(1996[1949])

이라는 대작이 처음 출간된 1949년 이후에 미제스는 방법론과 인식론 에 관련한 문제에 집중했다고 한다. 그 결과가 1957년에 첫 출판된 Theory and History

(2007[1957])

와 1962년에 첫 발행된 Ultimate Foundation of Economic Science

(2006[1962])

이다.

방법론과 인식론에 관련된 문제에 대한 그의 연구가 긴 시간에 걸 쳐서 이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이 주제가 중요할 뿐 아니라 쉬운 것이 아니었다고 여겨진다. 그 점을 고려하여 방법론과 인식론과 관련한 문 제에 대한 미제스의 예비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인 Epistemological Problems of Economics 1 에서 아주 좋은 내용은 중복을 무릅쓰고 각주 로 인용했다. Epistemological Problems of Economics에서는 1957년과 1962년에 출간한 책들과 약간 다른 표현을 쓰고 있지만 방법론과 인식 론에 관련한 문제를 이해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짐작하기 때문 이다.

다른 한편, 이 책은 미제스의 저서들 중에서 방법론과 인식론과 관 련한 문제에 연관된 부분을 읽을 때 참고 자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미제스의 대작 Human Action의 1부는 방법론과 인식론과 관련한 문제뿐 아니라 역사학 원리를 다루고 있다. 비록 그 수준이 Theory and History에 미치지 못하지만 말이다. 그 부분을 처음 대하는 독자는

(9)

난해할 뿐 아니라 매우 생소할 것으로 짐작된다. 이 책은 일부 독자의 그런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한계를 몇 가지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방법론과 인 식론과 관련한 문제에 대한 필자의 지식이 충분하지 못하여 이 책에 독 자적인 학문적 공헌을 추가한 것은 많지 않다. 비록 방법론과 인식론 적 문제의 응용 수준에서의 공헌은 어느 정도 있지만 말이다.

둘째, 경제학만을 공부해온 필자에게 경제학과 역사학의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는 매우 생소한 것이어서 바로 그 이유로 필자에게는 결 코 쉬운 주제가 아니었다. 그 결과로 이 연구가 어느 정도의 오류나 과 오가 없을 수 없다는 점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필자가 그런 문 제를 이미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다만 최대한 그런 문 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

셋째, 이 책의 일부 내용은 필자의 이해 부족, 원전의 설명이 더 잘 된 이유 등으로 원전을 인용하여 설명을 대신한 경우도 있다. 그 결과 로 본의 아니게 인용문이 자주 나올 뿐 아니라 길어진 경우도 있다. 특 히 역사학 원리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그 점이 두드러진다.

넷째, 이 책은 몇 가지 중요한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소수의 저자 문헌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과정에서 그 저자들의 아이디어와 문헌에 담긴 내용을 전달하는 데 있어서 필자의 한계로 오류가 있을 수 있다. 그런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많은 노력 을 했지만 말이다.

다섯째, 이 책을 저술하면서 일부 내용은 논문으로 발표하였기 때 문에 내용의 중복이 일어났다. 중복되는 내용을 최대한 제거하고자 하 였지만 내용의 구성상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경우에는 기

(10)

초 개념의 이해를 위하여 의도적으로 서술을 반복했다. 이 책의 한계 에 대한 독자들의 넓은 이해를 구한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한 여러 가지 한계와 부족에도 불구하고 이 책 을 출판하게 된 것은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를 이해하는 일은 경제이 론과 경제법칙을 분명히 할 뿐 아니라 경제학의 유용성이 크게 도전받 고 있는 현실에서 그런 도전에 맞설 수 있는 학문적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역사학계는 이념이 지배하는 연구나 저술로 인하 여 역사적 진실을 찾는 일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역사 연구나 역사 교육은 왜곡될 뿐 아니라 오류투성이가 된다. 이런 일은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매우 불행한 일이다. 역사가들이나 역사 관 련 연구자들은 자신뿐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역사학 원리의 연 구와 습득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나라 대학의 역사학과는 역사학 원리를 가르치 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경제사economic history를 연구하는 경우에 경제이 론은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이론을 가르치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경제이론을 가르친다 해도 어떤 이론이 좋은 이론인지 스스로 찾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제 이 책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은 총 4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는 방법론과 인식론을 위한 기초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경제학과 역사학의 방법론과 인식론의 중요성을 설명하 고, 이후의 설명을 위하여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과 신고전학파의 경제학을 간략히 비교했다.

2부는 경제학의 방법론과 인식론을 자세히 분석한다. 여기에서는

(11)

크게 세 가지 방법론을 소개한다. 4장에서는 경제학의 방법론과 인 식론의 이해를 위한 기초를 설명한다. 5장에서는 인간의 목적이 행동 을 초래한다는 점을 설명한다. 물론 인간이 무언가를 선택할 때 행동 보다 목적이 시간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선행되기 때문에 인간행동의 법칙은 ‘선험적’이다. 6장에서는 ‘반사실적 조건으로 된 법칙counterfactual law’을 설명한다. 인간은 행동하기 위하여 선택을 하고 선택에는 필연 적으로 ‘포기한 선택지forgone alternatives’가 존재하게 된다. 포기한 선택지 와 행동은 본질적 관계를 가지기 때문에 이는 법칙이 된다. 7장에서는

‘실재론적realistic’ 균형 분석 접근법을 설명한다. 여기에서는 기존의 균 형 분석을 반사실적 조건으로 된 균형 분석으로 만듦으로써 균형 분석 이 현실을 설명하는 방법이 아니라 현실을 묘사하는 방법임을 보인다.

3부에서는 역사학 원리를 설명한다. 먼저 8장에서는 역사학 원리를 위한 기초를 설명한다. 9장에서는 역사학 원리인 ‘특정한 이해specific

understanding’를 설명한다. 특정한 이해란, 역사가가 특정한 시점과 특정

한 장소에서의 역사를 비역사적 학문들로 설명하고 남는 부분을 정신 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역사가가 개인들과 집단 들이 선택한 동기 또는 목표,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선택한 수단, 목표 와 수단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기준이 되는 가치평가valuing 또는 가치

판단value judgement, 행동의 결과 등을 이해하는 것을 특정한 이해라고

한다. 10장에서는 역사학의 일부로서의 ‘심정학thymology’을 소개한다.

심정학이란 심리학의 한 부문으로서 인간의 의지, 동기, 목표, 아이디 어 등을 연구하는 학문을 지칭한다. 역사학이 인간의 의지, 동기, 목표, 아이디어 등을 다루어야 한다는 점에서 심정학이 역사학의 일부가 되지 않을 수 없다. 11장에서는 행위자의 동기를 추정하는 방법을 제

(12)

안한다. 여기에서 행위자의 동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 는 경제적 동기이고 다른 하나는 이데올로기 또는 ‘공익public interest’이다.

역사가가 역사 연구에서 주의해야 할 점 중의 하나는 개인

(들)

이나 집 단

(들)

의 동기가 실제로는 경제적인 것이면서 이데올로기 또는 공익으 로 포장하는 경우에 실제적인 동기를 찾아내는 일이다. 12장에서는 역사학에서 특정한 이해를 위한 개념으로서 ‘이상적 유형ideal type’을 설 명한다. 13장에서는 ‘방법론적 개인주의’를 설명한다. 14장에서는 역사 연구를 응용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문제와 역사 연구가 어떻게 미래 예측에 응용되는가를 보인다. 15장에서는 유사 역사학 원리 또는 가짜 역사학 원리와 역사의 철학적 해석들에 대해 비판한다. 16장에서는 8장 부터 15장까지의 분석을 토대로 역사학을 위한 함의들을 유도한다.

4부에서는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를 기초로 한 전망에 국한하여, 경제학, 역사학, 자본주의, 현대 문명 등에 대한 약간의 전망을 한다.

박종운 선생님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분은 방법론과 인식 론적 문제에 대한 미제스의 저작들을 번역했다. 비록 초벌 번역 상태 로서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필자는 미제스 저작들의 인용문을 번역하는 데 그분의 번역을 참고함으로써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었다.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그리고 이 책의 출판을 흔쾌히 허락해 준 한국경제연구원의 권태신 원장님에게도 큰 고마움을 표한다.

2014년 8월 전용덕 대구대학교 경산 캠퍼스에서

(13)

서문 005

1부 방법론과 인식론을 위한 기초 015

1장 방법론과 인식론의 필요성과 중요성 016 2장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 대(對) 신고전학파의 경제학 027

3장 인간행동학과 경제학과 역사학 072

2부 경제학의 방법론과 인식론 101

4장 경제학의 방법론과 인식론을 위한 기초 102

5장 행동의 목적과 선험주의 134

6장 포기한 선택지들과 반사실적 조건으로 된 법칙들 154

7장 균형 분석의 실재론적 접근 188

3부 역사학 원리 223

8장 역사학 원리를 위한 기초 224

9장 역사학 원리 258

차례

(14)

10장 역사학의 일부로서의 심정학 268

11장 행위자의 동기 추정 278

12장 이상적 유형 285

13장 방법론적 개인주의 292

14장 역사 연구의 응용 299

15장 유사 역사학 원리와 역사의 철학적 해석들 321

16장 역사학을 위한 함의들 331

4부 경제학과 역사학의 발전을 위하여 337

17장 경제학과 역사학에 대한 도전 338

18장 방법론과 인식론을 기초로 한 전망 343

주 349

참고문헌 372

찾아보기 380

(15)

Part. 1

Part. 1

Part. 1

(16)

방법론과 인식론을 위한 기초

1 부

(17)

이 책의 일차적인 목적은 인간행동학, 경제학, 역사학 등의 기초가 되는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에 대한 오스트리아학파의 연구를 소개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 시점의 오스트리아학파의 방법론과 인식 론적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이 분야의 선구자이자 개척자인 루트비히 폰 미제스 이후의 연구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종합하는 것이다. 그 과 정에서 필요하다면 작금의 주류 경제학으로 일컬어지는 신고전학파 또 는 신고전주의의 방법론인 실증주의 또는 범물리주의pan-physicalism와 기 타 방법론 등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2008년에 발생한 세계적인 차원의 경제위기는 작금의 주류 경제학 인 신고전학파의 경제학, 특히 거시경제학에 대한 강한 불신을 초래했 다. 그런 불신은 주류 경제학의 유일한 대안적 접근 체계라고 할 수 있 는 오스트리아학파의 인간행동학과 경제학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 번

방법론과 인식론의 필요성과 중요성

1장

(18)

고조시키고 있다.1 특히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 이론에 대한 미국 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연구자들과 금융계 종사자들의 관심은 적지 않 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학계에서는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 동 이론을 포함해 경제학에 대한 관심이 거의 미미하다. 그러므로 오스 트리아학파의 경제학을 국내 학계에 소개하면서 오스트리아학파의 경 제학을 더 정밀하게 만든다는 목적에서도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의 기 초가 되는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에 대한 분석과 종합은 의미가 매우 클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연구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는 오늘날에는 경 제이론이나 경제법칙 연구자들의 관심에서 크게 멀어진 주제로,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주류 경제학이라고 할 수 있는 신고전학파의 경제학 을 가르치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그러할 뿐 아니라 오스트리아학파가 발전시킨 인간행동학과 그것의 하부 부문이라 할 수 있는 경제학, 역사 학 등에서 또한 그러하다. 인간행동학, 경제학, 역사학 등의 연구 방법 론과 인식론적 문제가 연구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된 이유는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그것이 이 연구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 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행동학, 경제학, 역사학 등의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 는 이론들의 기초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들을 분명히 깨닫는 것은 여러 가지 점에서 유용하다. 첫째,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를 이해함으 로써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학문 또는 분야의 내용과 그 한계를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학문 또는 연구의 내용과 한계에 대한 분명한 인식은 학문 또는 연구의 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그 결과, 학문 또는 이론 내에 있는 각종 오류들을 제거하거나 바로잡을 수

(19)

있다. 이 점은 학문의 발전이라는 측면 이외에도 학문의 현실 응용이라 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정확한 이론만이 잘못된 현실 또는 우리가 원 하지 않는 현실을 이해하고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 째, 다른 학문 또는 이론과의 관계도 정확히 정립할 수 있다.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의 이해를 통해 다른 학문과 자신이 연구하는 이론들의 관계를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앞에서 지적한 이유들로 자 신이 연구하는 이론이나 학문에 대한 잘못된 비판에 대해서도 적절하 고도 정확한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약하면, 인간행동학, 경제학, 역사학 등의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는 일은 그들 학문들의 체계적인 발전을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하여 역사학 원리 또는 역사 원리historical principle를 설명하고 가짜 역사 원리를 비판하는 것이 이 책의 추가적인 목적이다. 산업혁명 이후 에 경제사는 역사 서술에서 점차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산업화가 상당히 진행된 나라일수록, 그리고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나라일수록 특히 그러한 경향을 보인다. 왜냐하면 산업 화가 진전될수록 역사 서술에 있어서 경제가 다른 어떤 부문보다 중요 하기 때문이다. 산업화가 진전된 서양에서 신경제사학new economic history

이 등장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화의 진 전과 서양학계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우리나라에서도 신경제사학이 중요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4장에서 보겠지만 최근 서양에서 중요해진 신경제사학은 역사 원리라는 관점에서 비추어 보면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 다. 역사학은 과거의 인간행동을 다루기 때문에 인간행동학의 한 부문

(20)

이다. 그러므로 인간행동학에 기초를 둔 방법론과 인식론을 응용하여 역 사학의 원리를 유도해야 한다. 이 책은 인간행동학에 기초를 둔 역사학 원 리를 소개함으로써 역사를 서술하는 역사가들이나 역사 자료를 수집하는 국가 기관이나 공식 기관의 연구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하 는 의도로 작성된 것이기도 하다.

오스트리아학파라고 지칭할 수 있는 연구자들 가운데 인간행동학, 경제학, 역사학 등에서 방법론과 인식론에 관련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독일어권이 아닌 영어권에서의 최초의 연구자는 루트비히 폰 미 제스이다.2영어를 사용하는 지역에서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에 대한 미제스의 연구와 비중은 가히 독보적이다. 그러나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에 대한 그의 연구 업적은 오늘날 그가 실질적 의미에서 세웠다고 여겨지는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자들에게도 관심을 못 받고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업적에 비해 훨씬 덜 존중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휠즈

Hülsmann은 지적하고 있다

.

3 왜냐하면 미제스 이후로 방법론과 인식론

적 문제와 관련한 저작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를 다룬 미제스의 작품으로는 Epistemological Problems of Economics, Human Action, Theory and History, Ultimate Foundation of Economic Science 등이 있다. 그리고 그의 사후에 출간 된 책인 Money, Method, and Market Process

(1990)

에는 일부의 논문이 방법론과 관련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미제스의 연구 업적에서 알 수 있듯이, 미제스의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에 관한 연구는 거의 전 생애에 걸쳐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33년에 출간된 Epistemological Problems of Economics라는 책은 그 이전에 발표한 논문들을 모은 것이다. 그런데 그 책에서 가장

(21)

오래된 논문은 1929년에 발표한 것이다. 역사학의 연구 방법론을 종합 한 책인 Theory and History는 방법론에 관한 논문이 처음 발표되고 거 의 30년이 지난 시점인 1957년에 첫 출간되었으니 미제스의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에 관한 연구는 그가 연구 활동을 왕성하게 하던 전 기간 에 걸쳐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방법론과 인식론 적 문제에 대한 그의 연구 업적은 가장 논쟁적일 뿐 아니라 아마도 그 의 업적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라고 여겨진다.4 그럼에도 불 구하고 미제스의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에 대한 저작들은 당시 경제 학계의 큰 저항에 부딪쳤을 뿐 아니라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자들 마저도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5 인간행동학자들, 경제학자들, 역사 가들 등의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에 대한 무관심은 지금도 미제스가 활동했던 당시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에 관한 미제스의 연구 업적을 요약하면 크 게 세 가지다. 먼저 미제스는 경제과학economic science이 선험a priori과학이 고 경제학에서의 경제법칙들economic laws이 선험적이라는 점을 주장한 다. 경제과학의 이러한 선험성은 실증주의와 역사주의historicism를 비판 하고 부정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신고전학파가 채택하고 있는 방법론 인 실증주의란 자연과학에서 사용하는 방법으로서 경제법칙마저도 경 험에 의하여 발견할 수 있다는 연구 방법론이다. 역사주의란 독일의 역 사학파가 주장했던 내용으로 인간행동에는 발견할 수 있는 법칙이 없 다는 전제에 의존하는 연구 방법론이다. 그러므로 역사주의는 경제학 과 역사학을 학문으로 인정하는 것을 부정한다. 실증주의와 역사주의 를 비판한 내용이 미제스의 방법론에 관한 연구 업적의 다른 두 가지다.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에 대한 미제스의 연구 업적은 이 책 전체에 걸

(22)

쳐서 다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실증주의는 4장, 역사주의는 15장에서 그 내용을 비판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미제스는 Theory and History에서 역사 연구에 적용해야 할 원리, 즉 역사학 원리를 정립했다. 그는 역사학이 과거의 인간행동 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이기 때문에 인간행동학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고 주장하고 ‘이해understanding’를 역사학 원리로 제시했다. 게다가, 역사 가 특정한 장소와 특정한 시점에 일어났던 인간행동이기 때문에 역사 학 원리는 더 엄밀하게는 ‘특정한 이해’가 될 수밖에 없고, 또한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미제스는 주장했다. 문제는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이해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3부에서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이 책의 주된 내용은 앞에서 열거한 미제스의 연구 업적을 기본으로 하고 미제스 이후에 머레이 라스바드Murray N. Rothbard, 한스헤르만 호페

Hans-Hermann Hoppe, 휠즈만 등에 의해 발전된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와 관

련된 연구 성과를 보완하거나 종합하는 것이다. 호페와 휠즈만, 두 연 구자는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에 대한 이해와 설명에 있어서 특기할 만한 인물이다. 먼저 호페는 The Economics and Ethics of Private Property

(1993)

, Economic Science and the Austrian Method

(2007)

등으로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에 대한 연구의 발전에 상당히 기여했다. 게다 가, 휠즈만은 최근에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에 대한 중요한 연구 성과 를 몇 가지 발표한 바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휠즈만의 연구 성과를 상 당 부분 소개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그 과정에서 미제스의 연구 성과 를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의 연구에 관한 한 미제스의 업적이 최초라고 간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23)

최근에 휠즈만 등의 연구자에 의해 그의 연구 업적 중의 일부가 비판적 으로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이 연구의 주제가 경제학과 역사학에서의 오 스트리아학파의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와 관련한 것이기 때문에 주 류 경제학의 연구 방법론인 실증주의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 을 수 없다. 실증주의는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이 그 윤곽을 발표하 면서 주류 경제학의 방법론으로 널리 알려졌고 채택되었다.6 프리드먼 은 자신의 책에서 경제적 추론economic reasoning의 유일한 기준은 예측력에 있다고 주장했다. 좋은 이론들은 정확한 예측을 하게 하고 나쁜 이론들 은 부정확한 예측 또는 틀린 예측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실증주의는 오 늘날 주류 경제학인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방법론이 되었다.

그러나 실증주의는 경제예측economic forecasting을 향상시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경제이론들의 기초가 되는 방법론으로서 적절하지 못하다 는 점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사실 주류 경제학계의 지배적인 방법론 인 실증주의는 의미 있는 경제이론들을 우리에게 제시한 적이 거의 없 다. 그렇게 오랜 기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제 주류 경제학 을 신봉하는 연구자들마저도 ‘실재reality’에 대한 의미 있는 직관을 얻기 위하여 오스트리학파의 경제학과 같은 대안적 접근법alternative approach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7, 8그들은 예측력이 아니라 실재론realism에 대한 관 심을 보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9

이 책의 주요 목적이 오스트리아학파의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에 대한 이해를 소개할 뿐 아니라 비판적으로 종합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류 경제학의 방법론인 실증주의에 대한 관심은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라는 주제에만 국한할 것이다. 실증주의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24)

비판은 4장에서 하고자 한다. 그리고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다른 학파의 방법론, 예를 들어 역사주의 등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3부에서 보겠지만 역사학은 경제학과 마찬가지로 가치중립적

wertfrei인 학문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역사학계는 이념에 근거하여

역사를 서술함으로써 역사학은 가치의 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역 사학의 주요 명제를 무시하거나 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결과 역사 서술은 이념에 편향되었다. 특히 우리나라 역사학계는 민족주의, 사회주의 등의 이념이 팽배해 있다.10 문제는 민족주의, 사회주의 등은 동일한 이념이기 때문에 그 결과도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런 이념 편향 은 정확한 역사를 찾는 일을 어렵게 만들 뿐 아니라 역사를 이해하고 자 하는 사람들을 분열시킨다. 그리고 이념 편향된 역사 교육은 미래 세대의 이데올로기를 친사회주의로 이끌고 있다. 이렇게 역사가들이 자신들의 몫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함으로써 야기되는 폐해는 적지 않 다. 이런 경향은 최근 역사, 특히 해방 전후사, 제3공화국의 역사 등을 포함한 현대사에서 특히 그러하다. 이 책은 그런 이념 과잉 또는 편향을 바로잡는 데 기여함으로써 역사가를 포함한 사회 내의 개인들이 잘못된 아이디어를 가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개인들이 가진 아이디어들이 — 그것들이 자본주의에 기초하든 사 회주의에 기초하든 상관없이 — 역사의 진로를 결정한다. 역사의 진로 를 현재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고자 한다면 개인들이 가진 아이디어들이 역사의 진로를 개선할 수 있는 이념에 근거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물질적인 풍요를 원한다면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인 개인들이 자본주의라는 아이디어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게 할 때만 이 개인과 사회가 파멸에 — 적어도 물질적으로는 — 이르는 것을 막을

(25)

수 있다. 개인이 가진 아이디어들이 역사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는 역사학 원리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설명할 것이다.

다음 주제로 넘어가기 전에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의 의미와 그 유 용성을 간략히 보기로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인식론이란 인간과학

sciences of man의 한 부분 또는 기초이다.11 인식론은 인간이 사고하고, 지

각하고, 지식을 얻는 것knowing을 다룬다. 그 점에서 일반적 인식론과 여 기에서 말하는 인식론과 구별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인식론 은 인간행동학이라는 분야의 특별한 인식론적 문제를 지칭한다. 사고 하기, 지각하기, 지식 얻기 또는 지식 만들기 등은 인간 본성의 한 측면 이다. 인간은 사고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인간행동학에서 인식론적 문 제란 인간의 삶에 있어서 정신적 현상을 다루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 행동학에서 인식론적 문제란 ‘인간이 가진 마음의 논리적이고 인간행 동학적인 구조logical and praxeological structure of the human mind’를 다루는 것이다.

여기에서 지식을 신비주의와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여기에서 안다는 것은 ‘A’와 ‘A가 아닌 것’, 즉 ‘non-A’를 구분하는 데서 출발한다.

경제현상은 인간행동의 결과이다. 인간의 행동은 다시 개별 인간이 획득한 지식에 의존할 뿐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목적 — 그런데 목적도 넓은 의미에서 지식의 일부이다 — 에도 달려 있다. 그러므로 경제현상 을 다루는 과학인 경제학은 필연적으로 인식론적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인식론적 문제란 인간이 가진 마음의 논리 적이고 인간행동학적인 구조를 다루는 것이다. 그 결과 경제학은 인간 이 가진 마음의 논리적이고 인간행동학적인 구조, 즉 인식론적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미제스는 현대 인식론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현대 인식론의 가장 특징적인 모습은 그 발전과

(26)

실천적 응용이 현대사의 가장 극적인 사건이었던 경제학을 완전히 무 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Mises, 2006, p. 3)

앞의 인용문은 미제스가 인간행 동학의 인식론적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 경제학을 도외시한 현대 인식론의 문제점 때문이라는 추측을 하게 한다.

뒤에서 자세히 보겠지만, 오스트리아학파의 방법론과 인식론에 의 하면 경제이론은 선험적이다. 그러나 오늘날 주류 경제학인 신고전학 파의 경제학은 자연과학의 방법론인 범물리주의 또는 실증주의를 방 법론으로 채택하고 있다. 그 결과 사회공학, 복지국가주의, 간섭주의 등이 대두하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주류 경제학이 잘못된 방법론을 채택함으로써 자본주의 또는 자유시장이 위기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위기에 빠지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방법론 적 관점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러므로 경제학을 정밀한 과학 으로 정립하기 위해서는 옳은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를 이해하는 일 이 필수적이다.

역사학은 인간행동학의 일부이다. 그러므로 역사학을 위한 방법론 과 인식론적 문제를 이해하는 일도 필수적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오 늘날 역사에서 경제현상이 중요해지면서 경제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 고 있다. 그러나 대학이나 대학원의 역사 교육 과정에서는 경제학과 관 련한 과목을 가르치지 않는다. 역사학을 위한 인식론이나 방법론은 말 할 것도 없이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역사가 바르게 서술될 수 있을지 가 의문이다. 역사가 역사가에 따라 다르게 서술될 수 있다는 점을 받 아들이더라도 역사 왜곡이 도를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과거의 인간행동인 역사를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해서는 경제 학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생물학, 수학, 물리학, 법학 등과 같은 비역사

(27)

적nonhistorical 학문도 필요하다. 그러나 역사가들의 비역사적 학문들에 대한 이해나 관심은 충분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경제학과 역사학을 위한 방법론과 인식론은 필수이다. 그러나 미제 스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미제스는 경제학을 발전시키기 위 해서는 경제학을 제외한 다른 학문들과 방법론에 정통할 것을 권하며 경제학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주문하고 있다. “경제학이 다른 과학들의 유형을 따라서 나아가야 한다는 헛된 생각에 의해, 경제학 연구는 거듭 길을 잃곤 했다. 그러한 오해에 의해 이루어진 해악은 경제학자가 다른 분야의 지식에 동경하는 눈빛을 보내지 말라거나 심지어 그것들

[다른 분

야의 지식]

을 완전히 무시하라고 경고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은 아

니다. 그 지식

[다른 분야의 지식]

이 어떤 주제에 관한 것이건, 무지는 진리 를 추구하는 데 유용한 자질이 결코 될 수 없다. 학자들이 수학, 물리학, 생물학, 역사학, 법학 등의 방법론들에 의존함으로써 경제 연구를 잘못 하지 않도록 막는 데 필요한 것은 이들 과학들을 경멸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정반대로 그것들을 이해하고 정복하려 하는 자세이 다. 인간행동학에서 무엇인가를 성취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수학, 물리 학, 생물학, 역사학, 법학 등에 정통해야 한다. 만약 그가 인간행동 이론 의 과제들과 방법론들을 다른 분야 지식 이론의 과제들과 방법론들과 혼동하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다.”

(Mises, 2006, p. 3)

(28)

1. 논쟁의 필요성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하여 전 세계로 확산된 경제위기는 신고전학 파의 경제학에 대한 강한 의혹과 불신을 제기했다. 신고전학파의 경제 학이 이번 경제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원인과 대 책을 마련하는 것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구체적으로는 신고전학파의 경제학에는 경기변동 현상을 설명할 이론 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은 이번 경제위 기가 궁극적으로는 화폐를 과다하게 발행하여 발생한 현상이라고 주 장한다. 그리고 오스트리아학파의 일부 연구자는 2008년 경제위기를 이미 몇 년 전에 예측하기도 했다.

이번 경제위기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는 금융 관련 종사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 대(對) 신고전학파의 경제학 12

2장

(29)

자들을 중심으로 이번 경제위기를 설명해야 할 — 자기 자신을 위해서 또는 타인을 위해서 —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 신고전학파의 경제학에 대한 대안으로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오 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이 어느 정도 부활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물론 과거에도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은 보통 사람들을 포함한 연 구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오스트리아학파는 경제학계에서는 여전히 소수임에 틀림없는 것처럼 보인다.

학문 세계에서는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자들과 신고전학파의 경 제학자들 간에 간헐적으로 논쟁이 있었다. 그럼에도 두 경제학은 평행 선을 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신고전학파의 경제학은 지지자들이 많다는 이유 또는 다른 이유로 쉽게 자신의 패러다임을 포기할 것 같지 는 않다.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교수 같은 신고전학파, 특히 케인스 경 제학의 신봉자는 이번 경제위기 시에 경제학자가 아니면서 경제현상 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 이론을 읽어볼 것을 제안했을 때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 내용이 가치가 없기 때문에 읽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연구자로서 적절 하다고 볼 수 없다. 다른 한편,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을 지지하는 연구자들은 비록 그 수가 적지만 자신들의 패러다임에 자신감을 가지 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학문이나 이론의 진위 여부는 지지자의 숫자로 결정해야 할 일은 아니다. 이 점은 코페르니쿠스Copernicus의 지동설을 생 각해보면 명백해진다.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과 신고전학파의 경제학은 너무 달라서 진위를 결정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아래에서 보겠지만 두 경제학 은 물과 기름이라고 할 정도로 너무 다르다. 비록 두 경제학이 경제학

(30)

이라는 명칭을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말이다. 전혀 다른 체제인 두 학파의 경제학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서는 ‘본격적이고 대대적인’ 논쟁 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런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신고전학파의 경제학을 신봉하는 학자들이 너무 많고 자신들 의 학문에 대한 믿음이 너무 견고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경제학자로서 학문 세계나 사회에서의 우리의 역할을 제 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두 학파의 경제학을 진지하게 검토 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좋은 경제학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 이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좋은 경제학을 선택하는 것이 경제학자로서 우리가 우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학 의 강의나 교육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인을 상대로 한 강의나 교육에서 좋은 경제학은 설명력을 높여 현실을 더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 이다.

둘째, 좋은 경제학을 선택하게 되면 이번 경제위기와 같은 경제위기 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좋은 경제학의 선택은 단기 적으로는 한 국가의 경제정책과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장기적으 로는 문명의 성쇠와도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대공황 이후에 케인 스 경제학이 주류 경제학인 고전학파의 경제학에 접목되면서 경제위 기는 대규모화되고 반복적이 되면서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주류 경제학자들은 자신의 학문 체계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우리가 어떤 경제학이 좋은 것인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경제학 이 의존하고 있는 가정, 전제, 기초 등이 얼마나 ‘실재적’인가를 살펴봐 야 한다. 프리드먼은 예측력을 기준으로 비실재적인unrealistic가정도 받

(31)

아들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13 그러나 프리드먼이 주장한 실증주의 또 는 범물리주의는 경제학을 위한 방법론이 될 수 없다. 실증주의 또는 범 물리주의는 자연과학을 위한 방법론이다. 신고전학파는 자연과학을 위 한 방법론이 아닌 인간의 행위를 다루는 방법론을 찾아야 할 것이다. 여 기에서는 방법론과 인식론에 대한 약간의 설명과 논평을 하고자 한다.

2. 오스트리아학파의 약사略史14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은 멩거Carl Menger를 시조로 하고 있지만 사 실상 미제스를 오스트리아학파의 설립자founder라고 불러도 무방하다.15 미제스는 멩거, 뵘바베르크Böhm-Bawerk 등의 가르침을 기초로 우리가 오늘날 접하고 있는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과 인간행동학을 집대성 했을 뿐 아니라 인간행동학과 경제학과 역사학의 방법론과 인식론적 기초를 처음으로 완성했기 때문이다.16그리고 오늘날 인간행동학과 경 제학에서 오스트리아학파의 명맥을 잇고 있다고 여겨지는 미국에서는 주로 미제스의 저작들을 토대로 제자들이 양성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들이 하나의 학파를 이루기 시작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오스 트리아학파라고 말할 때는 미제스 자신과 그 후학이 학파의 형성에 더 중요하다고 하겠고 바로 그 이유로 오스트리아학파의 역사가 길지 않 은 것도 사실이다.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의 사상사적 위치에 대해서는 독립되고 심 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그 사상적 위치에 대한 최근의 서적으로는 Schulak and Unterköfler

(2011)

가 있고 논문으로는 Hülsmann

(1999)

등이

(32)

있다.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의 전통을 잇는 연구자로는 Menger

(1950)

를 시조로 하여, Böhm-Bawerk

(1959)

, Mises

(1980, 1996, 2007, 2010)

, Hayek

(1931, 1937, 1979)

, Rothbard

(1993, 1997a, 1997b)

, Kirzner

(1966, 1973)

, Hoppe

(1989, 1993)

등이 있다.17 앞에서 나열한 참고문헌은 각 연구자의 대표 저작이라고 할 수 있다. 호페 이후에도 많은 연구자가 오스트리아 학파의 맥을 잇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서 그들을 모두 열거할 수 는 없다.18그러나 이 주제는 우리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에 더 이 상 다루지 않는다.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 주류 경제학인 신고전학파의 경제학과 구분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고전학파의 경제학과 달리 주관주의subjectivism를 토대로 경제이론을 정립하기 시작한 것은 경제사상사에서 멩거, 제본스Jevons, 왈라스Walras 등이 처음이다. 그러나 멩거와 달리 경제이론을 만들면서 제본스와 왈라스는 주관주의를 기초로 이용하는 데 철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멩 거는 비록 많은 저작을 남기지 않았지만 효용의 주관성을 끝까지 유지 했다. 이러한 전통은 뵘바베르크 등으로 이어지는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자들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미제스는 주관주의 전통을 이어받아 1912년에 The Theory of Money and Credit, 1922년에 Socialism이라는 걸작을 저술했다. 미제스는 제2 차 세계대전 중에 오스트리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1949년에 철저한 주관주의에 입각하여 인간행동학과 경제학을 완성한 Human Action을 출판했다. 앞의 두 저작은 말할 것도 없고 Human Action은 그 이후 몇 십 년 동안 미국에서 오스트리아학파가 부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제스는 1957년에 경제학의 방법론과 역사학 원리를 다룬

(33)

Theory and History를 출간했다. 미제스는 앞에서 제시한 4대 걸작을 제 외하고도 많은 서적과 논문을 남겼다. 이러한 저술 활동을 통해 미제스 는 주관주의 전통을 사실상 잃어버린 신고전학파와 완전히 결별하고 주관주의에 철저한 경제학인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을 완성했다.

미제스의 제자였던 라스바드는 그때까지 오스트리아학파를 세 집 단으로 나누었다.19 극단적 주관주의를 신봉하는 집단, 하이에크적 전 통을 따르는 연구자들, 미제스적 전통을 잇는 학자들을 말한다. 현재는 극단적 주관주의를 추구한 학자들은 더 이상 학맥이 유지되는 것 같지 않다. 다른 두 집단은 여전히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적어도 미국과 일부 국가에서는 미제스적 전통을 잇는 연구자들이 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여겨진다.20다만 필자가 미국과 전 세계 오스트리 아학파의 연구자들의 연구 동향을 모두 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정확 한 것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멩거에서 뵘바베르크, 그리고 미제스로 이어지는 전통에서 일부 연 구자들이 오스트리아학파적 요소들을 받아들였지만 나중에 자신의 주 장을 변경함으로써 후학들이 판단하건대 오스트리아학파의 일원에서 제외된 연구자들도 상당수 있다. 슘페터Schumpeter, 하벌러Haberler, 모겐스

턴Morgenstern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들이 활동했던 당시라면 몰라도

최근에는 오스트리아학파를 신봉하는 연구자들은 누구도 이들을 오스 트리아학파의 일원으로 꼽지 않기 때문이다.

(34)

3.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 대 신고전학파의 경제학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은 몇 가지 점에서 신고전학파의 경제학 과 명백히 다르다. 그렇지만 이 다른 몇 가지가 가정 또는 전제와 관련 된 것이기 때문에 두 경제학은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보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그 결과 두 경제학의 차이를 자세하게 설명하 는 일은 이 책의 목적에 벗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두 경제학 의 본질적이고도 중요한 차이만을 다루고자 한다.21

(1) 인간행동학적 분석 대 심리학적 분석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의 기초가 되는 ‘인간행동학적 분석

praxeological analysis’은 주류 경제학의 ‘심리학적 분석psychological analysis’과 분 명히 다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은 행동 이론 또는 인간행동학의 일부이고 신고전학파의 경제학은 응용심리학의 일 종이라는 것이다. 왜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은 인간행동학의 일부이 고 주류 경제학은 응용심리학의 일부라고 하는가?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에서는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간을 이해 하기 위해서 ‘행동 개념concept of action’이 중요하다. 행동 개념을 이해하게 되면, 그와 동시에 우리는 행동 개념과 밀접히 연결된 개념인 가치, 부, 교환, 가격, 비용 등의 개념도 파악 가능하다고 미제스는 설명한다.22 미제스는 가치평가, 가치와 중요성의 척도, 희소성과 풍부함, 장점과 단점, 성공과 실패, 이윤과 손실 등과 같은 개념도 행동 개념에 함축되 어 있다고 설명한다. 행동 개념으로부터 앞에서 열거한 개념들을 유도 하고 그 개념들 간의 필연적인 관계도 유도하는 것이 경제학의 일차적

(35)

인 임무라고 미제스는 지적한다. 그러나 주류 경제학은 행동 개념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주류 경제학은 인간의 심리에서 출발한다. 이것이 두 학파의 결정적인 차이 중의 하나이다.

인간은 행동한다. 인간이 행동하는 것은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목적 들을 이루기 위한 것이고 그 선택을 이루기 위하여 수단들 또한 스스로 선택한다. 이 점을 휠즈만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즉 “그들

[오스트리아

학파의 연구자들]

은 인간 존재들이 선택을 하고 목적들을 이루기 위하여 수

단들을 이용한다고 강조한다.”

(Hülsmann, 1999, p. 4)

주류 경제학자들도 인 간은 스스로 목적들을 선택하고 선택한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수단들 또한 선택한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기로 한다. 현실에서 기업가는 금전적 이윤의 극대화만을 도모하는 경우도 있고, 금전적 이윤과 자신의 효용을 극대 화하는 것을 동시에 추구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자선을 하면서 금전 적 이윤의 일부를 희생하는 경우가 후자에 해당한다. 이런 상황을 일반 적으로 표현하면 ‘심적 이윤psychic profit’의 극대화이다. 오스트리아학파 는 기업가가 심적 이윤 극대화를 추구한다고 가정하는 대신에 주류 경 제학은 ‘금전적 이윤’ 극대화만을 추구한다고 가정한다. 물론 기업가에 따라 심적 이윤의 극대화가 곧 금전적 이윤 극대화와 동일시되는 경우 도 있다. 기업가의 목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주류 경제학은 금전적 이 윤만을 추구하는 기업가를 가정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비실재적인’ 것 이다. 다시 말하면, 기업가가 추구하는 목적이라는 관점에서 신고전학 파는 오스트리아학파보다 비실재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현 실의 기업가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차이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기업가 가 ‘어떤’ 목적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두 학파가 다르지 않다. 다만 아

(36)

래에서 보겠지만 두 학파는 이러한 사실들을 다루는 방법과 그에 따라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는 유형types of explanations에서 완전히 다르다.

인간은 행동의 순간에 선택을 하고 자신이 선택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수단을 채택한다. 인간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수단을 선 택하는 점”이 ‘행동의 기초 공리fundamental axiom of action’이다. 인간행동학을 완성하기 위하여, 행동의 기초 공리에 두 가지 ‘보조적인 전제subsidiary

postulates’가 추가되어야 한다. 두 가지란 인간과 자연자원은 다양하다는

것이며, 여가leisure가 소비재consumers' goods라는 점이다. 오스트리아학파 는 행동의 기초 공리와 두 가지 보조 전제에 전적으로 기초하여 인간행 동학과 경제이론을 연역적 방법에 의해 이끌어낸다. 행동의 기초 공리 에서 인간행동학과 경제학이 출발한다는 점이 신고전학파의 경제학과 다른 것이다.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자들은 ‘행동의 내부within action에 있는 것’

으로 목격된 행동을 설명하고자 한다. 행동의 내부에 있는 것이란 ‘행 동의 목적’ 또는 ‘포기한 선택지’를 말한다. 미제스는 행동의 목적이 인 간으로 하여금 행동을 유발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소위 아리스

토텔레스Aristoteles가 말하는 ‘목적론teleology’이다.23최근에 휠즈만은 인간

이 행동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할 때 포기한 선택지가 필연적으로 생기게 되는데 그것으로 목격된 행동을 설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24 이것은

‘반사실적 조건으로 된 관계counterfactual relation’로 행동이라는 현상을 설명 하는 것이다.25 요약하면, 오스트리아학파는 인간의 행동을 설명할 때 행동의 내부에 있는 것으로 목격된 행동을 설명하는데, 그것은 행동이 어느 정도 ‘스스로 결정하는self-determining’ 것이기 때문이다. 행동의 내부 에 있는 것으로 행동을 설명한다는 점에서 인간행동학이라고 하며,

(37)

경제학은 지금까지 가장 잘 발달된 인간행동학의 하부 부문이다.

그러나 신고전학파의 경제학자들은 오스트리아학파의 연구자들과 는 다른 방법으로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고자 한다. 그들은 인간의 행동 을 주어진 환경 또는 행동의 조건의 ‘필연적인 결과sequel, corollary’로서 설 명하고자 한다. 신고전학파는 행동을 인간의 감정 또는 만족감이라는 심리 상태로 설명하는데, 인간의 감정 또는 만족감은 ‘행동의 조건들

conditions of action’ 또는 행동의 환경이다. 다시 말하면, 그들은 인간의 행위

를 다른 관측 가능하면서도 내적으로 인식 가능한 사실들이라는 관점 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신고전학파의 가치 이론theory of value과 선택 이론 은 인간의 행동을 고통과 기쁨이라는 감정 또는 만족감과 연결함으로 써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설명하고자 한다. 목격된 행동을 이렇 게 설명하는 것은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자들이 목격된 행동을 설 명하는 것과 전적으로 다른 것이다.

신고전학파의 경제학은 관측 가능한observable 행동 — 현실에서 우리 가 목격하는 행동을 말함 — 을 행동의 조건들, 즉 ‘욕구-만족’의 정도라 는 심리적 현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물론 행동의 조건들은 행동의 내 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행동의 외부에 있는 것이다. 이 점을 휠즈만은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즉 “요약컨대, 신고전학파의 가치 이론은 우리 가 느끼는 것이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결정한다고 강조한다.

그것

[신고전학파의 가치 이론]

은 한쪽에서는 우리의 감정과 다른 한쪽에

서는 우리의 행동이 일정한 관계가 있다고 전제한다. 그런데 그 행동 이 신고전학파의 소비자 이론에 의해 연구되고 서술되어야 하는 것이 다.”

(Hülsmann, 1999, p. 5)

다른 말로 하면, 신고전학파는 인간의 행동 그 자체와 행동의 조건들 간에 일정한 관계가 있다고 전제하는 것이다.

(38)

이 점이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문제는 행동과 행동의 조건들 또는 심리적 현상 간에는 일정한 관계 가 없다는 점이다. 즉 신고전학파의 경제학은 잘못된 전제 위에 세워진 이론이라는 것이다. 미제스는 이 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다 른 개인들은 동일한 사물들을 다른 방법으로 평가한다. 그리고 심지어 동일한 개인이라도 조건들이 변하면 가치평가는 변한다. 우리는 동일한 방법으로 반응하는 개인들을 집단으로 분류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동일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조건들을 결정할 수 없다.”

(Mises, 1990, p. 6)

라스바드는 이 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인간은 자신의 마음을 바꿀 자유가 있다. 그러므로 행위자 자신이 마음을 바꾼 것을 제외한 모 든 점에서는 동일한 조건들일 때도 인간은 다른 방법으로 행동한다.26 신고전학파의 심리학적 접근법이 틀린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 우에도 그 접근법이 오스트리아학파의 접근법과 전적으로 다르다는 점 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두 경제학의 차이는 근본적으로 연구 방법론과 인식론의 차이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 점은 아래에서 더 다루고자 한다.

요약하면, 방법론 또는 경제이론이 기초하고 있는 대상이라는 관점 에서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과 현재의 주류 경제학인 신고전학파의 경제학 간의 중요한 차이는 다음과 같다.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은 행동의 이론, 즉 인간행동학이라면, 주류 경제학은 응용심리학의 일종 이라는 것이다. 두 학파의 경제학의 본질적인 차이를 인식하는 것은 이 후의 분석과 설명에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두 학파의 경제이론들 일반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주류 경제학이 심리학적 분석에 기초하고 있고 오스트리아학파의 인간행동학 또는 경제학이 인간행동학적 분석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39)

점은 한 가지 주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그 시사점이란 두 경제학에서 포함된 경제이론들이 상당한 차이를 내포하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 다는 것이다. 두 경제학의 이론들이 유사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 이다. 그러므로 어느 경제이론들이 옳은 것인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행동을 인식하고 설명하는 방법에 대한 엄밀한 검토가 필요하 다. 이 점은 아래에서 다룰 것이다.

(2) 합목적성 대 합리성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에서 대상으로 삼고 있는 인간은 주류 경 제학의 ‘합리적rational’인간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그것이 우 리 연구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스스로 선택한 목적을 추구 한다. 그러므로 영어 ‘rational’이라는 말의 의미는 ‘합리적’이 아니라 ‘합 목적적’이라는 의미이다.27 인간은 자신이 선택한 목적을 추구한다는 점을 앞에서 지적했다. 이때 목적을 추구하는 인간은 어떤 인간인가?

인간행동을 연구하는 과학에서는 인간의 행동 또는 행위가 연구의 대상이다. 여기에서 인간이란 큰 정신적 장애가 있는 장애인이나 생물 학적 자극에 크게 휘둘리는 어린이 등을 제외한다. 물론 어린이, 정신 적 장애가 있는 인간 등도 때로는 성숙한 성인과 같은 행동을 할 때가 있고 그런 경우에 연구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지만 논리 전개의 편의상 그들을 대상에서 제외한다. 정상적인 성인이지만 술을 마시거나 정신 관련 의약품을 복용하여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운 경우의 성인의 행동 도 우리의 연구 대상에서 제외한다. 즉 여기에서 인간이란 큰 정신적 장 애 — 유전적일 수도 있고 인위적일 수도 있는 — 가 없으면서 자신의 행 동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한 인간을 말한다. 요약하면 오

(40)

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에서 인간이란 이성을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실재의real인간을 말한다.

이성을 사용할 수 있는 인간이라도 이성을 얼마나 잘 사용할 수 있 는지 정도는 개인마다 모두 다르다. 즉 이성의 사용에 있어서 오류가 발 생하지 않는다는 가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실의 인간은 이 성을 사용하지만 그 정도는 다르나 모두 오류를 범하기 때문이다. 그 점 에서 합리적인 인간을 가정하고 있는 주류 경제학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ideal인간을 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실재적’이다. 그 러므로 비실재적인 가정에 기초하고 있는 주류 경제학은 일정 부분에 있어서는 틀린 것이라고 결론짓지 않을 수 없다.

오스트리아학파는 인간이 이성을 사용하지만 또한 감정, 유행, 모 방, 타인의 권유 등에 따라 행동하기도 한다는 점을 받아들인다. 물론 인간이 감정, 유행, 모방, 타인의 권유 등에 따라 행동한다 해도 자신의 목적을 추구한다는 점은 틀림없다. 인간은 열정에 불타오르게 되면 차 분하게 생각할 때보다 목표에 대해서는 더 바람직하게 여기고 지불해 야 할 대가 또는 비용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즉, 때로 인간은 상당히 합리적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폭력적 혁명이 일어날 때의 인간의 행동이 여기에 해당한다.

혁명이 발발하고 진행될 때 인간들의 행동과 혁명 직전 인간들의 행동 을 비교한다면, 전자의 경우를 설명할 수 있는 길은 앞에서 설명한 경 향만이 가능하다. 혁명을 전후하여 인간은 비용에 비하여 목표를 더 중 요하게 여긴다. 그러므로 신고전학파의 경제학과 다르게 오스트리아학 파는 이상적인 인간이 아닌 현실에 존재하는 그런 인간을 연구의 출발점 으로 삼는다.

(41)

인간은 동물이 아니다.28 인간과 동물이 구별되는 것은 동물과 달리 인간은 심사숙고해서 그의 행동을 조절한다는 점이다. 인간은 맛있다 고 모든 음식을 먹어치우지 않는다. 사람은 욕정에 따라 모든 예쁜 여성 을 성추행하지 않는다. 인간은 그가 미워하는 모든 인간을 죽이지 않는 다. 그러나 때로 인간은 즉흥적이고 행동을 잘 조절하지 못한다. 그럼 에도 인간은 자신이 가진 일정한 가치 척도에 따라 그의 욕망과 욕구를 배열하고 선택한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한 마디로 인간은 행동한다.

인간은 동물과 구별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동물사회학, 사회생물 학 등과 같은 학문은 전적으로 틀린 것이다. 동물이 사회를 이룬다는 주 장이나 설명은 ‘사회’라는 개념에 대한 정의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사회란 독립된 개체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교환의 패턴으 로 정의된다. 동물이 본능에 따라 움직이고 그런 움직임은 개체들 간의 교환이 아니라는 점에서 동물은 사회를 이룬다고 볼 수 없다. 동물사회 학 등은 기본 개념에서 오류가 있는 것이다.

인간의 행동은 의식적인 것과 무의식적인 것을 구분할 필요가 있고 구분해야 한다. 경제학의 연구 대상은 ‘의식적인 행위conscious behavior’이 지 ‘무의식적인 활동unconscious activity’은 아니다. 물론 두 경우를 명확히 구 분하는 일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개념적으로는 두 경우를 명확 히 구분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학파에 있어서 연구의 대상은 인간의 의 식적인 행위이다.29 이 점은 신고전학파의 경제학에서도 동일하다.

(3) 현시 선호 원리 대 무차별 원리

오스트리아학파는 신고전학파가 수요 곡선을 유도하기 위하여 사

(42)

용하고 있는 ‘무차별indifference’이라는 개념으로 인간의 행동을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30 인간은 언제나 어떤 행동을 한다. 경제학과 같이 인 간의 행동을 다루는 과학에서 이 행동은 ‘설명되어야 할 사실fact to be

explained’이다. 예를 들어, 철수가 커피를 마시고 있다고 가정하자. 철수

가 커피를 마시고 있는 행동을 보았을 때 그러한 관측 또는 행동을 설 명하기 위해서는, 그 관측과 철수가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면 했을 가능 한 다른 행동possible alternative actions을 연계해야 한다. 철수는 다른 선택지, 즉 녹차보다는 커피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신고전학 파의 무차별 개념을 도입하여 철수가 커피와 녹차에 대해서 무차별하 다고 가정하면 커피를 마시는 행동이라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undeniable fact’을 설명할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심리적 현상인 무차별이라는 개념 은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설명하는 데 맞지 않다는 것이다.

무차별 이론을 옹호하는 연구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위하여 뷰리 던의 당나귀Buridan’s ass를 예로 제시하고 있다.31 뷰리던의 당나귀 사례 는 두 개의 건초 묶음 또는 두 개의 우물로부터 같은 거리에 떨어져서 배고파하거나 목말라하고 있는 당나귀의 우화이다. 모든 면에서 동등 하게 매력적인 두 묶음의 건초나 두 개의 우물을 앞에 두고 당나귀는 어 느 하나를 선택할 수 없고, 그 결과 굶거나 물을 마시지 않을 것이라고 무차별 이론가들indifference theorists은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세 번째 선택이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굶거나 물을 마시지 않는 것이다. 그런 데 굶는 것이나 물을 마시지 않는 것은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보다 분 명히 가치 순위가 낮을 것이기 때문에 당나귀는 굶거나 물을 마시지 않 는 쪽보다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행동을 할 것이다. 만약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과 완벽히 동일하게 매력적이라면 그 당나귀는 동전 던지기

(43)

와 같은 방법으로 어느 한쪽을 결정할 수도 있다.

라스바드는 이제 다음과 같이 결론짓는다. “무차별 개념의 결정적 오류는 ‘무차별’이 행동의 기초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중략)

그러므로 경제학이나 어떤 다른 인간행위학적 과학에서 무차별 개념이 할 역할 은 없다.

(중략)

다시 한 번 선택을 통해 표출되는 선호에 관심이 있고, 선 호의 심리학에는 관심이 없다.”

(Rothbard, 1993, pp. 265, 267)

무차별 개념을 옹호하는 무차별 이론가들이 제시한 뷰리던의 당나 귀에 대한 라스바드의 비판에다 필자가 한 가지 점을 추가하고자 한다.

당나귀마저 무차별로 인하여 두 개의 우물 또는 두 묶음의 건초 앞에서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쪽을 선택할 것이라는 라 스바드의 지적은 옳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인간은 의지와 이성이 있다는 점에 서 동물과 다르다. 그러므로 뷰리던의 당나귀는 무차별 현상을 설명하 거나 반박하는 예로서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 무차별 이론가들은 동물 이 아니라 인간과 관련한 예를 제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점은 반박 하는 쪽에도 해당한다. 사실 우리는 무차별한 행동이 있을 때 그 현상 을 그냥 설명하기만 하면 된다. 즉 무차별 행동은 설명되어야 할 사실 이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무차별 개념이 행동을 설명할 수 없음을 보인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인간행동학 또는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에서 우리의 어떤 행동 은 ‘포기한 선택지’와 연결하여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철수는 녹 차보다 커피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다. 다른 설명 방법은, 어떤 행동 을 목적과 연결해 설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철수가 졸음을 깨우기 위하여 커피를 마신다고 말할 수 있다. 어느 경우에나 우리는 현실 세

참조

Outline

관련 문서

발생생리학과 유사한 연구 분야로서는 염색체의 비 정상적인 분포가 태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를 연구하는 세포유전학(cytogenetics),... 발생 장애로 인하여

또한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폭행이나 협박으로 유사강간행위 를 한 사람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성폭력특례법 제6조 제2항).. 하고

그렇지 않으면 어린이 보조 좌석 에 앉아 있는 어린이가 늘어져 있는 안전벨트를 잡 아당겨 몸에 압박을 당해서 심하게 다치거나 사망할 수 있습니다.. • 어린이

Research Act)은 생명의료와 행동 연구의 인간 피험자 보호를 위한 국가위원회(National Commission for the Protection of Human Subjects of Biomedical

: 사람들의 행동 패턴 또는 시장의 경제상황 등을 예측하며 데이터 속에 함축된 트렌드나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이로부터 새로운 부가가 치를

본 연구의 모형은 문헌연구를 통한 변인들을 가설로 설정하여 연구하는 단계로 첫쨰, 베트남인을 대상으로 한류문화콘텐츠를 K-Pop, K-Drama, K-Food로 구분하여

‘인간의 삶’의 문제에 관심을 두고, 거기에서 가치와 인간다움의 의미를 찾으려는 인문학적 접근이 요청되는 문제라는 전제하에 재난인문학 역시 ‘인간’을 재난에 대 한

발파로 인해 발생하는 공해에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지반진동이 있으며 진동과 같이 중요시 되고 있는 소음이 있다.발 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