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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

문서에서 경제학과 역사학 (페이지 102-200)

1. 사실과 법칙과 과학1

과학 — 여기에서 과학이란 자연과학, 인간행동학, 경제학 등의 구분 없이 모든 과학을 지칭한다 — 에 있어서 ‘법칙law’이란 무엇인가? 모든 과학에서 법칙이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먼저 과학적 탐구에서 법 칙이라는 개념을 정의해본다. 과학적 탐구란 어떤 경험적 사실을 설명 하는 것을 말하고, 이때 경험적 사실이란 인간의 감각 또는 이성으로 확 인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2여기에서 경험적 사실을 설명한다는 것은 하나의 사실이 다른 하나의 사실과 특별한 방법으로 관계가 있음을 보 여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휠즈만은 과학에서 법칙을 다음과 같이 정 의한다. 즉 “두 사실을 연결하고, 그 결과 우리에게 하나를 통해 다른 하나를 설명하는 위치에 있게 하는 특별한 관계를 일반적으로 ‘법칙’

경제학의 방법론과 인식론을 위한 기초

4장

으로 부른다.”

(Hülsmann, 2003, p. 59)

이제 과학에서 법칙이 되기 위한 조건을 정의해본다. 첫째, 과학에 서 ‘특별한’ 관계란 문제가 되고 있는 개별적인 관계를 ‘뛰어넘는transcend’ 관계를 말한다. 예를 들어, 물리학에서 중력의 법칙은 지구상의 모든 물체에 적용된다. 중력이 구체적인 어떤 물체, 예를 들어 우리가 고려 하고 있는 특정 시점과 특정 장소에 존재하는 사과의 경우에만 해당된 다면 중력의 작용은 법칙이 될 수 없다. 중력의 법칙은 지구상에 존재 하는 모든 사과, 더 나아가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에 적용되기 때문에 법칙이 될 수 있다.

둘째, 예를 들어 물리학에서 중력의 법칙이란 확인 가능한 두 개의 물체가 있고 그 두 물체가 ‘본질적 관계essential relationship’를 가지게 될 때 중력이 작용한다고 한다. 중력의 법칙을 통해 두 물체가 특별한 관계임 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관계는 사과와 같은 것만 아니라 지구상에 질 량을 가진 모든 물체에 적용된다.

셋째, 경험적 사실이라는 것이 모두 인간의 감각에 의해 ‘인식 가능

perceptible’하거나 ‘확인 가능ascertainable’한 것은 아니다. 앞에서 규정했듯

이 경험적 사실이라는 것이 인간의 감각뿐 아니라 인간의 이성에 의해 서도 확인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인간의 경험이 아닌 이성 으로 확인 가능한 것이 적지 않다. 요약하면, 경험적 사실이란 인간의 감각 또는 이성에 의해 ‘식별 가능distinguishable’한 사실을 말한다.

넷째, 특별한 관계 또는 본질적 관계는 ‘우연적’ 관계가 아닌 관계를 말한다. 현실 세계에서는 특별한 관계 또는 본질적 관계가 아닌 우연적 인 관계가 상당수 존재한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건축할 때 모든 아파 트의 평수를 동일하게 하는 것이 추천할 만한 일은 아니다. 아파트의 평

수와 건축물의 관계는 우연적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어떤 공기업을 민 영화했을 때 그 공기업이 판매하던 재화가 일시적으로 생산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나타날 수 있다. 해당 공기업의 민영화와 민영화로 인한 일시적인 생산 중단은 우연적인 관계이다. 바로 그 이유로 모든 공기 업의 민영화를 중단하거나 연기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왜냐 하면 민영화 과정에서의 일시적 생산 중단은 우연적인 관계이기 때문 이다.

요약하면, 인간의 행동과 관련한 경험적 사실이 법칙이 되기 위해 서는, 인간의 경험 또는 이성으로 두 사실이 확인 가능하고, 두 사실이 우연적 관계가 아닌 특별한 관계 또는 본질적 관계를 가지고 있어야 한 다. 그리고 그 관계는 개별적인 관계를 뛰어넘어 모든 인간에 적용되 어야 한다.

그러면 인간의 감각 또는 인간의 이성에 의해 확인 가능한 경험적 사실들을 구분해본다.3 여기에서 먼저 지적해두어야 할 것은 아래에서 제시한 사실들이 모든 사실을 분류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아래의 분 류는 우리의 분석과 관련이 있는 것만 포함했다. 첫째, 인간의 감각으 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 있다. 여기에 속하는 것으로는 색깔, 냄새, 집, 쌀, 멜로디 등이다. 이 사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지 않는 것 이다. 만약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면 우리의 감각으로 사실을 지 각할 수 없다.

둘째, 인간의 감정이나 심리적 성찰에 의거하여 확인할 수 있는 사 실이 있다. 이 사실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지 않는 것이다. 이 사실 은 인간의 감각 기관에 의해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내적 인식interior

perception’에 의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을 말한다. 여기에 속하는 것으로

서 기쁨, 슬픔, 흥분, 사고과정, 의도, 꿈 등이 있다.

셋째, 인간의 이성의 작용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을 말한다. 이때 이성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는 이성을 말한다. 우리가 그 사실을 인 지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지 않는 것이 아 니다. 인간의 선택, 목적, 수단, 성공, 실패, 가치 등과 원, 사각형, 점 등 과 같은 것이 있다.

넷째, 인간의 이성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을 지칭하지만 이때 이 성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는 이성을 말한다. 우리가 그 사실을 인 지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지 않는 것이 아 니다. 피타고라스 정리에 의해 묘사되는 기하학적 관계, 파이

(π)

에 의 해 표현되는 기하학적 관계, 인간행동의 각종 관계 등이 예이다.

2. 행동과 선택

인간은 행동한다. 인간이 행동하는 이유는 자신이 설정한 목적을 달 성하기 위해서이다.4이 점이 인간이 지구상에 생존하는 동물을 포함한 다른 생물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을 제외한 다른 생 물은 자극에 반응할 뿐이고 그 반응은 인간처럼 자신이 선택한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행동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5 그리고 그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성을 사용한다는 점도 인간이 동물을 포함한 다른 생물과 다른 점이다.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인간은 무지한 상태에서도 행동한다.6 물론 무 지한 상태에서의 행동은 사후적으로 결과가 좋을 때가 많지 않다. 수동

적으로 움직일 때도 인간이 선택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행동이다. 신 경증 환자, 정신병자 등의 행동도 그가 목적이나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면 행동이다. 정상적인 사람이 볼 때 정신병자의 행동은 외관상 명백하 게 말이 되지 않는 행동이다. 우리는 그런 경우에 흔히 ‘미친 짓’이라고 하기도 하고 ‘미친 사람’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런 경우에 자신의 목표 를 잘 성취하지 못하지만 행동임은 분명하다. 요컨대 행동의 목적에 대 해서는 합리성 개념과 비합리성 개념을 적용할 수 없다. 그리고 ‘합리 적’ 또는 ‘비합리적’이라는 표현은 목적의 달성을 위한 수단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이 지향하는 목적은 각 개인에 따라 모두 다르다. 그러나 각 개 인이 지향하는 목적을 일반적인 말로 바꾸면 “행동하는 인간이 추구하 는 오직 하나의 궁극적 목적은 끊임없이 자신이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 하는 것이다.”

(Mises, 2007, pp. 12-13)

라고 미제스는 설명한다. 철학자들의 말로 환원하면, 인간은 그를 덜 행복하게 해주는 것보다는 더 행복하게 해주는 것을 선호하고, 행복이 유일한 궁극적 목적이다. 여기에 행복을 추구하는 데 사용되는 모든 것은 수단일 뿐이다. 미제스는 이 점을 더 일반화하여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덜 만족스러운 상태들을 더 만족 스러운 상태들로 대체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 다. 이 동기가 그의 정신적 에너지를 자극하고 행동하도록 부추긴다.

완벽한 틀 속에서의 삶은 인간을 순전히 식물적 존재로 떨어뜨릴 것이 다.”

(Mises, 2007, p. 363)

행동의 환경이라는 관점에서, 행동을 바라볼 수도 있다.7인간은 그 가 처한 환경에 반응하여 자신의 목표를 추구하고자 한다. 여기에서 환 경이란 자연 환경과 사회 환경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단기에 인간은 주

어진 환경을 개선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 경우에 그는 그 환경에 적 응해야 한다. 장기에 인간은 그 환경을 자신의 목적에 맞게 바꿀 수 있 다. 두 경우, 모두가 환경에 대한 반응이다. 다만 전자는 좀 더 수동적이 고 후자는 좀 더 능동적이다. 물론 그 구분은 명백하지 않다. 어느 경우 에나 인간은 환경에 반응하여 자신의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이 느끼는 불편함 또는 불만족을 해소하고자 한다. 그 런데 우리는 모든 불편함 또는 모든 불만족을 한꺼번에 해소할 수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작은 불편함은 한꺼 번에 해결할 수 있지만 모든 불편함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 불 편을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되어 있지만,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 는 시간도 걸리며, 미래를 예측해야 하는데 그 예측이 쉽지 않기 때문 이다. 모든 인간은 자신만의 목적을 추구한다. 그런 목적과 불만족함 또는 불편함은 어떤 관계를 가지는가? 미제스는 인간이 지향하는 목적 을 불편함 또는 불만족과 관련하여 “엄격한 의미에서 목적은 항상 불만 족을 제거하는 것이다.”

(Mises, 2003, p. 33)

라고 설명한다.

오해를 없애기 위하여 여기에서 목적을 좀 더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배고픔이라는 불만족을 해소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음 식의 조달과 식사를 위한 준비를 목적으로 간주할 수 있다. 시장경제에 서는 부자가 되는 것 또는 단순히 돈을 많이 모으는 것도 목적으로 삼 을 수 있다. 인간이 어떤 목적 또는 목표를 추구하는가는 각자의 문제 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목적 또는 목표를 선택하거나 결정한다. 다른 상당수의 사람은 다른 사람이 선택해준 목적 또는 목표 를 자신의 목적 또는 목표로 선택한다. 이 경우에도 목적 또는 목표를 최종적으로는 자신이 선택했다는 점에서 그 목적은 결국 자신이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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