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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재난에 대한 인문학적 담론의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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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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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강희숙

**

목 차 1. 들어가는 말

2. 재난인문학이란 무엇인가?

3. 재난 연구의 시공간: 왜 동아시아인가?

4. 남은 과제: 새로운 인문학의 가능성 모색

<국문초록>

인류의 역사는 곧 재난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인류는 개인과 공동체 의 삶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한 다양한 유형의 재난을 문헌 자료에 기록하는 한편, 그에 대한 기억과 인식을 토대로 한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반복하거나 재구성해 내 는 작업과 함께 재난이 남긴 흔적과 상처를 극복하고 치유해 내려는 노력을 계속 해 왔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본 연구는 <동아시아 재난의 기억, 서사, 치유-재난 인문학의 정립>이라는 연구 아젠다의 수행과 관련하여 전제하지 않으면 안 되는 담론들 가운데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근본적인 문제 두 가지, 곧 ‘재난인문학이란 무엇인가’와 ‘왜 동아시아인가’에 초점을 맞춰 논의가 이루어졌다.

논의의 결과 ‘재난인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재난은 다른 무엇보다도

‘인간의 삶’의 문제에 관심을 두고, 거기에서 가치와 인간다움의 의미를 찾으려는 인문학적 접근이 요청되는 문제라는 전제하에 재난인문학 역시 ‘인간’을 재난에 대 한 접근 또는 연구의 중심에 두는 학문이라고 보았다. 재난인문학의 관심 영역으 로는 재난에 대한 인간의 기억과 기록에 바탕을 둔 재난의 역사, 재난에 대한 인

* 이 논문은 2019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과제번 호 NRF-2019S1A6A3A01059888)로 제2회 조선대학교 HK사업단 국내학술대회 기조발 표 논문을 수정 보완한 것임.

** 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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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의 변화, 재난에 대한 대응 및 서사화 양상, 재난에 의한 충격과 심성의 변화, 이로 인한 트라우마와 치유 등을 제시하였다.

그다음 ‘왜 동아시인가’에 대해서는 ‘동아시아’에 속하는 국가들 가운데서도 특 히 한, 중, 일 세 나라는 재난에 관한 한 어느 한 나라도 예외일 수가 없는 하나의 공동체라는 전제하에 재난 연구 또는 재난에 대한 사회적, 국가적 차원의 대응에 관한 한 우리에게는 ‘동아시아’를 하나의 사유 단위로 설정하는 사고의 변혁이 필 수적이라고 보았다. 동아시아라는 시공간적 축은 재난의 기억과 치유의 공동성을 마련해 초국경적인 재난에 맞서는 연대를 함께하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제어 : 재난, 인문학, 재난인문학, 동아시아, 기억, 서사, 치유

1. 들어가는 말

강도 9.0의 거대 지진에 의한 거대 쓰나미의 발생, 이로 말미암은 후쿠시 마 원전 사고와 방사능 유출, 이는 일본 사회를 미증유의 충격으로 몰아넣 었던 3.11 동일본대지진의 실상이다. ‘거대 복합 연쇄 재난’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 만큼 충격은 일본 전역은 물론이거니와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변국 들, 나아가 전 세계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3.11 동일본대지진 은 일본 밖의 사람들까지도 재난공동체 안으로 끌어들이는 초국가적 양상 으로 전개되었다.1)

2011년의 일이니 10년이 다 된 과거의 일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러나 우리에겐 푸르른 바다 제주를 향하던 세월호가 진도의 팽목항 근처에 서 멈춘 뒤, 온 국민이 TV 생중계로 바라보는 가운데 300명이 넘는 사람들

1) 송완범(2014:216)에 따르면, 3.11 동일본 대지진은 ‘초광역, 복합, 장기화, 거대쓰나미, 사회 취약층에 집중, 대책 부재, 행정 구역의 재편, 전문가 부재, 엄청남 물류 피해’ 등 9가지 특징을 지닌 것으로 규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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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고 말았던 4.16 대참사에 대한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2)최근 가공할 만한 규모의 대재난으로 인식되고 있는 호주 산불이나 전 세계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 산 또한 재난이 결코 과거의 기록이나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사건이 아님 을 잘 보여준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위험’이라는 개념을 통해 재난의 위험이 지닌 역설적 특징3)을 포착해 낸 바 있다. 그에 따르면 현대사회는 누구도 피할 수 없고, 누구도 적절한 보호책을 마련할 수 없는

‘위험사회’에 속한다. ‘위험사회’란 인류 문명의 승리가 재난의 가능성을 가 속화하며, 그에 대한 확실한 통제가 불가능해진 사회를 가리킨다(박미애, 이진우 역 2009: 28)4) 이와 같은 관점에 비추어 볼 때 이제 현대사회의 재 난은 그 범위가 날로 확대되어 전 지구적인 것이며, 결과적으로 인류 전체 의 절멸이라는 파국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고 할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의 경우처럼 때때로 재난은 ‘거대 복합 연쇄 재난’의 성격 을 띠기도 하고, 호주 산불5)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처럼 그 범위 가 지리적 경계를 넘어 전 지구적으로 폭넓게 확산하기도 한다는 사실 외 에, 재난은 지극히 ‘일상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늘날 재난은 어쩌다 한번이 아니라, 끊임없이, 거의 날마다 일어나

2) 정정호(2015:5)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가리켜 신자유주의의 막장 후기 자본주의로 치달 아 온 한국 사회의 가장 징후적인 사건(event)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1948년 대한민국 건국 이래 중층적으로 누적되었던 모든 문제들이 판도라 상자처럼 한꺼번에 터진 형국 이라는 것이다.

3) 여기에서 말하는 재난의 역설적 특징이란 새로운 에너지원, 새로운 전쟁기술, 새로운 경제체제 등 현대문명을 가능케 한 요소들은 역으로 현대문명 자체를 새로운, 그리고 더욱 강력한 재난의 위험지대로 몰아넣고 있음을 가리킨다(문강형준 2012:21-22) 4) 문강형준(2012: 22)에서 재인용.

5) 2020년 1월 19일 자 중앙일보 기사에 따르면 호주 산불로 발생한 미세먼지가 바람을 타고 뉴질랜드와 태평양 건너 남미 대륙까지 퍼졌다가 지구 한 바퀴를 돌아 다시 호주 로 되돌아오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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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올겨울만 하더라도 한반도는

‘삼한사온’이라는 매우 오래된 겨울 기후 패턴을 무시하고 ‘삼한사미’, 곧 사 흘은 춥고 나흘은 극심한 미세먼지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실태는 환경오 염 또는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세계 곳곳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 되고 있다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지극히 일상적으로, 때로는 ‘거대 복합 연쇄’의 성격을 띤 재난이 지리적 경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 혹은 담론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재난에 관한 한 상당히 오랫동안 우리 사회는 주로 자연과학이나 사회과 학의 차원에서 접근이 이루어져 왔다. 즉 자연과학의 차원에서는 태풍이나 홍수, 지진, 화산활동 등의 자연재해6)에 대해 이러한 재난이 발생하는 물리 적 원인이나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데 관심을 두었다. 사회과학의 차원에서 는 재난을 ‘대응’ 또는 ‘관리’의 대상으로 보고 재난의 개념 및 유형을 분석 하는 작업에서부터 재난을 유발하는 위험 요인과 취약성 규명, 방재 또는 안전을 위한 시스템과 법규를 만들어내는 데 초점이 놓여 있었다.7)

그렇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향에서 재난에 대한 이야기, 즉 담론을 시작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러한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선 주목해야 할 것은 재난이 지닌 본질적 특성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답이 가능하겠지만, 문강형준(2012:20)에서 언급하고 있는 바와 같이 재난은 “삶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큰 사고”라는 것이 그 본질적 특성이

6) 현행 <재난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자연재해란 “태풍, 홍수, 호우(豪雨), 강풍, 풍랑, 해 일(海溢), 대설, 한파, 낙뢰, 가뭄, 폭염, 지진, 황사(黃砂), 조류(藻類) 대발생, 조수(潮 水), 화산활동, 소행성ㆍ유성체 등 자연우주물체의 추락ㆍ충돌,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자 연현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재해”를 말한다.

7) 예컨대 이정직(2012)에서 이루어진 ‘대한민국 리스크-재난편’은 우리나라 재난관리 시 스템의 실태와 문제점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효율적인 재난관리 방안을 제시하는 데 논의가 집중되어 있으며, 김용균(2018) 또한 재난의 특성에 기반한 복잡계 이론과 정책 변동 모델을 사용하여 우리나라 주요 재난과 정책 변동의 역사를 개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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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재난이 개인과 공동체의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는 큰 사고라 고 한다면 재난에 대한 담론의 출발점은 당연히 ‘삶’이어야 하고, 그 ‘삶’을 살아내는 주체인 ‘인간’이어야 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재난은 당 연히 인문학적 성찰의 대상이다. 그리고 그러한 성찰의 결과가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면 이른바 ‘재난인문학’이라는 이름의 학문을 인문학의 체계 속 에 끼워 넣는 작업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따라서 이 글에서 필자는 <동아 시아 재난에 대한 기억. 서사, 치유: 재난인문학의 정립>이라는 연구 아젠 다의 수행과 관련하여 전제하지 않으면 안 되는 담론들 가운데 가장 기본 적이면서도 근본적인 문제 두 가지, 곧 ‘재난인문학은 무엇인가’와 ‘왜 동아 시아인가’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2. 재난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사전적으로8) 재난은 “뜻밖에 일어난 재앙과 고난.”이라는 뜻을 지닌다.

재난은 예기치 않은 일이며, 그 결과는 필연적으로 개인이나 공동체에 괴로 움과 어려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쓰였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 은 의미를 지니는 재난은 어떠한 종류 또는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난 관련 각종 법률에서 이루어지고 있 는 정의와 구분에 대한 논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7년 2월 28일에 제정된 「풍수해대책법」(법률 제 1894호)에서 ‘재해’라는 명칭하에 “홍수, 호우, 폭풍, 해일, 기타 이에 준하는 자연현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피해.”로 재난을 정의하기 시작한 이래, 2004년에 마련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약칭: 재난안전법)」9)에서는 재

8) 국립국어원, 뺷표준국어대사전뺸 참조.

9) 이 법은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토를 보존하고 국민의 생명ㆍ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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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을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한편. 재난의 유형에 대해서는 크게 세 가지, 즉 ‘자연재난’과 ‘인적 재난’, ‘사회재난’ 등으로 구분해 오다가 2013년에 일부 개정된 「재난 및 안 전관리 기본법」(법률 제11994호)에서 ‘인적 재난’과 ‘사회재난’을 ‘사회재난’

으로 통합함으로써 현재는 재난의 유형을 ‘자연재난’과 ‘사회재난’ 두 가지 로 구분하고 있음이 특징이다.

어쨌든 현대사회에 들어와 재난은 그 위험성의 정도가 훨씬 더 높아졌다.

그 이유는 인류가 개발한 새로운 경제체제와 에너지원, 전쟁 기술 등 현대 문명을 가능케 한 요소들이 역으로 현대문명 자체를 새로운, 그리고 더욱 강력한 재난의 위험지대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사회 가 직면한 이와 같은 재난의 위험성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도 재난이라는 문제10)의 설정과 함께 재난에 대한 이론적 검토가 본격화되기 시작하였다.

가령, 2012년 겨울에 간행된 뺷문화과학뺸 72집에서는 “재난과 자본주의”를, 2014년 가을에 간행된 “416 재난의 시간”을 특집으로 다루었으니, 인류가 경험하고 있는 생태적 재난-위기를 자본주의와 연결하여 종합적으로 사고 하려는 시도와 함께, 세월호 대참사 이후 재난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한 국적 재난의 특수성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이루어진 셈이다.11)

문제는 뺷문화과학뺸의 연구 성과들을 비롯한 몇몇 ‘재난’에 대한 담론들 어디에도 우리의 연구 아젠다와 관련된 논의, 즉 재난을 인문학적 성찰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든지, 이른바 ‘재난인문학’이라는 사유의 틀 안에서 재난에 대한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다

위하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난 및 안전관리체제를 확립하고, 재난의 예방ㆍ대비 대응ㆍ복구와 안전문화활동, 그 밖에 재난 및 안전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10) 문강형준(2012), 김성일(2012) 등의 그러한 사례이다.

11) 여기에서 말하는 한국적 재난의 특수성이란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많은 한국적 재난의 본질이 한국 사회의 시스템 자체, 그리고 그 시스템의 골격을 만들고 관리하는 국가 자체에 있다는 것이다.(정정훈 2014:5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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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것이다.

물론 엄밀하게 말해 재난이 인문학적 접근 대상이라는 우리 사회의 인식 이 전무하다고 볼 수는 없다. 본 연구자의 관찰에 따르면 2014년 10월,12) 60여 명의 KAIST 교수들의 자발적 참여하에 ‘KAIST 재난학13) 연구소 (KIDS)’가 설립되면서 재난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희 미하게나마 싹트기 시작하였다. “변화하는 재난관리의 패러다임에 부응하 고자 재난을 학문적인 연구주제로 삼고, 이를 인문, 기술, 정책의 융합 및 혁신을 통해 재난 및 재해에 선제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과학기 술의 역할을 증대하고자 한다.”라는 취지에서였다.

<표 1> KAIST 재난학 연구소(KIDS) 의 설립 목표

그러나 KIDS가 표방하는 “인문사회․과학기술․정책 융합연구 수행 및 혁신인재 육성을 통한 재난복지 국가 실현”이라는 비전에도 불구하고, KIDS의 목표 어디에도 인문학과 과학기술을 융합한 정책 개발이라는 목표 와 관련지을 수 있는 연구 분야가 눈에 띄지 않는다. <표 1>에서 보듯이

12) 이 시기는 바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6개월쯤 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세월호 이후 의 시간 속에서 이루어진 재난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할 것이다.

13) 필자의 관찰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 ‘재난학’이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한 겨레 21≫ 제1014호(2014년 6월 9일 자)에 실린 “한국 재난학을 시작하자”라는 기사에 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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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기술․정책 융합연구 수행 및 혁신 인재 육성을 통한 재난 복지 국가 실현”이라는 비전을 위해 구체화한 세부 목표 어디에서도 인문 학적 접근의 필요성 또는 역할에 대한 KIDS의 고려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 다. 그보다는 오히려 ‘방재안전’ 또는 ‘안전관리’에만, 심지어는 ‘신산업의 창 출’에만 초점이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송창영(2017:11)에서는 최근 재난안전 분야에서 재난에 인문학을 더한 ‘재난인문학’이라는 표현이 주목받고 있다는 언급하에 ‘재난인문학’이 란 “인간 가치 중심의 사고와 자세를 바탕으로 재난을 대하는 것”이라는 해 석을 한 바 있다.14)그렇다면 이러한 해석만으로 ‘재난인문학’의 정체가 완 전히 파악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아닌 듯하다. “인간 가치 중심의 사고와 자세를 바탕으로 재난을 대하는 것.”이라는 해석에는 아직 구체화 되지 못한 것, 우리가 규명하고자 하는 이러한 학문 분야의 뼈대와 살이 보 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연구 과제, 즉 재난을 인문학적으로 성 찰하는 작업을 거쳐 궁극적으로는 ‘재난인문학’이라는 학문을 체계화하여 자리매김하는 작업을 위해서는 다시 ‘인문학’이 무엇인가라는 문제부터 해 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우리의 사전들은 ‘인문학’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다음은 한글학회 에서 간행한 뺷우리말큰사전뺸과 국립국어원의 뺷표준국어대사전뺸에서 확인 한 결과이다.

⑴ ㄱ. 정치, 경제, 사회. 역사, 철학, 문예 따위의 인류 문화에 관한 학문.

(뺷우리말큰사전뺸)

15)

ㄴ. 언어, 문학, 역사, 철학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 (뺷표준국어대사전뺸)

14) 이와 같은 해석은 “재난에 인문학을 더하다-인간 가치 중심의 시선으로 재난을 바라보 다”라는 제하의 글에서 이루어졌다.

15) 뺷우리말큰사전뺸의 경우 ‘인문학’이 아니라 ‘인문과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음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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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사전의 정의는 인문학에 속하는 학문 분야의 윤곽을 엿볼 수 있을 뿐16)인문학의 본질적 특성은 무엇인지, 다른 학문, 예컨대 자연과학 또는 사회과학과는 어떻게 구별되는 것인지와 같은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문학은 과연 어떻게 정의될 수 있는가?

류지석(2017:64)에 따르면, 그동안 이루어진 인문학에 대한 개념 정의는 실로 다양하다. ‘인간의 조건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 ‘인간과 인간의 문화에 관심을 갖는 학문’, ‘인간에 관계되는 학문’, ‘인간적인 것을 규범적으로 반 성하고 연구하는 학문’, ‘사람다움이 무엇인가 묻는 학문’ 등의 정의가 바로 그것이다. 이와 같은 다양한 정의를 두고, 새로운 정의를 한 가지 더 첨가하 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기도 하고 연구자의 역량 밖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인문학은 전통적으로 그 중심을 ‘인간’에 두고 있다는 것,17)그리고 ‘인간적인 것’ 또는 ‘사람다움’에 대한 성찰과 사유를 핵심으로 하는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춰 ‘재난인문학’의 정체를 조명하는 작업을 시도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인문학이 전통적으로 그 중심을 ‘인간’에 두고 있는 학문이라고 한 다면, ‘재난인문학’ 역시 ‘인간’을 재난에 대한 접근 또는 연구의 중심에 두 는 학문이라고 해야 할 듯하다. 이러한 사실과 관련하여 한 가지 주목해야 할 논의가 있다. 이동연(2014)에서 제시된 바 있는 ‘한국적 재난의 특이성’

이 그것이다.

이동연(2014)에서는 한국의 자본주의는 그 자체로 ‘재난자본주의’라는 전 제 아래 ‘한국 재난자본주의’의 ‘재난’의 특이성을 세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배제하는 재난, 유착하는 재난, 통치하는 재난’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세 가지 특이성 가운데 첫 번째 ‘배제하는 재난’이란 한국의 재난자본주의는

16) 다만, 뺷우리말큰사전뺸에서는 ‘인류 문화에 관한 학문’이라는 정의가 이루어진 셈이긴 하다.

17) “인문학이라는 말은 인간에 관한 학이라는 말이다. 즉 인간이 무엇인지, 인간개념을 다룬다.”라고 한 조홍준(2019:1227)에서 이와 같은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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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배제하는 자본주의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인간을 배제하는 재난 사회는 재난을 당한 인간에게 관심을 갖기보다 재난의 수습과 재건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이러한 관점에 기대어 볼 때, 우리의 연구 아젠다가 재난에 대한 인간의 ‘기억(기록), 서사, 치유’를 핵심 영역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인문학의 영역 또는 본질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타당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할 만하다.

‘재난인문학’이 재난에 대한 인간의 기억 또는 기록에 관심을 두어야 한 다는 것은 ‘재난의 역사’ 또는 ‘재난에 대한 인식’의 변화 양상에 대한 관찰 과 분석이 면밀하게, 또는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우선 ‘재난의 역사’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3.11 동 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역사지진학’ 또는 ‘지진고고 학’의 출현과 관련지어 볼 수 있다.

이른바 ‘동일본 대재해’라고 불리는 ‘3.11 동일본 대지진’이 화산대국이면 서도 한편으로 방재대국인 일본에 준 충격 가운데 하나는 수많은 지진으로 말미암은 쓰나미와 화산활동의 광범위한 수집과 예측에 매달려 온 과거의 지진학이 붕괴된 사실과 관련이 있다. 고대의 중심지였던 교토[京都] 중심 의 지진 기록은 자세한 것에 비해 교토서 멀리 떨어진 도호쿠[東北] 지방의 기록은 매우 영세해서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였으며, 대규모 지진에는 반드 시 전조 현상이 나타난다고 믿고 이를 예지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 였음에도 불구하고 대재해의 발생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송 완범(2014:231). 과거의 지진학이 지닌 이와 같은 한계에 대한 대안으로서 등장한 것이 바로 ‘역사지진학’ 또는 ‘지진고고학’이다.

송완범(2014)에 따르면, ‘역사지진학’은 일본에서 지진계 등 관측망의 정 비가 이루어진 시기인 1885년 이전에 발생한 지진에 대한 사료 조사, 곧 고 문서나 개인의 일기와 같은 자료에 나타난 지진에 대한 기록을 조사함으로 써 근대지진학으로 찾아낼 수 없었던 과거의 동일본 지진의 사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또한 ‘지진고고학’은 역사 지진 연구의 일부를 담당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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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고고학의 일종으로 유적에 있는 지진 흔적의 조사와 역사 자료의 지진에 관한 기술과의 대조에 의해 발생 연대의 추정과 앞으로의 지진의 예측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이루어진 ‘역사지진학’ 또는 ‘지진고고학’의 출현은 재난에 대한 연구 또는 대응과 관련되는 시간 축이 어느 한 시기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인류의 역사는 바로 재난의 역사라는 명제가 성립할 수 있다면, 재난의 역사를 살피는 작업은 재난이 시작된 최초의 시간에서부 터 현재, 그리고 현재의 시간이 원인이 되어 필연적으로 오고야 말 미래의 재난에 이르기까지 재난과 관련될 수 있는 모든 시간 축을 고려하지 않으 면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난인문학에서는 고대에서부터 현대까지 모 든 역사적 기록물에 나타난 재난의 흔적들을 정리한 거대한 자료 뭉치, 곧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한편, 그와 관련되는 웹GIS(지리정보시스템)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18) 이와 같은 작업은 일정한 자연재난 혹은 사회재난19)에 대한 시공간적 정보를 체계적으로 파악할 기회가 될 수 있음 은 물론 이를 토대로 특정 시기와 지역에서 일어난 재난의 연계성과 유사 성을 비교하는 연구가 가능하도록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편, ‘재난에 대한 인식’의 변화 양상은 재난을 직접 경험한 개인은 물론 동시대를 살아가며 그러한 장면을 고스란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사회 공

18) 중국의 경우 질병 관련 역사지리정보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으며(http://npopss-cn-gov.

cn/n1/2016/1201/c358473-28917801.html), 일본의 경우도 일본 재해 디지털아카이브 (https://jdarchive.org/en/about-archive)가 구축되었다. 미국 하버드 월드맵 동일본대 지진데이터베이스(https://worldmap.harvard.edu/japanmap/)도 참조가 가능하다.

19) 우리나라의 경우만 하더라도 1967년 2월 28일에 제정된 「풍수해대책법」(법률 제1894 호)에서 ‘재해’라는 명칭하에 “홍수, 호우, 폭풍, 해일, 기타 이에 준하는 자연현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피해.”로 재난을 정의하기 시작한 이래, 2004년에 마련된 「재난 및 안 전관리 기본법(약칭: 재난안전법)」에서는 재난의 유형을 ‘자연재난’과 ‘인적 재난’, ‘사회 재난’ 등으로 구분해 오다가 2013년에 일부 개정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법률 제 11994호)에서 ‘인적 재난’과 ‘사회재난’을 ‘사회재난’으로 통합함으로써 현재는 재난의 유형을 ‘자연재난’과 ‘사회재난’ 두 가지로 구분하고 있음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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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체 구성원들의 재난에 대한 기억과 인식의 전승 형태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규명하는 작업과 관련이 있다. 재난에 대한 인식 문제만 하더라도 근대 이전에는 재난을 신의 행위로 보고 인간의 힘 과 능력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의 것으로 보았지만,20) 근대 이후 에는 재난을 유발하는 위험 요인과 취약성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시작하 였다.21)재난에 대한 이와 같은 인식의 변화는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개인 과 공동체의 대응 방식에도 변화를 초래하였다. 따라서 재난인문학은 ‘재난 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연관되는 개인과 공동체의 대응 방식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재난에 대한 우리 시대의 기억은 ‘살아남은 자의 증언’이 라는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소영 역, 2014). 예컨대 20세기에 들어서만 하더라도 우리는 일제 치하에서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 징용자 등 의 신분으로 끔찍한 재난을 경험하였거니와 5.18과 4.16 세월호 대참사 등 결코 그 상처가 아물기 어려운 재난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된 경험이 있다.

이러한 사건들에 대한 증언들은 단지 기존의 역사학이 다루지 못한 공백 지대를 메꾸어 주는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되는 기억, 중요한 시대적 증언으로서의 기억이라는 새로운 정치적, 윤리적 차원 을 부과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박진우 2017: 226~227). 재난에서 ‘살아 남은 자의 증언’은 희생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들의 고통을 잊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문학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재난 연구는 바로 재난에 대한 개인과 공동체의 기억과 증언을 그 대상이자 방 법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22)

20) 이와 같은 인식은 재난이란 하늘과 사람 사이의 조화로운 기운이 상하여 발생하는 것 으로 본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김용균 2018:23 참조.)

21) 이와 같은 인식의 변화는 18세기 중엽 포루투갈 왕국을 덮쳤던 리스본 대지진 이후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김용균(2018:32)에 따르면, 이 지진은 1755년 11월 1일 토요일 가 톨릭 최고의 축일인 만성절에 발생한 것으로, 그 규모가 9.0이나 될 정도로 엄청난 대지 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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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인문학’이 관심을 두어야 할 두 번째 핵심 주제는 바로 ‘재난의 서사’

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재난의 서사’란 인간이 재난의 역사 또는 재난에 대 한 기억과 인식을 어떻게 재현해 내고 서사화하는지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새삼 강조하여 말할 필요도 없이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들이 경험한 실로 다양한 재난들이 어떻게 삶을 변화시켰는지를 다양한 장르의 문학 텍스트 에 그려내었다. 그것은 실제로 일어난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한 것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인간만이 가능한 상상력의 동원을 통해 일어날 수 있는 것을 마치 일어났던 것처럼 꾸며내기 위해 가공의 인물과 사건, 가공의 시 공간을 마련하고, 실제의 일처럼 꾸며내는 행위, 곧 형상화의 작업을 거친 것들이다. 시간과 공간을 좁혀 가장 최근의 한국문학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80년 5월 광주를 그려낸 ‘오월문학’ 또는 가장 최근에 일어난 세월호 대참 사를 그려낸 문학 텍스트들이 그 예이다.

지난 2013년 5․18기념재단에서 간행한 ‘5월문학 총서’만 하더라도 1980 년 5월 국가 폭력에 의한 비극적 재난의 참상이 시, 소설, 희곡, 평론 등 다 양한 장르의 ‘오월문학’을 통해 재현 또는 형상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22)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세월호 대참사 이루 우리 사회가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글귀를 새긴 나누어 가진 것은 일종의 증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림 1] 5․18기념재단 간행 ‘5월문학 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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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형상화의 작업에는 국가 폭력의 잔혹성에 대한 고발과 함께, 참혹한 재난의 상황에서도 인간이 끝까지 지켜야 할 가치 또는 인간다움의 면모가 그려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재난인문학의 작업에는 바로 그러한 측면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근래 들어 ‘재난서사, 재 난문학, 재난소설’23) 등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 성과들이 비교적 다양하게 축적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작업의 가능성을 짐작하게 하고 있다.

‘재난의 서사’는 문학 텍스트의 생산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재난을 표상 하는 사진, 그림, 드라마, 영화 등의 예술 장르들에서 재난에 대한 기억과 이미지를 재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 또한 다채롭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재 난을 다룬 영화가 그 수를 헤아리기도 어려울 만큼 끊임없이 생산되고 소 비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라고 할 수 있다. 자연재난에 해당하는 화산 폭발이 가져올 수 있는 엄청난 대재앙의 모습과 공포, 그러한 재앙을

23) 서은혜(2012), 서형범(2012), 최강민(2013, 2017), 홍덕선(2015), 김미현(2019) 등이 그 예이다.

[그림 2] 1997년 개봉작 <volcano> [그림 3] 2019년 개봉작 <백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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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복해 내려는 인간의 불굴의 의지와 투쟁을 그리고 있는 헐리우드 영화

<볼케이노>와 지난 12월 우리나라에서 개봉된 <백두산> 또한 그러한 범 주에 속하는 것들이다.

따라서 재난인문학에서는 인간이 어떻게 다양한 장르의 문학 또는 예술 작품을 통하여 재난을 재현하고 형상화해 내고 있는지 규명하는 작업과 함 께 그러한 작품들에서 그려지고 있는 인간의 가치 혹은 인간성의 본질을 파악하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 물론 그러한 작품들이 재난을 상품화하고 있 지는 않은지 날카로운 비판과 분석도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앞에서 언급한 이동연(2014)의 논의는 재난인문학이 관심을 두어 야 할 또 한 가지 중요한 핵심 층위가 바로 ‘치유’여야 함을 확인하게 해 준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인간을 배제하는 재난사회는 재난을 당 한 인간에게 관심을 두기보다 재난의 수습과 재건에 더 많은 관심을 둔다.

인간에 대한 배려와 돌봄, 정신적 패닉 상태에 대한 진심 어린 소통, 유가족 들의 트라우마를 사회가 함께 나누어 갖는 것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제도, 시스템, 재발 방지에 대한 비인간적인 프로세스에만 관심을 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재난인문학은 ‘치유’를 또 하나의 핵심 주제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즉, 재난인문학에서는 재난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과 사회가 재난으로 받은 충격과 심성의 변화 양상을 파악하는 한편, 그로 인한 트라우마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작업을 수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의 논의에서는 재난인문학은 논의의 중심을 다름 아닌 ‘인간’에 두어 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재난에 대한 인간의 기억 또는 기록, 서사와 치유 등 의 문제를 핵심적 주제 혹은 대상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시되었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작업만으로 재난인문학의 고유한 정체성이 규명되 었다고 하기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밖에 무엇이 더 요구 된다고 할 수 있을까? 아직 그 윤곽이 분명하지는 않지만, 포스트 재난, 곧 재난 이후 국가 사회의 대응, 재난으로 인해 초래된 정치, 사회, 문화적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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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양상 등의 문제에 대한 분석이 좀 더 면밀하게, 다른 학문 분야와의 연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학제 간의 융복합적 연구도 병행될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3. 재난 연구의 시공간: 왜 동아시아인가?

앞선 논의에서는 의도적으로 우리의 재난 연구의 시공간에 대한 논의를 떼어 놓았다. 따라서 이 장에서는 ‘왜 동아시아인가?’에 대한 논의에 집중하 고자 한다.

재난 연구 또는 재난에 대한 사회적, 국가적 차원의 대응에 관한 한 우리 에게는 ‘동아시아’24)를 하나의 사유 단위로 설정하는 사고의 변혁이 필수적 이다. 물론 ‘동아시아’라는 공간은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로 좁혀야 할 필 요가 있다. ‘동아시아’에 속하는 국가들 가운데서도 특히 한, 중, 일 세 나라 는 근대 이전은 물론 비교적 가까운 현대에 이르기까지 전쟁과 침략을 비 롯한 숱한 재난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만 하더라도

‘3.11 동일본 대지진’에 의한 방사능의 여파가 국가와 영해를 넘나들고 있음 은 물론,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미세먼지 등의 환경오염을 비롯하여 다양한 전염병과 바이러스 등에 의한 피해도 가장 밀접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아시아’ 또는 ‘동아시아’가 단순한 지리적 개념을 넘 어 지정학적 현실에 기초한 정치적, 문화적 개념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세 기, 서구의 근대가 침략의 형태로 동아시아에 본격적인 위협을 가하기 시작 하면서부터이다. 한때 ‘동아시아’는 또 다른 역내 침략과 억압의 정당화 논 리로 활용된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전락한 적도 없지 않았지만,25) 20세기

24) ‘동아시아’라 함은 일반적으로 한국, 북한,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마카오, 몽골 등을 포함하는 지역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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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이루어진 냉전의 종식은 ‘동아시아’를 새롭게 사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박상수(2019)의 논의에 따르면, ‘동아시아’에 대한 새로운 모색이 시작된 이래 우리 사회에서 이루어진 동아시아론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 다. 동아시아 ‘대안문명론’, ‘정체성론’, ‘공동체론’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동아시아 ‘공동체론’은 동아시아 지역의 통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국가 수준의 협력을 의미하는 지역주의(regionalism)와 아래로부터의 민중적(민 간) 연대를 의미하는 지역화(regionalization)로 구분되고 있다.

지역주의(regionalism)를 바탕으로 하든 지역화(regionalization)에 바탕 을 두든, ‘동아시아’, 특히 한중일 세 나라는 재난에 관한 한 어느 한 나라도 예외일 수가 없는 하나의 공동체이다. 앞에서 강조해 왔듯이 현대사회의 재 난은 지리적 경계를 넘어 폭넓게 확산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특히 한, 중, 일 세 나라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세 나라 정부가 공동으로 발간한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 오염물질 국제공동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국에 의한 미세먼지 국외 기여 율은 한국 32%, 일본 25%로 그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되었 다.26) 전 세계인을 공포에 떨게 만들고 있는 최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의 확산만 하더라도 중국인들의 월경(越境)이 인접 국가인 한국이나 일본 을 향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재난 공동체로서 한, 중, 일 세 나라의 연대가 매우 중요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일상적으로, 지리적 경계를 넘어 일어나고 있는 재난 앞에서 인간은 누구 나 예외일 수가 없는바, 가장 가까운 곳에서 공존하고 있는 타자와 협력하

25) 1920년대 대두한 일본맹주론은 당시 지식계에 이미 뿌리내린 인종, 문명 담론을 기반 으로 일본 정부의 외교 정책과 결합되기 시작하였고, 나아가 1930∼1940년대 ‘동아연맹 론’이나 ‘동아협동체론’ 등이 ‘동아신질서’나 ‘대동아공영권’ 건설 논리로 수렴됨으로써 역내 국가에 대한 침략의 정당화 논리로 진화하였다(박상수 2019: 83-84).

26) 2019. 11. 20. KBS 뉴스 보도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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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동아시아가 당면한 문제 해결의 주체로서 어떻게 상 상될 수 있을지 모색하는 작업이 긴밀하게 요구된다. 동아시아라는 시공간 적 축은 재난의 기억과 치유의 공동성을 마련해 초국경적인 재난에 맞서는 연대를 함께하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재난인문학에서는 동아시아 3국에서 나타나는 재난 현상의 유사 성과 차이점을 발견하고, 지역적 보편성의 배경 위에서 개별 국가의 재난 양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세월호 침몰사고와 3.11 동일본 대지진의 재난시를 중심으로 비교 연구를 수행한 정병호(2019)에서는 두 재난이 자본과 기억의 책임성이나 윤리성의 문제, 나아가 국가 안전시스템 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을 규명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지금도 해 결되지 않은 역사적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동아시아가 재난이라는 과제 앞에서 일국의 경계를 넘어선 연대를 구상하고 재난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함을 시사하는 것이다.

4. 남은 과제: 새로운 인문학의 가능성 모색

오늘날 인류가 처한 ‘재난 현실’이란 지금 현재 경계를 넘어 확산하고 있 는 복합적 성격의 거대재난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다시 울리히 벡의 관점 에 따르면 ‘위험사회’의 위험은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재난의 가능성을 의 미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도처에 위험이, 아직은 그 정체가 분명하지 않 은 새로운 재난들이 군단으로 몰려오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 국에서 발생하여 전 세계적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 스’의 위협이 그 단적인 예이다. 따라서 한 사회학자는 이 시대를 가리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가능한 시대, 아닌 밤중에 홍두깨가 조금도 이상하지 않은 사회라고 갈파하였다. 근대화의 길을 가쁘게 달려와 이제 ‘풍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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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이루었다고 자축하는 순간 마른 목을 축일 한 바가지의 맑은 물조차 남 아 있지 않았다는 사실에 경악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27)

오늘날 우리는 인문학 위기론이 확산되면서 인문학 자체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모색이 필요한 시기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위기의 시기에 인문학이, 범위를 좁혀 ‘재난인문학’이 담당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우선 재난인문학은 우리의 현재적 삶은 물론 다가올 미래의 삶을 시시각 각으로 위협하고 있는 재난의 유형 및 그 실체에 대하여 다른 어떤 학문보 다도 예리한 감각을 지녀야 한다. 아직은 현실로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얼마 든지 그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는 재난에 대한 날카로운 감각이 필요한 것 이다. 울리히 벡만 하더라도 현대사회의 위험이 만들어 낼 ‘재난-위기’의 가 능성을 ‘생태학적 위기, 글로벌 금융 위기, 테러 리스크’라는 세 가지 차원으 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토머스-호머 딕슨은 ‘지질구조적 스트레스’(tectonic stresses)라는 범주의 다섯 가지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인구, 에너지, 환경, 기후, 경제’ 등이 그것이다.28)

울리히 벡과 토머스-호머 딕슨 두 사회학자가 공통으로 언급하고 있듯 이, 환경오염으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는 다가올 미래의 재난으로서 결코 간 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사실인즉 이 문제는 미래의 재난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날로 가속화되고 있는 온난화의 결과 세계 방방곡곡에서 이상 기후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으며, 호주의 산불만 하더라 도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이 초래한 대재앙임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 이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라는 재난 외에도 지금은 장밋빛 미래 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이는 4차산업혁명의 전리품들 가운데도 재난의 가

27) 홍성태 역(2019) 역자 서문 참조.

28) 다섯 가지 유형의 스트레스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문강형준(201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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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성이 얼마든지 내재되어 있다. 이광석(2012:145)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빅데이터 위험 정보사회의 ‘정보 재난’ 또한 자연재해에 버금가는 재난 상 황으로 부각하고 있기 때문이다.29)

삶을, 그것도 그냥 삶이 아니라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 인문학이 라고 한다면 재난인문학은 재난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어떻게 인문학적으 로 바라보고 그 흔적과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심화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재난에 대한 기억을 안고, 언제 든 일어날 수 있는 재난의 가능성 속에서 이를 연대의 단서로 삼기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인문학이야말로 인문학이 위기인 시대에 새롭게 열어가야 할 인문학의 방향성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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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금융 전산망 해킹, 통신사나 온라인 서비스 사이트들의 고객 정보 대량 유출 사태와 이의 국제 범죄 조직에 의한 악용, 국가 전산망의 바이러스 타격, 국민 정보들의 부실 관리로 인한 유출과 피해 등이 그 예이다. 이광석(2012:145)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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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Abstract

Inquiry into the Humanistic Discussion of East Asian Disaster

30)Kang, Hui-suk*

The history of mankind is a history of disaster. Thus, human beings have documented various types of disasters that have led to tremendous changes in the lives of individuals and communities, meanwhile, they have continued their efforts to overcome and heal the traces and wounds left by disasters, as well as to constantly repeat or reconstruct stories based on memories and perceptions of them. This study from this point of view focused on two of the most basic and fundamental issues among the discourses that should be assumed regarding the performance of the research agenda, <memory, narration and healing of East Asian disaster, and establishment of disaster humanities>: What is disaster humanities and Why East Asia?

As a result of the discussion on “What is Disaster Humanities?”, it was also regarded as the study that places ‘human’ at the center of access to or research into disasters, on the premise of the problem that disaster, above all else, is focused on the question of ‘human life’, and humanistic approach to find the meaning of values and there human decency is requested. The areas of interest in disaster humanities were presented as the history of disasters based on human memory and records of them, changes in perceptions of them, response to them and patterns of narration, changes in shock and psychology induced by disasters, and the resulting trauma and healing, etc.

On why East Asia, it seems that the transformation of the thinking of setting East Asia as a unit for one reason is essential, especially when it comes to disaster research or social or national level responses to disasters, on the premise that Korea, China, and Japan are one

* Chosun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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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 where none of them can be excepted when it comes to disasters. This is because the time and space axis of East Asia can be expected to prepare a common ground for the memory and healing of disasters and to provide a clue to share their solidarity against transnational disasters.

Key Words : disaster, humanities, disaster humanities, East Asia, Memory, narrative, cure

<필자소개>

이름: 강희숙

소속: 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전자우편: hskang@chosun.ac.kr 논문투고일: 2020년 2월 4일 심사완료일: 2020년 2월 24일 게재확정일: 2020년 2월 24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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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화재 재난 상황에서 소방관이 5G를 활용한 장비 및 시스템을 아래 그림에 표현해주세요.... 지하철 화재 재난에 대비한

기존 프로그램의 경우 단순하게 역사 속 이야기를 기반으로 무드등을 만드는 데에 그쳤다면, 새로운 활 동 프로그램은 인문학적 소양과 더불어 요즘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인문학이 인간다움을 실현하는 길을 묻는 것이라고 한다면, 인간다움이 란 바로 남과 더불어 사는 삶을 고민하는 지점에서 출발한다.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한다고

인문학이 실천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현실의 불합리한 것을 극복하고, 보다 이상적인 방향으로 ‘인간이 인간이 되는 길’, 즉

◦초등학교 5~6학년군을 대상으로 하는 융합인재교육프로그램임을 고려하여 수학, 과학 등의 교과 지식뿐만 아니라 음악, 국어 등 인문학적 내용을 포함하여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주도적 담론의 한 쪽 측면에 침윤된 서발터니티 읽기(해독)의 한계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 나 취재에 기반한 소설은, 서발턴 여성들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