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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羅生門’ 의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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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EP Original Articles J Korean Psychoanalytic Study Group Vol. 8, No. 1, page 45~74, 1 9 9 7

映畵와 精神分析

*

趙 斗 英**

Movie and Psychoanalysis*

Doo-Young Cho, M.D.**

映畵分析의 意義

영화(映畵)는 1895년 프랑스의 Lumiere 형제, 그리고 미국의 Edison이 각기 따로 연구하여 발명해 낸 기술이요, 예술이다. 마침 그 해는 Freud가‘과학적 심리학 기획’

(Project for a scientific psychology)을 완성시킨 해다. 그리고 다섯 해 뒤인 1900 년에 Freud는‘꿈의 해석’을 출간하였고, 영화계에서는 George Melies가 일련의 문 제작을 만들어 내었다.

영화는 심리학・정신의학・정신분석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일찍이 미국 Ha- rvard대학 심리학교수 Hugo Munsterberg는 1916년에 출간된 저서‘영화, 그 심리 학적 연구’에서‘영화는 바깥 세계를 기억(memory)・상상(imagination)・주의집중 (attention)・감정(emotion)이 포함된 마음의 기제(mechanism of the mind)로 바꾸 어 놓는다’고 하였다(Gabbard 1997). 영화와 정신의학의 공통점으로 (1) 이 둘은 마 음속에서 외부세계 모습을 상세히 부각시켜 주의를 집중시키게 만들고 반면 다른 것 을 무시하게 만든다, (2) 이 둘에서 현재와 과거를 자유자재로 왔다갔다 하고, (3) 이 둘은 모두 미래를 기다리게 하며, 현실적 고통을 국복케 해줌을 들었다(Schneider 1977). 달리 말하면 영화와 정신의학・정신분석은 모두 인간의 일반행동거지(human behavior in general)와 특이한 인간들의 행동거지(behavior)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 이야기 사례들은 인간의 고조된 감정과 기이한 동기(motivation)를 담고 있

*본 고는 1996년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凡陽정신의학기금의 보조로 이루어진 것임.

**서울大學校 醫科大學 精神科學敎室

Department of Psychiatry, College of Medicine, Seoul National University, Seou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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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하겠다(Schneider 1987).

발전사(發展史)적으로 보아도 영화와 정신분석은 몇 개의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즉 첫째, 둘 다 초기에는 위험하고, 부도덕적이고, 가까히 하는 사람들을 부패시킨다고 매 도당한 바 있었다. 둘째, 두 분야 청시자들은 각기 자기 분야에서 비주류(minority)에 속하였었다. 세째는 둘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중들에게 인정받게 되고, 또 지식인사회 에서 지적(知的)면에서 수용받았다.

영화는 고대 희랍인들에게 Sophocles 등의 비극(悲劇)이 그러했듯이, 그리고 조선 (朝鮮)시대 한국인들에게 창(唱)이 그러했듯이 우리 현대인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고 위로를 준다. 영화란 우리시대 심리영상의 보고(寶庫)며, 영화란 크게 보아 무의식의 언어다. 그래서 인가, 사람들은 혈리우드를‘꿈을 만드는 공장’이라 부른다. 영화관객 들은 오로지 즐기려는 의도만으로 영화관에 가지 안는다. 이들은 각자의 인생살이 발 전과 변모에서 겪는 불안, 즉 한편에선 오래 잊어왔지만 또 한편에서는 강하게 엄습하 고 있는 불안(anxiety)과 대결하기 위해 영화관앞에 줄을 서고 있다. 그래서 이들 관 객은 어두운 극장 속에서 스크린과 거리를 띠고 앉아 그런 불안을 마주함으로서 간접 적 방법으로 그 불안을 극복하고 긴장이 풀려 무엇을 얻은 듯한 기분에서 극장을 나선다.

다른 예술분야 연구도 그렇겠지만‘영화연구 역시 실은 우리 자신에 대한 연구’ 고 미국 Menninger Clinic 의 교육분석가 Gabbard(1977)는 말하고 있다.

映畵속의 精神醫學

영화는 정신의학과 관련된 주제를 많이 취급해오고 있다. 연대에 맞추어 그런 주제 들에서 시초가 되는 영화들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Schneider 1977).

1897년, 독일의사 Paul Schuster와 루마니아의사 Marinesco는 함께 신경계질환을 영화촬영해 교육용으로 썼다. 1900년대 초에는 Berlin대학교수인 Kraepelin이 최초 로 정신과증례를 교육연구용으로 영화촬영하였고, 1905년에는 미국 Boston의 Chase 가 간질대발작을 촬영하였으며, 1914년에는 정신과의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정신 병자들, 또는 Goudron박사의 체계’(the Lunatics, or Dr. Goudron’s system)라는 프랑스영화가 나왔다. 1919년은 정신의학을 내세운 최초의 화제작으로 살인범죄영 화의 고전(古典)격이 되는‘갈리가리박사의 밀실’ the Cabinet of Dr. Galigari)이 나 온 해다. 1926년은 일본 최초로 정신의학이 주제인 영화‘미친 자의 분노’가 구로자 와 아끼라(黑澤明)감독에 의해 나왔고, 그 해 러시아에서는 Pavlov의 연구를 촬영한 Pudovkin감독의‘뇌의 기전’(Mechanism of the brain)이라는 기록영화가 나왔다.

1926년에 정신분석을 주제로 한 영화‘영혼의 비밀’(Secrets of a soul)이 독일 Ufa사에서 Pabst감독을 써서 만들어 내었다. 이 영화제작은 당시 Berlin정신분석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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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Karl Abraham과 Hans Sachs가 적극 나서서 된 것인데, 갑자기 칼이나 날카로운 철물을 두려워 하게 된 젊은 남자화학자를 꿈분석 등을 통한 정신분석으로 치료해 완 쾌시킨다는 내용으로, 여자주인공으로 명배우 Greta Garbo가 출연하였었다. 이차세계 대전 발발로 정신과환자가 속출하고 또 이에 대한 정신분석적 정신치료가 주효하여 정신분석은 급작히 인기가 올랐는데, 1944년에 나온 Hitchcook감독의‘혼(魂)이 씨인 자’(Spellbound)는 폭팔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 이는 살인사건을 푸는 범죄추리영 화로 Gregory Peck이 주인공이고, Ingrid Bergman이 분석가로 나오며, Salvador Dali가 일부 미술장치를 맡아 하였었다.

精神分析과 映畵批評

정신분석 초창기 회원들이 Freud자택에서‘수요회’(水曜會)라는 연구회를 가질 때 에는 자주 소설・신화・연극・영웅전에 나오는 주인공들을 심리분석 하였었다. 이러 다가 1911년, Otto Rank와 Hans Sachs가 주도하여 인문과학과 예술분야를 정신 분석적으로 연관시켜 연구하는 학술전문지‘Imago’를 별도로 출간시켜 활발히 그 방 면 연구를 진척시켰다. 대략 1950년까지는 이런 정신분석적 비평(psychoanalytic criticism)이 주로 소설・연극・시(詩)분야를 주대상으로 했고, 비언어적 예술(non- verbal arts)분야인 미술・조각・건축・음악・무용에는 관심을 덜 쏟았다. 영화 역시 관심을 그리 받지 못한 분야에 속한다.

Freud 자신은 Shakespere와 Goethe의 작품들을 주로 인용해 정신분석을 발전시 켰고, 미술・희곡・조각같은 분야도 손을 대었었지만 틀림없이 보기는 보았을 영화에 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그는 1925년 헐리우드의 MGM영화사 사주(社主)에게서‘당 신이 치료한 증례를 토대로 하여 영화 하나를 만들까 하는데 협조해 준다면 10만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거절하였다는 일화가 있다(Schneider 1977). 왜 Freud는 영화 에 무관심하였을까? 이를 두고도 설와설래가 있는데, 그래서 나온 결론이 (1) Freud 성격상 영화는 너무 뻔하고, 너무 대중들의 인기를 끌며, 너무‘미국적’(美國的)이기 때문에 싫어했을 것이고, (2) 그는 만년에 구강암을 앓았기 때문에 한가롭게 영화감 상을 못하여서 그럴 것이며, (3) 그가 받은 개인적 문화소양이 19세기적인 것이기 때 문에 시대발전에 뒤따라오지 못해서 였을 것이라는 것이다(Greenberg & Gabbard 1990).

정신분석적 영화평론(psychoanalytic film critics)은 1965년 이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신과 전공의와 분석가 교육에도 영화토론이 등장하였고, 미국정신의학회와 미 국정신분석학회 정기학술대화서는 따로 저녁시간을 마련해 문제영화를 상영하고 곧이 어 지정토론과 공개토론에 임하는 프로그램이 짜 있어 회원 수백명씩이 참석하는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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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을 이룬다. 정신의학 학술지와 정신분석 학술지에서 정식논문으로 이런 정신분석적 영화비평이 단편적으로 또는 특집형식으로 드믄 드믄 실리고 있으며, 최근 십년간은 일 부 정신분석 계간학술지에서‘영화리뷰’(film review)난을 고정적으로 가져오고 있다.

국제정신분석학회는 아직 그 공식 학술대회에서는 별도의 영화비평 프로그램이 없으 나, 1995년 San Francisco대회때는 그런 시간을 2일간 대회후 특별프로그램(post- congress seminar)으로 만들어 가졌었다. 그리고 금년인 1997년 가을부터는 국제정 신분석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Psycho-Analysis)에서도‘저서리뷰’(book review)난과 동등한 수준의‘영화리뷰’난을 설정케 되었다.

근래에는 심지어 시나리오 자체를 정신과 의사나 정신분석가에게 처음부터 감수시 키거나 공동으로 쓰게 하는 경우도 생겨난다. 그 예로 프랑스 영화제작자 Claude Chabrol이 영화‘의식’(La Ceremonie)의 공동각본자로 여류분석가 Caroline Elia- cheff를 썼다는 것이며, 이 제작자는‘영화 주인공을 내세울 때 우리는 Freud식 틀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런 틀이야말로 영화에 적용되는 신호(signs)들만으로 구성되었 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있다(Gabbard 1997). 최근 한국에서도 상영된 영화‘샤인’

(Shine)보면 정신분열증환자가 된 피아니스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 대본에 정신 과의사의 손이 틀림없이 갔을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한국에서는 청소년과 청년층이 영화관객의 거의 전부를 이루고 중년층 이상은 영화관람을 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있 지만 서양은 모든 연령층이 관람한다. 그래서 백발을 휘날리는 정신분석가가 극장앞에 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New York시에서는 자주 본다.

한국은 서울대학교 정신과에서 학생교육과 전공의교육에 영화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 이 1980년대 초반부터인데, Ingmar Bergman의‘산딸기’, 구로자와 아끼라의‘나생 문’(羅生門)과‘붉은 수염’, 林權澤의‘서편제’, 그리고 미국영화‘Dying Young’ 거의 해마다 오르는 영화이며, 1996년도에는 대학원강의에서도 8편의 문제작을 놓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진 바 있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역시 1997년도 춘계학술대회 때 영화‘피아노’의 상영과 토론이 있었다. 한국정신분석학회도 1980년대 후반부터 비정기적으로 영화비평 프로그램을 마련해오고 있다. 역동정신의학적 영화비평은 1978 년 趙斗英이 대중월간지 [신동아](新東亞)에 실린‘영화 록키의 정신의학적 고찰’ 선두로 하여 金鍾柱, 金貞壹, 李那美, 禹利爀등이 대중매체, 대학신문, 엣쎄이집을 통해 발표하고 있다. 정신과의사가 영화비평 전문저서를 출판한 경우는 1996년 金尙俊의‘프 로이트와 영화를 본다면’ (서울, 집현전)이 최초가 된다. 학술지에 발표된 최초의 학 술논문은 金鍾柱(1995)의‘남성의 증후로서의 여성;Jacques Lacan의 영화이론을 중심으로’이다.

정신분석적 영화비평은 다음과 같은 영화가 지닌 몇가지 애로사항 또는 제약 때문 에 선뜻 나서기가 주저되는 분야다. 즉 (1) 영화는 보통 2시간 내외 짜리가 많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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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면접(session) 두 세 번에 해당하는 시간인데, 모든 것이 희미하게 또 압축되어 있 어서 여기서 간접적 방법으로 자료를 뽑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2) 주인공의 어린시절 이 거의 나오지않아 기본이 될 자료가 없다. 예컨대 James Bond의 대소변가리기가 어떠하였었는지를 우리는 모른다. (3) 영화에서는 시나리오 원래대로의 주인공 병적학 (病跡學, pathography)구성이 어렵다. 영화는 제작자, 시나리오 작가, 각색자, 감독, 촬영기사, 미술감독, 편집자, 음악담당 등등이 함께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시나 리오에 충실한다하여도 자연히 이 구성인사들 개개인의 성격이 영화 이야기속에 직접 간접으로 끼어들게 된다. 대체로 감독이 주도권을 가지는 것으로 되어있기는 하나 갖 가지 사정이 얽혀 자기 소신대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대가급 감독 가운데 Hitch- cock, Fellini, Bertholucci, Bergman, 구로자와 같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 예로 한국영화‘서편제’가 있는데, 영화 속에 아버지가 딸의 눈을 멀게 만드는 대목이 있고, 그 대목 직전에 아버지가 그림그리는 친구와 식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식사 장면을 촬영하는데 제작팀 가운데서 누군지가 불쑥 대본에 없는“남자 양기(陽氣 )…”라는 대 화를 집어넣자고 하여 그렇게 하였다는 일화를 이때의 金弘準조감독이 서울대학교병 원 정신과 대집담회에서 증언한 바 있다. (4) 영화에 국한되지않고 예술전반에 걸친 것이 되겠지만 같은 이야기라도 한가지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어서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를 같은 것에서 찾으려들고 또 실제로 그렇게 보기 때문이다. 그 좋은 예가 Sophocles의‘에디프스왕’인데, 1958년 Levin은 그것에서‘모자간(母子間)의 적개심’

을 찾았는가 하면 1967년 Rascovsky는‘아들살해’를 보았고 또 다른 사람들은‘친 부살해’를 주제로 보았었다. 그런 까닭에 소설이나 소설 주인공 성격을 정신분석이론을 사용해 이해하려는 시도는 도시 믿업지 못하다는 미국 교육분석가 Brenner(1976)의 말이 있지않은가. 그래서 분석적 비평이 어렵다.

영화학(映畵學)학자들은 흔히 다음 일곱가지 방법으로 영화비평을 나누고 있다. 즉 (1) 저널리즘적 방법으로 이는 대중을 위한 영화평론이고, (2) 휴머니즘적 방법으로 이는 영화에 대한 전통적인 미학적 반응들이고, (3) 작가주의적 방법으로 이는 작가와 그의 영화들을 분석하는 것이고, (4) 장르적 방법으로, 이는 공식적인 영화들의 분석 이고, (5) 사회과학적 방법으로 이는 사회적 가공물로서 영화를 보는 눈이며, (6) 역 사적 방법으로 이는 과거를 검토하는 것이며, (7) 이데올로기적 이론적 방법으로 이는 더 깊은 의미들을 밝히기 위해 기본원리를 적용시키는 것이다(비워터와 소벅, 이용관 번역, 1994).

정신분석적 영화비평은 이런 분류에 의한다면 일곱번째인 이데올로기적 이론적 방 법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영화학적 입장에서 일 터이고, 실제 정신 과의사나 정신분석가가 하는 영화비평은 영화 줄거리와 대사(臺詞)를 토대로 하여 영 화속 인물의 성격을 잡아내어 왜 그가 그런 행동을 하는가의 동기(motivations)를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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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하는 유형(類型), 영화 줄거리가 전체적으로 무슨 심리적 의미를 지녔는가를 다각도 로 규명해보는 유형, 한 감독이 만들어 낸 일련의 영화들의 줄거리와 그 감독의 개인 사(personal history)를 토대로 하여 그 감독이 추구하는 것을 심리적으로 규명하는 유형, 어떤 한 장르(genre)의 영화들이 지닌 숨은 심리현상을 규명하는 유형, 여권론 (女權論, feminism)적 입장에서 남성관객을 위주로 만든 영화의 숨은 의미를 분석하 는 유형 등이 있겠다.

精神分析的 映畵批評의 類型(1):臺詞를 토대로 한 人物分析

우선 저자는 여기서 대사를 위주로 한 영화 속 인물분석과 그 인물이 왜 그런 행동 을 하는가의 동기를 규명하는 정신분석적 영화비평의 한 유형을 소개하겠다. 실제로 이 유형이 가장 보편적인 것이고, 또 흥미를 끄는데 이런 연구논문의 압도적인 다수가 정신분석학파(Freudian)의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유형의 시초로 꼽는 것은 Ibsen의 4막짜리 장편희곡‘Rosmersholm’에 나오는 여주인공 Rebecca 를 대상으로 한 Freud(1916)의 분석이다. 즉 영화가 아니라 희곡인데, 이는 아마도 영화대본은 활자화・상품화된 것이 별로 없는데 반하여 유명극작가의 희곡은 책으로 나와 있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어 평자(評者)와 독자들이 같은 자료를 오랜 시간을 가지고서 검토해 볼 수 있는 장점을 지니며, 그래서 놀라운 분석적 혜안을 당당하게 입증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1. 희곡‘Rosmersholm’ 의 줄거리

희곡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주인공 Rebecca Gamvik은 의사인 West가 양녀(養女)로 데려다 키운 처녀다. 그 녀의 생모(生母)는 산파였는데, 이 산파가 죽자 West가 그녀를 데리고 왔던 것이다.

West는 그녀에게 자유주의 사상을 불어넣어 주면서 종교에 바탕을 둔 세상의 도덕율 은 실은 인간본연의 생(生)의 욕망을 억누르기 위해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이런 도덕 율은 멸시해도 좋다는 식으로 그녀를 키웠었다. 그러다 이 양부(養父) West가 죽었고, Rebecca는 그 마을에서 보수적 가문으로 이름나 몇대에 걸쳐 웃음소리 한 번 난 적 이 없는 Rosmer가(家)에 자리 하나를 얻어 들어가게 되었다. 새 집 주인 Johannes Rosmer는 전직(前職)목사였고, 아내인 Beata는 불구자로서 자식을 낳지 못한 터 였 다. 이 새 집에 살면서 Rebecca는 귀골(貴骨)인 주인 Rosmer를 점차 존경하고 사모 하게 되었고, 차츰 그녀의 정열은 더 해 갔다. 그녀는 자기 앞날을 가로막는 Beata를 없애려고‘용감무쌍한 자유의지’를 사용하여 Beata에게 독서를 권하였는데, 그 권하 는 책이란 인간이 결혼하는 궁극적 목적은 후손 번식에 있음을 강조하는 의학서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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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 그래서 이를 읽은 Beata는 자기 결혼명분에 회의를 갖게 되었고, 이 기회를 이 용해 Rebecca는 Beata에게 그녀 남편이 개방사조 옹호모임에 가입하려하고 있다고 귓뜸한다. Beata는 남편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고, Rebecca는 한 걸음 더 나아가 Beata에게 실은 자기가 곧 이 집에서 사임하려 하고 있는데 그 까닭이 자기와 집주인 이 몰래 맺은 성관계가 조만간 탄로날까봐 라고 말한다. 이 거짓말에 넘어 간 Beata 는 실의에 빠지고 보잘 것 없는 자신이 남편의 행복을 가로막는다는 자책이 심해져 마 침내 물방아간에서 투신자살한다.

일년의 세월이 흘렀다. Rebecca와 Rosmer는 그대로 같은 집에서 산다. 이 사이에 둘은 지식을 나누는 친구관계로 대해 왔지만 동네에서는 두 사람 관계를 수근대기 시 작하였고, 또 Rosmer에게는 당신이 자식을 낳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떠나가는 나의 마지막 소원이라던 죽은 아내 말이 머리속을 맴돌게 된다. Rosmer는 드디어 Re- becca에게 엎드려 청혼한다. Rebecca는 순간적으로 기뻐 소리치지만 곧 이어 자세를 가다듬고 그럴 수는 없다 하면서 만일 그가 더 졸른다면 그녀 역시 Beata처럼 자살하 고 말겠다고 대답한다. Rosmer는 그녀가 왜 자기 청혼을 거절하는지를 도저히 납득 할 수 없다.

며칠이 지났다. 죽은 Beata의 오라비인 이 마을 목사 Kroll이 Rebecca를 찾아왔다.

Kroll은 동네 소문도 있고 해서 그녀에 대한 심사가 좋지 않다. Kroll은 그녀에게 죽은 West가 Rebecca의 친아버지였음을 알리면서 그럴 리가 없다는 그녀에게‘당신이 친 딸이 아니고서야 West가 죽을 때 까지 그렇게 지성으로 그를 간병할 수 있었겠느냐?

또 나는 West가 당신 생모인 산파 집에 드나든 것을 알고 있다’고 조인다. 그녀는 순 간적으로 놀라고 흥분해서 두 손을 꽉 쥐고 West의 산파집 출입은 믿기 어려운 이야 기라고 반박한다. 왜 그리 흥분하느냐고 묻는 Kroll에게 그녀는‘나는 사생아가 아니 다’라고 소리친다.

다시 며칠이 지났다. Rebecca는 Rosmer와 Kroll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자기가 Beata를 실의에 빠지게 만들어 자살로 유도하였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Rosmer는 그 녀가 자기를 그토록 사랑하였기에 저지른 죄라면서 Rebecca를 용서한다. 그리고 재 차 자기 청혼을 받아달라고 애원한다. 그녀는 답한다,“절대로 결혼은 못해요. 나는 과 거가 있어요… Rosmer가문(Rosmersholm)이 내 힘을 짜내버렸어요. 이전에 내게 있 던 강건한 의지가 이 집에서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어요. Rosmer선생님, 나는 행동할 힘을 잃었어요. 당신의 가치관이 내 의지를 좀 먹었어요. 당신과 단 둘이 함께 하는 이 인생이 내 마음을 고귀하게 만들었어요!”라고. 그리고 그녀는“내 생애 최고의 행복이 눈 앞에 와 있는데 그 복을 내 발로 차다니! 내 과거가 나를 묶어 놓고 있구나!” 라고 독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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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희곡‘Rosmersholm’ 의 分析

무엇이 이 Rebecca의 행복을 막는 것일까. 무엇이 성공한 Rebecca로 하여금 스스 로를 망치게 끔 하는 것일까. Freud는 이렇게 풀었다.

첫째, 그녀는‘과거’가 있었다. 이 과거란 관객에게 그 어떤 성적(sexual)인 관계였 음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는데, 연극에서 Rosmer는 과거가 있다는 그녀 말을 그리 깊 게 생각해보려고 듣지 않는다. 그 과거란 그녀가 West의 사생아일 뿐 아니라 정부(情 婦)였었다는 사실이다.

둘째, 그녀는 Kroll이 말해줄 때 까지는 West가 친아버지였다는 사실을 정말 몰랐 다. 그녀는 눈치로 보아 아마도 Kroll이 ‘네가 West의 정부였음을 안다’라고 할 줄 여겼고 여기에 대한 적절한 답을 생각해 보던 찰라였었다. 반대로 그때 Kroll은 그녀 가 West의 친딸인 것만 알았지 정부었음은 꿈에도 몰랐다. 그래서 그는 태연히 따지 고, 그녀는 처음에 침착하다가 뒤에 순간적으로 놀랐던 것이다.

세째, 그녀에게 약했던 양심이 Rosmer가문에 온 뒤로 크게 생겨났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실제로 변하였다. 이전의 이기적이고 자유분망하고 냉혹했던 그녀가 아니었다.

네째, 그녀는 생모가 죽을 때 까지 생모와 함께 있었고 따라서 명료한 의식에서는 그 렇지 않겠지만 희미하게나마 그는 자기 어머니가 West와 특수한 관계에 있었음을 알 았을 것이다. West의 양녀로 온 다음에도 그녀의 무의식에서는 어머니의 남자를 가로 채고 싶은 욕망이 있었을 것이다.이것은 모든 인간에게 어렸을 때 이성(異性)인 어버 이와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보편적인 현상인데, 그런 일이 그녀에게서는 실제 현실에서 있었던 것이다. 동시에 그녀는 이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꼈을 것이나 성장분위기가 자 유주의적인 성적 해방을 강조하는 것이어서 의식에서는 그 죄책감의 정도가 미미하였 을 것이다.

다섯째, 그녀가 Rosmer집안에 들어와서도 그녀에게는 과거처럼 어머니 또는 어머 니격 여자의 남편, 즉 아버지나 아버지격의 남자를 가로채고 싶은 욕망이 재현하였다.

즉 과거의 반복이다. 그녀는 이런 욕망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자신을 이렇게 말한다—

———“당신들은 내가 자나 깨나 항상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여자라고 생각하겠지요.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달라요.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 의지(will)가 있다고 봐요. 한 쪽 마음에서 나는 Beata가 없어주기를 바랐어요. 그러나 그러면서도 정말 그런 일이 생기리라고는 절대 믿지 않았어요. 내가 목적성취를 향해 한발짝 나갈 때마다 나는 내 속에서 또 다른 그 무엇이 소리치며 말리는 것을 듣고 있었어요. 안돼, 더 이상은 안 돼! 하지만 나는 멈출수 없었어요. 나는 그져 조금씩만 앞으로 나갔어요. 그져 머리칼 하나 정도의 폭으로만. 그리고 한 번 더, 한 번만 더. 언제나 한 번만 더 였지요. 그러 다가 일이터진 것이에요. 이렇게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요”라고. 이런 것이 바로 Oedipus complex이라는 현상이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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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째, 그녀는 왜 청혼을 거절하는가. 극중에는 명쾌한 설명이 없다. 그러나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최소한 눈치는 챈다. 즉 이는 어머니의 남편을 가로챈데에서 오는 죄책감 때문이다. 이 죄책감에서 해방되려면 장본인은 응징을 받아야만 한다. 그래서 죄책감을 지닌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그럴만한 응징을 찾아 헤맨다. Rebecca의 경우 는 자기응징이 곧 눈앞에 닥아 온 행운을 걷어차는 것이며, 그래서 그녀는 Rosmer의 청혼을 거절한다. 혹자는 그 죄책감이 그녀가 West가 친아버지였음을 Kroll에게서 듣 고 나서 생겼을 것이라고 하겠지만, 그러나 그녀가 그 이야기를 듣기 전에도 이미 강 하게 거절한 것을 보면 죄책감이 그전부터도 있었다는 폭이 된다. 즉 그녀는 West생 전 그의 정부역할을 몰래 할 때도 좨책감이 있었을 것이나 이때는 West가 극단적 자 유주의사상을 불어넣는 풍토였기에 죄책감은 그 정도가 약했을 터이다. 그러다 그녀가 Rosmer집안에 들어와 그종교적 보수성에서 오는 도덕관념에 젖게되고, 특히 Beata 사망후 집주인 Rosmer와 단둘이 살 때에 그녀 무의식에서 도덕관념이 크게 불어났을 것이다.

요컨대 성공으로 인생을 망치는 사람들의 심리에는 그 성공이 자기와 동성(同性)인 어버이를 능가하거나 그 어버이의 배우자를 가로채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Freud의 해석이다. 오늘날의‘성공(成功)우울증’해석이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며, Freud는 이 논문에서‘성공으로 망한 자’의 또 다른 예로 Shakespeare의 희곡 가운 데 나오는 Macbeth부인을 들고 있다.

精神分析的 映畵批評의 類型(2):

映畵줄거리 核心內容의 分析

영화‘카사블랑카’(Casablanca)는 왜 명화인가. 관객의 심금을 울리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핵심내용은 젊은 여주인공 Ilse Lund(잉그릿드 버그만 분)가 고상하지만 성적 매력이 덜한 아버지뻘 남자인 Victor Lazlo와 정치적 신념도 없는데다 도덕관념 도 투철치 못한 보잘 것 없는 청년인 Rick Blaine이라는 두 남자 사이를 방황하는 상 태를 그린 영화로, 이 여주인공이 종국에 누구와 짝 지느냐를 놓고 관객의 마음을 조 리고 들뜨게 만들고 가슴아프게 만든다. 그러니 이는 젊은 여성이 아버지냐, 애인 청 년이냐 하면서 겪는 무의식적 갈등상황을 그려 준다 하겠다. 대본이 하도 좋고, 배우 들도 모두가 열연이라 감독조차 어떻게 귀결을 맺을지 마음을 정하지 못해 촬영때에 는 여주인공이 늙은 남편과 떠나는 장면과 젊은 애인과 떠나는 장면 모두를 찍어 놓고 편집회의를 열었었다는 일화가 전해 온다. 에디프스적 갈등(oedipal conflict)상황에서 꼴딱 꼴딱 하다가 드디어 넘어서느냐, 아니면 그대로 물속에 잠기고 마느냐 하는 소녀 기・청소년기・청춘기의 여성심리와 이에 관련된 아버지심리와 애인남성심리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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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켜들게 만들었으니 이 영화를 보는 남녀관객은 각자의 무의식에서 소용돌이치는 비 슷한 갈등을 어렴품이 경험하고 재연시키면서 어두운 극장좌석에 숨을 죽이고 앉아 영화속으로 자신들을 빨려들어가게 만들고 있다. 예술창작품이 내비치는 무의식적 의 미와 이를 감상하는 사람들의 무의식이 만나 짝짜궁할 때 그 작품은 빛을 발하며, 그 래서 인류 공통의 무의식적 내용을 건드려 짝짜궁을 일으키게 하는 작품일수록 명작 (名作)이 된다. 영화작품 역시 그러하다. 그런 의미에서 에디프스 콤플렉스만큼 인간 심성의 공통분모가 될 만 한 것이 없으며, 그만큼 강열한 갈등 또한 없다. 그래서 명작 이라면 그 대다수가 우리들의 에디프스 콤플렉스를 건드리는 것이다.

Tolstoy의‘안나 카레니나’(Anna Karenina)는 영화‘카사블랑카’와 비슷한 상황 에서 여주인공 Anna가 아버지뻘 공작남편을 버리고 같은 나이 또래 애인쪽으로 기울 다가 마침내 철도자살을 하고마는 이야기인데, 그 심리적 의미란‘아빠를 버리고 젊은 남자를 쫓아가는 젊은 여자는 죽음이라는 천벌을 받게된다’는 식이다. 그러니 이 작품 에는 늙으막에 이 작품을 쓴 작가의 무의식 내용이 강하게 꽉 들어있는 것이다.‘카사 블랑카’도 이렇게 볼진대‘각박한 처지에서는 여자를 아범에게 맡겨라’는 식의 심리 적 의미가 곁드린다 하겠다. 이 영화를 만든 때가 이차세계대전 맏바지인 1944년으로, 미국사회서는 징병이 한참 열을 올릴 때인지라 영화의 결말도 그런 식으로 내어‘자, 젊은 녀석들은 자기 짝을 어른에게 맡겨두고 좀 나가 싸우려므나!’라고 등을 밀어내던 것이었다고도 하겠다.

Hitchcock감독의‘너무 많이 아는 남자’(The man who knew too much)라는 영 화는 그 주제곡이‘께 세라 세라’(Que sera sera)라서 한국에서도 꽤 알려진 영화다.

이 영화는 아버지인 의사 Mckenna와 어머니(도리스 데이 분)와 함께 마라캐쉬로 여 행 간 10세 소년 Hank가 악한 Dr. Drayton과 그 부인에게 유괴당했다가 풀려나오는 모험담으로, 이는 그 또래 소년이 겪는 사춘기이전(pre-pubertal) 심리갈등을 보여 주는 영화다. 여기서는 약하지만 좋은 부모격인 친부모와 강하지만 나쁜 부모격인 Drayton부부라는 두쌍의 부모상(parental feagures)이 주인공 무의식 속에 있어 주 인공은 그 두 쌍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그러나 끝에 가서 Drayton박사가 체포되고 Drayton부인은 뒤늦게나마 개과천선하는데, 이는 종국에 가서 자식에게 부모 각자는 좋고 나쁜 점을 동시에 지닌‘한 개인’으로 받아드려져 마침내 자식의 심리갈등이 없 어진다는 인간성장과정을 그려주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 첫 장면과 끝 장면에 크 게 부각되는 오케스트라의 금속징(cymbals)으로, 이 징이 울리는 것이 영화의 크라 이막스로 되어 있다. 그 징소리와 동시에 권총이 발사되는데, 주인공 소년은 그 권총 발사를 기를 쓰고 막아야 될 입장이다. 이때의 그 징은‘어머니 젖가슴’(mother’s breast)을 상징하고, 불쑥 나오는 권총은 어른 남근의 상징이다. 그러할진대 한사코 이 두 상징물의 조우를 막으려는 주인공의 활약은 그가 겪는 에디프스적 갈등상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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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실히 들어내준다는 것이 미국 North Carolina 정신과 교수요 분석가인 McKwen (1987)의 말이다.

그러면 다음에는 다른 영화 하나의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적어놓고 그 내용의 핵심 이 정신분석적으로 무엇을 뜻하는가를, 그리고 사회심리학적으로는 무슨 뜻을 담고 있 는지를 살펴 보겠다. 일본영화‘나생문’(羅生門)은 거장 구로자와 아끼라(黑澤明)의 1950년 작품으로 다음 해 베니스영화제에서 금상을 받았는데, 이는 요절한 일본 천재 작가 아꾸다가와 류우노쓰께(芥川龍之介)의 단편‘검불속에서’를 감독 스스로 각색하 여 작가 쓴 그 직전 소설 [나생문]의 분위기와 제목을 옮겨다가 부친 영화다.

1. 영화‘羅生門’ 의 줄거리

영화의 줄거리는 중심 이야기와 곁가지 이야기로 되어 있으며, 그 곁가지 이야기속 에 나오는 본래 이야기가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필요상 곁가지 이야기는 괄호 속 에 넣어 기술하겠다.

(난세인 중세기 전국시대 일본 어느 시골의 큰 절 터다. 건물들은 다 불타버리고‘나 생문’이라 패를 건 절의 정문 건물 하나만이 우뚝 솟아 징그럽고 괴괴하게 남아 있다.

이 절 대문 건물 이층 문루에 서로 모르는 세 사나이가 비를 피해 들어와 말들을 걸기 시작한다. 이들은 모두가 그날 오전 고을 원님 앞에서 열렸던 어느 산적(山賊)의 재판 에 흥미를 가지면서‘거, 참 괴상한 재판도 다 보았구만!’이라고들 한다. 다름 아니라 근처 산속에서 해사하게 생긴 젊은 사무라이(武士) 하나가 칼맞은 시체로 발견되었고, 그런지 며칠 뒤 그 지방을 주름잡던 텁석부리 산적이 관헌에게 체포되었는데 이 산적 이 죽은 사무라이의 말 안장을 지니고 있어 살인죄명이 추가로 얹혀 고을 원님 앞에서 재판받은 사건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이제 그 재판관경이 회상형식으로 영화에서 나 오는데 이것이 중심이야기다).

산적의 말이다 ────무료하던 차 호젓한 산속 길을 지나는 사무라이와 여자가 눈에 띠었다. 아름다운 여자에게 나는 흑심이 동하였다. 나는 양민을 가장해 우선 사 무라이를 따로 유인해 묶어놓고 여자를 데려와 그 앞에서 겁탈하였다. 여자는 처음 앙 탈하더니 막판에는 흥분에 정신이 나가 적극적으로 응하였다. 일 보고나서 그냥 가려 는데 난데없이 여자가 나를 꽉 붙잡는 것이 아닌가.‘여자란 일부종사(一夫從事)인데, 이제 세상에는 나를 아는 남자가 둘이 되었다. 내게는 지아비 하나 만이 필요하다. 그 러니 저기 묶여있는 내 남편을 죽이고 나를 데려가 달라. 그렇게 못하겠다면 당신이 자 결해달라’라고 매달렸다. 기가 막혀 나는 댓구 않고 그냥 뿌리치고 떠나려는데 느닷없 이 여자가 품에서 은장도를 꺼내들고‘그러면 내가 너를 죽이겠다!’고 달겨드는 시늉 을 하였다. 나는 곧바로 은장도를 빼앗아 멀리 집어던졌고,‘그렇다면 사나이들끼리 한판 붙어보자’하고 사무라이를 풀어 준 뒤 칼까지 돌려주었다. 사무라이는 다소 망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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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가 자기 아내앞에서인지 모르지만 내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그 자는 내 적수가 못되었다. 몇 합만에 나는 그를 베었고, 뒤를 돌아보니 여자는 자취를 감추고 없었 다.“하하! 정숙한 여자라고! 가소로울지고! 하하! 사무라이라고! 그런 못나고 나약한 자가 사무라이라고! 가소로울지고! 죽을 마당에 내 구태여 거짓말 하겠소? 죽여 주시 요”라면서 산적의 증언은 끝났다.

다음에는 젊은 여자가 나왔다. 얼마동안 산골마을 어느 집에 숨어 있다가 재판 소리 를 듣고 자의 반 타의 반 원님앞에 나타난 이 여자는 바로 죽은 사무라이의 아내다.

여자가 말한다 ──── 자기 말을 듣지않으면 우리 부부 둘다 죽이겠다면서 산적 은 내게 덤벼들려 하였다. 남편은 고개를 숙인채 겁에 질린 처량한 모습으로 한참동안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 고개를 든 그의 눈에서 나는‘고분고분 들어주어야 우리가 살 지 않겠느냐’라는 눈빛을 읽었다. 산적은 은장도로 반항하던 내게서 간단히 칼을 빼았 아 던진 뒤 무지막지하게 덤벼들었다. 나는 기절하고 말았다. 얼마 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일은 다 끝난 뒤 였다. 나는 남편에게 달려가 울면서 그의 끈을 풀어주려 하였는 데, 돌연 남편이 경멸에 찬 눈으로 나를 노려보면서‘너같은 더러운 계집은 싫다. 저 산적 놈하고 같이 가 살라!’고 밀어내는 것이 아닌가. 망연자실해 서 있는 내게 옷매 무새를 다 가다듬고 난 산적이‘나도 당신이 필요없다!’라면서 비웃듯 떠나가 버렸다.

나는 너무도 어이없어 그 자리를 뛰쳐 나갔고, 그러다 다시 정신을 차려 남편을 풀어 주기나 하려고 다시 남편에게 갔다. 그러나 끈에서 풀린 남편은 좀 떨어진 곳에 죽어 넘어져 있었다. 나까지 산적이 죽일 것 같다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겁이 난 나는 그곳 을 도망쳐 얼마동안 산속을 헤맸다. 호수가 나왔다. 정절을 잃은데다 목숨이 아까워 도망해 온 내 모습이 저주스러워 나는 호수에 몸을 던졌다. 그러나 그 물은 깊지가 않 아 죽을 수가 없었다. 나는 속세를 하직키로 하고 지금껏 산골 오두막집에 몸을 의탁 하고 있었다.

원님은 세 번째 증인을 불렀다. 무당이었다. 원님은 무당에게 굿을 시켜 죽은 사무 라이의 망령을 불러 이 무당의 입을 통해 자초지종을 듣는다. 신들린 무당이 사무라이 목소리를 내면서 아뢴다 ────산적은 내 눈앞에서 아내를 겁탈하였다. 아내는 너무 나도 고분고분 그 놈 말을 들었다. 일을 치른 산적은 내게 와서‘그대의 마누라가 나 더러 그대를 죽이고 자기와 같이 살자고 하더라. 저런 것도 여자냐?’라고 귓뜸해 주고 사라져 버렸다. 이윽고 달려온 아내는 나를 풀어주고 용서를 빌었으나 허탈에 빠진 나 는 아무 말도 해 줄수 없었다. 얼마만인지, 울다 지친 아내는 산속 어디론가 떠나가 버 렸다. 고요한 달밤이었다. 사무라이로서 칼 뺐기고 묶였던 수치, 아내를 능욕당하게끔 한 사나이로서의 굴욕, 아내로 부터 배신당한 남편으로서의 허탈과 분노, 이 모든 것 에서 헤어나올 길은 단 하나였다. 나는 자결하였다.

이렇게 무당 입에서 사무라이의 증언이 끝났을 때 구경하던 백성들 속에서 농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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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가 튀어나왔다.‘며칠 전 저는 법을 어기고 산에 몰래 나무하러 들어갔다가 괴상 한 광경을 이 눈으로 직접 보았습니다. 당장 원님께 보고드려 마땅했지만 법을 어긴 처지라 받을 벌이 무서워 그만 차일피일 했는데, 지금 여러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보니 혹시 제가 본 것이 그것과 관련있지나 않나 생각되어 벌 받을 것을 각오하고 이 자리 에 나왔습니다. 들어주소서!’라고 그는 말한다.

증언허락을 받은 농부가 드디어 입을 연다 ──── 산을 올라가는 길인데,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숨을 죽이고 그쪽으로 가 보니 두 사나이가 칼을 들고 싸우고 있었다. 한쪽은 장대한 텁석부리요, 다른 쪽은 해사하게 생긴 젊은 사무라이였다. 그런 데 더욱 이상한 것은 싸우는 둘 모두 겁에 질려 먼저 공격은 않고 서로의 주위를 빙빙 도는 것이 제발 상대가 먼저 도망가주기를 원하는 모습이었다. 한참을 그러던 차, 사 무라이쪽에서 둔덕을 밟아내려오다가 나무뿌리에 발이 걸려 앞으로 넘어졌는데 이것 을 공격해오는 것으로 여긴 상대방은 질겁을 하면서 뒤로 돌아 산속으로 줄행낭쳤는 데, 그때 넘어지는 사무라이는 제 칼에 그만 가슴이 찔려 삽시간에 죽고 말았다. 나도 무서워 나무도 못하고 그냥 산을 내려왔다.

(영화종료 10분쯤을 남겨두고 장면은 다시 이 영화의 곁가지 이야기인 원래의 나생 문 이층누각장면으로 돌아온다. 이제 비가 그쳐 세 사나이들이 떠날 차비를 하며 말한 다.“그거 참, 괴상할지고! 벌어진 일 하나를 놓고 증인 저마다 다른 말을 하니 도시 뭐가 뭔지 알 수가 없구먼!’ 이라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하나는 껑청 키는 크지만 착 하고 나약하게 생긴 초노의 스님, 하나는 깡패나 사기꾼같이 생긴 험상스러운 근육질 의 사나이, 또 하나는 살림에 지친 무지렁이 중년 농부다. 그러고 보니 이 농부가 바 로 원님앞에서 증언하던 그 농부다. 깡패 사나이가 무지렁이 농부를 노려보며 묻는 다,“다른 증인들은 여자의 은장도 이야기를 하였는데, 왜 당신은 그 말을 뺐는가? 보 지 못하였나? 아니, 당신이 슬쩍 훔쳐 가진거 아냐? 꽤 값 나갈텐데…” 무지렁이는 당 황해서 우물쭈물하고, 스님은 가련한 눈초리로 무지렁이를 바라본다. 이때 갓난아이 울음소리가 근처에서 들려오고, 무지렁이는 두리번 거리면서 뛰쳐나가 누군지 버리고 간 간난아이 하나를 안고 들어와 스님에게 넘긴다.“허허, 이걸 어떡하나. 나도 키울 처지가 못되는데!”라고 스님은 망연자실해하며, 깡패는“다시 갖다 버립시다. 어른들 도 끼니 때우기가 급급한데… 참!” 하고 혀를 차며 무지렁이를 탓한다. 면박받고 주춤 거리던 농부가 마침내 스님에게 가서“제가 키우겠어요. 어차피 제게는 대여섯명 자식 이 딸렸는데, 뭐 하나 더 있다고 해서…”라면서 아기를 되받아온다. 구름사이로 해가 비치기 시작하며, 나생문 석대위에 선 스님은 전쟁으로 불타버린 마을 쪽 황량한 들 판을 향해 아기를 가슴에 고히 품고 걸어나가는 농부의 뒷모습을 내려다 보며 합장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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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영화‘羅生門’ 의 分析

이와 같이 영화‘나생문’은 일어난 사건 하나를 가지고 네 가지 상이한 견해를 보 여주면서, 그런 견해 하나 하나가 모두 진설성이 있다고 영화는 말하고 있다. 일찌기 趙斗英(1985)은 이 영화가 인간 한 사람의 이드(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 와 그를 둘러싼 외계(external world)가 서로 달리 사물을 보는 그 관점들을 보여준 다고 말한 바 있다. 즉 (1) 산적은 그 행실로 볼 때 본능적 욕구의 즉각적 만족만을 물불 안가리고 추구하고, 이기적이고, 양심의 가책도 없이 뻔뻔스럽고, 남에 대한 배려 가 거의 없다는 특징을 보여준다. 또‘산적’이라는 그 자체가 음지에 사는 위험천만한 인물임을 말해준다. 따라서 산적의 관점은 이드의 관점이다. (2) 사무라이 아내의 행 실은 자기 생명보존에 주안점을 두면서 본능적 욕구의 충족에 광열적으로 몰입함이 없고, 수모도 적절히 견뎌내고, 또 양심에 크게 어긋나는 짓도 하지않는 특징을 보인 다. 도저히 감당못할 불안에 직면해서는 억압(repression)과 해리(dissociation)같은 방어기제를 써서 살아나며, 초자아의 부분적 만족을 위해 투신자살기도를 옅은 물에서 한다. 고로 그녀의 행실은 자아의 관점을 상징한다. (3) 사무라이의 관점은 초자아의 관점이다. 불의(不義)와 불륜을 나무라고, 타협 못하고, 굴욕도 이겨내지 못하고, 궁극 적인 책임을 자신에게 돌려 드디어 자기응징으로서 할복자살에 까지 이르르는 것이 그의 행실이었기 때문이다. (4) 나무하던 농부의 관점은 남들이 나를 보는 관점이며, 나 자신을 보는 외부세계의 눈이요, 그 객관적인 판정이다.

이 영화의 곁가지 이야기인 괄호 친 부분을 보자. 여기서도 스님, 깡패, 농부가 나와 각기 초자아, 이드, 자아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즉 (1) 스님은 고귀한 신분과 성품을 가졌으나 현실적 삶의 능력에서는 별로 기댈 바 가 못되는 인물이다. 다시 말 하면 고귀하나 나약한 것이 영화 본 줄거리의 사무라이와 비슷하다. 그러니 스님은 초 자아의 상징이다. (2) 깡패는 독선적이고 이기적이며, 그 까짓 애기 하나의 생명쯤은 무시해도 좋다는 식의 위험천만하고 파괴적인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깡패는 영화 본 줄거리의 산적이 주는 이메지와 비슷하며, 그러니 그는 이드이 상징이다. (3) 농부는 자식들의 생계를 위해 은장도를 훔치기는 하지만, 반면 버린 남의 자식의 생명도 소중 히 알기 때문에 그대로 죽게 내버려두지않는다. 농부는 초자아와 이드 양극단에 정면 대항하지않고 타협해 상대의 욕구를 부분적으로 충족시켜 주면서도 그 양극 어느 하 나에 쏠리지 않는 중용적 태도를 견지하면서 총체적인 생명보지(生命保持)에 주력하 는 모습을 보이는고로 이는 자아의 상징이다 ─── 이렇게 영화‘나생문’은 본 줄거 리와 곁다리 이야기 둘이 서로 비슷한 심리내용을 가지고 맞물려 있다.

비슷한 견해로서, 이 영화‘나생문’을 놓고 미국 Menninger Clinic의 교육분석의 Gabbard(1997)는‘인간의 기억(memories)이란 그 개개인의 주관에 따라 변색될 수 밖에 없다는 정신분석이론을 그리고 있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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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영화‘나생문’의 사회심리학적 의의를 생각해 보자. 이차세계대전에서 패 전(敗戰)한지 5년 뒤에 이 영화가 만들어졌는데, 당시의 일본 사회상은 몹씨 혼란스러 웠다. 자식과 자존심을 동시에 잃은 국민들은 전쟁을 일으킨 군부(軍部)를 원망하고, 조롱하고, 고통의 근본책임을 군부에 물었었다. 국민들은 가족을 먹이기 위해 미군(美 軍)에게 몸을 파는‘빵빵 걸’들을 불쌍히 여기면서도 경멸하는 자가당착적인 이중적 인 자세를 지녔었다. 그리고 남자들은 그런 진주군(進駐軍)에 분노하고 있었고, 그러 면서도 진주군을 상대로 물건을 훔치고, 속이고 또 얻어먹으며 쩔쩔매는 어쩔 수 없는 수치를 경험하는 그런 시대였다. 야꾸자와 깡패, 깽들의 범죄가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 는 시대이기도 하였다. 따라서 우리는 이 영화에게서 다음과 같은 상징들을 볼 수가 있다. 즉 (1) 영화 속의 사무라이는 일본 군부를 상징하는 것이다. 전쟁기간중 국민들 이 믿고 떠받들었던 군부도 이제와서 알고 보니 어리석고, 나약하고, 가족과 국민들을 지켜주지도 못하고, 변변히 적과 싸워보지도 못하는‘묶인 사무라이’와 다를 바 없었 다. 따라서 관객은 영화 속 산적이 끝에 가서 사무라이를 비웃던 말 그대로 사무라이 의 비참한 꼴을 고소하게 보고 있다. (2) 산적은 진주군인 미군을 상징한다. 산적은 힘 세고, 크고, 동물처럼 본능에 따라 거침없이 행동하며, 남의 여자를 겁탈하고도 양 심의 가책이 없다. 그리고 우리 편 사무라이를 간교한 방법으로 유인하여 묶고 죽이고 하니, 이는 바로 미군(美軍)인 것이다. (3) 영화 본 줄거리의 사무라이 아내와 곁다리 이야기의 무지렁이 농부는 당시의 일본국민 남녀를 뜻한다 하겠다. 유린당하고 남편을 잃고서도 생명부지를 위해 수모와 자책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되는 위치의 일본여성, 그리고 조금 조금씩은 남을 속이고 남의 것을 훔치는 생활로 다소 수치스러운 인생을 살기는 해도 그래도 크게 보아 인간의 본분은 잃지않고 사는 일본남성들을 두고 말하 는 것이다. (4) 곁다리 이야기 속의 갓난아기는 그러면 무엇을 뜻하나? 그는 모든 일 본의 아기들, 즉 일본의 미래를 뜻한다 하겠다.

이렇듯 영화‘나생문’은 다각도에서 당시 일본국민들의 심사(心思)를 대변해 주었 다. 이 영화를 보면서 귀가한 패전군인들은 자기 신세를 죽은 사무라이 신세에 비유해 울고 한탄했으며, 몸이 찢기는 젊은 빵빵걸과 그 친지들은 사무라이 아내의 처신에서 위안받았으며, 많은 가장(家長)들은 영화 속 농부에 자기 신세를 비추어 죄책감을 덜 고 좀 더 나은 미래를 그리면서 두 손을 꽉 쥐었을 것이다. 요컨대 이 영화는 일본 전 국민의 심금을 울렸고, 그래서 명화(名畵)가 되었다. 또 그래서 구로자와 감독은 거장 (巨匠)중의 거장이 되었다. 1997년인 오늘, 이 영화 속의 간난아기는 이제 인생 전성 기인 중년으로서 47세가 된 폭이다. 그리고 1950년 영화만들 당시의 온 국민의 숨은 열망대로 신세대가 이끄는 일본은 이제 일류국가로서 경제적 군사적 강대국이 되어 있다. 실의(失意)와 가난에 빠진 온 국민을 위로하고, 서로 용서케 하고, 독한 마음으 로 미래를 향해 꿈을 가지고 재차 전진케 했던 영화‘나생문!’ 바로 이것이 영화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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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사회심학적 의의요 기능이라 하겠다.

精神分析的 映畵批評의 類型(3):

女權主義立場에서 男性觀客爲主의 映畵를 보는 눈

1960년대 후반 여권(女權)운동이 사회 각분야에서 일어나면서 영화비평계에도 그 바람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여권주의 입장을 취하는 이들 영화비평가는 영화가 관객 에게 어떤 여성 이미지를 심어 주느냐, 또는 어떤 방법으로 그런 이미지를 영화가 심 어주느냐에 관심을 갖고 임하였다. 이들의 목표란 남성우위사회에서 여성을 수동적 존 재로 변형시키는 영화라는 매체의 구조적 장치들을 폭로하고 제거시키는 것이다. 대부 분의 영화가 능동적인 남자 주인공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여자들은 나약하거나, 끊임 없이 정을 주는 포근한 심성을 가졌거나 성적인 노리개로나 나온다는 것이 이들의 주 장이다. 카메라가 잡는 시선은 본질적으로 남성적인 것이어서 예컨대 영화속에서 여자 를 바라보는 남성위주의 주관적 쇼트는 흔하지만 반대로 여자가 남자를 바라보는 주 관적 쇼트는 드믈다. 그러니 여자와 여자 몸은 남자들 눈요기꺼리인 것이다. 여자들은 보통 성에 끌려 남자를 쳐다보지 않기에 여자들 시선은 덜 성적이고, 덜 도발적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런 여권주의적 영화비평가로 손꼽히는 사람의 하나가 소 위‘Lacan학파’에 속하는 여류기호학자(記號學者) Laura Mulvey인데, 그녀는‘영화 에서 자주 성적인 도구로 비쳐지는 여자의 몸은 남성관객들에게 거세불안(castration anxiety)을 야기시킨다’라는 말을 한다(Gabbard 1977).

여권주의론적 입장에서 정신분석적 영화비평하기 좋은 작품의 하나가 1993년 뉴질 랜드 신예여류감독 Jane Campion이 직접 대본을 쓰고 만들어 그 해 깐느영화제에서 금상을 수상한 영화‘피아노’(The piano)다(이 영화는 본 한국 어느 여자 정신과의 사가 너무 감격한 나머지 귀가할 때 차속에서 계속 울고 갔다는 일화가 있을만치 유명 하다). 그러니 이것을 분석해 보자.

1. 영화‘피아노’ 의 줄거리

영화의 첫 장면은 배우와 제작진 이름들이 소개되면서 함께 어린아이 손가락들인듯 한 뼈들 대여섯개가 상하로 늘어서 있는 사이로 빗물인지 눈물인지 또는 무슨 액체인 지 모르지만 물끼가 흐르는 진분홍색 배경이 화면을 채우다가 이내 나이 든 여자의 반 지 낀 손가락들과 그 손가락 틈으로 눈동자가 나타난다. 동시에 어린 소녀 목소리 로‘나는 지금 어른인데, 6세때 받은 그 어떤 충격으로 말을 잃었다’는 독백이 나온다.

피아노 소리가 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배경은 19세기 중엽의 스콧트랜드 어느 시골, 2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여주인공 Ada가 이층 거실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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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곧 뉴질랜드로 시집가게 되어 있다. 그녀 아버지가 나서서 10세 가량 되는 딸 Flora가 딸린 Ada를 뉴질랜드 개척민인 상처한 홀아비에게 돈을 받고 보내는 것이다.

Ada의 아버지는 그 홀아비에게서‘벙어리라도 괜찮으니 당신 딸을 그냥 보내시오. 그 러니 이미 당신이 받은 돈을 물려줄 필요가 없소’라는 최근 편지를 받고 있었다. Ada 의 눈치라도 살피려는듯 그 집 50대 마나님같은 여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층계 난간에 서 기웃거리는 장면이 나온다. Ada의 머리에서는 이층 복도를 롤라스켓트를 타고 손 살같이 달리는, 그러다 그 속도를 늦추지 못해 복도 맞은 편 방문을 부시고 방속에 뛰 어들 것 같은 예감을 주듯이 달리는 소녀 모습이 스치고 지나간다. Ada는 벙어리로, 평소의 감정은 늘상 껴안고 지나다싶이 하는 피아노를 치는 것으로 알리며, 또 Flora 와 수화(手話)를 해 이 딸이 어머니 의사를 대변하는데, 어떤 때는 딸이 어머니 표정 만으로도 알아차리고 대신 말을 하는 경지에 이르러 있다.

모녀는 배를 타고 뉴질랜드 해안에 도착하였다. 성난 파도에 비해 섬의 정경은 너무 도 아름답다. 선원들은 무지하고 무례하며, Ada는 이들에게 쏘아부친다. 뽀트에서 피 아노가 내려져 해안 모래사장에 놓인다. 배는 돌아가고, 다음날 마중나온 홀아비 일행 이 해안에 도착한다. 새 남편이 되는 Stewart는 중년으로, 일・돈・땅 밖에 모르는 냉혈한이며, 성적(性的)으로도 억제(inhibited)받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집 도착 즉 시 첫날밤도 피해 다른 볼 일 본다고 수일 예정의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다. 일행 중 또 다른 개척민인 백인 사나이 하나가 원주민 인부 통솔자격인 Baines인데, 그는 원 주민과 어울려 사는 노총각으로 물정과 세속에 어둡고 미숙해 소년같은 정신년령을 가지고 있다. 그는 또한 문맹이지만 정(情)을 가진 사나이다. 가져 가자는 Ada의 요 청을 묵살하고 Stewart는 짐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피아노를 해안에 두고 오며, 뒤에 Ada와 Flora의 애원으로 Baines가 그것을 가져다 준다. 여행에서 돌아 온 Stewart는 Ada와 Flora를 한 침대에서 자게 하고 자기는 떨어져 자는 생활이 시작되고, 기웃거 리는 이웃 아낙네들에게 Flora가‘우리 어머니는 원래 오페라 가수였고 내 친아버지 는 작곡가였는데, 어머니가 20세때 아버지가 머리에 벼락맞아 죽는 현장을 본 충격으 로 벙어리가 되었다’고 말하며, 이 때 영화 화면도 얼굴이 벼락으로 피범벅 진분홍색 이 되어 넘어지는 작곡가가 만화형식의 이메지로 나온다. 억세게 일만 하는 다른 아낙 네와는 달리 Ada는 피아노에 매달리며, Stewart는 이를 못마땅해 하나 Baines는 처 음 듣는 피아노 소리에 도취해 자주 찾아와 듣는다. 화가 난 Stewart는 끝내 피아노 를 못치게 하는데, 이때 Baines가 자기 땅 모두를 주면서 그 피아노를 사 가지고 가서 Ada의 몸을 만지는 조건으로 그녀가 자기 집에 와서 피아노를 치게 한다. Baines는 피아노 소리를 사랑하다가 그 연주자의 육체에 끌리고, 드디어는 연주자의 영혼을 사 랑하게 되고, 글을 배운다. Ada역시 순수한 감정으로 피아노와 자기를 사랑하는 Baines를 사랑하게 된다. 이 남녀의 정사(情事)장면을 감시역으로 집밖에 와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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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ra가 문틈으로 드려다 보게 되고, Flora는 그 뒤 Ada를 가로막고 규탄하나 Ada는 듣지 않는다. 한편 죄책감에 빠진데다 Ada의 안위를 걱정한 Baines는 피아노를 돈 받지않고 Ada에게 되돌려주어 Ada가 그를 찾을 구실을 막지만 그녀는 계속 그의 집 을 찾는다. 마침내 격노한 Flora가 처음에는‘나는 결코 그를 아버지라 부르지 않겠 다’ 하면서 거리를 두던 Stewart에게 감정적으로 가까워지고, 또 Ada의 불륜을 고자 질한다. Stewart 역시 현장에 달려가 벽 틈으로 사실을 확인하고, 그날 밤 홀로 자는 Baines를 총을 들고 찾아가 애원하고 위협한다. 그리고 그는 아내에게도 Beines집 출 입금지령을 내린다. 전재산인 땅과 피아노, 여자를 잃은 Baines는 우울에 빠지면서 다 소 시간이 흐른다. 그러나 한편 열정을 주체하기 어려워진 Ada는 어느날 피아노 건반 하나를 떼어내서 전갈을 써서 Flora에게 이를 Baines에게 전하도록 심부름 시키지만 딸은 대신 이를 의붓아버지에게 갖다 준다. Ada가 Baines를 찾아가는 길목을 지키던 Stewart는 Ada를 만나 손가락 하나를 도끼로 잘라 응징한다.

Ada를 집으로 끌고 온 그날 밤, Stewart는 처음으로 성욕을 느껴 아내의 하반신을 더듬으며, 자다 깬 Ada는 남편에게 자기를 놓아달라고 한다. 물론 Ada의 말소리는 정 확치 않고 희미하였지만, 남편은 처음으로 Flora의 통역없이 상대의 의사를 알아들은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Ada에게는 간절하게 노력하면 말문이 열릴 수 있다는 계기를 만들었던 것이다.

드디어 풀려난 Ada는 Baines와 함께 딸을 데리고 뉴질랜드를 떠난다. 바다는 잔잔 하다. 일행과 피아노를 싣고 큰 배로 가는 뽀트에는 피아노를 동여맨 밧줄이 바닥에 얽혀있는데, 돌연 Ada가 선원들에게 피아노를 바다에 던져버리라고 한다. 모두가 어 이없이 하는 가운데 피아노가 바다 속으로 가라앉으면서 뜻밖에도 동아줄에 발목이 얽힌 Ada마져 바다 속으로 딸려들어간다. 죽는구나 했던 Ada는 가라앉으면서도 자기 겉옷과 신발을 벗겨내 밧줄에서 풀려나와 다시 수면위로 떠 오른다.

스코틀랜드로 돌아 온 Ada일행은 행복하고 조용하게 산다. Ada는 말을 배우려 애 써 조금씩 의사소통이 원활해지고 있고, 쇠붙이 손가락을 낀 손으로 피아노를 이제는 가끔씩 치고 산다.

2. 영화‘피아노’ 의 分析

영문학교수인 서울대학교 金聖坤(1994)은‘영화는 문학 텍스트의 확장이니 영화는 곧 문학 그 자체다’라는 말을 하면서 영화‘피아노’에 관한 몇가지 언급을 하였는데 간추린다면 다음과 같다 ──── (1) 이는 여권주의 영화다. 영화 속에서 남성들의 폭군적 이메지가 똑같이 도끼를 휘두르는 Stewart와 연극 속의‘푸른 수염’으로 나타 나고 있다. (2) 피아노는 여주인공 Ada의‘운명’으로, 피아노를 바다에 던지는 수장 (水葬)은 그녀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하며, 그녀가 밧줄에서 풀려 물위로 떠오르는 것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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