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산업의 회고와 전망
김경수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세상을 바꾸는 디스플레이산업
50년 전만 하더라도 프로레슬링 경기를 보기 위해서는 TV가 있는 집으로 온 동네 사람들이 모 여야만 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우리는 뚱뚱한 흑 백 브라운관(CRT)으로 프로레슬링 경기를 보면 서 환호성을 지르고 용기를 얻곤 하였다. 비록 흑 백 화면이지만 디스플레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 이다. 그때 디스플레이가 없었다면 프로레슬링 경기는 볼 수 없었어도 큰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 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집에서 학교 에서 회사에서 디스플레이가 없는 생활을 상상이 나 할 수 있겠는가? 지난해 IFA(국제가전전시회) 2015에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한상범(LG디 스플레이 부회장) 회장이 “디스플레이가 바꿀 우 리의 삶”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듯이 디스 플레이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세상을 바꾸어 버 렸다.
디스플레이산업은 섬유, 자동차, 철강 등의 대
표 제조산업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기술발전이 가 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산업이다. 브라운관으 로 시작하여 LCD, PDP, OLED로 기술이 발전되 었고, 이제는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Flexible과 투 명 디스플레이 등으로 기술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 다. 또한 디스플레이산업은 장비·부품소재가 차 지하는 비중이 높은 대표적인 장치산업이다. 설 비 투자비용의 70%가 장비구매 비용에 해당되고, 제품 수율의 90% 이상이 장비성능에 의해 좌우되 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제적인 투자를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가 시장 선점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 하고 있기 때문에 적기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이다.
국내 유일한 10년 이상 세계 1위 산업
1990년 일본의 샤프에서 1세대 LCD를 양산하 면서 디스플레이산업이 본격 성장함에 따라 디스 플레이산업은 일본이 선도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는 일본보다 뒤늦은 1995년 LCD를 생산하였음에 도 불구하고, 2004년 LCD에서 일본을 앞지른 이 후 2005에는 PDP, OLED에서도 세계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우리나라의 2015년 세계시장 점유율은 LCD 39.2%, OLED 96.2%로 세계 1위를 지속·유 지하고 있다.
국내 산업에서 12년째 세계시장 1위를 유지하 고 있는 산업은 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디스플 레이는 우리나라 수출의 6%(297억 달러), GDP 의 4%(44조원)를 기여하고 있으며, 12만 7,000명 이 디스플레이산업에 종사하고 있어 국가경제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다만, 세계 최고의 생산기 술을 바탕으로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하 고 있으나 후방산업(장비·소재)의 경쟁력은 아 직도 취약한 분야로 적극적인 기술개발이 필요 한 부분이다. 장비와 부품소재 국산화율은 민·
관의 지속적인 투자로 많이 개선되었으나, 핵심 품목에 대해서는 여전히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선제적인 투자와 정부의 육성 의지가 한 몫
우리 디스플레이산업은 1990년대 패널기업들 의 선제적인 투자와 정부의 지원을 통해 세계 최 대 생산국으로 도약하였다. 1990년대 말 LCD 세 계 1위 일본은 아시아에 번진 경제위기로 차세대 (5세대 이후) LCD 투자에 대해 소극적인 모습이 었다. 반면 우리 기업은 2001년 세계 최초로 5세 대 LCD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면서 수요증가와 대 형화 요구에 적기 대응하며 급성장하였다. 정부 는 기업의 설비투자 지원을 위해 국내조달이 불
가한 핵심 설비에 대한 할당관세, 공장자동화기 기 관세감면을 추진함과 동시에 국산화를 위한 중기거점기술개발사업, 선도기술개발사업(G7사 업), 프론티어기술개발사업 등 대규모 R&D 지원 도 이루어졌다.
중국의 성장과 글로벌 경쟁 심화
중국은 경쟁국 중 가장 뒤늦게 시장에 참여한 후발 생산국이지만 정부의 강력한 지원책 및 거대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급성장하여 이제는 우리나 라까지 위협하고 있다. 중국의 LCD 시장점유율은 2005년 1.5%, 2010년 4.1%에 불과하였으나, 2015 년에는 15.5%까지 확대되면서 세계 LCD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중국 LCD 산업은 초저가 생 산기반을 바탕으로 선발국으로부터 직접투자, 기 업인수·합병 등 부족한 첨단기술 입수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성장하였다. 중국 기업들은 패널공장 설립 시 지방정부들이 공동 투자하는 방식으로 자 국 기업들에 자금을 지원하여 막대한 적자에도 불 구하고 대규모 투자를 가능하게 하였다. 지난해 에는 세계 최초로 10.5세대 LCD 투자계획을 발 표하여 2018년부터 양산될 계획이며, 현재는 11 세대 LCD 투자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디스플레이시장에서 도태된 일본은 강 도 높은 구조조정과 자국 기업 간 연합전선 구축 등을 통해 재기 중이다. 중국이 생산을 확충하고 있는 대형 LCD를 벗어나 자국 기업 간 연합을 통 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소형 LCD 및 OLED 패 널에 집중하고 있다. 2012년에는 도시바·소니·
히타치 3사의 중소형 디스플레이 사업을 통합한
“재팬디스플레이(JDI)”를 출범시키고, 2015년에 는 소니·파나소닉·JDI가 OLED패널 전문업체인 JOLED를 설립하였다.
대만의 홍하이는 샤프 인수를 적극 검토 중이 며, 샤프가 이사회에서 홍하이의 인수 제안을 수 용한 만큼 대만은 기술경쟁력을 한 단계 올릴 수 있는 기회로 삼을 것이다. 홍하이는 아이폰을 위 탁 생산하는 폭스콘과 LCD 제조기업 이노룩스 등 의 계열사로 구성된 위탁생산 전문 기업이나 기 술력을 갖춘 전문 제조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간 디스플레이산업은 한국, 대만, 일본, 중국 4개국만이 생산하고 있었으나, 인도가 새롭게 디 스플레이 시장에 진입하였다. 인도는 LCD 생산을 위해 올해 2월 “Twinstar Display”를 설립하고 8세 대 LCD에 대한 투자계획을 발표하였다. Twinstar Display는 2018년 양산 계획을 밝혀 중국에 이어 인도까지 LCD 시장에 진입하면서 LCD 시장의 경 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꿈의 디스플레이 “OLED”
우리 디스플레이산업은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기술혁신으로 세계 최초 OLED 상용화에 성공하 였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LCD를 따라간 추격자에 서 OLED를 주도하고 있는 선도국으로 변모하였 다. 2010년 세계 최초 OLED 스마트폰 출시, 2013 년 세계 최초 55인치 OLED TV 출시, 2015년 세계 최초 55인치 투명 OLED TV 개발 등 앞에는 “세 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항상 붙는다. 우리나라가 가는 길이 OLED가 나아가는 방향이 되기 때문이 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꿈의 디스플레이 “OLED”
에 집중하는 이유는 뭘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경쟁국과 기술적인 차별화를 두기 위 함이다.
LCD시장은 중국의 대규모 생산 확충에 따라 재 고증가, 공급과잉, 가격하락의 악순환이 지속되 고 있다. 또한 LCD로는 기술적인 우위가 경쟁국 과의 경쟁에서 큰 차이가 없다라는 분석이다. 조 사기관 IHS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 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 10.4%였으나 2020년 에는 22.4%까지 확대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경쟁국과의 격차 확대를 위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OLED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패널기업은 대형 OLED 및 Flexible OLED 등을 위해 14조원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 표하였다. 이에 맞춰 정부도 OLED 장비에 대한 할당관세, AMOLED 및 Flexible 디스플레이 R&D 세액공제 지원을 발표하였으며, 기업의 원활한 투 자이행을 위해 정부합동지원반까지 발족하는 등 OLED에 대해 전폭적이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디스플레이산업이 나아갈 방향
기술진보를 통한 미래 신시장 창출
전통적인 디스플레이 세트 시장인 TV, 모바일, 태블릿은 이미 성숙기에 다다랐다. 더는 기존의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될 가능성은 미미하 다. 여기에 중국은 저가 제품 출시로 시장을 잠식 하고 있다. 매서운 중국의 추격과 기존의 경쟁에 기반한 패러다임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위해 서는 기존 제품 중심의 플래그십 전략이 아닌, 지 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경쟁을 벌여야 한다.
산업연구원 서동혁 신성장산업연구실장은 “디 스플레이가 신시장을 개척·창조할 수 있도록 중 간재 기능을 넘어서는 성장 한계 극복이 필요하 다”고 하였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의 OLED 기술력이 경쟁국 보다 앞서있기 때문에 이러한 역량을 기반으로 차 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에 앞장서야 한다. OLED 기 술을 이용하여 구부릴 수 있고(Flexible), 말 수 있 고(Rollable), 접을 수 있고(Foldable) 그리고 투명 한(Transparent) 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이다. 이러 한 디스플레이를 통해 Wearable이나 자동차, 건 축, 광고, 대중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 디스플레이 가 적용될 것이다. 진보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디 스플레이산업은 타산업과의 융복합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
미래형 스마트 생산 구축
시장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기본은 원가 경쟁
력이며, 첨단 디스플레이산업도 마찬가지다. 다 가올 2020년에는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서비스 영역에서 ICT가 더욱 강화되어 산업 기기부터 생 산과정까지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사람 없이 기계 스스로 생산하는 방식이 더욱 활발해 질 것이다.
디스플레이 수요산업이 다양화되면서 수요산 업별로 새로운 패널들을 요구하게 될 것인데, 이 에 대응 가능한 디스플레이 생산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미래형 스마트 생산이 필요하다. 하나의 완제품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수많은 부품을 ‘모듈’
이라는 부품 덩어리로 만들어 공급하는 방식이 다. 다양한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발 빠르고 유 연하게 조립, 확장, 용도 변경까지 용이하며, 완제 품 업체 입장에서는 조립 공정을 최소화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디스플레이 수요 산업이 다양화될수록 이러한 효율적인 생산 시스 템 구축은 필수적이다.
중소·중견기업의 연구개발 전문인력 양성 현재는 LCD가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력 디바이 스를 유지하나, 스마트폰 및 TV의 OLED 채용 비 중 확대와 신수요처 증가로 OLED 시장의 비중은 점차 커지고 있다. OLED 더 나아가 Flexible 디스 플레이 제조를 위해서는 후방산업의 기술력 향상 이 필요하나, 국내 장비 및 부품소재 대부분은 중 소·중견기업으로 연구개발할 수 있는 석·박사급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Flexible, Wearable 스 마트 디바이스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반의 미 래 신시장 창출을 위한 산업체의 신기술 인력 수 요에 부합된 기술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전방산 업(패널) 대비 R&D 인적자원이 부족하여 기술경 쟁력에서 열세인 후방산업(소재·장비)의 석·박 사급 고급 인력양성으로 중소·중견 기업의 경쟁 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후방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조기 창출할 수 있 는 핵심 장비·부품소재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 다. 장비기업의 경우 경쟁업체 대비 규모의 영세 성 및 원천기술이 부족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형 화, 전문화를 통한 하부산업 규모경제 확보 및 핵 심 원천기술 확보를 통한 체질강화 전략이 필요 하다. 특허문제를 회피하고 새로운 제품/공정을 개발할 수 있는 차세대 공정장비 및 핵심부분품 을 개발해야 한다. 부품소재 산업은 미래형 디스 플레이 부품소재 및 신시장 창출에 대응하기 위 한 ‘융합형 디스플레이’ 부품소재 기술을 개발해 야 한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산업은 기술력을 바탕으
로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나, 후방산업인 장 비 및 부품소재는 품목에 따라 전량 해외에 의존 하고 있는 품목도 있다. 우리나라가 장기적으로 디스플레이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후 방산업의 기술력 향상을 통한 글로별 경쟁력을 끌 어 올려야 할 것이다.
산학연관 동심협력(同心協力)하여 나아가자
우리 디스플레이산업은 중국이 몰고 온 거센 모래바람 앞에 직면하여 있다. 모래바람이 우리 를 뒤덮을지 아니면 단순 모래바람으로 끝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모 래바람으로 끝내기 위해 모두가 자기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우리는 디스 플레이 선도국을 추격하기 위해 산·학·연·관이 하나가 되었지만, 이제는 우리를 추격하는 경쟁 국을 따돌리고 신시장 창출을 위해 산·학·연·관 의 유기적 협력이 더욱 필요할 때이다. 이에 발맞 춰 올해 1월에는 OLED를 이끌고 왔던 과거 초창 기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연구 개발자가 한자리에 모여 미래 발전전략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OLED Frontier Forum”이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서 산업 통상자원부 박일준 산업정책실장은 “차세대 기술 혁신, 신시장 창출, 대·중소 상생협력을 통한 동 반성장 등을 당부하는 한편, 차세대 원천기술 개 발, 인력양성 등의 정책적 지원도 확대해 나간다”
고 하였다. 디스플레이산업 발전을 위한 산·학·
연·관이 그 어느 때보다도 동심협력(同心協力)하 고 있기 때문에 우리 디스플레이산업의 미래도 기 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