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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절 이론적 고찰

1. Weathering Hypothesis

연령의 변화에 따른 건강 상태에 관한 대표적인 이론으로

‘Weathering Hypothesis’를 들 수 있다. ‘Weathering Approach’,

‘Weathering Effect’, ‘Weathering Framework’라는 용어로도 통용 되는 weathering hypothesis는 임산부의 연령과 출산 결과에 관해 설 명하는 비교적 근래에 대두된 이론적인 틀이다. 이 이론은 생애 주기 모 형(life-course model)의 논리적 해석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weathering hypothesis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건강에 관한 생애 주기 모형의 원칙들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생물학적, 행동적, 심리학적, 사회 적 보호 요인과 위험 요인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이 인간의 생애 주기에 따 라 건강 상태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제시하는 생애 주기 모형은 생애 주 기 접근법(life-course approach), 생애 주기 관점(life-course per-spective), 생애 주기 이론(life-course theory)등과 유사한 개념이다.

1960년대에 개발된 생애 주기 모형은 개인의 삶의 역사를 검토하고 과거 의 사건이 미래의 결정과 결혼, 이혼 혹은 질병의 발병 등의 사건에 어떻 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한다(White & Klein, 2007).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저체중출생아 출산이나 영아 사망과 같은 출산 결과는 산전 관리의 질에 의해 설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생애 주기 모형에서는 이러 한 출산 결과가 여성의 일생동안의 생애 주기에 따른 보호 요인과 위험 요인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한 세대의 건강과 사회경제적 수준은 다음 세대의 건강 상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생애 주기 모형의 구체적인 원칙들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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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현재의 경험과 개인이 속한 환경은 미래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둘째, 인생에 있어서 보다 중요하고 민감한 기간이 건강의 궤도 (trajectory)에 영향을 준다.

셋째, 건강은 생물학적인 요소, 물리적·신체적인 요소, 사회 환경적 인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넷째, 질병에 있어서 유전 인자는 보호 요인과 위험 요인을 동시에 제공하는 반면, 건강의 차이는 유전 인자와 개인의 선택 그 이상을 반영한다.

이러한 생애 주기 모형의 원칙들을 기반으로 하여 사회과학자인 Geronimus(1992)는 백인과 흑인간의 건강의 불평등을 연구하면서 백 인과 명확한 차이를 보이는 흑인의 출산 결과를 관찰하여 분석하고자 하 였다. Weathering hypothesis는 생애 주기 모형에서와 같이 상황 (context)이 직접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한다. Geronimus 이전의 많은 학자들도 이웃(거주지)이나 소득 수준과 같은 사회경제적인 지위와 건강의 상관성에 관해서 보고해 왔지만, Geronimus는 상황의 개 념을 보다 확대시켜서 사회경제적인 요인을 넘어서 흑인이 느끼는 정치 적인 사회구조에서 오는 심리적인 스트레스와 억압감까지도 포함시켰다.

더 나아가 건강에 관한 이러한 상황적 요소(contextual factors)는 개인 의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더욱 축적이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부정 적인 상황적 요소가 많이 축적된 고령 임산부가 그렇지 않은 임산부보다 출산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원래 weathering hypothesis는 지속적으로 높은 흑인의 10대 임신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 되었지만 반대로 고령 임신과 출산 결과를 설명하는 데에 적용될 수 있 다. Geronimus는 이러한 가설을 발표한 후 1996년에 이를 실증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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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했다. 그 결과 흑인 여성의 경우 모의 연령의 증가에 따라 저체중출 생아와 극소 저체중출생아의 출생 위험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것을 보여 주었다. 또한, 부적절한 산전 관리, 흡연, 임신성 당뇨, 고혈압 등 전통적 으로 출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 요인으로 분류되는 대다수의 요인 들을 통제하고 나서도, 이상적인 임산부의 연령으로 알려진 20대 중후반 의 연령이 10대 후반의 연령보다 저체중출생아와 극소저체중출생아의 출 산 위험과 더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반면, 백인 여성의 경우에는 이러 한 경향이 나타나지 않았고, 흑인 여성의 경우에도 평균 이하의 사회경제 적 수준인 경우에서만 이러한 경향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가설을 입증하 였다.

다른 선행연구에 있어서도 weathering hypothesis는 입증되었다 (Raus et al., 2001; Wildsmith, 2002). 뉴욕에 거주하는 흑인과 백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각각의 인종을 빈곤 계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으로 나누어 저체중 출생아 출산의 위험을 도표로 제시했는데 빈곤 층의 저체중출생아 출산 위험은 모의 연령이 증가할수록 비교적 가파른 기울기로 증가함을 보여주었다(Rauh, 2001). Geronimus는 또한 사회 경제적 수준이 낮은 여성들이 연령이 높아질수록 더욱 출산 결과가 좋지 않아지는 경로를 설명하였다. 생애 주기에 따라 연령이 높아질수록 심리, 사회, 경제적 스트레스의 노출과 환경적 위험에의 노출 시간이 길어져, 흑인 여성이 출산 가능한 나이가 될 때 이미 건강 상태는 나빠지기 시작 하는 단계가 된다는 것이다. 또한 Geronimus는 열악한 건강 상태와 건 강의 궤도(trajectory)는 오랜 빈곤으로 인한 열악한 건강 상태와 축적된 스트레스에 의한 결과로서의 ‘알로스타 부하(allostatic load)4)’의 정도

4) 만성 스트레스의 부작용이 누적된 탈진 상태. 외부 변화에 대응하여 인체가 안정 상태로 돌아가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삶의 부정적인 경험에 적응해 버리는 경우 발생한 다 (뇌기반교육용어사전 참조, http://21erick.org). McEwen and Stellar(1993)에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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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한다(Geronimus, 1996a·1996b; McEwen, 2000).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수준의 흑인은 보다 일찍 알로스타 부하가 일어나며, 사회경제적으로 보다 높은 수준의 동일 연령의 백인보다 높은 수준의 알로스타 부하를 경험함으로써 만35세 이 상이 되면서 건강 상태가 급속하게 나빠지게 된다(Chyu & Upchurch, 2011; Geronimus et al., 2006).

실제로 많은 연구들이 사회심리적 스트레스가 열악한 건강 상태와 관 련이 있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 흑인의 경우 해로운 물질과 납, 유독성 폐기물 등에 의한 위험에 노출이 되어 있기 때문에 백인에 비해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환경 정의(environmental justice)’에 관한 연구들은 보고하고 있다(Bullard et al., 2007). 더 나아가 대다수의 빈곤 한 흑인의 거주지는 건강한 음식과 녹지 등 건강과 관련된 자원에의 접근 성이 열악하기 때문에, 이러한 요인들과도 관련이 있다고 본다(Thoits, 2010). 즉, 흑인 여성과 같이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지위에 있는 여성의 경우 생물학적인 위험 요인을 완충하고 보완해줄 수 있는 사회적인 요인 이 결핍된 상태에 놓여, 결과적으로 산모의 연령은 위험 요인에 노출된 기간을 대변하게 된다는 것이다(Rich-Edwards et al., 2003). 이 때 사 회적이며 경제적인 환경은 한 개인의 건강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데 이 러한 사회경제적 환경은 개인 수준의 사회경제적인 지위에서부터 살고 있는 거주지역의 질까지 모두 포함하는 개념인 것이다(Rosenthal &

Lobel, 2011).

요약하면,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계층의 여성은 고령이 될수록 사회 환 경에서 오는, 출산 결과에 있어서의 위험 요인에 노출하는 시간이 길어 짐에 따라 오랫동안 축적된 위험 요인으로 인해 저체중출생아 출산 등

해 개념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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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출산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령이라는 요인 자체가 위험 요인이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지위라는 위험 요인이 고령과 함께 축적이 되어 임신 결과의 질이 낮아진다는 것이고, 따라서 단순히 고령이기 때문에 임신 결과의 질이 낮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Weathering hypothesis는 십대의 임신이 흑인에게 있어서 좋은 출산 결과를 갖는 나이이므로 마치 십대의 임신이 장려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는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고 비판받고 있으나, 이 이론은 흑인뿐만이 아 니라 미국과 영국 등의 다른 인종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 있어서 저체 중출생아 출산, 조산아 출산 등의 다양한 출산 결과를 설명하며 현재에 도 활발히 연구·적용되고 있는 이론이다(Khoshnood et al., 2005;

Meadows et al., 2009).

사회경제적으로 양극화된 한국의 환경을 고려해 볼 때 한국 임산부의 사회경제적 수준은 출산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임이 분명하다. 특히 낮 은 사회경제적 수준에 있는 고령 임산부들은 낮은 사회경제적 수준과 관 련된 위험 요인에 오랜 기간 노출이 되어왔기 때문에, 이들의 출산 결과 는 높은 사회경제적 수준을 지닌 산모들에 비해 나쁠 수 있을 것이라 예 측된다. 국내에서도 weathering hypothesis를 주목하여 연구가 이루어 졌는데(박정한 외, 2004; 김상미와 김동식, 2012), 중졸의 교육 수준을 가진 모에 있어서 영아사망이라는 출산 결과는 모의 연령에 따라 그 위험 이 증가함을 보이며, weathering hypothesis가 입증되었다(김상미와 조영태,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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