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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k at me(나를 봐줘,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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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절. 실재를 구현하는 가상 이미지

2. look at me(나를 봐줘, 2005)

〔작품2-3〕LEE Seungha, look at me, Still Photo, multimedia, 2005.

이 작품의 컨셉은 look at me이다. 《look at me》는 2005년 파리 소요사태가 일어난 무렵에 제작하였다. 파리 소요사태는 프랑스와 인접한 유럽 국가들에서 연쇄적인 차량 방화사건 및 이민자 청소년들과 경찰이 충돌한 사건이다. 이 사건 의 발단은 경찰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두 소년이 변전소 담을 넘다 감전사하게 되고, 이에 항의하는 이민지 집단에게 정부가 강압적 해산을 선택하자 그동안 숨겨졌던 가난과 인종차별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면서 벌어진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많은 시민과 경찰이 부상당하고 희생되었다.

이 사태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진행했지만 대부분에 사람들은 이 사태에 관심이 없고,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이 사태는 해외 보도에서 알 수 있듯 인종차별과 프랑스 이민 정책의 실패를 말해준다. 사람들이 이 사건에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타인의 고통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개인주의와 혹시라도 자기 자신에게 피해가 올까 싶어 하는 불안 심리가 아닐까.

전상현의 저서 『도시유감』에서 파리를 아름다운 도시인 동시에 박제된 도시 라고 하였다.86) 파리는 오스만 이후로 거의 변하지 않고 있으며 20세기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어 냈지만, 파리시는 1860년에 확정한 시 경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시내 건축물은 보존이라는 틀에 갇혀있다. 파리 도심은 신축공간이 없어 교외지역에 공장과 임대주택이 집중되고 이민자들과 저소득계층도 교외지역에 집중하게 되었다. 파리는 있는 자 교외는 없는 자의 구별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공간의 분리는 계층의 분리로 이어지며 계층의 분리는 사회적 소외로 이어지며 이러한 소외를 억압으로 다스리고 있음을 2005년 파리 소요사태는 드러내 보여 주었다. 파리 시가지는 아름다운 도시이지만 너무 비싼 도시이며 박제된 도시이며, 파리 교회지역은 소외되고 차별받는 공간이 되었다.

이 작품은 박제된 삶과 소외되고 차별받는 삶에서 현대인들이 느끼는 무관심, 무표정, 그리고 희망 없는 불안한 모습으로 다른 곳을 응시하는 표정과 그 뒷모습을 촬영했다. 특히 이 작품은 무표정 미학을 적용해, 무표정한 사진으로 현대인의 억눌러진 일상과 무기력하고 건조한 감정들을 표현했다.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존재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

무표정(deadpan) 미학은 예술사진이 과장되고 감상적이며 주관적인 것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시선을 통해 말하는 방식이다. 무표정 미학은 외관상 시각적 중립성과 전체성이 서사적인 균형을 이루며 중성 미학적 태도로 대상을 포착 하려 한다. 중성미학은 인물사진, 건축사진에서 메마름, 감정 없음 같은 객관화 말하기 형태로 나타난다. 현대 인물 사진들의 무표정한 모습은 감정을 드러낼 이유가 없기 때문이며, 감정을 드러낼 수 없다는 것은 체계에 길들여져 존재의 생명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의 무표정은 자연스러운 상태가 아니며, 자신의 표정을 회복하려는 열망으로 전이된다. 자신의 표정을 회복하려는 열망은 나르키소스의 이야기를 통해 읽혀질 수 있다.

《look at me》작품은 자기애(自己愛)를 표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거울 앞에 오래 서 있는 경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본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유심한 바라보는 것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확인하고 싶어서이며 자신의 아름다움에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르키소스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았던 것도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이 주는 행복감 때문 일 것이다. 본 연구자 작품의 영상은 나르키소스의 경우와 반대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86) 전상현, 『도시유감』, 시대의 창, 2015, p. 63.

<도판-19> LEE Seungha, look at me 남·여 화장실 작품구현원리 단면도

<도판-20> LEE Seungha, look at me 남자화장실 작품 설치

《look at me》는 각각 남녀 화장실에 영상을 설치했다. 남자화장실에는 현대인의 뒷모습 영상을 세면대 위 빔 프로젝터를 이용해서 비추고, 동시에 세면대 수도꼭지를 틀어 영상사운드와 물 떨어진 소리를 혼합하여 또 다른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여자화장실에는 인물이 카메라 앵글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을 응시하는 장면으로 화장실 문에 달린 빔 프로젝터로 이 영상을 비추고 세면대 거울로 반사시켜 화장실에 들어온 관람자가 볼 수 있게 설치하였다.

화장실이라는 좁은 공간은 생리적 욕망과 실존적 욕망이 동시에 자리하는 곳 이다. 삶은 이 두 가지 욕망 이끌어 간다고 할 수 있다. 남녀 화장실 각각은 아름다운 파리가 지닌 이면의 모습이다. 파리라는 도시 또한 나르키소스의 확장 이다. 오스만 이후 변하지 않고 있는 파리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응시하고 있는 나르키소스의 화신이며, 화장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응시하는 사람들 또한 나르키소스의 화신이다. 작품《look at me》는 자신을 억압, 소외, 무관심 으로부터 아름다움이 자신을 구원해주리라는 희망을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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