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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6 : 상처의 흔적이 남음

C. 현상학적 글쓰기

V. 논 의

A. 정신질환자의 보호실 경험

본 연구는 지금까지 보호실의 사용실태와 관련요인에 집중해 온 기존의 연구 과는 달리 보호실을 경험한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심층면접을 통하여 그들의 경험 을 생생하게 기술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의 결과는 기존의 연구들이 가지는 한계 를 어느정도 극복하였으며, 대상자 중심의 간호를 제공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자 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를 위하여 본 연구의 결과로 나타난 정신질 환자의 보호실 경험의 본질적 구조를 구성하는 주제와 의미를 중심으로 논의하고 자 한다.

보호실 경험으로 인해 참여자들은 자기 존재가치의 상실을 경험한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타인에게 모 두 노출되는 사생활 침해를 경험하고, 특히 여성 참여자들의 경우 감시 카메라 또 는 직접적으로 자신의 배설행위나 배설의 산물이 고스란히 타인에게 노출됨으로 써 심각한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Olsen(1998)은 보호실의 대상자를 비디오로 모니터하는 것은 자기표상(Self-representation)과 사생활의 유지라는 개인 정체감 의 두가지 측면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즉 타인에 의해 자신이 보여지는 방법을 조절하려는 시도는 개인의 정체감에 있어 중심적 기전이며, 사생활의 유지는 자신 과 타인의 경계를 제공하고, 타인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특성과 욕구를 조절할 있게 한다.

그러나 본 연구의 결과 참여자들은 자신만이 가지는 고유한 모습과 욕구가 강 제적으로 타인에게 노출되고, 특히 가장 사적인 행위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 인으로서 경험하지 않을 배설행위가 노출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특히 여성 참여 자의 경우 남성과는 달리 배설행위시 자신의 성기부위가 노출되었다는 사실 때문 에 성적인 수치심을 경험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감시카메라로 인해 발생되는

이와 같은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모니터는 직접적인 임상적 책임을 가진 치 료자만이 관찰할 수 있도록 위치해야 한다고 하지만(Olsen, 1998), 본 연구에서는 보호실 경험시 자신의 행동이 후에 치료자들이나 타환자들에게까지 조롱거리가 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었다. 심각하게 혼란된 대상자들의 사생활과 위엄 을 유지해야 할 경우 보호실이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Alty(1997)의 주장과는 달 리 참여자들은 치료자는 물론 타환자로부터조차 사생활과 위엄을 유지하지 못한 것이다.

자신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타인에게 드러내는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참여자들은 스스로 남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고 경계짓는 것이 어렵게 됨으로써 자신의 정체감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며, 더욱이 그런 모 습들이 타인에게 조롱거리가 되는 것 같은 경험들은 스스로를 특별한 간호를 받 아야 하는 존재가치가 있는 대상으로 경험하기 보다는 남들과는 다르고 남들에게 비난받아 마땅한 존재로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자아감과 자존감에 있어 심각한 위 해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보호실 경험으로 스스로가 동물취급 받는 것으로 경험하게 되면서 자기존재가 치의 상실은 극심해진다. 국외의 경우 보호실을 적용받은 대상자들이 ‘비인간적인 취급을 받는 것 같은’ 느낌을 보고한 연구가 있으나(Norris와 Kennedy, 1992), 본 연구에서와 같이 ‘동물이 된 것 같은’ 경험을 드러낸 연구는 없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것은 다음의 몇가지 이유때문일 것으로 사료된다. 첫째, 국외 연구의 경우 에도 지금까지 이루어진 환자 관점의 보호실 경험 연구가 대부분 구조적 질문나 반구조화된 질문지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생생한 경험을 드러내기에는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 환자의 배설욕구 해결이나 보호실 적용과정에서 치료 자의 태도가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세째, 보호실의 물리적 환경수준이 다를 가능 성이 있다. 이는 국외연구의 경우 화장실 시설과 관련된 문제가 본 연구에서와 같 이 심각하게 언급되지 않았는데 반해 본 연구에서는 절반이상의 참여자들이 배설 문제와 관련되어 자신의 존재가치를 언급하는 데에서 볼 수 있다.

실제로 본 연구의 참여자 중 보호실 안에 양변기(좌변기 아님)가 설치되어 사 용한 경우는 1인, 세면실 및 화장실이 보호실과 구분되어 경우에 따라 사용이 허

가되는 경우가 2인, 화장실이 없어 플라스틱 변기를 이용하거나 외부의 화장실을 이용하는 경우가 8인으로 화장실 시설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플라스틱 변 기를 사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기계적 억제가 되어 있는 경우에는 옷을 입은 채 배설하는 경우도 있었다. 화장실과 같은 기본적인 시설이 미비되어 있다는 점은 환자로서는 기본욕구의 충족마저 남에게 의존하여 자신이 통제할 수 없다는 생각 에 무력함을 경험하게 했을 것이며,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스스로를 존중받는 것으로 인식할 수 없어 보호실 경험을 부정적인 경험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본 연 구의 결과와 함께 긍정적인 보호실 경험을 위해서는 환경적 개선이 절실하다는 주장들(Brennan, 1991; Martinez 등, 1999; Norris와 Kennedy, 1992)은 보호실 적 용시 치료자의 태도나 과정상에서의 요소 외에 물리적 환경의 개선이라는 가장 용이하고 시급한 중재의 방향을 제시해준다.

참여자들은 보호실에서의 자신을 개인의 존엄성과 유별성이 지켜지지 않고 정 신질환자로서만 이해되어 자신의 진정한 존재는 무시되고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존재로서 경험한다. Visalli와 McNasser(2000)는 환자들이 그들 스 스로에 관한 한 전문가임을 인정하고 치료과정에 있어 환자와 함께 작업하면서 얻어진 실증적 정보가 환자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에서도 환자들은 스스로를 조절하려는 욕구를 보였으나, 정신질 환자의 말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치료자들이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하였다. 이 러한 상황이 반복된다면 결과적으로 환자들은 점점 자신을 무력한 존재로 인식하 게 될 것이다. 따라서 치료자들은 환자를 혼란된 행동, 보호실 적용 대상과 같이 꼬리표를 붙이는 것을 피하고 진단이나 병명으로 판단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닌, 그 들 나름대로의 능력과 욕구를 가진, 진정한 가치를 가진 인간이라는 것을 명심해 야 할 것이며, 환자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데 있어 중대한 위치에 있는 조력 자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치료자들은 환자와 함께 환자 자신의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도록 도움으로써 환자가 스스로에 대한 통제감을 회복하고, 자 신을 가치있는 존재로 인식하도록 돕게 될 것이다. 이는 인간이 그야말로 살아있 음을 생동감 있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자존감의 회복(McKay와 Fanning, 1992)을

돕는 결정적인 간호행위가 될 것으로 사료된다.

참여자들은 매일 보호실을 들락거리면서 일상의 대부분을 보호실에서 보내면 서 점점 타인들간의 관계로부터 소외되고, 보호실 경험을 한 자신을 타인과는 다 른 구별된 존재로 간주하면서 실제생활세계와는 점점 더 분리되게 된다.

본 연구에서 참여자들은 타인들과의 분리로 인한 극도의 소외감을 극복하기 위해 불충분하거나 자기파괴적이고 일반적이지 않은 방법을 써서라도 인간과의 소통을 기대하게 되는데 이는 엄습하는 스트레스와 정서적 고통시 대부분의 사람 들이 인간과의 접촉을 갈망하는 경향이 있다는 Chamberlin(1985, Myers, 1990에서 재인용)의 보고와 일관된다. 이는 극심한 스트레스시 인간과의 건강한 접촉이 안 정감을 제공한다는 의미로 보이며, 따라서 본 연구에서와 같이 환자들은 물론 치 료자와의 상호작용까지 차단된 극심한 분리시에는 자아의 안정감에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치료자의 입장에서는 보호실 적용이 치료자와 환자가 의사소 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Lendemeijer와 Shortridge-Baggett(1997)의 보고 와는 달리 환자를 이해하고 환자의 행동을 교정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보호실 입실은 그 사실 하나만으로 스스로를 다른 환자들과는 다른 중증 정신 질환자로 낙인하게 됨으로써 일상에서의 일시적인 분리감은 지속되는 분리감이 된다. 실제로 정신병리가 높을수록 격리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통계적인 증거는 없 다고 하지만(LeGris 등, 1999), 참여자들은 이러한 낙인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는 구별되는 존재로 자신을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자라는 낙인은 그 자 체가 사회적, 직업적 등의 다양한 핸디캡을 만든다. 이에 더하여 보호실 경험으로 갖게되는 중증 정신질환자의 낙인은 질병의 회복능력에 대한 환자자신의 기대와 믿음을 저해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 보호실은 환자에게 일시적으로 병리적이고 혼란스러운 대인관계 의 고통으로부터 유예와 방어기전을 재조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치료적 경험(Fisher, 1994; Gutheil, 1978; Plutchick 등, 1978)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건강한

본 연구에서 보호실은 환자에게 일시적으로 병리적이고 혼란스러운 대인관계 의 고통으로부터 유예와 방어기전을 재조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치료적 경험(Fisher, 1994; Gutheil, 1978; Plutchick 등, 1978)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건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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