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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압적으로 박탈을 당함으로써 자아가 파괴되어감에 대한 공포감에 휩쓸 리다

문서에서 정신질환자의 보호실 경험 (페이지 87-90)

주제 4: 횡포에 휘둘림

4. 강압적으로 박탈을 당함으로써 자아가 파괴되어감에 대한 공포감에 휩쓸 리다

주위에 아무것도 없고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철저한 박탈은 사고를 편 협 되게 하고, 이러한 사고는 몸이 묶여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 대해 전면적으로 몰입하게 한다. 또한 몸이 강력하게 억제되어 움직임의 자유로움을 잃은 상태에서 신체와 정신은 부조화되어 혼란이 더해지면서 자아의 소멸에 대한 극심한 공포감 을 경험한다.

상황에 대한 예측과 조절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에서 무력하게 보호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자신의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될 것 같은 재앙화(catastrophizing)의 인지적 왜곡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현재의 고통이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미래를 모두 휩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집중하면서 두려움은 계속 된다.

말 그대로 안정실인데, 안정이 안되고 더 혼돈되서 나오면... 실제로 있으면 머 리가 더 복잡해져요, 혼자 생각을 많이 하게 되니까. 머리가 점점점 복잡해져 요. 잡생각이 많이 떠오르고. 혼자 가만히, 방에서 혼자 가만히 생각을 한다고 보면은, 진짜 별별 생각이 막 떠오르잖아요. 그거랑 똑같은... 거거든요...(중 략)... 여기서도 (시간이) 안 정해져 있을 때 있었어요. 한 네 시간 넘게 있었던 거 같에요. 묶이지는 않고. 시간이 안 정해져 있을 때는 내가 죽을지도 모른 다는 생각... 이대로 그냥 삶이 끝나는 거 아닌가. 계속 이런 식으로 정신병원 왔다갔다하다가 삶이 끝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는 거죠. 안정실에 있 으면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들죠. 근까 병동에 있을 때는 그래도 따른 사람들 이랑 얘기를 하면서... 좀... 생각을 안... 안 하게 되는데, 뭐 티비를 본다거나 뭐... 기타 활동을 하면서. 안에 있으면은 앉아서 생각만 하게 되니까, 그러면 은, 뭐... 그, 뭐... 이런 식으로 끝날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인생이 이런 식으로 살다가, 이런 식으로 밥 먹다가 끝나는 거 아닌가...무섭죠. 그렇게 되

면... 그 여기서 끝난다는 생각이 아니고 연속된다는 생각이 들면, 무서워지는

묶는데 내가 예수님이 돌아가신 것처럼 내가 여기서 이렇게 죽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던 게 기억이 나요. 예수님이 돌아가셨을 때 그 아픔, 그 고통처럼 내가 여기서 이런 고통을 당하는구나. (참여자 11, 여)

자신이 갇혀있거나 묶여 있는 상황에 대한 인식이 명료해지면 현재 경험하고 있는 고통이 더욱 격렬하게 다가온다. 또한 정신의 흐름대로 신체가 반응할 수 있 는 힘을 박탈당한 정신과 신체의 부조화 상태는 마음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지금까지 요번에 처음 들어와서... 묶였을 때... 너무 힘들어서 제일 힘들었던 거 같애요. 그전 병원에서는 그때는 너무나 흥분된 상태기 때문에 아픈 것도 몰랐어요. 꽉 맸어도 여기서는 끈도... 허술하게 묶였는데도 무척 힘들었어요.

정신이 말짱하니까. 정신은 말짱한데 몸은 묶여있고... (참여자 8, 여)

그때는... 내가 많이 상태가 좋아졌는데, 한시간 갇혔었는데, 정말 너무 힘들더 라구요. 그때 한시간이... 주치의한테 반항하고 들어갔을 때는... 그때가 그니까 지금 기억에는 생생하게 더 많이 남아있어요. 맨 처음 들어갔을 때는 왕창 몰 아가지고 주사도 너무 많이 놓고 이러니깐 잘 때도 많았고.. 그니깐 몰아서 한 덩어리로 힘들었다 이런 거고, 그때 한시간은 너무... 제가 너무 의식이 많 이 회복되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때 한시간은 너무 더 힘들었어요. 훨씬...(중 략)...제 생각에는 끝이 없는 거 같은 그런... 그 당시에는 끝이 없고 이 시간이 언제 끝나나... 이건 정말 지옥이다... 이건 정말 악몽이다... (참여자 11, 여)

임신한 상태로 입원한 참여자 4는 악마와 관련된 망상 때문에 지속적으로 두 려움을 호소해왔고, 빈번한 성적 행동 때문에 보호실 적용을 받아왔다. 자신의 조 절할 수 없는 내부의 성적 욕구를 악마적 본성과 연결짓고 악마에 씌워 몸이 묶 여 괴로워하는 영화주인공의 모습과 자신을 일치된 것으로 보고, 자신이 처한 상 황을 처벌받는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로서 현재의 상황이 마치 영화의 장면과 동일하게 이어질 것이라는 인식과 함께 실제의 고통보다 더 큰 상상된 고통에 몰 입하게 된다. 몸이 묶여 있어 방어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에게 스스로 받아들일 수 없는 자신 내부의 존재에 대한 처벌은 더 크게 다가올 것으로 예견되고 두려 움은 더 커진다.

제가 한번은 못 자겠다, 그랬더니 보호실에 가서 자라고... 들어가서. 무서워서 막 두들겼더니 사지를 다 묶었어요. 제가 무서워서 안 갈라고 그랬어요. 그 전에 입원했을 때 가봤거든요. 그때 기억이 안 좋아서... 그리고 거기 있는 침 대는 꼭 관같이 생겨 가지고 싫어요. 다인실 침대도 관같이 생겨 가지고. 저 런 거는 관같이 안 생겼는데. 침대가. 관... 거, 엑소시즘인가? 그 영화에 보면 은 막 묶여 가지고 침대에다 막, 악마가 저거 하는 거 나오잖아요. 그런 것 같아요. 묶여있을 때 그런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영화본 거 생각나고 공포가 생기니까 그냥 하나님, 성경말씀을 외우고. 무서워서 밤에 잠을 못 잤어요.

낮에는 없어요, 귀신은 빛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어둠을 좋아해요. 그래서 낮 에는 없어요. 근데 또 오늘밤은 (보호실에서) 어떻게 보낼까요? 무서워요, 두 려워요, 빨리 퇴원했으면 좋겠어요. (참여자 4,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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