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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표기법과 음운론적 특징

1. 표기법의 특징

1.1. 합용 병서

<순원왕후언간>의 초성 표기에 나타난 자음자는 19개이다. 기본적인 ‘ㄱ∼ㅎ’

의 14자를 비롯하여, 초성의 된소리 표기에 사용된 ㅂ계 합용 병서 ‘ㅄ, ㅶ’과 ㅅ 계 합용 병서 ‘ㅺ, ㅼ, ㅽ’이 포함된다. 초성에 나타난 대부분의 합용 병서는 중세 국어의 ㅂ계, ㅅ계 합용 병서를 계승한 것으로 보인다. 단지, 이 언간에서 사용된 ㅂ계가 오로지 ㅂ계를 계승한 것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들은 된소 리를 표기로 나타낸 것은 명확하지만, ㅂ계로 분류된 ‘ㅄ’이 ㅅ계였다면 ‘ㅆ’으로 표기되어야 하나, 이 경우에는 각자병서 중의 하나로 판단될 여지가 다분히 존재

ㅅ 2,782 9.85%

ㅇ 6,022 21.32%

중성 빈도 비율 중성 빈도 비율 중성 빈도 비율

ㅏ 3,668 12.99% ㅘ 326 1.15%  7 0.02%

ㅐ 516 1.83% ㅙ 20 0.07% ㅠ 293 1.04%

ㅑ 431 1.53% ㅚ 250 0.89% ㅡ 1,997 7.07%

ㅓ 1,684 5.96% ㅛ 257 0.91% ㅢ 547 1.94%

ㅔ 259 0.92% ㅜ 690 2.44% ㅣ 6,254 22.14%

ㅕ 2,733 9.68% ㅝ 127 0.45%  4,011 14.20%

ㅖ 150 0.53% ㅞ 4 0.01%  851 3.01%

ㅗ 3,074 10.88% ㅟ 95 0.37%

종성 빈도 비율 종성 빈도 비율 종성 빈도 비율

ㄱ 841 8.20% ㄺ 13 0.13% ㅂ 698 6.80%

ㄴ 3,333 32.49% ㄼ 6 0.06% ㅅ 1,084 10.57%

ㄹ 1,996 19.45% ㅁ 704 6.86% ㅇ 1,584 15.44%

하여, 이를 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ㅅ계의 ‘ㅆ’이 아니라 ㅂ계의 ‘ㅄ’으로 표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ㅶ’은 두 용례가 나타나는데, 해당 어휘가, ‘넘,

​’로 중세국어의 ‘넘​-’(濫), ‘​-’(蒸)에 소급된다. 즉 구개음화를 겪은 형태로,

‘ㅵ’는 ‘ㅳ’로 합류되므로, ㅂ계가 표기에 그대로 존속된 것으로 파악된다. 단지,

‘ㅅ’과 ‘ㅈ’에 공통적으로 [마찰성]을 지니고 있어서, 이러한 음성적 특징에 따라 ㅂ계가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중세국어에서는 ㅅ계와 ㅂ계 등의 합용 병서로 이루어진 어두자음군이 존재하 였으며, 이중 ㅂ계는 ‘ㅴ, ㅵ’ 등을 ㅄ계로 별도로 구분하기도 한다. 17세기에 들 어서면서 ‘ㅲ’과 ‘ㅾ’이 출현하고, 17세기 후기에는 17세기 중엽에 비해 ‘ㅴ, ㅵ’의

‘ㅄ’계가 완전히 소멸하고 ㅂ계의 ‘ㅷ’과 ㅅ계의 ‘ㅅㅎ’이 소멸한 것으로 알려져 있 다. 19세기에 와서는 ‘ㅲ’은 몇몇 문헌을 제외하고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데, 이 언간 자료에서도 그러한 추세가 확인된다. 19세기에, 특히 ‘ㅳ, ㅶ’ 등의 ㅂ계는 ㅅ계에 비해 그 빈도가 훨씬 줄어 들면서 19세기 후기에 가면 ㅅ계로 거의 통일 되어 간다. 그러나 ‘ㅄ’만이 예외였는데(특히, ‘以’의 ‘​’에서), 이 현상은 ‘ㅆ’이 각 자병서로 인식되었던 데에 기인하는 것이다. 중세국어는 각자병서는 ‘ㄲ, ㄸ, ㅃ, ㅆ, ㆅ’도 된소리 표기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언간에서 각자병서는 하 나도 찾아볼 수 없어서, 오로지 합용 병서만이 된소리를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

각 용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⑴ ㅅ계 합용 병서

가. ㅺ : <순원어필-14>, ​​치니<순원어필->, ​​흐니<순원봉서-12>, 이고<순원 한글박-12>, ​이여<순원한글박-02>, ​긋디<단국석주선-02>, 거리<순원어필 -20>, 거리<순원어필-20>, 거리<순원봉서-15>, 거리<순원어필-20>

나. ㅼ : 나<순원봉서-16>, 날 <순원봉서-15>, ​<순원한글박-11, 단국석주 선-02>, <순원어필-17,순원봉서-02, 04, 15, 31, 순원한글박-10>, 니가

<순원봉서-01>, 이<순원한글박-09>, ​​(15회)<순원어필-14>, 보다<순원한 글박-12>, <순원어필-09, 순원봉서-02, 순원한글박-11>, , 근​근<순 원한글박-09>. 나<순원봉서-25, 순원한글박-11>, 니<순원봉서-08>, 긋도

<순원한글박-04>, 아모​나<순원한글박-11>, 뎌<순원봉서-03, 10, 24, 31, 순 원어필-01, 09>, 이<순원어필-10, 15, 17, 19, 22(3), 순원봉서-17, 25, 27, 31, 3

2, 33(2), 순원한글박-12, 17, 21>, 그<순원어필-12, 순원봉서-01, 11, 12, 25>, 이것<순원어필-02, 03>, 나<순원한글박-23>, 디낼 <순원봉서-04>, 뎌와<순원봉서-31>, 이것<순원어필-03>, 이 의<순원어필-12>

다. ㅽ : ​이-<순원한글박-04, 4회>, 지(디)-<순원어필-21, 4회>, <순원어 필-10>

ㅅ계 합용 병서는 현대국어의 된소리 표기 ‘ㄲ, ㄸ, ㅃ, ㅆ, ㅉ’ 중에서 파열음 에 해당하는 표기에서만 확인된다. 마찰음 ㅅ과 파찰음 ㅈ에서는 ㅅ계가 보이지 않고 ㅂ계로만 나타나는데, 동일한 조음 방식의 문자가 반복되면 된소리에 대응 되지 않는 인식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⑵ ㅂ계 합용 병서

가. ㅄ : ​<순원봉서-19>, ​​<순원한글박-15>, 나<순원어필-18>, 노라<순원 봉서-27, 33>, 니<순원어필-17>, <순원어필-17, 20>, 더니<순원봉서-1 9>, <순원어필-17>, ​이디<순원한글박-18>, ​디<순원한글박-11>, ​버<순 원한글박-08>, ​혀시나<순원봉서-04>, ​​기​​<순원한글박-12>, 화고로<순원 봉서-12>, 애고<순원봉서-17>, 애<순원봉서-14>

나. ㅶ : 하이 넘 거<순원봉서-33>, 황년이나 너허 ​너코<순원한글박-10>

(1, 2)의 예는 초성에 나타난 합용 병서 용례를 제시한 것이다. (1)의 ㅅ계 합 용 병서인 ‘ㅺ, ㅼ, ㅽ’ 등은 이 시기의 판본 문헌 자료에서 보이는 표기 양상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이 언간에서 ‘ㅼ’의 빈도와 비율이 다른 된소리 표기보다 높게 나타나는데, 이는 특정 어휘의 출현 빈도가 높기 때문이지, 다른 의미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ㅅ계 합용 병서가 된소리에 대응되는 표기임은 명백 하다. 특히 ‘ㅳ’은 대략 19세기 중엽 이전에서 ‘ㅼ’으로 합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62) 이 언간에서도 그러한 합류가 확인된다.

(1가)의 ‘ㅺ’이 담당하던 ㄱ계열의 된소리를 ‘ㄲ’으로 표기된 것은 하나도 발견 되지 않는데, 다른 파열음 계열도 마찬가지이다.

한편, (2)의 ㅂ계 합용 병서는 파열음 계열이 나타나지 않는다. 마찰음과 파찰

62) 홍윤표(1994), 앞의 책, 166쪽.

음 계열의 합용 병서로, 각자병서에 대응되지 않는 것은 ㅅ계와 동일하다. ‘ㅳ’이

‘ㅼ’이 합류한 것은 19세기 중엽 이전이지만, ‘ㅶ’이 ‘ㅾ’으로 대체로 합류하는 것 은 더 늦은 시기에 이루어지는데, 아직 그러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 이 언간에서는 ㅂ계 합용 병서로 ‘ㅄ’이 61회, ‘ㅶ’이 2회 나타난다.

(3) 어간말 자음군

가. 가닭<순원봉서-05>, 늙노라<순원한글박-15>, 늙으니<순원봉서-23>, 믉은<순원 한글박-09>, 셟데<순원어필-09>, 애고<순원봉서-14>

나. 히일<순원봉서-04>, 만흐니<순원봉서-27>

합용 병서처럼 두 개의 자음이 쓰이는 경우는 받침에서도 확인된다. 그런데 이 언간에서는 오로지 (3가)에서 보듯이 ‘ㄺ, ㄼ’ 외의 자음군 표기는 나타나지 않는 다. (3나)의 ‘업스니<순원어필-01>, 이업<순원어필-24>’과 같이 자음군 중에 서 뒤에 위치한 자음자를 후행하는 어미에 연철하여 적는 일반적인 경향을 보인 다. 그런데, ‘ㄺ’과 ‘ㄼ’을 종성 위치에 가진 어휘는 중세국어에서는 모음이 후행 할 때에는 연철 표기의 방법을 사용하여 두 자음을 다 표기하고, 자음이 후행할 때에는 두 자음을 어간말에 다 표기하였는데, 모음이 후행할 때에도 자음군을 그 대로 종성에 표기하는 방향으로 통일된다. 즉, 근대국어에 와서 분철의 표기 방 식이 어간말 자음군에도 확대되어 나타나는데,63) 이 언간에서도 그러한 흐름이 확인된다.

특히, 현대국어의 ‘ㄶ’은 중세국어에서도 종성에서 자음군으로 표기되지 않았지 만, 중세국어와 같이 근대국어에서도 모음으로 시작되는 조사나 어미가 뒤에 올 때 ‘ㄴ’과 ‘ㅎ’이 표기상에 다 나타나고 있다.64) 즉 후행의 자음자인 ㅎ을 후행 음 절에 표기한 것이다. 그러나 현대국어와 같이 유성음 환경에서 ‘ㅎ’ 탈락하는 현 상은 <순원왕후언간>에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63) 홍윤표(1994), 앞의 책, 212쪽.

64) 홍윤표(1994), 위의 책, 209쪽.

문서에서 순원왕후 언간의 국어학적 연구 (페이지 4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