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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문법적 특징

1. 격조사와 선어말 어미의 특징

1.1. 격조사

1.1.1. 주격 조사109)

<순원왕후언간>의 주격 조사로는 ‘이/가’, ‘긔셔’, ‘겨오셔/겨오샤’, ‘의셔’가 쓰이 고 있다.

형태론적 측면에서 근대국어의 특징 중의 하나인 주격 조사 ‘가’의 형태가 17 세기 후반부터 문헌에 본격적으로 등장한다.110) 처음에는 주로 ‘이’모음이나 하향 이중모음 뒤에서 쓰이다가 18세기 중반부터는 다른 모음 뒤에서도 쓰이기 시작 하였다. 현대국어와 같이 자음 뒤에서는 주격 조사 ‘이’, 모음 뒤에서는 ‘가’ 가 결합하는 것으로 확립된 것은 19세기 말이다.

<순원왕후언간>에서 쓰이는 주격 조사는 ‘이’와 ‘가’이다. 자음으로 끝나는 체 언 뒤에서는 ‘이’가, 모음으로 끝나는 체언 뒤에서는 ‘가’가 결합하는 양상을 보인 다.

(1) 가. 고요히 드러 안자 다시 운수 트이기가 기리이 거시 아니라<순원어필-01>

나. 상인 외가 슉셩고 무결이가 관후 틀이 뵈더라 니 다 깃거<순원어 필-09>

다. 대관 거가 심히 경솔 당쟈의 소견이 그리나 고져 엿디 그 모게

<순원어필-11>

109) <순원왕후언간>에서 보격조사는 주격 조사와 동일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보격조사는 따로 나누어 설명하지 않고 필요할 경우 주격 조사 함께 언급하기로 한다.

110) 16세기 후반 정철의 어머니가 쓴 언간에 나타난 ‘가 셰니러셔’의 ‘-가’를 주격 조사 ‘-가’의 최초 예로 보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 차이가 존재한다.

다. 미의 간계가 이러 여 명 업 믈을 드리며 말고져  제<순원어필-20>

라. 이 죄가 이시면 죄벌이 맛당<순원어필-21>

마. 내 이 우리 김시와 아니코져 미 두 후와 냥 도위가 분수의 과 거시 두 려워 슬흔 일이로세<순원봉서-01>

바. 터이 즉금 집안 부분인 인긔가 그러려니 밋  마 니<순원봉서-1 2>

(1)은 근대

국어의 ‘이’나 ‘ㅣ’ 모음으로 끝나는 체언 뒤에 주격 조사 ‘가’ 결합하는 예이다.

후기 중세국어에서부터 이들 모음 뒤에서는 주격 조사가 ‘Ø’의 형태로 나타났었 는데, 이 언간에서는 이러한 모음으로 끝나는 체언 뒤에서 주격 조사 ‘가’가 결합 한다.

(2) 가. 텬의 특이시미 츈츄가 더시고 지량이 느시면 영명지쥬가 되실너니 원통 앗갑고 블샹 한심니 골 분이오며<순원어필-15>

나. 부묘 후 됴쳔가 지듕며 쳔만 심신올 일이니<순원어필-15>

다. 거동이 과란여 그러디 뉸감과 소가 대치여 무인블통고<순원어필-18>

라. 이번 묘궁 뎐알은 가부가 엇더고 그도 알고 시븨<순원어필-18>

마. 가. 가 거관폐딕 일이 업스니 엇디 거를 뎡디 모<순원어필-18>

바. 이거시 녕샹의 흉이오 봉패가 되여니이다<순원어필-19>

(2)는 ‘이’나 ‘ㅣ’ 모음으로 끝나는 체언을 제외한 나머지 모음들의 예를 보인 것이다. (1마, 바)는 ‘ㅣ’모음으로 끝나고 있지만 이 시기 ‘ㆎ’, ‘ㅐ’, ‘ㅔ’ 등이 단모 음으로 된 것을 고려한다면 (2가, 라)의 모음들과 큰 차이가 없다. 홍윤표(1994) 에서 주격 조사 ‘가’는 대체로 모음이 ‘ㅣ’나 하향이중모음 아래에서 실현된다는 제한적 분포를 가지고 있고 18세기 중엽부터 그러한 조건이 해소되었다고 한 바 있다.111) <순원왕후언간>에서 그러한 조건이 해소되어 있다.

111) 그러나 실제로는 비i계 모음에서 주격 조사 ‘가’ 결합의 제한이 풀리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말 엽부터이다. 그 예로 1685년(숙종 11년)의 것으로 추정되는 “어제 거동의 니광하가 통녜 막혀 압 인도올 제 보고<숙휘-07>”를 들 수 있다. 한글편지에서는 이 시기부터 비i계 모음에

한편 중세국어 이래로 대명사 ‘나’, ‘누’, ‘저’에는 주격 조사 ‘ㅣ’가 결합하였으 나, <순원왕후언간>에서는 ‘내’, ‘뉘’, ‘제’에 다시 주격 조사 ‘가’가 결합한다.

(3) 가. 내가 도위 블샹믈 나 니즐가 본가<순원한글박-23>

나. 이제야 뉘가 본셩의 비샹시던 줄을 알 니가 업스니<순원어필-03>

다. 제가 디 뉘가 디 망측 인로세<순원봉서-15>

(4) 가. 내 이리들 뉘 므어시라 리 여 이리니 졀분기 측냥업<순원봉서-11>

나. 이를 조이도 아녓더니 제 스로 고 나니 쾌타  거시오<순원어필-02>

(3가)는 1인칭 대명사 ‘나’에 주격 조사 ‘ㅣ’가 결합한 형태인 ‘내’에 (3나)는 미 지칭의 인칭대명사 ‘누’에 주격 조사 ‘ㅣ’가 결합한 ‘뉘’에, (3다)는 3인칭 재귀대 명사 ‘저’에 주격 조사 ‘ㅣ’가 결합한 ‘제’에 다시 주격 조사 ‘가’가 결합한 것이 다.112) 기원적으로 주격(또는 관형격) 조사가 ‘내’, ‘뉘’, ‘제’에 다시 주격 조사가 결합한다는 것은 이미 언중들은 이미 이들이 주격형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결과이다. 곧 언중들에게 ‘내’, ‘뉘’, ‘제’는 하나의 어휘로 인식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4)의 경우에는 ‘가’가 쓰이지 않았다. 이들이 주격 조사가 생략 된 형태인지 ‘내’, ‘뉘’, ‘제’의 ‘ㅣ’가 주격 조사인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3)의 예를 본다면 (4)의 예들은 주격 조사 ‘가’가 생략된 형태로 보는 것이 나을 듯하다.

서 주격 조사 ‘가’가 결합하는 예들이 종종 나타난다.

112) 이러한 형태는 판본이나 언간에서 모두 18세기부터 등장한다. 다음은 판복과 언간(또는 필사 본)에서 각각 최초로 등장하는 ‘내가’, ‘뉘가’의 예이다.

가. 閣氏  妾이 되나 내가 閣氏 後ㅅ남편이 되나<악학습령,980>

나. 뎔어서 보내디 못여 하 니 내가 니 한아비긔 엿고 브 어더 주쇼셔 여라<송준 길가-71>

가. 뉘가 오날 이러 흉년을 만나 내 븍녁 셩으로 여금 거듧 긔근에 걸닐 줄을 야 시리오<어제유함경도남관북관대소사민윤음,4a>

나. 뉘가 막 이가 이셔 디 아니냐<선부군언행유사,30b>

다음은 주격 조사 ‘이’의 예이다.

(5) 주격 조사 ‘이’

가. 내 를 닛고 각이 업 줄노 아디 마소<순원한글박-20>

나. 일후 한란이 고디 못여 그러  답답 브리디 못며<순원한글박-06>

다. 츈일이 훤챵니 긔운시고 이이 견비통은 엇더시니잇가 브리디 못오 며<순원어필-02>

라. 이 압흔 이 더 늙어 미리 엇더여시리라 못<순원어필-02>

마. 집이 이제야 뎡게시니 싀훤 깃브오이다<순원어필-07>

바. 인졍이 응당 그러 거시니 깃브고<순원어필-02>

사. 이거시 내게 업이니<순원어필-10>

(5)는 각각 선행자음에 따라 주격 조사 ‘이’가 결합된 예들을 보인 것이다. 선 행 자음이 ‘ㄱ, ㄴ, ㄹ, ㅁ, ㅂ, ㅇ’일 때는 항상 분철이 되어 나타나지만, ‘ㅅ’일 경 우에는 (5사)와 같이 연철이 된다.

그렇지만 모음으로 끝나는 체언 뒤에서도 ‘이’가 결합하는 예들을 볼 수 있는 데, 그러한 예는 드물다.

(6) 터이 즉금 집안 부분인 인긔가 그러려니 밋  마 니<순원봉서-12>

(7) 가. 모모여 모 터이 아니니 그러티 마더면 시븐 이 잇더니<순원봉서-04>

가'. 우리 집 터히 된 밧 이 엇디 인 도리의 못 리라 가 보니<순원어필-17>

나. 응당 염 일노 비로셔시니 놀납디 아닌 배 아니로 숨을 내쉬엿<순원봉 서-15>

(6)은 명사 ‘터’와 주격 조사 ‘이’가 결합한 예를 보인 것이고, (7)은 역시 명사

‘터’와 보격조사 ‘이’가 결합한 것이다. 이 자료에서는 모음으로 끝나는 체언 뒤에 는 예외 없이 주격 조사와 보격조사 ‘가’가 결합한다. 그러므로 일견 (6)은 예외 적인 존재로 보인다. 그러나 (6)과 (7)의 ‘터’는 중세국어에서부터 (7나)와 같이

‘ㅎ’ 종성체언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주격 조사 및 보격조사 ‘이’가 결합하는

양상을 이해할 수 있다. 기원적으로 ‘ㅎ’ 종성체언이었던 경우에는 (7가')와 같이

‘ㅎ’을 유지한 ‘터히’로도 나타나기도 하지만 (6), (7가)와 같이 ‘ㅎ’이 탈락한 형태 로 나타나기도 하였다.113) 곧 (6), (7가)는 일견 모음으로 끝난 체언에 조사 ‘이’

결합한 형태로 보이지만 ‘ㅎ’ 종성 체언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곡용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7나)의 ‘배’는 ‘바+ㅣ(보격조사)’로 분석할 수 있는바, 모음으로 끝 나는 체언에 ‘ㅣ’가 결합한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예는 (7나) 한 예만 보인다.

이 언간에서 존칭의 주격 조사로는 ‘긔셔’와 ‘겨오셔/겨오샤’의 두 가지 형태가 존재한다.

(8) 주격 조사 ‘긔셔’

가. 쥬상긔셔 태평시고 오월이나 보니 텬셩이 슌젼이 챡시니<순원어필-03>

나. 오라바님긔셔 뎌 이 블평시다 더니 이이 쾌신가<순원어필-09>

다. 우리 샹감긔셔 셩심이 도로혀시면 양츈이 도라와 여젼 거시니<순원봉서-15>

라. 당신긔셔 여 먹이 것보다 나은가<순원봉서-27>

마. 판관긔셔 감셰 더 겨시고 도 신긔 엇더디 알고져 며<순원봉셔개인-02>

(9) 주격 조사 ‘겨오셔/겨오샤’

가. 졍묘겨오셔도 듕간은 만히 회오시 셩념도 겨오시  디 아니신 말이 올너이다<순원봉서-24>

나. 마마겨오샤도 열예쾌할실 거시오<순원봉서-24>

(8)은 ‘긔셔’의 예이고 (9)는 ‘겨오셔/겨오샤’의 예를 보인 것이다. (8)의 ‘긔셔’는 중세국어에서 ‘셔’로 나타나는데, 이 언간에서는 항상 ㅅ이 탈락된 ‘긔셔’로 나타 나고 있다. ‘셔’는 “존칭의 여격”을 표시하는 부사격 조사 ‘-’와 동시 ‘잇/이시-’

의 활용형 ‘이셔’에서 기원한 ‘-셔’의 결합형이 높임의 주격 조사로 발전한 것이 다.114) 부사격 조사 ‘’는 높임의 관형격 조사 ‘ㅅ’과 지시대명사 ‘거긔’의 결합으로

113) 목적격 조사가 결합한 ‘터흘’이 <순원왕후언간>에서도 ‘낸들 팔 험흔여 이러 터을 당

여 종샤를 위여 마디못 이 거조를 니<순원어필-18>’와 같이 ‘터을’로 나타난다.

부터 문법화한 것이기 때문에 ‘’나 ‘셔’에서 ‘ㅅ’은 수의적으로 탈락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다. 그런데 <순원왕후언간>에서는 이들이 모두 각각 ‘긔’와 ‘긔셔’로 나 타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115)

(9)의 ‘겨오셔/겨오샤’는 기원적으로 ‘겨시-’에 -’의 이형태인 선어말 어미 ‘-오-’가 결합한 ‘겨오시-’에 연결어미 ‘-어’가 결합한 것으로 이들 형태는 17세기부 터 보인다.116) <순원왕후언간>에서 ‘겨오셔/겨오샤’는 (9)의 예가 전부일 정도로 드물게 쓰였다. 이승희(2000)에서는 ‘겨오셔/겨오샤’는 특별히 극존칭을 해야 할 대 상과 결합하였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하였는데, (9)의 ‘마마’, ‘졍묘’가 ‘상감’, ‘쥬상’

(9)의 ‘겨오셔/겨오샤’는 기원적으로 ‘겨시-’에 -’의 이형태인 선어말 어미 ‘-오-’가 결합한 ‘겨오시-’에 연결어미 ‘-어’가 결합한 것으로 이들 형태는 17세기부 터 보인다.116) <순원왕후언간>에서 ‘겨오셔/겨오샤’는 (9)의 예가 전부일 정도로 드물게 쓰였다. 이승희(2000)에서는 ‘겨오셔/겨오샤’는 특별히 극존칭을 해야 할 대 상과 결합하였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하였는데, (9)의 ‘마마’, ‘졍묘’가 ‘상감’, ‘쥬상’

문서에서 순원왕후 언간의 국어학적 연구 (페이지 97-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