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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어말 어미

문서에서 순원왕후 언간의 국어학적 연구 (페이지 118-123)

Ⅳ. 문법적 특징

1. 격조사와 선어말 어미의 특징

1.2. 선어말 어미

높임의 선어말 어미 ‘-시-’는 중세국어에서부터 현대국어까지 큰 변화가 없으 며 <순원왕후언간>에서도 특별히 언급할 것이 없으므로 ‘-시-’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기로 한다. 객체 높임의 선어말 어미 {--}은 근대국어 후기에는 모두 상 대 높임의 선어말 어미로 변하였다. <순원왕후언간>에서도 상대 높임의 선어말 어미의 기능으로만 쓰이고 있다.

(34) 선어말 어미 {--}

가. 은 내 긔츌 손의 비여 몃 가 더 줄 모게이다 깃븐 으로 뎍오나 졍신이 흐릿흐릿니 낙도 이실 오이다<순원어필-10, 1851년, 순 원왕후(재종누나)→김흥근(재종동생)>

나. 날이 가 새 되여기 과셰 평안이 신 일이나 아쟈  뎍오며 어제 공폐 로 소회 거시 열시민인가 보오니  만 거 잘여 주시쇼셔<순원어필-2 3, 1851년, 순원왕후(재종누나)→김흥근(재종동생)>

(34)에서 {--}이 결합한 서술어의 이른바 객체에 해당할 수 있는 목적어나 부사어는 높임의 대상으로 볼 수 없다. (34)의 언간은 모두 재종누나인 순원왕후 가 재종동생인 김흥근에게 보낸 편지인데, 김흥근에게 모두 ‘쇼셔’체를 쓰고 있 다. 김흥근이 좌의정과 판서 벼슬에 있었을 때 순원왕후는 ‘쇼셔’체를 쓰는데, 여기에서 {--}은 이 언간의 수신자인 김흥근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다.131)

선어말 어미 {-오-}는 근대국어에서 소실되었는데 <순원왕후언간>에서는 다 음과 같은 예에서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131) 청자 높임의 선어말 어미는 상대경어법에 포함하여 논의하기로 한다.

(35) 선어말 어미 {-오-}

가.  노라니 번거 연이 만흐니<순원봉서-27>

나. 게도  분간이 겨시고 인품 션악이 아며 다 올흔 줄노 아니 아셔 내  밧노라 져리다<순원봉서-27>

다. 효의 나신 텬의를 도로혈 길이 업스니 쳐분하시면 만이라 기 알외노 라 여 겨시기 내가 대뎐의 봉셔여 마르시고<순원봉서-19>

라. 당신긔셔도 져의 겨실 제브터 흠쳐 겨시다 기 당신 음 우원이 이 겨 셔로라 시기 인여 결단 일이로<순원봉서-08>

마. 형님은 녀편 니 응당 됴화실 거시로 이것 하쟝을 아니여<순원어필 -02>

바. 공도 젹고 졍이 만하 그러엿디 그 모로 엇더던디 년쳔여 더 업수이 아라 그런 도 고  가례디 여 쥬년이<순원봉서-31>

(35가)의 ‘-노라니’는 ‘-- + -오- + -라#() + -니’의 구성으로, 여기에 쓰 인 선어말 어미 ‘-오-’는 1인칭 주어와 일치하는 기능을 지녔다. 화자 자신의 어 떤 행위가 다른 일의 원인이나 조건이 됨을 나타내는 현대국어 연결어미 ‘-노라 니’는 바로 이러한 구성으로부터 발전한 것이다132). (35나, 다)의 ‘-노라’는 역시

‘-- + -오- + -라’ 구성으로 선어말 어미 ‘-오-’가 쓰였는데 여기에서는 주어 가 1인칭이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35나)의 ‘-노라’는 앞 절의 사태 가 뒤 절의 사태에 목적이나 원인이 됨을 나타내는 현대국어 연결어미 ‘-느라 (고)’로 발전하였다. (35라)의 ‘겨셔로라’는 “마음이 계셨노라”로 해석되므로 ‘겨시 - + -엇- + -- + -오- + -라’의 구성에서 ‘-오-’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구성에서는 ‘겨셧노라’로 나타나야 하는데, ‘겨셔로라’로 나타나 는 것이 특이하다. (35마, 바)는 ‘-오’의 ‘-오-’를 확인할 수 있다. ‘모로’(모르 - + -오)의 예를 제외하면 <순원왕후언간>에서는 서술격 조사 ‘이-’나 형용사

‘아니-’ 다음에서만 예외 없이 ‘-오(→로)’로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

드물게는 선어말 어미 {-거-}의 쓰임도 보인다.

132) 이승희(2010), 앞의 책, 226쪽.

(36) 가. 오라바님 병환이 얍디 아니시다 니 드런 디 오래려니와 히 놀납고 민박가<순원봉서-14>

나. 그이 평문 드런 디  날포 되니<순원봉서-15>

(36)의 ‘드런’은 동사 ‘듣-’에 선어말 어미 ‘-어-’와 관형사형 어미 ‘-ㄴ’이 결합 한 것이다. 중세국어에서는 “기간”을 의미하는 의존명사 ‘디’ 앞에 쓰인 관형사형 어미 ‘-ㄴ’에 선어말 어미 ‘-거/어-’가 결합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근대국 어에서는 선어말 어미 ‘-거/어-’의 쓰임이 점차 축소되었으나 여기에서와 같이 이전의 양상을 그대로 간직한 예들도 여전히 보인다.133)

‘-엇-’과 ‘-어시-’는 <순원왕후언간>에서 선어말 어미로 문법화된 형태로 나타 난다.

(37) 가. 돌임이엇나 니 그러디 풍열인디 보아 알게 <순원한글박-10>

나.  텹식 두 텹식 먹엇 머리가 알프다 여<순원석주선-01>

다. 이왕의 능 간산으로 능소도 유의며 혹 참망도 엿다 니 어 의 유의

고 참망엿다 던고<순원어필-17>

라. 그 젼에 업던 일이니 그만치 먹어시니 긋치고<순원한글박-09>

마. 텬품의 명민 긔이시던 거시 그린 이 되며 녜일이 되여시니 이제야 뉘가 본 셩의 비샹시던 줄을 알 니가 업스니<순원어필-03>

(37)은 선어말 어미 ‘-엇/엿-’과 ‘-어시/여시-’의 예를 보인 것이다. ‘-엇/엿-’은 후행하는 어미가 자음으로 시작될 때, ‘-어시/여시-’는 매개모음을 포함하여 모음 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결합할 때 나타난다. 중세국어에서 상태의 지속 또는 진행 을 표시하던 ‘-아/어 잇-’이 16세기 후반 이후로 완료, 더 나아가 과거를 표시하 게 되었는데, (37)에서는 모두 축약된 ‘-엇/엿-’과 ‘-어시/여시-’의 형태로 과거 (또는 완료)를 표시하고 있다.

133) 이승희(2010), 앞의 책, 137쪽.

한편 ‘-어 겨시-’의 형태로 과거를 표시하는 예들도 등장한다.

(38) 가. 신관이 노샹 혈이 업고 이 패여 겨시니 그이 블평이 디내여 겨신가 시브<순원어필-01>

나. 그리 작뎡여 겨시면 봉셔 엇디고 뉘게로 뎐며 대뎐의 드리라 고<순 원봉서-17>

다. 망극 원통과 그 경이야 엇디 다 형언며 수계 뎌라도 두어 겨시면 이 리 지원 극통이 덜여 겨실 거시니<순원봉서-12>

(38)은 ‘-아/어 잇-’의 주체 높임 형태인 ‘-아/어 겨시-’이다. 이 역시 과거(또 는 완료)를 표시하며 현대국어로는 ‘하였으니’ 정도로 해석된다. <순원왕후언간>

에서 주체 높임의 ‘-시-’와 과거시제 선어말 어미 {-엇-}이 결합하는 경우는 ‘셧’

과 같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모두 (38)과 같이 ‘-아/어 겨시-’의 구성을 취하는 것이 특징적이다.134)

한편 미래, 추측, 의지를 나타내는 ‘-겟-’은 선어말 어미로 문법화되어 쓰이기 도 하지만 여전히 ‘-게 -’ 구문으로 쓰이기도 한다.

(39) 가. 수일간은 져기 동졍이 잇다 니 만나 소셰고 내 눈의 뵈여야 을 노 케 엿<순원봉서-03>

나. 도 그리시면 됴켓다 엿가 그 됴건 득당 줄 모게 엿<순원봉 서-19>

다. 아모 라도 튼튼이 나흐면 대이게 엿<순원봉서-27>

(40) 가. 이거시 내 속의 잇 말을  여시니 졍니가 이러여야 올티 아니겟나

<순원봉서-32>

134) “강관의 당티 아니타 기 답을 강관의 가기 여실라 고 시버도  므어시라 디 몰 나 아 엿노라 시기 우셧<순원봉서-02>”에서 ‘셧’의 형태가 보이기는 하나, ‘울다’의 활용 형인 ‘우셨네’가 아니라 ‘웃다’의 활용형인 ‘웃었네’이다. 이승희(2010)에서 “강관 자리에 당치 않 다고 하기에 (상감께서) 대답하기를 강관에 가하다고 하였으나, (말을) 하고 싶어도 또 무어라 할지 몰랐다 하시기에 웃었네”로 해석하였다.

나.  진졍 권니 길슌이 올나오면 칭원이 되겟다 고 올 분이라 니 나도 판셔의게 좀 아니 닐러시니 두고 보소<순원한글박-10>

다. 집이 이제야 뎡게시니 싀훤 깃브오이다<순원어필-07>

라. 응당 올나오며 바로 묘하로 가게시니 짐작의 하월 어 날이나 오게니잇가

<순원봉서-09>

근대국어 시기에는 ‘-게 시키다’라는 의미의 사동구문과는 다른 ‘∼게 되다’의 의미를 지닌 ‘-게 -’ 구문이 별도로 존재하였다. 이러한 ‘-게 -’ 구문은 선어 말 어미 ‘-엇/어시-’와 결합하여 (39)와 같이 ‘-게 엿/게 여시-’로 나타났다.

여기에서 ‘--’가 생략되어 ‘-게엿/게여시-’로 바뀌고, 다시 축약을 거쳐 (40)과 같이 추측, 화자의 의미, 미래를 표시하는 선어말 어미 ‘-겟/게시-’로 발전하였다.

‘-겟-’은 후행하는 어미가 자음으로 시작될 때, ‘-게시-’는 매개모음을 포함하여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결합할 때 나타난다. 이 언간에서 ‘-겟-’, ‘-게시-’보다 는 축약 이전의 형태인 ‘-게 엿/게 여시-’가 더 많이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 다.

다음은 통합형 선어말 어미 ‘-리러-’, ‘-리로-’의 축약과 관련된 것이다.

(41) 가. 예셔 냥 뎐 용녀고 말나시기 아니노라 시면 슌편실 부 가셔셔 봉 셔 보고 말녀노라 신다 니<순원봉서-17>

나. 요이 도로혀 폐간이 펴이니 내 이 말을 박졀 무졍이 알넌디 모 혈심 튱곡으로  거시니 그리 알고 노호와 마소 <순원봉서-15>

다. 권샹은 작지규로 무티 못니 심히 애라온 사이올너이다<순원어필-0 1>

(41가)의 ‘실’는 ‘- + -시- + -리- + -로’에서 ‘시리로>*실로

>하실’와 같은 생략과 축약 과정을 거친 형태이다. (41나)의 ‘알넌디’는 ‘알-+ -리- ‘알-+ -더- ‘알-+ -ㄴ#디’로 분석할 수 있는데, 축약 과정을 ‘-리런디’가 ‘-ㄹ런 디’로 축약된다. 근대국어 표기법에 따라 어중의 ‘ㄹㄹ’이 ‘ㄹㄴ’으로 표기된 것이

‘-ㄹ넌디’이다. ‘-리런디>-ㄹ런디’는 현대국어의 연결어미 ‘-ㄹ는지’로 이어진다.

(41다)의 ‘사이올너이다’는 ‘사 + -이- + -오- + -리- + -러- + -이- + -다’

로 분석할 수 있는데, ‘-오리러이다’가 역시 축약 과정을 통해 ‘-ㄹ러이다’로 축약 되고 ‘ㄹㄹ’이 ‘ㄹㄴ’으로 표기된 것이 ‘-ㄹ너이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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