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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철 표기와 분철 표기

문서에서 순원왕후 언간의 국어학적 연구 (페이지 52-61)

Ⅲ. 표기법과 음운론적 특징

1. 표기법의 특징

1.2. 연철 표기와 분철 표기

중세국어, 특히, 15세기 국어의 표기법에 대한 명문화된 규정은 어디에도 보이 지 않는다. 그러나 15세기 국어의 정서법은 음소적 원리를, 즉 각 음소를 충실히 표기하려는 원칙과 각 음절을 충실히 제시하려는 원칙, 즉 음절적 원칙을 기본으 로 삼았다.65) 음소적 표기는 하나의 음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것이고, 음절적 표 기는 하나의 음절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것이다. 그런데 하나의 음절을 충실하게 표기한다고 했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이 음절 경계를 사이에 둔 받침 표기를 어떻 게 하느냐의 문제가 발생한다. 즉, 자모 문자인 훈민정음을 풀어 쓰지 않고, 음절 단위로 묶어 표기하는 합자법은 필연적으로 연철과 분철의 문제를 내재하고 있 었다. 훈민정음의 합자해의 이른바 모아쓰기 방식에는 용언 어간과 어미의 활용 형이라든가 명사와 조사의 결합형에서 받침을 어떻게 표기할 것인가 하는 표기 법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 국어에는 조사와 어미가 발달되어 있어, 명사 또는 용 언의 어간 말음, 즉 받침을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와 어미가 연결될 때, 어떻게 표기할 것인가 하는 표기법의 묘리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1차적 원리로는 음소적이었지만, 정확하게는 형태음소론적 교체를 표기에 반영하는 정서법을 수 립했던 것이다. 즉 실제로 발음이 나는 형태를 그대로 표기로 옮겼던 것으로, 용 언과 명사의 어간 말음에 받침이 있을 때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나 조사가 연 결되면, 그 어간 말음의 받침 후행하는 모음의 초성으로 이동하는 연철 표기가 적용되었다.

중세국어에서는 대체로 연철이 일반적이었지만,66) 16세기 이후에는 차츰 분철 이 확대되기 시작하였다. 명사와 조사, 용언의 어간과 어미를 분리해서 표현(형태

65) 이기문(1972), 국어사 개설(개정판), 탑출판사, 119∼120쪽.

66) 중세국어, 특히 15세기에는 연철 표기가 대다수였다. 그러나 몇몇 문헌에서는 간헐적이나마 분 철 표기를 보이기 시작한다. 명사 어간 말음이 ‘ㄴ, ㄹ, ㅁ’, 용언 어간 말음이 ‘ㄴ, ㅁ’일 때는 예 외없이 분철 표기로 나타나는 월인천강지곡(1449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문헌에서는 연철 표기로 일괄되지만, 월인석보(1459년), 능엄경언해(1462년)에서는 한 자릿수의 예가, 법화 경언해(1463년)에서는 두 자릿수의 용례가 확인된다. 그런데, 이들 문헌에서도 나타나는 분철 표기는 주로 ‘ㄴ, ㄹ, ㅁ, ㄱ’일 때 나타나는 공통점을 보인다(이익섭(1997), 국어 표기법 연구, 서울대학교출판부, 205∼207쪽).

소의 원형을 밝혀 그대로 표기)하는 분철 표기의 경향은 19세기67)에 와서도 명 사와 조사의 결합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다만, 연철 표기가 분철 표기로 바 뀐다고 하더라도 명사와 조사, 용언의 어간과 어미 등 모든 환경에서 일시에 변 화된 것은 아니다. 즉 체언이냐 용언이냐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 라, 각 어간의 말음이 어떤 자음 또는 어떤 겹받침이냐에 따라 변화의 추세가 달 리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19세기 국어에서 분철 표기가 완성된 것으로 설 명하기도 쉽지 않다.

19세기 중엽의 <순원왕후언간>에 나타난 연철 표기와 분철 표기에 대해서 대 략적인 경향을 미리 살펴본다면, 형태소 경계를 사이에 둔 선행 형태소의 종성 자음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나 어미, 접사 등이 이어지는 경우 받침 자음 을 뒤로 이동하여 후행 형태소의 초성으로 표기되는 연철 표기의 형태가 전체적 으로 강하다고 하겠지만, 동일한 자음이 반복되는 중철 표기와 ‘명사+조사’, ‘용언 어간+어미’의 형태소 결합에서 이들을 분리해서 제시하는 분철 표기가 적지 않게 나타난다. 분철 표기는 체언 언간과 조사가 결합하는 형태소 경계에서 주로 나타 나며, 용언 언간 중에서 말음이 ‘ㄱ’과 ‘ㄺ’으로 끝나는 경우에는 분철 표기로 나 타나는 특징을 보인다.68) 중철 표기69)의 예는 대체로 16세기 초 <번역박통사>,

<번역노걸대>(1571년 이전)에서 몇 예가 보이기 시작하며, <呂氏鄕約諺解>(1518 년), <正俗諺解>(1518년)에서 두 자릿수의 중철 표기가 나타난다.70) 중철 표기 중에서 받침의 형태와 초성의 형태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팔종성법에 의해 받침으로 쓸 수 없는 말음을 가진 단어들의 경우 받침 표기에는 팔종성법이 적 용된 ‘ㅂ, ㄱ, ㄷ, ㅅ’ 등을 쓰고 초성 자리에는 기본형에서의 받침, ‘ㅍ, ㅋ, ㅌ, ㅈ, ㅊ’을 표기하는 방식이다.71) 여기서는 이러한 표기 형태를 어중 유기음 표기

67) 오가현(2010), 19세기 후기 국어의 표기와 음운현상, 동아대 석사학위, 17쪽. 19세기 후기 도 교문헌 過化存神(1880년)을 보면, 연철이 13.4%, 중철이 6.5%, 분철은 80.1%로 분철되는 경향 이 확인된다.

68) 배영환 외 2명(2013), 「<진성이씨 이동표가 언간>의 국어학적 연구」 장서각 30, 한국학중앙 연구원, 232쪽.

69) 중철 표기는 체언이나 용언 어간의 받침을 어간의 종성에도 쓰고,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나 어미의 초성에도 동일한 자음을 한번 더 쓰는 표기법을 가리킨다.

70) 이익섭(1997) 앞의 책, 216∼220쪽. 배영환(2012), 「현존 최고의 한글편지 ‘신창맹씨묘출토언간’

에 대한 국어학적 연구」, 국어사 연구 15, 국어사학회, 226쪽.

71) 이익섭(1997), 앞의 책, 217쪽.

로 따로 구분하여 독립된 장으로 다루고자 한다. 단지, 중철 표기과 어중 유기음 표기는 19세기 국어에서도 그 명맥이 유지되는데, 중세국어와 동일하게 체언이나 용언 등의 어간말 자음과 후행 음절의 두자음(頭子音)이 동일한 자음이 또는 동 일한 계열의 자음을 어간말 종성 위치에 적는 중복 표기로 나타난다. 중철 표기 와 어중 유기음 표기의 선행 음절 말 자음은 형태음소적 원리에 따라 어간 형태 소를 밝혀 표기하고, 후행 음절의 두자음은 음소적 원리에 따라 발음을 나타낸다 는 점에서 연철 표기72)와 분철 표기의 성격이 혼재된 모습으로 평가된다.

(1) 중철 표기

되엿시나<순원한글박-12>, 긋도<순원한글박-04>

(2) 어중 유기음 표기

것츤<순원봉서-25>, 승뎐빗츠로<순원봉서-17>, 빗치<순원봉서-29>, 담빗치<순 원석주선-01>, 치<순원봉서-25>; 긋치-<순원봉서-27>, 갓초다<순원한글박-2 7>, 초<순원봉서-01>, 그릇쳐<순원어필-19>

<순원왕후언간>에서 중철 표기로 볼 수 있는 것은 앞의 (1, 2)의 경우이다.

(1)은 해당 용례를 전부를 제시한 것이고, (2)는 그 일부를 제시한 것으로, (1)은 일반적인 중철 표기이고 (2)는 어중 유기음 표기에 해당하는 용례이다. 그런데 (1)의 것을 중철 표기로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인다. 왜냐하면,

‘되엿시나’를 ‘되- + -엇-(-엿-)- + -으나’이 결합된 것으로 풀이한다면 ‘ㅅ+ㅅ’을 보이는 중철 표기 용례로 설명되지만, ‘-시나’의 ‘시’를 개별 형태소로 처리하면 이때는 중철 표기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대국어의 ‘-었-’을 고려하여, ‘-엇 -’의 ‘ㅅ’이 후행의 초성에도 ‘ㅅ’이 쓰였으며, 이때 치찰음 아래에서의 전설모음 화가 적용되어 ‘ㅡ’가 ‘ㅣ’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겠다. ‘긋’는 된 소리를 담당한 ㅅ계 합용 병서에서 ‘ㅅ’을 선행 형태소의 종성으로 옮겨 적은 것 으로 유기음이 아닌 경음이므로, 굳이 분류한다면 중철 표기에 포함될 것이다.

72) 배영환 외(2015), 235쪽에서 연철 표기는 용언과 체언에 따라 표기 경향이 결정된다. 영언 어간 과 어미의 결합형에서는 대체로 연철 표기가 나타나지만, 종성 ‘ㄷ’과 ‘ㅅ’은 용언 어간과 어미 결합형에서뿐만 아니라 체언과 조사의 결합형에서도 연철 표기로 나타난다.

종성에 사용된 자음에 따라 연·분철 표기의 빈도와 비율이 달라지는 경향이 확인된다. 그러므로 종성에 사용된 자음자 별로 연철 표기와 분철 표기를 각각 살펴보고자 한다.

• ㄱ

‘ㄱ’은 체언과 조사의 결합형, 합성어 등의 형태소 경계에서도 분철 표기로만 나타나며, 활용형이나 파생어의 형태소 경계에서도 분철 표기가 대부분이지만, 몇몇 경우에 연철 표기로 나타나는 경우도 보인다. 활용형에서는 ‘젹-’에 모음으 로 시작하는 어미가 결합할 때, 연철 표기가 2회 나타나고 분철 표기는 3회 나타 난다. 그러나 다른 활용형들은 오로지 분철 표기만 확인된다. 파생어인 ‘젹 + -이’에서만 연철 표기가 4회 나타나지만, 이 경우에는 분철 표기가 하나도 발견되 지 않는다. 그리고 주지하듯히 한자어에서는 각 음절을 분리해서 표기하던 중세 국어의 표기법이 그래도 적용된다. 즉, 현대국어의 한자어 표기와 같은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또한 용언의 파생어 12회와 합성어 2회, 체언과 조사의 결합형 170회 등을 포 함하여 177회의 분철 표기가 확인되며, 연철 표기는 최대한 확장하여도 7회에 불 과하다. 한자어를 제외하더라도 종성 말음 ‘ㄱ’은 연철 표기로 나타나는 비율이 3.80%에 불과하기 때문에, 분철 표기가 나머지를 차지하는 대세임이 파악된다.

(3) 연·분철 표기

가. 져근<순원어필-25><순원봉서-27>, 져기<순원봉셔개인-02><순원한글박-23>

<순원봉서-03><순원봉서-26>, 돗져기고<순원한글박-10>

나. 젹어질<순원한글박-08>, 젹으니<순원봉서-17>, 젹은<순원한글박-12>

• ㄴ

‘ㄴ’에서도 체언과 조사의 결합형뿐만 아니라 합성어, 파생어 경계에서 분철되 는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굳이 연철 표기되는 용례를 찾는다면 의존 명사

‘이’가 연결된 음운론적 단어에서 ‘되니로<순원봉서-33>’처럼 6회가 확인될 뿐 이며, 파생어와 합성어와 함께 체언과 조사의 결합형에서는 분철 표기가 349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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