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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료전달체계에의 시사점

제1절 ACO(Accountable Care Organization)

4. 한국 의료전달체계에의 시사점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미국의 ACO 프로그램의 내용을 토대로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에 주는 시사점을 기술하고자 한다.

ACO의 우리나라 적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역시 정책환경이 다른 미국의 제도를 우리나라에 어느 정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 이다. 물론 고령화와 만성질환에 따른 의료비 증가추세가 가파르고, 건강 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적지 않은 위협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점, 의료 의 질적 수준 제고라는 측면에 초점이 맞추어지면서 아울러 지불보상제 도의 개편 논의가 활발하다는 점 등은 공통된 현상이나, 전국민을 포괄하 는 의료보장제도와 당연지정제도, 수가 등 강력한 가격 통제 수단을 갖춘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정책 환경이 ACO 프로그램에 전적으로 부합한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영국 NHS에 시장지향성을 도입한 개혁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의료소비자의 선택권 강화’, ‘의료소비자주의’는 그 선언적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건강보험체계를 보험자 경쟁시 스템으로 개편하는 논리의 출발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윤강재 외 2013, p.156) 역시 ACO 프로그램의 다양한 측면을 살펴볼 필요성을 증가시킨다.

의료의 질과 의료비 절감이라는 ACO 프로그램의 궁극적 목표 달성과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의 현실을 연결시켜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일차 의료강화가 시급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제2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 이 「의료법」 등 법적‧행정적 규정과 달리 현실에서 우리나라의 의료서비 스 공급행태는 2단계이다. 즉, 의원급은 문지기(gatekeeper) 역할과 일 차의료 기능을, 종합병원 이상에서는 중증질환자를 위한 전문적 의료 서 비스 제공 기능을 하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실제 이용자들은 별다른 제한

제3장 해외 사례: 의료전달체계 개선 경향 139

없이 각 급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고, 모든 의료기관들이 시장 내에서 경쟁하는 생태계가 형성되면서 일차의료 기반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의료기관간 기능 분화와 연계가 매우 미흡 한 상황에서 ‘네트워크’와 ‘협력‧협진’을 특징으로 하는 ACO 프로그램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에는 제약이 많다. 앞서 미국에서도 향후 ACO의 과제와 관련하여 일차의료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역시 의료기관간 무차별적 경쟁구도와 분절적 진료 행태를 지양하고 협력을 위한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필수적인 선결과제 이다.

의료체계에서 환자중심 문화(patient-centered culture)를 어떻게 확대시킬 것인가도 ACO의 도입과 관련하여 중요한 주제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급자와 환자에게 모두 주로 임상적 치료 성과에만 초 점이 맞추어져 중점을 두고 환자의 진료 경험과 같은 영역은 부수적인 사 항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앞서 언급하였던 심사평가원의 적정성 평가는 주로 임상적 영역만을 다루고, 환자의 경험과 같은 항목은 평가되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하는 각 의료기관들이 이를 중점으로 두고 서비스를 제공할 유인은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ACO 에서 의료기관을 평가하는 기준 중 첫 번째가 환자의 진료 경험이며, “보 건의료체계를 환자의 선호와 요구 중심으로 재편하면 전반적인 환자 만 족과 건강 결과가 향상되며, 심지어 효율성 증진에도 기여한다(OECD 2011, p.20)”는 점에서 환자의 진료 경험에 대한 측정이 보건의료시스템 평가의 필수 요소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전달체계에서는 질과 비용을 동시에 관리 하기 위한 지불구조는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행위별 수가제는 의료서비스의 질과 관련 없이 공급자로 하여금 진료량을 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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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록 유도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공급자 유인수요’를 비롯하여 비효율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의료의 질에 대한 부분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적 정성 평가를 통해 가감지급사업을 실시함으로써 관리하는 구조가 마련되 어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그 영역이 한정적일 뿐 아니라 건강증진이나 예방보다는 급성기 질환 치료 중심의 개념으로 실시되고 있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비용과 질의 연계는 제쳐두고서라도 전반적인 의 료비용의 관리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비효율적인 구조로, ACO모델의 질과 비용을 동시에 연계하여 인센티브로 연결하는 제도는 우리나라에서 도 그 도입을 고려해 볼 만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ACO는 지역 사회 단위로 운영된다는 특징을 가지며, 해당 환자 집단 에 대해 질과 비용에 대해 지역 내 공급자들의 연합체가 연대 책임을 지 며 확고한 일차의료 기반을 가지고 운영되는 시스템(신영석 외 2012, p.186)이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ACO가 지역 내 인구를 담당하고 이들의 건강과 의료서비스의 질을 책임지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 리나라의 경우 앞서 언급하였듯이 일차의료 기반이 취약한 상황이고, 기 관 간 협력이 아닌 경쟁체제 하에서 특별한 인센티브가 존재하지 않는 한 의료기관들이 연합할 유인이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의 ACO제도를 당장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되지만, CMS에 서 고안한 몇 가지 ACO프로그램 중 소규모 개업의를 위한 선지불제도 (Advanced Payment Initiative)를 병원들의 재정 상황이 어려운 의료 취약지역이나 중소병원들에 적용하여 이들이 각 지역의 지방의료원 등과 연합, 각 지역주민들의 건강관리를 책임지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선지불제도를 통해 미리 할당된 인구집단에 대한 의료비를 지 급, 이후 절감분을 통해 선지불 금액을 상환하는 방식을 적용하는 안이라 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방식은 경영난을 겪고 있는 취약지역이나 중소

제3장 해외 사례: 의료전달체계 개선 경향 141

병원들이 참여하도록 하는 유인이 될 것이고, 환자는 공급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제도의 확대 및 정착을 위해 초기에는 해당 지역의 ACO를 이용하였을 경우 진료비를 경감시켜 주는 등의 지원을 통해 이를 활성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역시 선지불제도를 활용, 성과 평가를 위하여 소규모 의원급에도 전자의무기록시스템 도입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때 각 ACO에 대한 선지불 금액을 산정하는 데 있어서는 OECD의 2011년 보고서에서도 지적되었듯이 인두제와 기존 행위별수가 제의 결합(Joumard et al. 2011, p.147)을 통해 환자의 연령 및 중증도 를 이용하여 할당 인구에 대한 비용을 산정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 다. 이러한 시스템이 도입됨에 따라, 전달체계 개선 측면에서 이러한 ACO내에서는 인센티브에 따라 최소의 비용으로 환자를 최선을 상태로 개선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환자의 의뢰 및 회송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이러한 과정에서 추후에는 3차병원까지 ACO의 범위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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