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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전달체계의 일반적 개요

제1절 한국의료전달체계의 전개

1. 의료전달체계의 일반적 개요

가. 의료전달체계의 정의

일반적으로 체계(system)란 “한 부분에서의 변화가 나머지 부분이나 다른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들이나, 또는 상호연관된 요소들의 집단” 또는 “요소들이나 부분들의 집단이 외부환경에 대한 관계 속에서, 그리고 한정된 목적을 위해 조직화되는 과정”으로 정의된다(고영복 2000, p.383~384). 보건의료체계(health care system)는 전체 사회체 계를 구성하는 하위체계(subsystem)의 하나로 보아야 할 것인데, 체계에 대한 위의 일반적인 정의를 원용할 경우 ‘보건의료로 특정되는 영역에서 서로 변화의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특정 목적(예를 들어 국민의 건강증 진)을 위해 조직화된 체계’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다른 자원과 마찬가지로 의료서비스에 투입될 수 있는 자원 역시 한정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의료서비스는 모든 국민에게 동등 한 접근도와 이용가능성을 보장해야 하는 공공재(public goods)로서의

46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의 경향과 과제 (efficiency), 형평성(equity), 의료의 질(quality), 적정성(propriety) 등을 달성하기 위하여 공급자와 소비자간 조직적 구조로 파악하는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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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단체) 정의

박천오‧유병복(1999)

가용 의료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의료서비스를 필 요로 하는 환자들이 적시에, 적절한 의료기관에서, 적절한 의료인 으로부터, 적정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p.334)

최성두(1996)

의료를 의료인의 전문성과 의료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의료시설 수준에 따라 몇 단계로 구분하고, 이에 맞추어 환자가 그 질병 의 경중에 따라 이에 상응하는 단계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의료기능의 종적 분업체계(p.80)

의료서비스의 전달이 가지는 중요성은 의료전달체계가 전체 보건의료 체계의 하위 체계이면서도 때로는 보건의료체계 그 자체를 가리키는 동 의어로 사용되기도 한다는 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세계보건기 구(WHO)는 전달체계를 인력, 재원, 정보, 거버넌스 등과 더불어 보건의 료체계의 핵심 구성요소로 파악하고 있으며(WHO 2007, p.3), 특히 “우 리나라에서는 보건의료전달체계를 ‘의료공급체계’와 동의어로 인식하거 나 영어 문헌의 ‘의료체계(health care system)’와 거의 동의어로 사용 할 정도”(한달선, 2010)로 전달체계를 매우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림 2-1〕 보건의료체계의 구성요소와 목표 및 성과

자료: WHO(2007), 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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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의료전달체계 구축의 목적

적정 규모에 따른 기능 분화, 자원의 효율적이면서도 형평적인 분배를 추구하는 의료전달체계를 운영하는 목적은 다음과 같이 크게 네 가지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거시적 효율성의 달성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보건의료 영 역에서도 제한되어 있는 가용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효율적으로 서비 스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효율성 달성에 실패한다면 자원의 낭 비와 중복을 피하기 어렵다. 현재 한국의료체계는 기능 분화가 제대로 이 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형의료기관들 간의 투자 경쟁, 나아가 대형의 료기관과 동네의원이 동일한 환자를 두고 경쟁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 다. 이와 같은 과잉경쟁과 과잉투자에 대한 회수필요성은 공급자 유발 수 요(provider induced demand)12)를 일으킬 가능성을 높일 뿐만 아니 라 궁극적으로는 개인과 사회의 부담을 증가시킨다.

둘째,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의 제고, 즉 전문성의 달성이다. 고도의 전문 진료분야 교육을 받은 전문의(specialist, sub-specialist)가 일반 적인 진료를 행하는 것이나,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의사(GP)가 복잡한 진 료를 행하여 적정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양쪽 모두 전문성에서 손실을 가져온다. 따라서 의료전달체계를 통해 상이한 진료수준을 가진 의료기관을 상하관계 또는 경쟁관계가 아닌 분업의 관계로 조직함으로써 공급자의 전문성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전체 보건의료의 목적 달성에 유리하다.

셋째, 의료 이용에서의 형평성 확보이다. 일반적으로 경제적 부담은 미

12) 공급자 유발 수요는 의료전문직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환자의 선호를 변경하는 것을 의 미하는데, 행위별수가제도(fee for service)의 지불보상체계와 과잉경쟁환경이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윤강재 외 2013, p.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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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족의료(unmet needs)를 발생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며(허순임, 2013; 문성현, 2013), 의료이용 횟수는 소득에 비례하여 증가하는 경향 을 보인다(문성현, 2013). 따라서 의료전달체계와 이송‧의뢰체계가 충실 하게 확보되어 있지 않는 경우 한정된 상급병원 및 전문의료서비스의 이 용은 상대적으로 상위 소득계층에 집중되어 계층별 차등을 보이기 쉽다.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이나 민간 보험회사 입장에서도 특정 집단을 목표 로 한 차등적 의료서비스에 투자의 우선순위를 두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 동기를 부여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의료시장의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이다. 의료전달체계가 제 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동네 의원부터 상급종합병원까지 동일한 경쟁을 벌이는 의료생태계가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이용자 의 의료기관 선택권이 거의 완벽하게 보장되어 있고, ‘더 많은 진료 행위=

더 많은 수익’으로 나타나기 쉬운 행위별 수가제도를 운영하는 곳에서 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미 2004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 병원급 이 상 의료기관의 외래 급여비 비중은 22.0%에서 30.9%로 증가한 반면, 의 원급 의료기관의 비중은 56.4%에서 50.9%로 감소하였고, 외래환자 점 유비율 역시 66.3%에서 63.3%로 축소되었다(보건복지부 2011, p.4).

상급병원에 대한 선호와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이 지속될 경우 중소 병원과 동네 의원의 위축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이는 결국 국민 들의 의료접근성을 침해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다. 의료전달체계의 속성

용어가 의미하듯이 의료전달체계에는 의료서비스의 생산과 소비 또는 제공과 이용이 모두 내포된다(조재국, 2010). 따라서 의료전달체계의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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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급자에서 소비자로의 의료서비스의 제공 흐름 과 소비자에서 공급자로의 의료서비스 이용 흐름 및 의료비 지불 흐름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먼저 공급 측면에서 의료전달체계의 속성을 살펴보자.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는 구체적인 방식은 각 국가마다 상이하지만,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율적‧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주로 의료 기관)의 기능과 역할을 구분‧분담하는 것은 동일하다. 왜냐하면 모든 의료 기관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의료전달의 의미는 사라지고 중복 과 낭비, 의료기관간 경쟁적 관계(정상혁‧김한중, 1995)라는 기형적 형태 가 구성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료전달체계를 비정상적이라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의료기관간 기능‧역할 분담과 수직적 연계’라는 의료전달체계의 속성이 형해화(形骸化)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금 극단적 으로 평가하자면 한국의료전달체계는 교과서와 법령 속에 형식적인 틀만 갖추고 있을 뿐 전달체계의 본질적 요소(의료기관간 기능 분화, 기능에 따른 환자 흐름 제어 등)는 부재하거나 작동이 매우 미흡한 채로 운영되 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형식적으로 대부분의 의료전달체계는 수직적 구성의 형태를 띤다. 수 직적 구성은 일반적으로 진료 수준과 기관 규모, 다루는 질환에 대한 치 료의 전문성 등을 고려하여 일차 진료, 2차 진료, 3차 진료로 구분되는데, 일반의(GP: general practitioner)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일차 의료로, 전문의(specialist)에 의한 진료를 2차 의료로, 분과 전문의사(sub-spe-cialist)에 의한 진료를 3차 의료로 구분(유승흠, 1988)한다. 이를 의료서 비스를 제공하는 기관과 연계하여 확장하면 다음 <표 2-3>과 같이 특징 지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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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적 지역주의(hierarchical regionalism)로 공급 측면에서의 의료 전달체계의 속성을 설명하는 입장도 있다. 질병의 원인과 치료법은 의료

52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의 경향과 과제 p.87~95 및 http;//www.monews.co.kr/news/articlesView.html?idxno=71827, 2014.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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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호하는 경향(보건복지부 2011, p.6)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 역시 공급자간 수직적 연계와 소비자(환자)의 이용 제한이라는 속성을 반영하여 설계되었다. 의료법 등을 통해 공급자 의 역할과 기능을 분담하는 한편, 진료의뢰에 대한 요양급여의 차등을 규 정함으로써 환자의 무분별한 의료서비스 이용을 제어하는 장치를 마련해 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급 측면에서는 제대로 기능 분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소비 측면에서는 자유로운 서비 스 선택이 이루어지면서 당초 설정한 전달체계의 의미가 희석되었다. [그 림 2-2]는 제도설계 상의 의료전달체계와 현실의 의료전달체계의 차이를 도해화한 것이다. 의료법 상의 공급은 의료기관의 4단계 설립 기준(의원-병원-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이 존재하는 가운데 3단계 권장 기능(1차 -2차-3차)으로 구성된다. 반면, 실제 의료서비스 이용은 3단계 또는 4단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 역시 공급자간 수직적 연계와 소비자(환자)의 이용 제한이라는 속성을 반영하여 설계되었다. 의료법 등을 통해 공급자 의 역할과 기능을 분담하는 한편, 진료의뢰에 대한 요양급여의 차등을 규 정함으로써 환자의 무분별한 의료서비스 이용을 제어하는 장치를 마련해 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급 측면에서는 제대로 기능 분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소비 측면에서는 자유로운 서비 스 선택이 이루어지면서 당초 설정한 전달체계의 의미가 희석되었다. [그 림 2-2]는 제도설계 상의 의료전달체계와 현실의 의료전달체계의 차이를 도해화한 것이다. 의료법 상의 공급은 의료기관의 4단계 설립 기준(의원-병원-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이 존재하는 가운데 3단계 권장 기능(1차 -2차-3차)으로 구성된다. 반면, 실제 의료서비스 이용은 3단계 또는 4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