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구 자:오내원, 정기환, 최경환, 박대식, 허장
연구기간:2000. 8 ∼ 2002. 2
1. 연구의 목적과 방법
1960년대 이후 한국은 급속한 산업사회화를 경험하여 왔다. 산업사회 화란 농업․농촌 중심의 사회구조가 공업․도시 중심으로 전환되는 것 을 의미한다. 이 연구는 산업사회화 과정에서 농업․농촌의 구조적 변 화를 파악하기 위해 1985년에 시작한 장기 조사․연구이다.
1985년을 돌이켜 보면 GNP 중 농업 비율은 11.6%, 농가인구 비율은 20.9%로서 이미 산업화가 상당히 진전된 시점으로 농업․농촌이 격심한 변화의 과정을 겪고 있었다.
인구 측면에서는 젊은 세대가 취업․취학을 위해 도시로 이주함에 따 라 농촌 가족의 분산이 진행되면서 직계가족의 이념형이 해체되는 한 편, 대다수 농가에서 영농후계자가 확보되지 않아 가까운 장래에 가구 의 승계가 단절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경제 측면에서 보면 자급적 소농경제를 유지해 오던 농가경제가 상업 화, 전문화, 임차농화, 자본화, 겸업화하는 등 농업생산 형태가 다양한 분화를 겪고 있었다.
한편, 마을사회의 인구구조가 노령화되고 취업구조가 다양화함에 따 라 주민의 경제사회적 동질성이 약화되는 한편, 도시와의 상호작용이 증대됨에 따라 마을의 생활공동체적 기능은 축소되고 점차 인근 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광역지역사회로 재편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이 연구에서는 이상과 같은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를 선정하고, 이에 따라 조사항목을 구성하였다. 총 조사문항은 123개였으며, 성격에 따라 조사대상(마을, 가구, 개인)과 조사기간(기초, 매년, 매3년), 조사방 법(면접, 자기기입, 관련 서류조사 등)을 구분하였다.
조사의 범위는 마을(행정리) 단위로 하고, 마을 내의 전체 가구와 개 인, 사회집단을 대상으로 하였다. 대상 마을은 대전권을 중심으로 농업 지대 특성과 중심도시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근교, 평야, 중간, 산간의 4 개 마을을 선정하였다.
2. 인구와 가족구조의 변화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농촌 주민, 특히 젊은 층의 대량 이촌은 농 촌사회경제 변화의 중심 축을 이루고 있다. 4개 마을의 인구는 조사기 간 중 778명에서 절반 이하인 379명으로 줄어들어 연평균 4.74%의 감소 율을 보였다( 같은 기간 중 전국 면 지역 평균은 3.27%). 특히 농업 조 건과 생활 여건이 불리한 산간마을은 182명에서 1/4 정도인 48명으로 줄어들었다.
인구감소와 동시에 노령화도 심하게 진행되었다.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은 조사기간 중 11.3%에서 28.8%로 늘어나 이미 초고령사회로 들 어섰다. 반면, 10세 미만 인구는 19.9%에서 4.5%로, 10∼19세는 14.8%에 서 11.6%로 감소하여 기형적인 인구구조를 보이고 있다.
젊은 인구의 이촌으로 농촌의 가족 형태도 변화하고 있다. 먼저 호당 가구원 수는 조사기간 중 4.03명에서 2.77명으로 크게 감소하였으며, 가 구원이 2인 이하인 가구가 25.9%에서 58.0%로 늘어났다. 이들 대부분은 노인부부, 또는 노인독신가구로서 농촌가족의 재생산구조가 붕괴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3. 농가경제 및 농업의 변화
농가가 대부분을 차지하던 자연부락 단위의 농촌 지역에서 비농가가
늘어나면서 혼주화가 진행되고 있다. 조사기간 중 농가의 비율은 84.5%
에서 59.4%로 낮아졌다. 비농가를 성격별로 보면 농업노동자가구는 줄 어들고(6호에서 1호로), 비농업취업가구가 늘어났지만(11호에서 32호), 별다른 소득원이 없거나 소규모의 농지 임대소득에 의존하고 있는 노령 가구가 23호로 늘어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조사기간 중 농가호수는 163호에서 절반인 82호로 줄어들었다. 지역 별로 보면 경지 조건이 좋고 농외취업기회가 많아 구조조정이 빠르게 이루어진 평야마을과, 반대로 경지 조건과 생활 여건이 불리하여 이촌 이 심하였던 산간 마을에서 농가호수가 많이 감소하였다. 농가 감소의 원인은 산업화․도시화이지만, 가구 단위에서는 이촌과 자녀 승계의 단 절로 나타난다. 조사기간 중 노령농가의 영농 승계율은 16.9%에 불과하 였다. 현재 대부분의 농가가 영농후계자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경영 주 노령화에 따라 농가호수 감소가 더욱 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예상하였던 대로 임대차 증가, 농업의 기계화와 전문화, 농가경 제의 겸업화와 소비생활의 도시화 등의 변화는 지역 차이는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관찰되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규모화, 전문화가 상당히 진행된 상업적 농가의 성 장이 관찰되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가족노동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 고 있으며, 별도의 체계화된 경영기장을 하지 않는 등 가계와 영농이 분리되지 않고 있어, 가족농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4. 농촌마을 사회구조의 변화
지난 15년간 농촌 사회집단의 변화를 가져온 가장 큰 요인은 인구감 소와 노령화, 교통․통신과 매스컴, 영농기술의 발달이었다.
마을 사회집단의 수는 조사기간 중 76개에서 42개로 줄어들었는데 없 어진 사회집단은 대부분 경제․사회적 이익집단이다. 특히 중요한 저축 수단으로 역할을 해 온 쌀계는 '90년대에 들어서면서 거의 사라졌다. 대 동계와 같은 지연집단과 문중계 등 혈연집단은 유지되고 있지만, 공동
체적․사회보장적 기능은 약화되는 경향이다.
한편, 이익집단은 구성원들의 공간 분포가 마을에서 면이나 군 지역 까지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혼상사와 친목 등 복합적 기능을 가지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작목반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경제적 이익집단이 결성되고 있으나 제대로 정착하여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 사 례는 없다.
마을 이장이 실무자 형태의 젊은 층으로 바뀌고 있고 전통적 지도력 이 재생산되지 않으면서 마을의 의사결정이 민주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도 특기할 만하다.
마을마다 전해 오던 칠석제, 산신제, 영등제, 시월고사 등 민속신앙 행사는 없어지거나 매우 약화되었으며, 정월대보름, 추석, 단오 등 명절 행사도 간소화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사라진 전통문화를 재현한다 든지 젊은 층에서 풍물을 배운다든지 하는 움직임도 관찰되었다.
5. 농촌마을 공간구조의 변화
중심도시와 마을을 연결하는 도로망과 마을 진입로가 포장되고, 일부 마을에서는 새로운 도로가 개설되어 접근도가 크게 향상되었다. 이에 따라 토지가격이 상승하고, 신선채소 재배가 늘고, 마을 바깥에 농외취 업이 늘어나는 등 변화가 관찰되었다. 도로망 개선과 함께 개인이 보유 한 교통수단도 오토바이 수준을 넘어서 승용차(20대), 화물차(15대)가 늘 어 40∼50대의 외부 접촉은 매우 활성화되었다. 그러나 인구 감소로 노 선버스 등 대중교통망은 정체하거나 오히려 퇴보하여 노령층의 중심도 시 접근도는 취약하다.
가구 수의 감소에 따라 마을의 주택 수도 줄어들고 있지만, 한편에서 는 재건축 또는 신축이 진행되어 주거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특히 근교 마을과 중간마을에서는 조사기간 중 신축된 주택의 비율이 1/3을 넘고 있다.
산간마을을 제외한 세 마을에서는 조사기간 중 부분적으로 경지정리
가 시행되었다. 경지정리지구를 중심으로 영농의 규모화, 답리작 하우스 작물 도입 등의 긍정적 변화가 관찰되는 반면, 산간마을과 근교마을에 서는 한계농지의 유휴화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 한편, 부업축산의 쇠 퇴와 전문화에 따라 마을 내 주거공간과 혼재하던 축사시설이 대부분 없어지고, 마을 외곽에 대규모 축사가 신축되는 변화가 일어났다.
마을 공동생활공간을 보면, 전통적 종교 공간, 마을 상점, 공동창고, 공동우물 등은 소멸․쇠퇴하는 대신, 노인정(마을회관 겸용), 공동주차 장 등은 확대되었다.
6. 의식․가치관의 변화
의식가치관은 1989, 1994, 2001년의 3차례 동일한 조사표에 의해 실시 하였다. 기차범주는 권위주의, 집단주의, 가족주의, 농본주의, 민속주의 의 5개로 구분하여 총 30개의 조사문항을 구성하였다.
조사결과 가설과 달리 시계열에 따른 가치지향의 변화가 뚜렷하게 관 찰되지 않았다. 이는 조사대상 기간이 충분히 길지 않은 까닭도 있지만, 사회구성원의 노령화가 진행되었던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는 가운데에 서도 평야마을에서 농본주의의 약화, 산간마을에서 집단주의와 민속주 의의 약화가 의미 있게 나타났다.
가치지향의 차이는 세대 간에 가장 크게 나타났으며, 성별․학력별 차이는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지역별로는 외부세계와 접촉이 가 장 많은 평야마을이 근대적 가치지향이 높고 산간마을이 전통적 가치지 향을 가지고 있으나 그 차이는 좁혀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