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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의 현실과 문제점 (1) 뜨거운 교육열의

문서에서 교육관계법 개정방향과 개정안 (페이지 98-115)

제 2 장

1. 한국교육의 현실과 문제점 (1) 뜨거운 교육열의

한국 학부모와 학생의 교육에 대한 열의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 스라엘 학부모와 학생의 교육에 대한 열의만이 한국 학부모의 교육 열의와 비교할 만하다. 인구를 감안한 해외 유학생 수는 한국이 단연 으뜸이다. 여기에는 어린 자 녀를 위하여 부모가 떨어져서 사는 경우도 상당수 내포되어 있다. 학령기에 있는 자 녀의 유학을 위하여 부모가 떨어져 사는 경우는 부모의 높은 교육열이 없다면 가능 하지 않은 일이다. 물론 해외유학은 국내 교육산업의 경쟁력이 낮기 때문에 발생하 는 점도 가세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교육산업의 경쟁력이 낮은 나라의 모 든 학부모가 해외유학을 선택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한국 학부모의 교육에 대한 열의는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 학부모의 교육에 대한 열의가 남다른 점은 ‘군사부일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다. 스승을 아버지와 같은 반열에 놓고 있다는 점은 사회 구성원이 교육을 그만큼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하겠다. 물론 오늘날 교육 현장 은 군사부일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교육자의 위상과 교권이 추락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군사부일체라는 말은 적어도 산업화 시점부터 20세기 말까지 교직자를 존중하는 태도, 더 나아가 한국 학부모의 교육 열의를 설명하는 언어로서 부족함이 없다고 본다.

역사적으로 보면 조선 왕조의 구성 원리 가운데 중요한 하나의 축은 ‘사농공상’이 었다. 양반으로서 한문 교육을 받고 각종 고시에 합격하면 왕조의 지배 계급에 속하 게 되었다. 서당을 중심으로 한 한문 교육에 대한 대가는 이렇듯 높았다. 일반적으 로 말하면 교육에 대한 대가가 다른 어떤 것보다도 높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왕 조 후반에는 양반인 지배 계급의 수탈이 일상화되었기 때문에 국가의 생산성은 매 우 낮았을 뿐 아니라 피지배 계급인 ‘농공상’도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도 교육의 필 요성을 절감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1)

일제 강점기는 좀 특별한 시기였다. 1919년 3 ‧ 1운동 이전에는 식민통치에 대한 반감으로 당시 부모들이 아이들을 공립 보통학교(요즘의 초등학교)에 보내지 않는 경 우가 많았다고 한다.2) 그러나 3 ‧ 1운동 이후에는 그런 인식이 바뀌었다. 체제에 순 응해 남부럽지 않게 살기를 원하든, 독립운동에 가담하여 독립투사로 살아가든 ‘배 워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하면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이 크게 증가했다.3) 학교교육은 어떠했는가? 일제 강점기는 근대식 학교교육이 처음 시작되었던 시기였 다. 그러나 당시의 학교교육은 한계가 있었다. 높아가는 교육열에 비한다면 일제의 학교 증설은 거북이 걸음이었다. 그 결과로 학교 입학은 경쟁률이 낮게는 2대 1에서 높게는 수십 대 일이었다. 당시 학교는 어쩔 수 없이 간단한 시험을 쳐서 학생을 선 발했다고 한다. 그만큼 학생에 비한다면 학교가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 라 당시 동포들이 자신들의 힘으로 학교를 세우자는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났다고 한다.

이렇듯 한국인의 교육에 대한 열의는 긴 시간 동안에 형성된 것이다. 1960년대 산 1) 비숍은 자신의 조선 왕조 여행기에서 왕조 후반기 지배 계급의 약탈상에 대해 자세히 적고 있

다(이사벨라 버드 비숍,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 참조).

2) 조선일보, 2011년 4월 18일자

3) 도산 안창호는 학교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근대식 학교교육의 대중화를 통해 일제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내적인 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대표적인 인물 중의 하나였다.

업화가 시작되면서 고급 인력에 대한 사회의 수요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즉 산업화는 교육에 대한 인센티브를 크게 높였다. 산업화 이 전 시기는 교육에 대한 열의가 다소 막연한 것이라면 산업화는 실무적 차원의 전문 지식에 대한 수요를 크게 증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사회의 요구에 사람들은 크게 반응했다. 교육에 대한 막연한 열의가 사회의 요구와 맞아 떨어지게 된 것이다.

21세기에 노동 공급자들은 이제 글로벌 경쟁 환경에 놓이게 되었다. 정보 ‧ 통신 의 발달, 시장의 개방, 다수의 이주 노동자 등은 한국 노동시장을 예전보다 더 경쟁 적으로 만들고 있을 뿐 아니라 국내 노동자들은 전 세계 노동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어려운 환경에 직면하게 되었다. 게다가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청년 실 업이 클 뿐만 아니라 증가하고 있음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 열악한 환경 에 직면한 예비 노동자들은 예전보다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교육과 다양한 교육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이 급변하는 현실에 직면하여 한국 학부모와 학생은

-아래에서 자세히 보겠지만-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고 그런 태도와 행위의 저변에는 한국 학부모와 학생의 교육에 대한 강렬한 열의가 놓 여 있다.

마지막으로, “교육에 대한 열의가 뜨겁다.”라는 말의 함의를 유도하고자 한다.4) 첫째, 그 말의 시장적 함의를 지적하고자 한다.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교육에 대 한 열의가 적은 나라에 비하면 교육 서비스의 수요자인 학부모와 학생은 교육 서비 스에 대해 높은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높은 수 요 때문에 공급에 대한 규제가 없다면 공급자들은 많아지고 번성한다. 그 결과 교육 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발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교육산업의 발달은 이제 교육 서비스의 가격을 하락하게 만드는 경향을 가지게 된다. 선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산업이 발달한다는 것은 서비스의 가격과 품질이 다양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높은 교육 열의에 비한다면 우리나라 교육산업은 잘 발달하지 못하고 있는

4) 아래에서 “높은 수준의 교육열”이라는 말의 의미를 몇 가지 제시할 예정이다. 그 의미는 시장 이 자유로울 때 또는 시장이 정부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경우일 때 해당되는 것이다. 시장이

것이 현실이다. 낮은 평균 가격과 높고 다양한 품질 등의 측면에서, 미국의 교육산 업과 우리나라의 교육산업을 비교해 보면 그 점을 짐작할 수 있다. 만약 교육 열의 에 따라 교육산업이 잘 발달해 왔다면 많은 해외 유학생, 전문가 양성의 해외 의존, 다수의 재수생, 사교육비를 포함한 높은 교육비 지출 등과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 을 것이다. 교육산업이 교육 수요에 발맞추어 잘 발달하지 못한 것은 공급 쪽에서의 각종 규제와 평등주의 때문이다. 그리고 공급에 대한 각종 규제는 여러 가지 부작용 과 병폐를 낳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다음 절에서 거시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미 시적 관점에서의 정밀한 분석은 제3장과 제4장에서 하고자 한다.

둘째, “교육에 대한 열의가 뜨겁다.”라는 말의 두 번째 시장적 함의를 유도할 수 있다. 학부모의 자기 자식 교육과 학생들 자신의 교육에 대한 관심은 다른 학부모와 학생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경쟁으로 나타난다. 교육에 대한 열의가 뜨겁다는 것은 다른 학부모와 학생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 또는 뒤지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학부모와 학생들의 교육에서의 경쟁은 다른 나라에 비한다면 더 치열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고 실제로 그러한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 점은 구체적인 자료로 증명할 수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평준화 정 책과 같은 경쟁을 억제하는 정책들에도 불구하고 지불하는 가격에 비하여 품질이 열악하다고 느끼고 있는 교육 수요자들은 만족스러운 교육 서비스를 찾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예를 들어 소득이 증가하고 외환 통제가 없어지면서, 국내 대학 교육 서비스에 불만을 품은 교육 수요자들은 유학을 떠나거나 교육 이민을 가 버리는 경우를 목격한다. 그리고 뒤에서 보겠지만 인구 비례로 볼 때 그 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 점에서 유학과 교육 이민은 치열한 경쟁을 포함한 여러 가지 교 육환경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이다.5) 사교육 등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시장경쟁은 ‘포지티브-섬’이 되기 때문에 경쟁은 치열할수록 좋다고 할 수 있다. 그 러므로 평준화 정책과 같이 경쟁을 억제하거나 경쟁의 방향을 왜곡할 것이 아니라

5) 그 점에서 유학과 교육 이민을 유행이나 사회동조현상(뇌화부동현상)으로 깎아내리는 것은 잘 못된 것이다. 유학과 교육이민에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 점에서 배호순(2011)은 틀렸다고 하겠다. 배호순(2011), p.107 참조

경쟁을 촉진하는 정책이나 제도를 만들거나 포지티브-섬의 결과가 나오도록 정책이 나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 점은 아래에서 자세히 논의하고 자 한다.

셋째, “교육에 대한 열의가 뜨겁다.”라는 말의 인간행동학적(praxeological) 함의를 언급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학부모는 자기 자식 또는 더 일반적으로 다음 세대가 자 신보다 더 잘살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그런 학부모가 자신들의 기 대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교육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간주한다. 자연히 우리나 라 학부모는 자기 자식에게 “공부를 해라.”, “공부를 열심히 해라.”, “누구누구 집 자 식은 공부를 잘한다더라.”, “공부해서 남 주나.” 등과 같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부 모의 이러한 압력과 기대에 부응하듯이 우리나라 학생들도 비교적 열심히 공부한다 고 볼 수 있다. 극단적으로 학생이 방황하거나 좌절하는 경우에도 거의 대부분 일시 적이다. 당연히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습시간은 다른 나라 학생보다 길면 길었지 짧 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예측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습시간은 세 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배호순(2011)에 의하면 우리나라 15세 학 생들의 1주일간 학습시간이 49.9시간으로서 OECD 평균 34.8시간에 비한다면 무려 1주일에 15.1시간이 긴 것이다.6) 계속해서 하루 평균 2시간 이상을 남보다 더 공부 한다는 것은 어린 학생들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사실은 결과적으로 우리 나라 학생들이 학부모의 기대에 상당 부분 부응하고 있음을 뜻한다. 그리고 다른 조 건이 같다면 긴 학습시간은 좋은 학습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뒤 에서 보겠지만 우리나라의 평등주의 위주의 교육제도로 인해 그렇게 긴 학습시간이 초래하는 결과를 상당 부분 날려버리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은 아래에 서 더 자세히 검토하고자 한다.

넷째, “교육에 대한 열의가 뜨겁다.” 또는 “높은 수준의 교육열”이라는 말의 추가적 인 의미를 검토하고자 한다. 인간의 어떤 행위나 열정이 자신이나 타인에게 좋은 결 과를 초래할 수도 있고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살인을 위하여 체력을 연마하는 열정이나 행위는 타인에게 직접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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