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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종류와 직접적인 폐해

문서에서 교육관계법 개정방향과 개정안 (페이지 159-185)

제 3 장

1) 규제의 종류와 직접적인 폐해

먼저 정부가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을 규제하는 것을 보기로 한다. 왜냐하면 모든 규제 중에서 가격에 대한 규제가 일반적으로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때 정부가 정하는 가격을 규제가격(regulated price)이라고 한다. 규제가격은 자유시장에서 결정 되는 가격, 즉 자유시장 가격(free market price)보다 높거나 낮다. 수요와 공급이 일치 하는 곳에서 자유시장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일시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유시 장 가격에서는 초과공급(excess supply) 또는 초과수요(excess demand)는 존재하지 않 는다. 그러나 규제가격에서는 언제나 초과공급 또는 초과수요가 존재하게 되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초과공급 또는 초과수요의 크기는 일반적으로 규제가격과 자유시장 가격의 차이에 비례한다.

자유시장 가격보다 높은 규제가격을 최소가격(minimum price)이라고 하고 자유시 장 가격보다 낮은 규제가격을 최대가격(maximum pric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규제 가격은 여러 가지 부작용 또는 폐해를 발생시킨다. 그리고 그 부작용 또는 폐해는 규제가격과 자유시장 가격의 차이, 규제의 존속 기간, 규제의 집행 강도, 규제를 회 피하기 위한 수단과 비용 등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에서는 교육과 관련이 있는 최대 가격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50)

<그림 3-1>은 최대가격과 관련한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을 보여주고 있다. 학교교

50) 최소가격도 부작용 또는 폐해를 발생시킨다. 최소가격의 부작용 또는 폐해에 대해서는 쌀을 예로 들어 설명할 수 있다. 규제가격이 자유시장 가격보다 높기 때문에 자유시장이었을 때보 다 공급은 증가하고 수요는 감소한다. 초과공급이 발생하는 것이다. 정부는 규제가격을 유지 하기 위해서 일정한 양의 쌀을 시장에서 수매하고 쌀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 쌀을 수매하고 수입을 금지하는 것과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초과공급으로 인한 시장의 압력으로 규제 가격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정부는 실제로 그렇게 했다. 여기까지는 규제의 필연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규제가격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누적되자 경작을 하 지 않으면 소득을 일정 수준 보전해 주는 제도 등과 같은 규제가 누적되었다. 하나의 규제가 도입되면 그 규제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하여 추가적인 규제가 도입되는 것이다. 그러나 규 제의 누적은 언제나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당시의 정치경제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요약하 면 일단 규제가 도입되면 앞에서 서술한 규제의 직접적인 부작용 또는 폐해는 필연적이다. 그 러나 그 다음 단계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임의적이라 고 할 수 있다.

육에 대한 수요는 D, 공급은 S이다. 이때 수요와 공급은 분석의 목적에 따라 각 학 교 차원으로 볼 수도 있고, 초 ‧ 중 ‧ 고 ‧ 대학 차원일 수도 있으며, 우리나라 교육산 업 전체 차원일 수도 있다. 분석의 차원에 따라 가격과 수급량의 단위가 달라진다.

그리고 가격은 일반적으로 입학금을 포함한 등록금을 지칭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기숙사비 등도 포함한다. 아래에서의 설명은 주로 대학을 기본으로 하고 필요에 따 라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 설명을 추가하고자 한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은 자유시장 또는 통제되지 않는 시장(unhampered market)에서 가격은 OP1, 수급량은 OQ1이다. 그리고 P1에서 수요와 공급은 일치하기 때문에 초 과수요나 초과공급이 발생하지 않는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을 균형점이라 하고 E로 표기한다. 이제 정부가 교육의 공급자에게 P2를 강제한다고 가정하자. 수요자들 은 시장가격보다 낮아진 규제가격 때문에 OQ2를 수요한다. 반대로 생산자들은 시장 가격보다 낮아진 규제가격 때문에 OQ3만 공급한다. 이제 Q3Q2만큼의 초과수요가 발생한다. 물론 초과수요의 크기는 자유시장 가격과 규제가격의 차이에 비례한다.

즉 일반적으로 자유시장 가격과 규제가격의 차이가 클수록 초과수요는 커지게 된다.

만약 정부가 규제가격을 실행하는 것을 단속하지 않는다면 초과수요가 없어질 때까 지 수요 곡선을 따라 수요는 감소하고 공급곡선을 따라 공급은 증가하게 된다. 초과 수요의 존재는 가격을 밀어올리고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게 되는 점까지 가격이 상 승하게 된다. 그러나 정부가 규제가격을 강력하게 집행한다면, 즉 가격이 상승하면 서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과정이 차단된다면 초과수요는 다른 방법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되고 해결될 수밖에 없다. 일단 공급이 OQ3이기 때문에 소비자 가 실제로 지불하는 가격은 OP3가 된다. 이때 OP3와 OP2의 차이는 통상적으로는 수요자들이 가격이 아닌 것, 즉 비가격적인 것으로 지불하는 비용이 된다. 예를 들 어 휘발유 가격을 통제했을 때 수요자들은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사기 위하여 오랫 동안 기다리는 것 등이 비가격적인 비용이다. 그러나 아래에서 보겠지만 교육에서는 교육 수요자들은 사교육을 구매하는 방법으로 높은 가격, 즉 OP3를 지불하게 된다.

P2에서 수요는 OQ2이고 공급은 OQ3이다. 즉 수요보다 적게 공급되는 재화를 구 매하기 위하여 수요자들은 격심한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다.51) 초과수요는 학교교

B E

C

O

S

D P

P₃

P₁

P₂

Q₃ Q₁ Q₂ Q

A

<그림 3-1> 최대가격과 그 폐해

육의 대체재 또는 보완재인 과외, 사설 학원 교육, 학습지, 교육방송 등으로 대변되 는 사교육시장을 발달하게 한다. 이제 Q3Q2만큼의 초과수요들 중의 일부는 재수 또 는 삼수 등을 하는 방법으로, 일부는 외국으로 유학을 가거나 교육 이민을 가는 방 법으로 청산된다.52) 그리고 다수의 수요자들은 과외, 사설 학원 교육, 학습지 구독, 교육 방송 청취 등의 방법으로 각 수요자가 P2P3만큼을 지불하게 된다. 이런 모든

51) 학령인구의 감소로 폐교가 일어나고 있는 초 ‧ 중학교의 현실은 <그림 3-1>로 설명하기는 어 렵다. 그것이 틀린 것이 아니지만 폐교와 같은 현실은 동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폐교의 경우 에 규제가격으로 인한 초과수요에 맞게 공급이 증가했다가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한 수요의 감소가 진행되면서 수급의 불일치가 일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점은 다른 곳에서 다루 고자 한다.

52) 초과수요가 청산되는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아래에서 하고자 한다.

것은 정부가 결정하는 규제가격 때문에 발생한다. 물론 정부가 최대가격을 유지하기 위하여 다른 규제도 추가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은 아래에서 다루고자 한다. 여기 에 공교육의 부실로 인하여 사교육 등에 대한 수요도 발생한다. 예를 들어 현재 공 식 학교에서의 영어 교육은 영어 전문 사설 학원의 영어 교육보다 그 수준이 평균적 으로 낮다. 교사 1인당 학생 수, 연령이 매우 낮은 학생의 교사에 대한 접근성 등에 있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 등은 사교육시장을 더 크게 만드는 요인이다.

궁극적으로는 영어 교육에 있어서 공교육의 부실도 규제가격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렇게 낮은 가격으로는 매우 고가일 수밖에 없는 원어민 교사 중심의 영어 교육을 실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최대가격의 부작용을 완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대가격이 불러올 수량규제를 동시에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최대가격을 지속적으로 집행하면 교 육 서비스의 생산자인 각 학교는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자신이 직면하는 수요 곡선 의 모양에 따라 단위당 비용을 줄이고자 한다. 다시 말하면, 주어진 가격에 학생의 수를 증가시킴으로써, 즉 교육 서비스의 품질을 하락시킴으로써 이윤을 극대화하거 나 수익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물론 다른 생산자들 때문에 교육 서비스의 품질을 무 한정 하락시킬 수 없다. 초과수요가 존재하는 것을 눈치 챈 잠재적인 생산자는 시장 에 새롭게 진입할 유인을 갖는다. 초과수요로 인한 가격 상승 압력은 기존 공급자들 에게 공급을 증가시키는 유인으로 작용한다. 교육 생산자들의 이런 대응에 규제가격 을 유지하기 위해서 교육 당국은 수량규제, 즉 정원에 대한 규제를 실시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 서비스의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하여 교육 당국은 다른 규제, 예를 들어 교육시설에 대한 규제, 교사의 수에 대한 규제 등도 추가적으로 시행하게 된다. 가격규제가 긴 시간 지속되면 수량규제를 포함한 각종 규제가 만연하게 되고 심각한 문제를 가져온다. 하나의 규제가 시행되면 그 부작용이 발생하고 그 부작용 을 제거하기 위하여 다른 규제를 도입하면 첫 번째 규제의 부작용은 거의 완화되지 않거나 조금 완화되면서 새로 도입된 규제의 부작용이 추가된다. 또는 첫 번째 규제 의 부작용은 사라지지만 추가된 규제의 폐해는 예전보다 커지거나 악화된다. 일반적 으로 규제가 누적되면 규제의 부작용 또는 폐해는 전체적으로는 커지게 된다. 그리

고 가격규제를 제외한 다른 규제는 교육 서비스의 품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품질 의 다양성도 없애버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강력한 가격규제하에서도 학교, 특히 대학이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까지는 학력 아동의 증가, 소득의 증가로 인한 대학 진학률의 상승 등으로 학생 수를 증대 시키는 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상황도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 다. 그리고 초․중․고, 특히 고등학교 차원에서는 강력한 통제의 부작용이 심각해 지자 약간의 자율이 도입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림 3-1>은 어떤 한 해의 최대가격의 부작용을 정적(static)으로 보여준다. 문제 는 현실은 동적(dynamic)일 뿐 아니라 규제가 지속되면 부작용은 누적된다. 그리고 다른 요인도 여기에 가세하여 문제를 악화시키기도 하고 약화시키기도 한다. 그러므 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시장을 분석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뿐 아니라

<그림 3-1>과 같은 간단한 그림만으로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예측되는 결과의 방향성이라는 관점에서 앞에서 분석한 내용은 크게 틀릴 것이 없다.

앞에서 서술한 것은 최대가격이 초래할 부작용을 이론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가격 규제와 수량규제 등, 다른 규제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초래하는 결과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하게 논의하고자 한다.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현실 에서 자유시장 가격을 관찰할 수 없다. 그러므로 P1과 P2의 차이도 알 수는 없다. 다 만 우리는 유학생의 수, 과외 시장의 크기, 재수생의 규모 등을 통하여 그 차이를 어 림짐작할 뿐 아니라 최대가격이 시행되어 온 역사를 고찰함으로써 현실적으로 그 부작용을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표 3-1>은 통계청이 추계한 우리나라 사교육비 관련 통계 자료를 보여주고 있다.

2009년 현재 초 ‧ 중 ‧ 고 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가 지출하는 사교육비 총액은 약 21 조6천억 원이다. 이 금액을 전체 학생 수로 나누면, 2009년 현재 1인당 월평균 사교 육비는 24만2,000원이다. 다시 이 금액을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만을 기준으로 환 산하면 2009년 현재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2만3,000원이다. 2009년 현재 사교 육 참여율은 75%이다. 이것은 전체 초 ‧ 중 ‧ 고 학생 중에서 평균 75%가 사교육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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