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천년을 간직한 교토에서 사랑을 기다리다

문서에서 제4차 산업혁명과 국토발전 (페이지 68-76)

지난해 12월 겨울비 내리는 날, 우리는 교토에 도착했다. 경관, 도시, 전통 건축을 연구하는 지인들과 답사여행으로 김포공항을 출발, 간사이 공항에 도착하여 교토행 하루카 특급열차에 올랐다. 필자는 교토를 세 번째 방문 하지만 일행 중에는 교토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부터 오래 머물렀던 사람까 지 함께 있어 설렘과 추억이 다양하게 공존하였다. 도착 후 역과 연결된 식 당에서 라멘을 한 그릇 비우고 숙소인 마치야(일본의 전통주택, 町家)로 향 하는 버스를 탔다. 도쿄가 전철의 도시라면 교토는 ‘버스의 도시’이다. 대부 분 유명한 지역은 교토 역에서 버스로 다닐 수 있도록 노선이 잘 정리되어 있다. 우리는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교토의 오래된 주택 ‘마치야’에서 여장 을 풀기 시작했다.

일본 역사의 중심이자, 일본인의 마음의 고향 ‘교토’

교토는 1200년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일본인의 마음의 고향’이다. 동양 의 고대 계획도시인 교토는 794년 간무천황이 수도를 교토로 옮기면서 도 시의 역사가 시작된 후 고대, 중세, 근대를 거쳐 21세기인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일본의 옛 도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이곳이 역사문화도시라는 평 가를 받는 데는 역사유산이 많이 남겨져 있고 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이겠지만, 일본인의 정신적 안식처이자 마음의 고향으로서 갖는 의미가 더 클 것이다.

교토시내를 가로지르다 보면 약 500년간 왕의 거처였던 교토고쇼(京都 御所), 교토교엔(京都御苑), 니조조(二條城)가 보인다. 교토고쇼를 중심으 로 중앙의 관료, 귀족들의 저택들이 많았으나 천도 이후 이 저택들은 헐리 고 그 자리에 교토교엔이 조성되었다. 교토교엔은 총면적이 92ha에 달하 는 시민공원으로 시내 중심에서 한적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바로 옆 에 있는 센토고쇼(仙洞御所)는 별궁으로 황실의 주거와 주거문화를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남쪽에는 니조조가 있는데 17세기 도쿠가와 막부가 교토의 주인이 자기들임을 내세우기 위해 세운 건축물이다. 니조조는 크게 니노마 루라는 건물과 혼마루라는 건물로 나눠지는데 전자는 접객실의 성격이 강 한 반면 후자는 사적인 주거공간이다.

1518년에 완성된 간긴슈(閑吟集, 일본의 가요집)에서는 교토를 ‘꽃의 수

게이샤의 추억(2006) 감독: 롭 마샬 출연: 장쯔이,

와타나베 켄, 공리, 양자경 등

교토 위치

japan

교토(京都)

도’로 표현하였다. 가사를 보면 “아름다운 꽃의 수도 여, 동쪽에는 기온(紙園), 기요미즈(淸水), 떨어지는 폭포와 오토와의 바람, 지슈(地主)의 벚꽃은 만발하 네”라고 하였다. “수양버들과 벚꽃이 뒤섞여 수도가 꽃비단과 같구나!” 역시 역사 속의 교토, 헤이안쿄(平 安京, 교토의 옛 이름)가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시대의 경관을 표현한 것이다. 교토는 오랜 전통과 문 화를 계승하면서도 항상 새로운 문화와 산업을 끊임 없이 창조하고 있는 도시이다.

역사환경를 깔개로 한 보존과 창조

제2차 세계대전 중에도 폭격을 받지 않아 과거의 문화 유산이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시간을 거슬러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교토에서는 처음 도시 를 만들 때부터 형성된 듯한 바둑판 모양의 가로망과 오래된 건축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전면부는 폭이

좁고, 깊이가 긴 일본의 전통주택인 마치야가 늘어선 거리도 자주 눈에 띈다.

우리는 묵었던 마치야에서 버스를 타고 기온으로 나왔다. 마치야와 골목들, 전통거리를 천천히 둘러보 았다. 기온 거리에서 기요미즈테라(淸水寺)로 이어지 는 길을 올라가다 보면 눈에 띄는 첨탑이 있다. 다이 운인(大雲院) 안에 있는 이 기온카쿠(衹園閣)는 교토 를 보여주는 대표사진에 자주 등장하곤 한다. 높은 첨 탑이 특징인 다이운인은 1587년 오다 노부나가가 그 의 아들을 기리기 위해 창건한 절이며 1973년 테라마 치(寺町)에서 이곳으로 이전했다.

기온 거리와 기요미즈테라 주변은 교토의 대표적 전통거리인 산네자카(産寧坂), 기온신바시(紙園新橋), 기온마치미나미(祗園町南) 지구 등과 연결되어 있다.

시와가라천 등 많은 물줄기들이 아래로 흐르고 그 주 변으로 오래된 집들과 오래된 예술문화를 보여주는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기온카쿠(衹園閣) 기요미즈테라 아래 전통거리

‘게이샤의 추억’과 후시미 이나리 진자

유일하게 위로와 온정을 베푼 회장(와타나베 켄)을 만 난 후 치요는 회장의 곁에 있는 게이샤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치요는 손수건에 싼 동전을 들고 후시미 이나리 진자로 뛰어가 기도한다. 그를 다시 만 나게 해달라고, 게이샤가 되고 싶다고!

오키야에 엄청난 빚을 지게 된 치요는 게이샤 수련 의 기회를 잃고 결국은 하녀로 전락한다. 하지만 친구 인 게이코가 데뷔하는 장소에서 우연히 다시 회장과 재회하게 된 후 그녀에게도 큰 변화가 찾아온다. 치요 는 당대 최고의 게이샤 마메하(양자경)에게 안무, 음 악, 미술, 화법 등 다방면에 걸친 혹독한 교육을 받게 되고 어린 치요에서 최고의 게이샤 사유리(장쯔이)로 성장하여 사교계에 데뷔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최고의 게이샤도 사랑만큼은 마음처럼 쉽 지 않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회장의 은인인 기업가 노 부(야쿠쇼 코지), 남작을 비롯한 많은 남자들의 구애 와 관심,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등 전쟁의 혼란 속에 서도 회장을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았지만 사유리 는 결국 게이샤란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가질 순 있 어도 사랑만큼은 선택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사유리를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는 소식에 게이샤 복장을 하고 정원으로 나가는 사유리. 사유리를 맞은 것은 다름 아닌 회장이 었다. 그는 자신이 마메하를 보내어 사유리의 멘토 겸 게이샤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준 것과 친구 노부가 자신 의 은인이었기에 사유리를 사랑했지만 거리를 둘 수 밖에 없었다는 진심을 털어놓는다. 결국 두 사람은 만 난 순간부터 사랑을 키워왔고 많은 장애가 있었지만 다시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영화는 두 사람이 서로 진심을 이야기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끝을 맺는다.

‘살아 있는 예술작품’을 완성하는 게이샤의 독무, 영화음악 그리고 의상

‘게이샤의 추억’은 어릴 적 기온의 오키야에 팔려간 주 인공의 삶을 통해 게이샤의 일상생활과 춤, 음악, 다도 와 기모노의 특색 등 일본 예술과 문화를 자세히 묘사 하고 있다. 어렵고 절망적인 삶과 슬픔 속에서도 자기 를 지켜나가려는 게이샤의 내면이 구체적으로 묘사되 어 있다.

롭 마샬 감독은 배우 수련을 위해 게이샤였던 리자 달비를 섭외했다. 그녀는 “내가 죽도록 고생하며 배 웠던 모든 과정을 연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했다”라고 고백할 정도로 수련과정이 혹독했다고 한다. 주인공 사유리(장쯔이)의 독무장면은 굽높이가 30cm나 되는

영화 속 게이샤 사유리의 독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두 사람

게다(일본 전통신발)를 신고 1m밖에 안되는 어둡고 좁은 무대에서 고난이도의 춤을 선보여, 영화에서 아 주 인상적인 장면이다.

영화음악과 의상도 이 영화의 가치를 높인다. 음악 을 맡은 존 윌리엄스는 5번이나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음악계의 거장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샤미센, 고 토, 샤쿠하치, 타이코 드럼 같은 동양의 전통악기를 총동원했으며 세계적인 연주자 요요마(첼로)와 이작 펄만(바이올린)이 가세하여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냈다. 기모노는 ‘시카고’로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한 콜린 앳우드가 만들었으며 각 캐릭터의 개성에 맞춰 계절별로, 250벌의 기모노를 제작하였다고 한다. 물 의 운명을 타고난 주인공 사유리를 상징하는 물결무 늬 기모노와 영화의 뒷부분에 사유리가 입은 푸른 회 색빛 폭포 줄기가 쏟아지는 무늬의 기모노는 최고의 게이샤가 되기 위해 거친 운명을 헤쳐 나가며 금지된 사랑을 간직해온 사유리를 대변해준다.

천년 사찰 기요미즈테라(淸水寺)와 사찰 아래 마을, 기온의 거리들

우리가 도착했을 땐 5시경이라 기요미즈테라(淸水寺) 본당에서 해가 지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오토 와산 험준한 절벽에 기대어 서 있는 기요미즈테라 본 당의 야경은 탄성을 자아낸다. 기요미즈테라는 교토 가 일본의 수도가 되기 이전인 778년에 세워졌으며, 1633년에 대부분 재건되었다. 일본의 국보이자 세계 문화유산으로도 등록되어 있어 더욱 유명하다. ‘기요 미즈의 무대’로 유명한 본당은 139개의 기둥을 사용 하여 만든 웅장한 건축이며, 일정기간이 지나면 기둥 을 바꾸는데 기둥의 연결에 못을 사용하지 않는다. ‘기 요미즈테라’라는 이름은 오토와 폭포에서 유래했는데 오토와 폭포는 성령수라고 불리며 만병통치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기요미즈테라의 본당으로 세운 ‘무대조’는 독특한

기요미즈테라(淸水寺) 본당의 야경

건축양식이 주목을 받는다. 오토와산의 험준한 절벽 에 높이 13m의 나무축대를 쌓아올려 세워졌는데 건축 학상으로는 ‘가게즈쿠리’라고 부르지만 축대 위 너른 마루공간이 마치 무대처럼 보여서 ‘무대조’라고 한다.

고즈넉함을 느낄 수 있는

교토 마치야(町家)와 마치나미(町竝み) 산책하기

교토의 기온은 아침 일찍 또는 해질녘 돌아보는 것이 좋다. 인파가 몰리는 시간에는 고즈넉하고 아기자기 함이 넘치는 마치야의 마치나미(町竝み) 거리를 제대

교토의 기온은 아침 일찍 또는 해질녘 돌아보는 것이 좋다. 인파가 몰리는 시간에는 고즈넉하고 아기자기 함이 넘치는 마치야의 마치나미(町竝み) 거리를 제대

문서에서 제4차 산업혁명과 국토발전 (페이지 68-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