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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산업과 대학이 성공하려면

문서에서 R&D 성공실패사례 에세이 (페이지 68-73)

지역 산업과 대학이 성공하려면

ReSEAT 전문연구위원 박세환

공계 대학에서는 졸업반이 되면 산업체 현장실무 교육을 이수하도록 되어 있다. 내가 대학에 다녔을 때는 이를 ‘현 장실습’이라 했으나, 지금은 ‘인턴쉽(internship)’ 이라는 이름으로 예전보다 더 긴 기간 동안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다. 어떤 대학은 졸업 학년 전체를 현장 실무 학점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 또 는 글로벌 리더 양성을 위해 해외 인턴쉽을 통해 외국의 유수 대학 과 제휴하여 마지막 1~2 학기를 외국 현지 대학에서 학점을 이수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지역의 산업체나 연구기관과의 산/학/연 공동연구를 통해 연구 성과를 도출하여 지역 산업 발전에 기여한 다. 이 모두 졸업 후 취업률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데 주목적이 있

지역 산업과 대학이 성공하려면 65 을 것이다.

내가 지도교수를 맡았던 졸업반 학생들의 산업체 현장 실무 교육을 추진하기 위해, 주변의 여러 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을 파악해보았다. 당시 지역의 산업적 입지는 주로 석유화학 관련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입주해있는 산업 단지가 대부분이었다. 공공기관 역시 전문연구기관도 없는 상황이었다. 모두 컴퓨터미디어학부 전공과 직접적으로 관련성이 깊은 현장 실무 교육을 의뢰하기에는 거리가 있는 기업들이었다. 그때 한 기업의 실무자를 만나 논의하던 중, 석유 화학 관련 기업들이 제조 프로세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제어할 수 있는 첨단 컴퓨팅 기술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80년대 말~90년대 초반만도 외국의 첨단 기술에 의존을 하던 시기 였다. 그때 나는 원유의 정제, 분리, 추출, 여과 등의 기본적인 제조 공정을 관리·제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컴퓨팅 머신에 대한 대학 교육과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컴퓨팅 기능을 통해 석유화학 산업의 기초 소재를 제조하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해서, 내가 근무하던 대학이 속한 지역의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학과의 교육과정을 획기적으로 개편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컴퓨터미디어학부의 교육과정은 컴파일러 언어, 비주얼 툴 및 웹 프로 그래밍(JAVA Script 등), 정보통신이론 등이 주를 이루었다. high- level 언어와 정보통신 위주의 교육으로 프로세스 제어 등 펌웨어 (firmware)에 대한 교육은 전무한 상황이었다. 그때부터 기존의 교육 과정은 저학년에 한 학기 5~6학점 정도의 기본 과목으로 요약했다.

그리고 기계 제어 프로그래밍, 기계어(Machine language), 석유화학 제조프로세스 관리를 위한 메타데이터 작성방법 등 다양한 교육 과정 으로 개편했다.

이렇게 교육을 한 결과, 석유화학 관련 기업 취업률이 획기적으로 상승하게 되는 보람을 맛보았다. 그 뒤부터 프로그래밍 언어와 소프트 웨어 중심의 ‘전자계산학’에서 Software,Hardware, Firmware가 복합된 ‘컴퓨터공학’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어서 컴퓨터/전자/전기 관련 교수들과 산업체 연구원들이 구성된 산학연구단을 만들어 석유화학제품 제조프로세스의 관리 및 제어에 대한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산/학 공동연구를 통해 원유정제, 석유화학원료 제조 및 석유 화학제품 제조 등 석유화학 공장의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특화된 솔루션을 개발했다. 그 후 해당 지역의 석유화학 관련 대기업과 중소기업에게 무상으로 기술 이전을 했더니, 중소 도시의 산업단지에서 매우 성공적인 우수 기술이전 사례로 선정되어 주변 대학에 파급되기도 했다. 이 기회로 교육과정 개편과 산학 공동 연구를 계기로 지역의 석유화학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티핑 포인트 (Tipping point)를 마련하게 되었다.

때마침 그 당시부터 정부의 내실 있는 고등학교 직업교육을 위한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 일환으로 독일식 마이스터 고등학교가 도처에 설립되기 시작했다. 나는 마이스터 고등학교의 교육과정 설계 에도 참여해 산학연구단을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하기도 했는데, 지역 사회 언론에 극찬을 받으며 작은 결실을 맺는 보람을 맛보았다. 이렇게

지역 산업과 대학이 성공하려면 67 일정 인원 채용하는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를 체결할 수 있었다. 나아가 경력이 많은 산업체 중견간부의 특강을 통해 학생들의

때문이다. 인구 분산과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정부부처나 공기업의 지방 이전이 계속되고 있지만, 수도권에 대학이 집중되어 있다 보니 인구 분산이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 지방대학과 지역의 특화산업을 집중 육성하여 지방대학의 대학교육-노동수요 간 연계강화 방안 등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는 일과 지방대학 졸업생의 지역 내 정착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대학 지도 교수로 재직했던 시절, 효율적인 산업체 현장실무 교육과 산학 공동연구를 추진했던 경험은 좀 더 긴 안목을 갖고 지역 사회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산/학/연 협력 체제를 보다 확고하게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이 먼저 솔선수범했으면 한다. 산업계의 요구와 시대적 흐름을 적극 반영한 획기적이고 탄력적인 교육 과정의 운용과 교수의 연구혁신, 사학재단의 투명하고 올바른 대학 운영 마인드가 조화롭게 이루어진다면 지역 산업 발전과 청년 실업 문제의 큰 해결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시간에도 교육의 질적 향상과, 혁신적인 연구를 통해 지역사회에 헌신하고 있는 많은 대학과 교수진에게 격려를 보낸다.

실패한 4대강 지류 지천과 도서지방 소하천 개발 연구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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