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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개발의 사업화는 3가지가 필요하다

문서에서 R&D 성공실패사례 에세이 (페이지 83-88)

ReSEAT 전문연구위원 강원호

료(肥料)는 식물이 잘 자라나도록 영양 물질을 공급하여 토 지를 기름지게 하고 초목의 생육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빗물에 쉽게 흘러내려가기 때문에 비료를 지나치게 많이 쓰면 환경을 오염시킨다. 식물 배양에 사용하는 화학비료는 무기 질비료로 일반 비료를 말한다. 비료는 3대 요소인 질소, 인, 칼륨 을 비롯하여 칼슘, 마그네슘, 규소 등으로 합성된다. 일반비료를 한 꺼번에 많이 시비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효능이 떨어지는 비절 현 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되면 식물의 영양을 공급하지 못하게 되어 또 다시 시비를 해야 한다. 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비료에 들어있는 영양 성분이 천천히 녹아 효과를 나타내도록 한 것이

완효성1) 비료다.

한편, 빛을 통과 시키는 투명한 유리는 약품을 넣어도 변화되거나 부식되지 않으며 녹지 않는 환경 친화적 특징이 있다. 다이아몬드와 비슷한 미세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보석, 방탄유리, 우주선 투시창 유리, 의료 내시경, 레이저용 유리등으로 발전되었다. 과학자들은 유리의 구조적인 장점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유리를 물에 녹일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몸담은 단국대학교 신소재 연구소에서도 유리가 약품이나 물에 녹을 수 있도록, 유리의 구조를 약하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던 중 인산염 유리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유리의 구조는 치밀한 망목구조로 되어 있다. 해서, 우리 연구팀은 이 망목구조를 느슨하게 개방된 구조로 만들어서 물이나 다른 약품과 반응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이중 하나가 인산염 유리인데, 이 유리는 매우 느슨한 망목구조를 갖는 특징이 있어 물과 반응할 수 있도록 인산을 다량 함유한 수용성 유리로 개발했다. 유리는 녹여서 만들기 때문에 물과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다. 즉, 물처럼 용매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물에 설탕을 녹이듯, 유리도 고온의 액체 상태에서 다른 용질을 녹일 수가 있다.

따라서 유리는 화학반응에서 말하는 질량비례의 법칙에 따르지 않고도 많은 종류의 원소를 적용할 수가 있다.

비료의 주요 성분인 인, 칼륨, 규소 등을 함유한 유리를 질소비료와

1) 완효성 비료 ; 서서히 비료성분이 녹아나와 식물배양에 효과를 주는 비료

연구 개발의 사업화는 3가지가 필요하다 81 함께 사용 가능성을 찾아보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완효성 비료는 입상의 속효성 비료에 껍질막을 씌운 뒤 막의 작은 구멍을 통해 비료 성분이 서서히 녹아나오도록 만든 것이다. 대개 복합 비료로 100~140일 정도 걸쳐서 녹아 나오게 한다. 완효성 비료에는 완효성 질소 비료와 완효성 칼륨 비료가 있으며, 작물의 생육 시기에 따라 필요한 양분을 공급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완효성 유리는 인, 칼륨, 칼슘 등을 비롯해 작물의 영양이 되는 규소, 아연, 망간, 철 등을 적절한 양으로 배합한 뒤 고온으로 용융, 급랭해서 유리화 한 후, 적당한 크기의 분말로 분쇄한다.

유리 조성에 따라 결합이 느슨해진 유리는 물속에서 물과 반응해서 양성 원소가 용출되어 나오는 수용성 유리 분말로 만들어지게 된다.

이렇게 서서히 유리 구성 성분이 용해되며 유리 구성 성분에 따라 수십 일에서 수백 일에 걸쳐 녹아 나올 수 있도록 만든 인산염 유리를 완효성 비료로 쓸 수 있도록 연구했다. 먼저 실험실에서 인산염 유리의 조성을 조정한 뒤, 수용액에서 40~120일까지 분해되는 모 유리 조성을 개발했다. 이렇게 개발한 모 유리 조성에 비료의 주요 성분인 K, Ca, Mg, Mn, Fe 등을 첨가해서 고추, 상추, 토마토와 벼, 잔디 배양에 시비했다. 실험실에서 연구 개발된 유리는 준 양산 실험로에서 대량 용융 재조해서 분말화한 뒤, 실제 함유한 성분을 분석하고 원소들의 용출 실험 및 기간을 평가했다.

우리나라의 농지는 화강암이 모암이고, 년 간 1,300mm에 달하는 강우 때문에 무기양분의 용탈이 많으며 산성화되기 쉬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수천 년간 지속되어 온 경작으로 지력이 쇠약해 생산력이 낮다는 문제점도 있다. 특히, 논토양의 경우 벼의 생리적 필수 원소인 유효 규산의 함량은 72ppm에 불과하고 칼슘 함량 역시 논 4.0 ppm 밭 1.4ppm으로 적정기준 5.6~6.0ppm에 크게 미달된다. 마그네슘의 함량 역시 논 1.2ppm, 밭 1.4ppm으로 적정기준 1.5~2.0ppm보다 낮은 문제가 있었다.

생산성 증대를 위해서는 농지의 무기 양분 공급의 증대가 필요했지만, 현재 농지에서는 질소 인산 칼리 3대 원소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이외 무기성분은 소홀히 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규소, 마그네슘, 아연, 망간, 구리, 철, 알루미늄, 붕소, 납, 몰리브덴 등의 미량 원소를 포함한 무기 양분을 공급할 수 있다면 노후화된 우리나라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실험실에서 개발된 수용성 유리는 모든 무기 원소를 미량으로 함유할 수 있었고, 토양 보습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제조된 유리 비료는 생명 자원 대학 부속 농장에서 5일 단위로 90 일간, 이후 10일 간격으로 120일 간 직접 재배한 식물에 시비하며 생육과 토질 상태를 관찰했다. 완효성 유리 비료는 주요 작물의 식생 재료로써 어떤 효과가 있을 지 검토한 결과, 생육과 수량 상태는 일반 비료와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완효성 유리 비료를 사용 시 시비 횟수와 시비량을 줄여도 문제없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의 경우, 벼농사에 사용하는 완효성 비료의 시장 규모가 약

연구 개발의 사업화는 3가지가 필요하다 83 800억 원(2012년 기준) 정도로 추정되고 점점 증가 추세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 경우엔 골프장에 완효성 비료를 사용 하는 규모만 약 100억 원 정도다. 만약 이 완효성 비료가 벼농사뿐만 아니라 과수 재배, 채소 재배까지 사용된다면 큰 시장을 형성하고 특용 작물이나 수경재배 작물에 특히 효과 좋은 비료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우수한 효과와 훌륭한 친환경을 가진 완효성 유리비료는 3년에 걸쳐 개발됐다. 하지만 농산업의 특성 상 정책에 반영되기까지 장기간이 걸리는 평가와 도입해서 자리 잡기까지의 투자 기간, 비료 가격이 인상되면서 따르는 부담이나 사업의 불확실성 등 여러 여건으로 관련된 기관과 업체에서는 사업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기술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기업체에 기술을 이전하는데 실패해 사업화에 이르지 못했다.

연구개발의 사업화는 관련기관의 지원과 기업의 의욕, 사업성이 있는 개발이 함께 어우러져야 성공할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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