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연구의 성공보다 중요한 건 제대로 활용하는 일이다

문서에서 R&D 성공실패사례 에세이 (페이지 130-136)

연구의 성공보다 중요한 건 제대로 활용하는 일이다

OOOOO 강정부

느 분야든 걸림돌이 있는 건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특 히 축산업에서 소의 번식장애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 었다.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었지만 국내의 경우 그 정도가 더 심한 상황이었다. 다수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1990년대만 해도 조사대상의 약 48%가 번식장애에 걸려 있었고, 분만 후에는 오히 려 50% 이상으로 증가해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문제점 평가와 관련 기술을 개발하려는 의지는 매 우 부진하여 사육규모가 커지면서 번식장애도 더욱 증가했다.

연구의 성공보다 중요한 건 제대로 활용하는 일이다 127 가축, 특히 한우와 유우의 증식율과 두당 생산성을 향상시켜 합리적 경영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공수정의 타이밍을 정확히 알아내는 게 제일 중요하다. 수정 이후에는 정상적으로 착상이 이루어져 임신이 되었는지에 대한 확인절차가 필요하다. 소에게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조기에 수정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임신진단 기술개발이 절실한 상황이었던 것. 국내의 축산농가 및 낙농가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다양한 요인에 의한 번식장애 피해로 성주기의 연장은 물론이고 불임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유량감소, 사료낭비, 도태 등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뒤따를 수밖에 없었는데, 사육규모가 클수록 피해도 더욱 심각한 상황이었다.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된다는 절실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번 문제를 해결해내는 것을 대학재직 중 최대의 업적으로 남기겠노라 다짐했다. 우선 낙농 선진국에서 번식장애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방법과 문제점에 대한 정보 수집에만 1년 이상의 시간을 투자했다. 정보수집의 1차 목표는 국내와 외국의 시스템, 관리문제 등 상황에 집중하여 보완점과 개선점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학 에서는 강의와 일반연구, 여타 일들로 논문만 붙잡고 있을 수 없었기에 정보수집 활동은 일과가 끝난 후 집에서 해야 했다. 당연히 밤을 새우는 일이 다반사였다.

낙농 선진국 특히 해외 관련분야 연구자들의 최신 연구동향과 그 동안의 결과를 검토했다. 소의 번식장애 요인 감별 중 가장 큰 애로 사항인 정상적인 발정여부 확인, 조기 임신진단, 번식장애별 원인분석

등을 위한 방법으로 이미 직장검사 외 생물학적, 형광 측정법, 방사면역 측정법(RIA) 등에 의한 혈충이나 유즙 중의 프로게스테론 농도 측정이 대세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중에서도 RIA는 측정감도 및 재현성이 높아 낙농 선진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어 해당 기법을 익히도록 하였다.

RIA에서는 방사성 동위원소(125I)를 사용해야 하는 특수성 때문에 반드시 방사능 오염차단을 위한 특수한 시설과 장소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인체의 오염 가능성, 폐기물 처리의 통제된 과정과 방사능의 반감기가 길거나 짧은 관계로 사용에 많은 제약과 어려움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우리나라는 소의 사육규모가 적고, 매회 실시 해야 하는 검사두수도 4, 50두에 불과한 현실에서는 큰 무리가 있음을 깨달았다. 현장적용에는 한계가 있던 것.

RIA기법에 의한 분석을 실시하고 있던 중 미국과 캐나다의 일부 논문 에서는 종래의 방사성 동위원소 사용의 문제점을 간파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언급한 문제점이 전혀 없으면서 누구나 쉽게 활용 가능한 효소를 활용한 효소면역측정법(EIA, enzyme immunoassay)이 사용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일본의 모 대학에서 액상 법의 EIA를 실시하고 있는 교수의 논문을 보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해당 교수에게 메일을 보냈다. 한국에서 다양한 상태의 번식장애를 가진 소의 샘플을 갖고 있으니, EIA기법을 전수해 주면 데이터 결과는 공동 으로 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마침내 긍정적인 회신을 받아 방학기간을 이용해 일종의 공동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다.

연구의 성공보다 중요한 건 제대로 활용하는 일이다 129 그러나 당시 실시하던 EIA는 1차 항체인데다가 1차 항체를 항원으로 하여 획득한 2항체법의 액상법이었다. 그래서 측정 결과 치에 대한 검증과정에서 요구되는 측정 내(intra-assay), 측정 간(inter-assay) 변동계수가 약 12~15%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된 논문이 더러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 방법도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고민 끝에, 이를 보완 하기 위해 제1항체와 2항체를 동시에 사용하는 고상법인 효소면역흡착 법인 ELISA 기법(enzyme-linked immunosorbent assay)을 응용해 시도해보았다. 그 결과, 측정 간·측정 내 변동계수도 5%전후로 줄어 들어 임상에는 물론 연구용으로 사용하기에도 충분했다.

지금까지 프로게스테론 농도 측정 시 사용되고 있는 항 프로게스테론 항체인 항혈청은 거의 대부분이 토끼에서 획득한 클론성 항체였다.

그런데 연구자의 면역접종 방법이나 토끼의 개체에 따라 항체가 일정 하지 않아 정밀한 분석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원래 프로게스테론은 항원성이 전혀 없고, 분자량도 너무 적었다. 항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운반체 단백질을 먼저 결합시킨 후 항원으로 사용 해야 한다. 그래야 프로게스테론에 대한 항체가 생긴다. 그러나 운반체 단백질에는 프로게스테론 항체 이외에 운반체 단백질에 대한 항체도 같이 들어 있어 정밀분석 시 간섭작용이 생긴다는 논물을 접하고, 이 방법도 최선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당시 프로게스테론에 대한 단일클론 항체 시도가 세계적으로 더러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실제 성공했다는 논문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해보고자 단일클론 항체 생산에 도전하게

되었다. 1990년 당시에도 각종 바이러스나 대장균 등에 대한 단일클론 항체 생산은 시간과 장비, 인력 등이 갖추어진 상태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대학원 연구생, 석·박사과정을 수료한 동경대학의 미생물 연구실을 떠올렸다. 그리고 국내 농림부에서 1년간의 농특과제를 수행하게 되어 미생물 연구실과 협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전공자도 아니고, 경험이 전무한 사람이 이 일에 뛰어드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대의 목소리에 다른 연구기관을 찾아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사실 나는 대학원 시절 내과 연구실 소속이었다.

그동안 학문적 교류가 깊었던 여러 지인들을 통해 한 전문가에 대해 귀가 솔깃한 얘기를 전해 들었다. 북해도 동물위생연구소에서 단일클론 항체생산을 주로 하고 있다는 세계 최고 권위의 세포융합 전문가였다.

당장 접촉을 시도했다. 나의 연구에 대해 설명을 하고 수차례 사전 조율을 진행했다. 그 전문가의 조건은 2가지였다. 모든 일은 내가 스스로 알아서 할 것. 그리고 결과에 대해서 본인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2가지 약속을 한 뒤 동물위생연구소로 가게 되었다.

그 전문가는 주위에서 들었던 대로 본인의 연구 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개성이 강한 50대 여성이었다. 첫 만남부터 마늘냄새가 너무 심하다며 앞으로 애기할 때는 4, 5m이상 거리를 두라는 말에 연구소에 갈 때마다 열 번 정도 양치질을 하고 갔다. 그래도 마늘냄새가 난다는 말에 국내에서 가져간 김치는 물론 마늘이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반찬은 아예 입에 대지도 않았다. 토종 한국인이 한국다운 음식을 먹지 못하니 식욕도 점점 떨어지고, 여러 가지 고민으로 불면증까지 생기면서

연구의 성공보다 중요한 건 제대로 활용하는 일이다 131 20여일이 지나자 체중이 7kg이상 빠졌다. 더욱 독한 마음으로 반드시 이번 일을 성사시키겠다는 강한 결심을 하게 되었다. 내 일은 스스로 하라고 했던 그녀였지만, 다행스럽게도 실험에 대한 노하우를 구하거나 다른 방법에 대해 질문하면 조언을 해주었다. 지금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늘 긴장되고 밤낮이 따로 없는 피곤한 나날이 이어졌지만, 급하면 언제든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상대가 있었기에 내심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항원은 11α-Hydroxyprogesterone-hemisuccinate-bovine serum albumin로, 면역 접종동물로는 6-8주령의 쥐를 이용했다. 세포융합에 사용된 암세포 주는 P3X63Ag8U.1(P3U1)로 한 수십 번의 실패 후 드디어 융합에 성공했다. 각 클론별 상층액에 대한 항체를 측정하고, 특이성과 교차반응 등을 확인했다. 프로게스테론에 대한 매우 특이한 단일클론 항체를 얻게 되어 기뻤다. 그 이후, 틈나는 대로 세포상태의 미세한 동태변화를 스케치했다. 신비로웠기 때문이다. 때마침 북해도 에서 개최된 추계 일본 수의학회장에도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위로 부터 노벨상 후보감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경험이 많은 노련한 수의사 경우도 수정 후 35일 이후가 되어야 임신 진단이 가능하다. 그러나 분석결과, 조기 임신진단 여부는 인공수정이나 자연교미 후 13일 이내, 늦어도 22, 23일 이내에는 진단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특히 임신이 되지 않은 경우는 13일 이내에 100%

경험이 많은 노련한 수의사 경우도 수정 후 35일 이후가 되어야 임신 진단이 가능하다. 그러나 분석결과, 조기 임신진단 여부는 인공수정이나 자연교미 후 13일 이내, 늦어도 22, 23일 이내에는 진단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특히 임신이 되지 않은 경우는 13일 이내에 100%

문서에서 R&D 성공실패사례 에세이 (페이지 130-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