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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절 지역사회연구의 최근 동향과 연구 주제

2. 주요 연구 주제

1) 지방자치 연구

○ 중앙에 비해 열세인 지방이 고유의 정체성을 가지고 특화된 지역으로 발전하 기는 쉽지 않다. 이처럼 쉽지 않은 일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의 하나가 바로 지방자치제도이다. 물론 지방자치제도의 정착이 지역 정체성 형 성을 결정 짖는 절대 요인은 아니다. 그러나 필요조건인 것만은 확실하다. 앞 에서 언급했듯이 지난 20여년 동안 지방의 문제를 다루는 연구가 급증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방자치 공고화와 그것이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는 계 속 될 전망이다.

○ 지방자치의 최종 목표는 국가통치체제의 분권적 전환을 통한 ‘특화된 지역발 전’을 구현하고, ‘주민 거버넌스 모형’(citizen governance model)의 주민자 치 구현을 통한 지역사회의 연대적 공존, 생활 민주주의의 일상화, 그리고 특 성적 발전을 실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이러한 목표와 괴리되어 있다.

1991년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이래 장기간의 중앙집권적-관료적-개발독재 체 제하에서 자립의 동력과 자원을 모두 소진해 버린 지방사회에 ‘개인과 패거 리의 이익중심주의’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었다. 연대와 공익을 중시하는 공 동체주의, 자율과 책임을 전제한 자치주의, 복지와 환경을 중시하는 생태주의 적 발전관에 대한 어떠한 학습도 훈련도 받아 보지 못했던 상황에서 전격적으 로 도입된 자방자치제도는 독재체제에 오랫동안 억눌려있었던 주민들의 잠재 적 ‘프라이비티즘’(privatism)을 일시적으로 폭발시킨 도화선이 되었다. 지역 의 도약과 발전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오히려 지역사회 전체를 혼란으로 몰아 넣는 모순된 결과를 가져왔다는 뜻이다.

○ 김영정(2014)은 이러한 현상을‘자치의 패러독스’라고 부르고 있다. 지방을 살리기 위해 도입한 지방자치 제도가 오히려 지방에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왔 다는 의미이다. 게다가 제도 도입의 절차적 공정성의 문제, 도입 이후의 정책 자원의 생산과 분배의 공정성 문제, 그리고 제도 도입과 더불어 변화된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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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의 정체성의 혼돈이 그러한 현상을 보다 심화시켰다. 일부에서는 혼란 을 바로 잡기 위해 지방자치를 반납하고 중앙집권체제로 회귀해야 한다든가, 소규모 자치단위를 광역단위로 통폐합하여 통치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소수 의견이고, 대부분의 학자들 은 자치의 패러독스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며, 지방자치를 제대로 실현하 는 것, 특히 지방분권화의 강화를 통해 지방에 실질적인 권한을 주는 것이 장 기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고 있다.

○ 이러한 측면에서 그동안 지방자치 연구를 정치학자들보다는 행정학자들이 주 도해 왔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는 행정학자들의 잘못이 아니 며, 지방의 문제를 소홀히 하고 중앙의 문제에만 매달려 온 정치학자들의 잘 못이다. 그러다보니 자치의 문제를 정치와 권력의 시각에서 바라보기 보다는 행정과 정책의 효율성 측면에서 분석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예를 들 어, 기초 지방의원 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여전히 행정과 효율성 중심으로 지방자치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진정한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방에도 민주적 정치과정 이 실현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민주적 정치과정의 관점에서 지방자치를 바라볼 때, 지방선거 제도 및 지방의 회의 개혁 필요성이 제기된다. 보다 민주적인 방향으로 선거제도 및 의회 제 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이러한 관점에서 지방 차원에서 참여민 주주의와 심의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에서 실행에 옮기고 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지방정치에서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을 강조하거나, 로칼 거버넌스의 실현 방안 대한 연구들 도 중요한 연구 주제로 부각되고 있다 (김영래 2005).

2) 정책관련 연구: 균형 발전, 지방분권

○ 지난 20여년 동안의 지역사회 연구에서 정책관련 연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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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높았다. 참여정부 이후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논란이 거듭되고 있고, 그렇 기 때문에 지난 10여년 동안 가장 많은 관련 연구물을 쏟아 냈던 주제가 지 역불균등성장 논쟁, 지방화 정책 방향 논쟁, 그리고 지방분권 논쟁 등의 문제 였다. 현재 한국사회 최대의 갈등 이슈가 ‘지방 공동화’와 ‘지역간 성장격 차’, 그리고‘왜곡된 지방분권’ 문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문제에 대 한 연구는 각별한 의미를 가지며, 앞으로도 계속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일부 학자들은 세종시 건설 등 한국의 지역균형발전과 지방화 정책에 대해 비 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은 한번 쯤 ‘지방 의 시각’에서 이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중앙의 관점’, 그리고 ‘시 장, 효율성 및 성장의 논리’로 지방 문제를 바라볼 때 이 문제에 대한 해결 책은 요원하다. 예를 들어, 세종시에 대해 여전히 계속 제기되는 비판은 이것 이 초래하는 비효율성과 낭비이다. 그러나 세종시 문제를 경제적, 행정적 효 율성이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평등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그리고 수도권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기저에는

‘수도권 성장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논리가 깔려 있다. 그러나 효율 성, 국가경쟁력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국토의 균형발전일 수도 있음을 잊어서 는 안 된다. 스웨덴은 1㎢ 내에 단지 한 사람 밖에 살고 있는 않는 오지 중의 오지도 결코 정책적으로 버리지 않으며, EU의 지역정책은 낙후도에 따라 지 역을 구분하고 순위가 낮은 지역에 구조기금(structural fund)을 가중 지원하는 원칙을 지켜오고 있고, 부자 회원국들도 그 원칙을 존중한다는 점을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김영정 2014).

○ 지방분권화 역시 지역사회연구의 중심 내용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중앙의 권한과 재정을 지방에 전폭적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가 같 은 입장을 보이지만 그 속도와 분권의 단위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다른 주장 을 내세우고 있다.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초광역 자치제도를 도입할 것을 주장 한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영국의 보수당이 소지역주의(localism)를 지방화 정책의 근간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과는 참 대조적이다. 그런데 기초 지차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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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폐합은 지방자치의 근본을 해칠 수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지방자치의 최종 목표는 ‘자치의 공고화와 실질 민주주의 달성’이다. 이를 위해 읍면동까지 (준)자치제를 실시하여 ‘동네민주주의’가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 하다. 지방자치 선진국들은 하나같이 자치단체 세분화를 통해 동네민주주의를 보장하고 있다 (김영정 2014). 이처럼 비용 대비 효율이 낮다는 이유로 현재의 기초단체를 통폐합하거나, 광역화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앞에서 언급했 던 바와 같이, 지방차지 문제를 중앙의 시각, 그리고 행정과 효율성의 시각에 서 바라보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결국 지방자치의 문제이던, 지방분권의 문제이던, 이를 단순히 효율성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보다 폭넓은 정치사회적 관점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3) 특정 지역 연구: 부산학 사례를 중심으로

○ 지역사회 연구의 최근 동향에 있어서 떠오르는 연구 주제의 하나는 특정 지역 이나 도시에 대한 연구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서울학, 부산학, 인천학, 제주학 등이 있다. 이러한 특정 지역 연구는 물론 1990년대 지방자치시대를 맞이하면서 활성화되기 시작하였고, 각 광역단체에 소속되어 있는 연구원이 중심이 되어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그러나 그 이전인 1980년대에 이미 신 진학자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다양한 ‘지역사회연구회’가 영호남 지방에 존 재해 왔다. 1985년 대구에서 지방사회연구회가 결성되었고, 1988년에는 부산 에서 지역사회연구회, 전주에서 호남사회연구회, 그리고 광주에서 전남사회연 구회가 결성되었던 것이다 (김석준 2003). 이들은 자신의 전공 분야의 한계를 넘어서 지역을 종합적으로 인식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하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공동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조건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연구는 개별 고립적으로 진행되어 왔으며, 소위 부 산학, 호남학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았다.

○ 특정 지역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계기가 되었던 것은 지방자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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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 도입된 이후 1993년 서울시립대학교에 서울학연구소가 만들어지면서이 다. 이를 계기로 서울학이라는 개념이 통용되기 시작했고, 이에 자극 받은 지 방에서도 부산학, 제주학, 강원학, 전북학, 인천학, 충북학 등의 연구 분위기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여기서는 지방에서의 특정 지역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부 산학의 사례를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 부산학의 태동은 앞에서 언급한 바 있는 1988년 신진 학자들로 결성된 지역사

○ 부산학의 태동은 앞에서 언급한 바 있는 1988년 신진 학자들로 결성된 지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