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부문 사회갈등의 실태
2. 사회갈등의 실태
2.2. 주요 갈등의 개괄
2.2.1. 농산물시장 개방을 둘러싼 갈등
우리 사회에서 농산물시장 개방은 해외 공산품 수출시장 확대를 통해 새로운 국가적 기회창출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한국농업의 여건상 농민들에게는 많은 고통과 불이익, 즉 편익 대비 비용의 불 균형적 부담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아 농업부문 갈등의 중심적 현안 으로 자리 잡고 있다.
1980년대 초․중반 초보적 시장개방단계에서 미국, 호주 등 축산 수출국으로부터 값싼 쇠고기 및 생우 수입으로 발생한 소파동(생우 가격 폭락), 1995년 전후 WTO체제 출범 이후 본격적인 시장개방단 계에서 매년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는 마늘파동, 김장배추파동 등 다 양한 농산물 가격 폭락 및 해당 농업생산기반 붕괴 등은 정부와 농 민 간 갈등의 전형적인 예이다.
여타 산업부문에 비해 농업생산은 토지, 물, 기후 등 주어진 자연환경 적 조건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한국의 농업생산을 위한 자연환 경은 세계 수준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게 사실이다. 따라서 한국 농업 생산의 고비용 구조와 그에 따른 국제시장에서의 한국농업의 비교열 위는 쉽게 극복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가운데 진행 중인 농산물시장 개방 확대는 농산물의 순수입 증가로 귀결돼 국내 농업생산을 크게 위 축시켜 왔으며,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해외 공산품 수출시장 개척의 이면에서 이뤄지는 농산물 수입이 더욱 본격화하는 데 대한 농민들의 우려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우선 값싼 해외농산물 수입으로 발생하는 국내 농산물 의 가격하락과 그에 따른 절대적 소득수준의 감소가 그 하나이다.
농산물시장 개방의 편익과 비용이 사회 부문들 간에서 불균형적으
로 귀착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문제로 이해할 수 있다.
이 경우 농산물시장 개방 비용을 우리 사회가 공공적 차원에서 부 담하는 정도와 방법을 마련하는 데에서 해법이 찾아질 것이다. 그러 나 농산물시장 개방에 대한 농민들의 우려는, 농업에 대한 농민들 스스로의 가치인식이 정책적으로 부정당하고 있는 현실에 닿아있 는 것이기도 하다. 이 경우 해법은 농업가치에 대한 농민들의 인식 이 사회적․정책적으로 수용되거나 발전적으로 극복되는 데에서 마련될 수 있겠지만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다. 최근 한․칠레 FTA 체결과 WTO 농업협상을 계기로 농민들의 시위가 늘어나고 과격 해지는 현실은 이상의 두 가지 측면에 사회적․정책적 관심이 모 아질 때에 극복될 수 있다.
2.2.2. 농업구조조정을 둘러싼 갈등
산업으로서 농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해 최근 정부는 쌀전 업농 육성 등 대규모 농가계층을 집중 지원하는 정책을 통해 국내 농업구조를 규모화․전문화하고자 한다. 그런데 소위 ‘선택과 집중’
의 시장원리에 따르는 농업구조조정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는 농 민(영세소농)과 농민(대규모 전업농) 간에서, 그리고 농민과 정책당 국 간에서 이해와 가치가 불일치함으로써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농업생산 여건이 바뀌면서 이미 농민․농촌사회 내에서 농민층분해 정도가 양극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점에서 더욱 그 러하다(윤수종 2001; 김정호 등 2003). 또 농업구조조정이라는 명목 아래 농업부문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 이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 농업부문 지원이 특정계층에게 지나치게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표출되는 가운데 농업부문 안팎에서 갈등이 제기 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 있는 실정이다.
물론 현재 단계에서는 이러한 차별적 지원정책을 둘러싼 갈등은
한․칠레 FTA 추진을 둘러싼 갈등, 농업협동조합 운영개선을 둘러 싼 갈등 등과 달리 직접적으로 현재화(現在化)되지는 않고 있다. 대 규모 농가들이 비록 많은 정책적 혜택을 보고 있지만, 개방화와 농 촌지역의 과소화 등 농민층 일반이 놓여 있는 조건 자체가 농민층의 사회정치적 내부 분화보다는 외적 조건에 대한 공동대응을 유발하 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농민의 계층적 기반이 다른 전농과 한농연 이 농민단체협의회, 전국농민연대 등의 연계틀 내에서 외적 조건에 대한 공동실천을 강구하면서 전업농 육성 등 농업구조조정에 대한 이견들을 적극적으로 공론화하지 않는 실정이다.
그러나 외적 조건 자체에 변화가 있을 경우, 규모화․전문화를 목 적으로 하는 농업구조조정을 둘러싼 잠재적 갈등은 언제라도 현재 화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 특히 농업구조조정을 둘러싼 농민계층간 잠재적 갈등이 구체적인 정책집행과정에서 지역갈등으로 전환되어 표출된 적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1995년 쌀전업농 육 성사업은 대상 농가를 1ha 이상의 논을 소유한 상층농으로 제한하면 서, 전북, 충남 등 평야지역과 강원도, 충북, 경북 등 준산간지역 간 에 지원대상농가의 양적 차이와 지역간 지원규모의 차이를 초래한 바 있다. 지역간 지원규모의 차이로부터 지원정책을 둘러싼 상층농 과 영세소농 간의 계층적 갈등이 지역간 이해갈등으로 전환하였고,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에서는 지원대상의 기준을 재설정하는 정책적 수정을 필요로 했던 경험이 있다.
2.2.3. 농산물 가격을 둘러싼 갈등
과거 쌀 자급기반 확보 차원의 증산정책 아래에서는 쌀수매가격 결정이 농민의 소득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컸다. 따라서 쌀수매가격 결정을 둘러싼 정부와 농민 간 갈등이 중요한 사회갈등의 하나를 이 루고 있었다. 이후 쌀 수매가격을 둘러싼 갈등의 중요성이 약해졌지
만, 다른 한편 농가소득 지원 및 수급조절 차원에서 추진되는 다양 한 정부의 수매정책이 정책여건에 따라 달라져 수매가격 및 수매량 을 둘러싼 농민과 정부간의 갈등이 최근에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보리수매, 고추수매 등을 둘러싼 갈등이 그 예이다. 특히 최근 품목 별 생산자 단체가 활성화되어 대부분의 개별 품목 단위의 수매가격 및 수매량 결정과정에 농민단체 차원의 개입이 늘어나면서 정책갈 등의 중요한 내용으로 등장하고 있다.
2.2.4. 농업․농촌조직 운영개선을 둘러싼 갈등
농업협동조합, 농업기반공사 등 농업․농촌조직은 농민의 생산․
유통 활동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정부의 정책사업을 대행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조직운영의 효율성이나 대 농민 서비스의 실효성을 두고 농민과 임원․직원 간에 이해와 가치 의 불일치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농협의 운영개선을 둘러싼 조합원 농민과 지역농협(임․직원) 간의 이해와 가치 불일치는 개별 지역농협이 처해있는 여건이 변화 하는 가운데 현재적 갈등으로 이미 표출되고 있다. 농민을 대상으로 하는 조합원 상호금융 대출금리 수준, 지역농협 임․직원의 급여수 준, 간부직원(전․상무)에 치우쳐 있는 직제구성, 지역농협 내 각종 위원회 및 제규정 등이 이러한 이해와 가치의 불일치가 갈등으로 현 재화되는 주요 사안이다.
2003년말부터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지역농협 운영개선과정 에서, 대출금리와 임․직원 인건비를 중심으로 하는 조합운영 효율 화 요구로부터 제규정 개정 및 각종 위원회에 대한 농민참여 강화 등 조합운영 민주화 요구에 이르기까지 갈등의 양상은 다양하다. 이 가운데 지역농협 운영개선은 효율화, 민주화, 경제사업활성화 중 무 엇을 중심가치로 해야 하는지, 지역농협 운영개선은 과연 개별 지역
농협 차원의 노력으로 가능할 것인지, 가능하다면 농민, 임원, 직원 등 지역농협과 관련한 주요 주체들 중 조합운영의 책임은 누가 맡아 야 하는지, 지역조합 운영을 위해 이들 삼자 간 관계와 각각의 역할 은 어떻게 설정되어야 하는지 등을 중심으로 주요 주체들 간에 이해 와 가치가 조정․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농업, 특히 벼농사에서 매우 중요한 농업용수 및 관련 수리 시설의 대부분을 관리하는 농업기반공사와 농민 간에서 서비스 질 대비 비용부담의 적정성을 둘러싼 갈등이 2000년 농업용수이용료 폐지 및 정부보조 이후 잠재되어 있다. 서비스 질에 대한 농민의 불 만, 물 부족 문제 등이 심화될 경우 비농업분야의 수리권 침해 가능 성 증대 등에 기반하는 새로운 갈등잠재력이 형성되어 있다.
2.2.5. 농업부문 환경오염을 둘러싼 갈등
최근 환경의 가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자연환경에 큰 부하 를 주는 일부 농업 활동에 대한 규제 강화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에 내재하는 갈등잠재력은, 수질악화에 큰 영향을 주는 축산 활동에 대해 축산분뇨 처리시설의 확충 수준을 넘어 가축사육 두수 자체를 제한하자는 요구가 공론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확인된다.
축산농가가 수용하기 힘든 사육두수 제한 이전에 축산분뇨 처리 시설의 확충, 분뇨의 자원화 노력 등에 대한 투자를 확충하자는 견 해와 현실적으로 국토공간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성장한 일부 축 산 중심지역에서는 사육두수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대립하고
축산농가가 수용하기 힘든 사육두수 제한 이전에 축산분뇨 처리 시설의 확충, 분뇨의 자원화 노력 등에 대한 투자를 확충하자는 견 해와 현실적으로 국토공간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성장한 일부 축 산 중심지역에서는 사육두수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대립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