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천면 지역농협 운영개선과정
3.1. 사례 개괄
3.3.2. 사회집단 간 갈등관리를 위한 시사점
가. 갈등구조의 역동성에 대한 이해
사회집단 간 갈등관리를 위해 갈등구조의 측면에서 고려되어야 할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사회집단 간 갈등에서와 마찬가지로 갈등주체로서 각 사회집단 내부에 형성되어 있던 내적 관계들은 갈등이 진행되는 동 안 역동적으로 재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이다. 다만, 사회집 단 간 갈등에서는 각 사회집단 내에 존재해온 하위부문들이 해당 집 단 내에서 연계와 분화를 통해 재구획되는 과정이 집단별로 상이한 논리를 따르게 된다는 점에 보다 주목해야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개별 사회집단 차원의 재구획 논리는 사회집단 간 갈등사례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게 사실이다. 따라서 사회집단 간 갈등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각 사회집단의 하위부문들이 나름의 논 리에 따라 변화․발전해가는 과정을 구체적인 수준에서 이해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장천농협 사례에서 농민은 지역적 정체성을 토대로 농협 내 기존 관계(조합원-운영자 간 관계)로부터 이탈해 별도의 농민결사로 확장 해갔다. 반면 지역농협은 경영수익성, 작업장 민주화 및 사회 민주 화 등의 서로 다른 규범을 토대로 임원(경영자 겸 농민대표), 간부직 원(경영자적 운영자), 일반직원의 노조분회 등이 기존의 업무상 결속 관계로부터 점차 자율적 하위부문들로 분화․개별화해갔다.
둘째, 정부-사회집단 간 갈등에서도 나타났던 각 갈등주체 발전과 정상의 불균형은 사회집단 간 갈등에서는 더욱 강하게 나타날 수 있 다는 점이다. 정부 등 공공부문에 비해 민간부문의 사회집단은 양 적․질적 변화에서 보다 큰 자율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
회집단이 갈등의 주요한 두 주체를 이룰 경우 각 주체가 발전적으로 구성해가는 연계의 범위 및 이해․가치의 범위는 양자 간에서 더욱 큰 불균형성과 비동시성으로 귀결될 수 있는 것이다.
장천농협 사례에서는 이전에 비교적 통합적인 단위를 유지하던 지역농협의 내부적 통합성이 농민과의 갈등과정을 거치면서 임원 이탈, 일반직원 독립성 강화 등으로 급속히 약화되었음을 보았다.
그에 따라 기존에 농민-지역농협 간에 존재하던 조합원과 운영자(임 원, 간부직원, 일반직원) 간 관계 및 농민과 지역농협 각각의 외연 역시 전면적으로 재설정될 수밖에 없었다.
셋째, 이상의 갈등주체 발전과정상의 불균형으로부터 갈등내용의 역동성 및 복합성 역시 정부와 사회집단 간 갈등에서보다 강하게 나 타난다는 점이다. 나아가 사회집단 간 갈등에서 나타나는 갈등내용의 역동성과 복합성은 민간부문의 사회집단이 안고 있는 의사대변능력 의 한계 및 공익제안능력의 한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장천농협 사례에서 조합의 원칙주의 운영가치에 기반해 있던 농 민들의 운영민주화 요구 및 경제사업활성화 요구는, 경영주의 가치 에 기반하는 운영효율화 요구와 복잡하게 섞여들면서 스스로도 의 도하지 않았던 조합해산 논의로까지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농민측 에서 제시되는 다양한 요구들이 상이한 가치인식에서 복합적으로 기인할 수 있다는 점을 농민 스스로가 분명히 이해하는 게 필요했 다.
한편 지역농협(특히, 임원 및 간부직원)은 이와 같은 복합적인 요 구에 대응할 수 있는 실천적 방안을 마련하기보다 농민들의 요구가 변화하는 데에 따라 임기응변적 대응으로 일관하였다. 또 일반직원 중심의 노조분회는 노조활동을 통한 단위사업장의 노사관계 민주화 및 이를 통한 중앙회 지배구조 개선이 궁극적으로 농민조합원의 이
해와 부합할 수 있다는 점을 농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 했다.
나. 발전적 갈등관리기제 구축의 필요성
무엇보다 갈등주체 양자에 의한 직접적 관리기제 구축이 필요하 다. 사회집단 간 갈등에서는 갈등주체와 갈등내용의 역동성이 예측 불가능한 정도로 내재하므로 이를 관리하고자 하는 전략은 우선적 으로 갈등주체 양자 간 관리기제를 중심으로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사회집단 간에 존재해온 기존관계가 지속적인 관계자원 (relational resource; Healey 1998)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 써 양자 간 직접적 갈등관리의 토대를 배양할 필요가 있다. 양자 간 기존관계는 법제도적․공식적으로 존재할 수도 있으며 일상적․비 공식적으로 존재할 수도 있는 점에서 관계자원에 대한 지원은 장기 적․포괄적 관점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장천농협 사례에서는 법규에 의해 양자가 이미 조합원-운영자 관 계로 제도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갈등국면들에서 이러한 제도적 관계는 유효한 갈등관리기제로 작동될 수 없었다. 따라서 기 존의 제도적 관계가 직접적․지속적 갈등관리기제로 작동할 수 있 도록 이사회, 대의원회, 총회 등 조합 내부의 운영틀을 실질화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였다. 특히 조합원에 대한 지도․교육사업 등 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했다.
다음으로 공공․민간 주체에 의한 제삼자 관리기제 구축이 필요 하다. 갈등주체의 어느 일방 혹은 양자 모두 각각의 내부 관계가 갈 수록 분화하는 가운데 형성돼 있던 양자 간의 기존 관계는 이러한 변화상을 포괄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과 수직적․수평적 위치에 있는 공공․민간의 제삼자에 의한 관리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사회집단이 갈등주체로 결집돼 나타나는 공간적 단위 에 상응하는 공공주체(지자체 등)와 민간주체(농민단체 등 광역 및 지역 단위 시민사회주체)를 갈등관리주체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이 를 통해 중앙정부나 정치과정을 대신해 민간주체가 주도하는 지역 적․하위정치적(sub-political) 갈등관리의 토대가 구축되어야 할 것 이다.
장천면 지역농협 사례에서는 갈등과정 중에 양 주체 간에 이전부 터 존재해온 법제도적․일상적 관계가 무력화되면서 중앙회 및 인 근지역․광역 차원의 제삼자 개입이 필요한 국면이 존재했다. 그러 나 이러한 작업이 제 때에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못함에 따라 후갈등 단계에서도 여전히 여러 문제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