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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칠레 FTA 체결과정

2.3.1. 분석결과 종합

한․칠레 FTA 체결과정에서 불거진 정부-농민단체 간 사회갈등은 5년 동안의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면서 갈등내용과 갈등주체가 역동 적으로 변화해왔다. 또 이러한 역동적 변화과정에 대응해 단계별로 다양한 갈등관리기제가 작동하면서 이를 관리하고자 하였으나 상대 적으로 정적인 발전과정을 보였다. 그에 따라 후갈등단계에서 당장 의 갈등현상은 사라진 가운데 새로운 사안을 둘러싸고 농업에 대한 근본적인 가치인식 간 긴장관계가 잠재하고 있으나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안정적 장치는 미흡한 실정이다. 갈등주체, 갈등내용, 갈등관리 기제 등을 중심으로 이상의 사례분석결과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가. 갈등구조: 갈등주체

갈등주체의 한 축인 정부는 일찍이 갈등잠재단계에서부터 관련 부처들이 모두 참여하는 대외경제조정위원회, 경제정책조정회의, 대 외경제장관회의 등 다(多)부처 의사결정기구와, 실무조정회의, 비준 추진실무기획단 등 다부처 실무기구와 같은 협의기구들을 운영함으 로써 국내외적 과정에 안정적으로 대처하고자 했다. 다부처가 참여 하는 협의과정은 양허안과 관련한 부처간 이견을 조정하면서 대외 협상 및 국내과정을 주도적으로 추진해가는 밑바탕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 협의기구를 중심으로 부처 간 협의가 대외협상과정에 치우쳐 있었던 것과 달리 국내의 직접적․간접적 이해당사자들과의 협의에 대한 관심은 부족했으며 이를 위한 다부처기구는 없었다.

한편 공공부문의 특성상 정부측 갈등주체가 이처럼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던 데 반해 농민단체는 상호연계와 분화의 역동적인 발전

과정을 겪었다. 갈등잠재단계로부터 갈등확산단계 초반까지 품목단 체, 생산자단체연합체, 농민운동단체, 사회운동단체 등의 결합이 꾸 준히 이뤄졌다. 이와 같은 결합과정은 각 단체별로 산재하던 상이한 이해관심과 가치가 서로 결합되어 왔음을 의미한다. 갈등확산단계에 서는 농민단체와 비농업부문 사회단체와의 연계(농업회생연대)가 더 욱 강화되었다. 또 농민운동단체와 생산자단체 간에 새로운 연계틀 (전국농민연대)이 형성되어 분화되는 가운데 기존의 생산자단체간 연계틀(농단협)은 꾸준히 지속되었다. 이러한 분화․발전과정은 이 전 단계에서 서로 결합되어 있던 각각의 이해관심과 가치가 다시 독 립적으로 분화․발전해갔음을 의미한다.

나. 갈등구조: 갈등내용

정부-농민단체 간 갈등내용은 정부, 농민단체 등 개별 갈등주체의 발전과정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발전하였다.35

농민단체가 개별적․산발적으로 존재하던 잠재단계에서 포도 등 농산업 자립기반 확보를 위한 정책적 지원 요구(자립산업화론)는 민 족농업․식량안보 논의(농업보호 국익론)와 결합되지 못한 채 농업 개방 국익론의 정부입장과 공존하고 있었다. 따라서 정부-농민단체 간 갈등은 농업개방론과 자립산업화론 간 갈등 혹은 농업개방론과 농업보호론 간 갈등 중 어떤 식으로든 뚜렷이 표면화되지 않았다.

이러한 잠재적 갈등관계는 통합 농단협 틀 내에서 품목단체-생산 자단체연합체-농민운동단체 간 연계가 이뤄지자 ‘국내농업에 대한 선대책 마련’ 주장과 ‘협정체결을 통한 국가신뢰도 제고’ 주장 간의

35 정부측 갈등주체는 초기부터 안정된 내부관계를 지속하는 가운데 ‘농 업개방을 통한 국익확보’ 입장을 변함없이 유지해갔다. ‘국가신뢰도 제고’ 및 ‘농업․농촌 대책수립’ 입장 역시 그와 같은 큰 틀을 벗어나 지 않았던 것으로 이해된다.

이해갈등 형태로 우선 표출되었다. 그러나 이해갈등의 이면에서는 이미 농업개방을 통한 국익증대론과 개방화 국익무효론(보다 적극적 으로는 국익훼손론) 간의 가치갈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갈등확산단계에서는 ‘한․칠레 FTA 체결’에 대한 우려가 ‘농업개 방 일반’에 관한 우려로 확장되면서 이해갈등의 확장과 함께 가치갈 등이 비로소 표면화되었다. 마찬가지로 이를 뒷받침했던 것도 농민 운동단체-사회운동단체 간 연계 강화, 농민운동단체-생산자단체 간 연계 형성, 생산자단체 간 연계 지속 등 농민단체측 갈등주체의 분 화․발전이었다. 가치갈등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부와 농민단체가

‘농업․농촌 지원대책’을 마련하는 가운데 표출단계부터 지속되었던 이해갈등은 일부 완화될 수 있었다.

다. 갈등관리기제

한․칠레 FTA 체결과정에서 갈등의 내용과 주체, 특히 농민단체 가 역동적으로 변화․발전해왔던 반면 갈등관리기제는 상대적으로 정체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정부, 농민단체 등 갈등주체에 의한 쌍방적․참여적 갈 등관리가 가능한 장으로 존재했던 정부와 농민단체 간 정책간담회 와 방문면담은 갈등의 모든 단계에 걸쳐 참여주체의 범위에서 제한 되어 있었다. 주어진 사안이 부처간 협의를 필요로 함에도 정부는 국내 이해당사자들을 총괄하는 대표성 있는 단일창구를 마련하지 않음으로써 농민단체와 정부 간 협의를 농림부, 외교통상부 등 부처 별로 개별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더욱이 농민단체측 갈등주체가 분화․발전하는 갈등확산단계에서는 농민단체 일부만 참여하는 한 계가 더불어 나타났다.

참여주체의 한계와 맞물려 정책간담회와 방문면담은 의제설정 범 위에서도 줄곧 FTA 추진과 관련해 이해갈등적 측면만을 다루는 한

계를 지녔다. 갈등표출단계에서 표면적 긴장관계로 표출된 이해갈등 의 이면에는 이미 농업보호론과 농업개방론 간 심층적 긴장관계가 자리잡고 있었지만 정책간담회와 방문면담은 이를 포괄할 수 없었 다. 갈등내용이 심층적 긴장관계로 발전한 갈등확산단계에서도 정책 간담회와 방문면담은 개방을 전제로 한 피해대책만을 중심적 의제 로 다룰 뿐이었다.36

한편 갈등표출단계에서부터는 국회라는 제삼자(第三者)에 의한 갈 등관리가 시도되기도 하였으나, 갈등확산단계에 이르기까지 선거정 치의 영향력 아래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했다.

양국간 협정안 타결이나 비준안 국회상정이 이뤄지기 전인 갈등 표출단계에서 이미 국회에 의한 갈등관리 노력은 FTA 추진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입장표명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정부와 국회 사이 에, 혹은 국회와 농민단체 사이에 안정적인 협의채널이 부재한 가운 데 정부의 FTA 추진을 정치적으로 결정하는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 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찬성과 반대의 입장표명을 넘어서 정부-농민 단체 간에 잠재하던 근본적인 가치인식 차이를 다룰 수는 없었다.

또 국회는 갈등확산단계에서 정부-국회-농민단체 간 연석회의 형태 의 일회적 협의채널을 마련해 갈등주체 간 이견을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피해대책의 세부적 조정 외에 농업가 치에 대한 주요 주체들의 이해와 시각들을 의제로 다루지는 못했다.

36 한편 이 연구에서는 자세하게 다루지 못했으나 국책연구기관 등이 중 심이 된 가운데 정부와 농민단체가 참여하는 정책토론회 역시 이와 비슷한 한계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2003년 8월 ‘한․칠레 FTA 종 합토론회’에 대한 전농 등 농민단체의 보이콧은 의제의 제한성(‘들러 리’ 역할 거부)을 이유로 발생하였다.

표 4-3. 단계별 갈등구조 및 갈등관리기제 종합

갈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