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FTA 체결과정
2.2. 단계별 갈등구조 및 갈등관리기제 분석
2.2.3. 갈등확산단계의 갈등구조와 갈등관리기제
관세양허안에 대한 정부부처 간 의견은 협상과정 초기에 쌀 등 일 부품목을 제외한 모든 농산물 관세를 10년 내에 철폐하는 것으로 조 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농산물 양허안 마련을 위한 농림부-농민단체 간 협의과정에서 그와 같은 협상안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한 농 림부가 고율관세품목과 민감품목의 관세 철폐는 어렵다는 의견을 다시 냄으로써 제5차 양국간 공식협상을 앞둔 한국정부안은 새롭게 조정된다. 수정된 양허안은 제5․6차 공식협상 및 두 차례의 별도 실
31 정부의 정책담당자에 따르면, 양국간 협상안이 공식 타결되기까지 모 두 7차례의 대 농민단체 정책설명회가 있었다고 한다(배종하 2004).
무협상을 거쳐 김대중 정부 임기 중에 공식협정안으로 타결되었다.
에 내재했던 심층적 긴장관계(농업개방 국익론과 농업보호 국익론 간 가치갈등적 대립관계)가 전면적으로 표출․확산되었다. 한․칠레 FTA 사회갈등과정에서 이와 같은 심층적 긴장관계가 표출․확산되 었던 것은 무엇보다 WTO 쌀 재협상 추진계획, 추가적인 FTA 체결 방침 등 농업개방의 정책환경 속에서 농산품생산의 상호연계성이 품목별 생산자 사이에서 그리고 농민운동단체들 사이에서 적극적으 로 공유되었기 때문이다. 쌀, 과수 등 민감품목이 양국간 협정에서 사실상 제외되어 가는 중에도 ‘쌀 개방반대, WTO 등 개방농정 반 대’ 등이 한․칠레 FTA에 대한 농민단체 공동의 요구사항으로 등장 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이다.
한편 한․칠레 FTA 체결 비용의 공공적 부담을 둘러싼 이해갈등 이 농업개방 일반에 따른 비용의 공공적 부담에 대한 이해갈등으로 확장되고 이러한 이해갈등이 농업의 가치에 대한 인식차이에서 비 롯하는 가치갈등으로 발전하는 가운데, 개방 비용의 공공적 부담을 둘러싼 이해갈등을 관리․해소하려는 노력이 본격화되었다. 갈등표 출단계 이후 지속되었던 정부-농민단체 간 이해갈등을 해소하기 위 해 ‘국내 피해대책 마련’ 움직임이 비로소 구체화되었던 것이다. 그 런데 가치인식에 기반하는 심층적 긴장관계와 차원을 달리하기는 하나, 피해대책을 마련함으로써 표면적 긴장관계를 해소하려는 과정 에서도 피해추정과정의 신뢰성 및 피해대책의 충분성을 둘러싼 또 다른 갈등이 지속되기도 하였다.
나. 갈등구조: 갈등주체 (1) 정부
양국간 협정안이 타결되기까지 정부부처간 협의는 외교통상부 및 통 상교섭본부가 중심이 되는 기존의 대외경제장관회의와 대외경제실무조 정회의에서 지속되었다. 협상안 타결 이후 국회의 비준동의과정이 진
행되는 동안에는 새로 재정경제부가 관련 부처간 의견조율의 중심기능 을 맡았다(2003.9). 또 실무 차원에서는 재정경제부 차관을 단장으로 하 고 관련 부처 실무진이 참여하는 비준추진실무기획단을 구성함으로써 정당, 국회, 농민․사회단체 등과 국회비준을 위한 협의에 임했다.
(2) 농민단체
농민단체는 비농업부문 사회단체와의 연계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농민운동단체와 생산자단체 간에 새로운 연계틀을 형성하면서 기존 통합 농단협 내 생산자단체간 연계틀을 유지해 갔다.
전농 등 농민운동단체는 통합 농단협과 비농업부문 사회단체와의 연대틀 내에서 농업부문 및 비농업부문과의 연계를 지속했다. 또 2002년부터는 쌀 등 농업문제를 중심으로 광범위 사회단체연대인 농업회생연대를 준비해가고 있었다. 2002년 7월 전농, 가톨릭농민회, 한살림, 정농회, 녹색연합, 생협 전국협의회, 원불교 천지보은회, 민 주노동당, 농협노조, 전교조 등이 참여하는 농업회생연대 준비위원 회 결성이 그 결과이다. 이를 통해 통합 농단협 내 생산자단체와 농 민운동단체는 일반 사회단체들과 맺는 연계틀을 강화할 수 있었다.
한편 양국 정부간 협정안 서명, 노무현 정부 출범 등과 함께 농업 부문 피해대책이 정부-농민단체 간 의제의 하나로 자리를 잡는 과정 에서 26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던 기존의 통합 농단협은 생산자단체 중심의 연합체로 재구성되었다. 이 과정에서 전국한우협회, 낙농육 우협회, 유기농업협회, 전국농업기술자협회(농기협) 등 생산자단체와 전농, 전여농, 한농연, 한여농, 가농 등 농민운동단체는 전국농민연 대라는 새로운 연계틀을 별도로 구성하였다.
다. 갈등관리기제
갈등내용이 이해갈등과 가치갈등의 두 가지 차원으로 분화․발전
하고 농민단체-사회단체 간 연계틀 및 농민단체 간 연계틀 역시 분 화․발전해가는 가운데, 정부-농민단체 간 갈등관리 노력은 기존의 개별 부처(농림부, 외통부 등)-농민단체 간 정책간담회․방문면담을 기본으로 하면서 대통령․국무총리․관계부처와 농민단체 간 정책 간담회로 보다 강화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국회비준 여 부가 정부측 갈등주체의 지배적 이해관심으로 등장하면서 한․칠레 FTA 체결을 전제로 하는 4대 농업․농촌지원정책이 주요 의제로 다 뤄진 반면 정부-농민단체 간에 존재했던 농업의 가치에 대한 인식차 이는 주요 주체들의 불참 등으로 본격적으로 다뤄질 수 없었다.
갈등이 더욱 확산됨에 따라 그리고 통상협상의 법적 절차에 따라 국회를 통해 정부-농민단체 간 갈등을 관리하려는 노력이 보다 적극 적으로 모색되기도 하였다. 정당과 국회의원을 상대로 하는 농민단 체의 간담회, 서명운동 등 기존 관리과정이 지속되는 한편 2003년 12월에는 정부-국회-농민단체 간 연석회의를 통한 갈등관리가 시도 되었다. 여기에서는 전농 등 전국농민연대 회원단체들이 불참한 가 운데 한․칠레 FTA 체결에 따른 4대 농업․농촌지원정책에 대한 정부-농민단체 간 이견이 조정되었다.33 한편 전국농민연대 회원단 체를 중심으로 시위, 집회 등 비제도적인 의사전달의 빈도와 규모 역시 국회비준이 이뤄지기까지 꾸준히 지속되었다.
33 2003년 11월에는 경제단체와 농민단체 간 간담회가 처음으로 이뤄졌 다. 한․칠레 FTA 체결과 관련한 직접적 이해관계자로서 주요 민간 단체들 간에 있은 첫 협의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 것이었지 만, 의제 자체가 이미 ‘농업피해에 대한 기업지원’, 즉 자유무역 비용 (피해)에 대한 공공적 부담 및 민간부담 방안에 국한됨으로써 참여단 체들 간의 근본적인 가치인식 차이를 논의하지는 못하는 제한적인 기 제였던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