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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절 이론적 논의

문서에서 기회의 불평등 측정에 관한 연구 (페이지 89-98)

1. 이론적 논의

부르디외는 개인과 가족의 문화 자원은 경제적 자원(경제자본)과 사회 적 네트워크(사회자본)과는 구분되는 ‘자본’의 형태를 띤다고 주장한다 (Jæger, 2011). 부르디외가 말하는 문화자본의 개념은 모호하고 때로 상 이한 방식으로 서술되지만, 대체로 체화된 상태, 객체화된 상태, 제도화 된 상태로 존재하는 문화에 새겨진 개념적, 규범적 코드를 지칭한다. 체 화된 상태란 상당 시간 동안의 주입(inculcation)과 동화(assimilation) 를 통해 문화자본이 내재적으로 축적된 상태를 말한다. 객체화된 문화자 본이란 문화적 상품(그림, 책, 사전, 도구, 기계)의 형태의 전유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제도화된 상태는 학교 졸업장과 같은 형태로 존재하는 문화 자본의 형태를 띤다. 브르디외는 문화적 욕구가 양육과 교육의 산물이이 라고 주장한다. 여러 조사 결과에 의하면 모든 문화적 실천(박물관 관람, 음악회 참가, 독서 등), 문학, 회화, 음악에 대한 선호도는 교육수준, 그리 고 이차적으로 출신계급 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이 때문에 취향은

‘계급’의 지표로 기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부르디외, 2006:21).

부르디외(Bourdieu, 1986)는 집에서의 이러한 문화적 경험이 학교에 서의 자녀의 상호작용을 용이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학업성취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문화자원이 문화자본으로 전환된다(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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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주․이병훈 2007 재인용). 부르디외의 이러한 주장은 문화재생산모형 (cultural reproduction model)으로 정형화된다. 문화재생산이론에 따 르면, 계급재생산이 세대 간 문화자본의 전수를 통해 이루어지고, 학교는 이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Bourdieu, 1997;

DiMaggio, 1982; De Graaf, 1988).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은 어려서부터 지배문화에 자연스럽게 노출됨으로써 학교문 화에 친숙한 언어적, 문화적 성향을 입학 전부터 문화자본의 형태로 습득 한다(Bourdieu 1997). 그들이 습득한 문화자본은 교사들과의 원활한 의 사소통을 돕는데, 교사들도 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게 된다.

그 결과 이들 자녀들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게 되고 나아가 보다 나은 학업성취와 교육성취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낮은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학교에서 요구하는 언어적, 문화적 성향을 갖고 있지 않는다(Lareau, 1987). 이에 따라 학교생활에 잘 적응 하지 못하고 바라는 학업성취나 교육성취를 얻는 데도 어려움을 겪게 된 다. 따라서 문화자본의 불평등한 분배는 교육 불평등을 초래하고, 이는 다시 사회적 불평등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Bourdieu, 1997; 김경 근․변수용, 2007 재인용).

구체적으로, 문화자본은 여러 가지 채널을 통해 교육성과를 증진시킨 다(Bourdieu 1997, 1984; Bourdieu and Passeron; Jæger, 2011 재 인용). 첫째, 아동은 부모의 문화자본에 소극적으로 노출되거나 문화자본 을 아동에게 이전하려는 부모의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부모로부터 문화 자본을 상속받는다. 이러한 문화자본은 아동의 지식, 언어, 매너 등에 체 화된다. 부르디외가 말하는 ‘아비투스’(haitus)가 바로 이러한 형태의 문 화자본이다. 둘째, 교육체계는 문화자본을 인지하고 이를 보상하는 방식 으로 설계된다. 이러한 구조적 매카니즘은 교사가 아동의 높은 수준의 문

제4장 기회의 불평등과 교육성취 - 문화자본을 중심으로 83 증되어 왔다(Cheadle, 2008; Crook, 1997; De Graaf, de Graaf and Kraaykamp, 2000; DiMaggio and Mohr, 1985; Dumis, 2002;

Farkas et al., 1990; kalmijn and Kraaykamp, 1996; Katsillis and Rubinson, 1990; Robinson and Garnier, 1985; Roscigno and Ainsworth-Darnell, 1999; Sullivan, 2001; van de Werfhorst and Hofstede, 2007; Jæger, 2011 재인용). 아래 표는 문화자본이 교육성

Outcome: Academic Achievement (GPA/Test Scores) DiMaggio (1982) +m/+w [Overall GPA,

English, History, and Math Grades] and History Grades]

H 그리스

Downey (1995) +/+/+ E/H/H 미국

84 기회의 불평등 측정에 관한 연구 행위/습관. MRCT = Math-reading composite test score, GPA = Grade Point Average.

Ainsworth-Darnell (1999) +/+/+ [MRCT]

+/+/+ [Overall GPA] H/H/E

Van de Werfhorst and

Hofstede (2007) + H 네덜란드

De Graaf (1986) +/-age<40 +/+age>40

제4장 기회의 불평등과 교육성취 - 문화자본을 중심으로 85

대표적인 연구로 디마지오(DiMaggio, 1982)는 아버지 학력과 학생의 능력을 통제한 후에도 학생의 문화자본(고급문화에 대한 관심과 참여 정 도)이 학업성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밝혔다. 문화자본은 영 어, 역사, 사회, 수학 과목의 학업성취에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수학 과목에 대한 문화자본의 영향력은 다른 과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 게 나타난다. 문화자본이 여학생의 경우에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가 정 출신에게 더욱 두드러진 영향력을 발휘하는 반면, 남학생의 경우에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가정 출신에게 더욱 큰 의미를 가졌다. 후속연구 (DiMaggio and Mohr 1995)에서는 문화자본이 학업성취 뿐만 아니라 대학 입학과 졸업, 배우자 선택(배우자의 교육성취)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침을 밝혀냈다(김경근․변수용 2007 재인용). 이와 같이, 미국을 대상으 로 한 실증연구들(Downey, 1995; Roscigno and Ainsworth- Darnell, 1999; Eitle and Eitle, 2002) 뿐 아니라, 영국(Sullivan, 2001; Covay and Carbonaro, 2010), 네덜란드(De Graaf, 1986;

Van de Werfhorst and Hofstede, 2007), 덴마크(Jæger and Holm, 2007; Jæger, 2009) 등 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문화자 본은 경제적 자원을 통제한 상태에서도 학생의 학업성취에 긍정적 영향 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실증연구들의 공통적인 명제는 첫째,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자녀의 문화자본의 양과 형태를 결정하며, 둘 째, 다른 조건을 통제한 상태에서 문화자본은 자녀의 교육성과에 유의미 한 영향을 미치고, 셋째, 문화자본 변수를 도입하면 가족의 사회경제적 배경의 효과는 크게 감소한다는 것이다(장상수 2008).

문화자본이 교육적 성취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국내 연구들도 최근 증 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손준종(1991)은 부르디외의 주요 이론적 개념과 교육관을 그의 교육적 개념 - 교육적 행위, 교육적 권위, 교육적 일과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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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제도 -에 대한 해석을 곁들여 소개하며, 이러한 그의 교육론이 우리나 라의 ‘학력병’이나 ‘과잉학력’ 등의 문제를 이해하는 데 근거자료가 될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남현숙․김혜숙 2013 재인용).

우리나라에서 문화자본을 최초로 실증적으로 검증하고자 했던 장미혜 (2002)는 2001년 인문대 및 사회과학대 재학 중인 학생 775명을 대상으 로 문화자본이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 분석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예술적 취향과 인지적 능력이라는 두 가지 형태의 문화자본 모두 학생의 수능성적에 독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버지 의 교육수준이 자녀의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력의 15-20%가 문화자 본의 효과로, 외국에 비해 부모의 문화자본의 영향력이 작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교육고용패널과 학국교육종단패널과 같은 체 계적인 교육변수들을 갖춘 데이터가 구축됨에 따라, 아동의 교육성취와 관련된 연구들이 급증하였다. 이 중 김경근․변수용(2007)의 연구는 한국 교육개발원의 한국교육종단연구(KELS) 1차년도 자료를 활용하여, 부르 디외와 디마지오의 모형을 체계적으로 검증하고자 하였다. 즉, 문화재생 산이론의 기본 전제가 되는 사회계급과 문화자본의 관계, 그리고 문화자 본의 세대 간 이전을 알아보기 위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문화자 본, 자녀의 문화자본 사이의 관계를 회귀분석을 통해 살펴보았다. 또한, 다층모형을 통해 각 수준 변수들이 학업성취에 미치는 상대적 영향력을 살펴보았다. 그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부모의 교육수준이나 직업지위와 같은 사회경제적 특성이 그들의 문화자본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특성은 그들의 문화자본을 통해 자 녀의 문화자본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단, 자녀의 문화자본을 문화활 동과 독서향유로 구분하였을 때, 부모의 문화자본은 전자보다는 후자에

제4장 기회의 불평등과 교육성취 - 문화자본을 중심으로 87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가족의 사회경제적 변수, 특히 사회자본과 문화자본이 독립적으로 또 는 가족배경을 맥락으로 자녀의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김 현주․이병훈(2007)의 연구에서는 교급과 성별에 따른 차이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교육고용패널 1차자료를 활용한 분석의 결과 중학생에 비해 고등학생들의 학업성취에 미치는 문화자본의 영향력이 컸다. 또 남학생 의 경우 부모의 사회경제적 변수와 가족의 사회자본과 문화자본의 영향 력이 동시에 존재하나 여학생의 경우 사회자본과 문화자본의 영향이 거 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상수(2008)는 OECD의 2000년 수집한 국제학업성취도(Program for Interantional Student Assessment: PISA) 자료를 활용하여, 문화 자본이 학생의 성적(한국어 읽기소양)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디마지오의 가설을 한국에 적용하여 검증하였다. 그 결과는 이전 연구들과 다소 달라 서, 문화자본 변수를 투입해도 가족배경의 효과는 크게 감소하지 않은 것 으로 나타났다. 즉, 문화자본이 가족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성적 사이에 연관성을 매개한다는 가설은 크게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 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고 문화자본이 풍부한 부모의 자녀가 고급문화 를 더 많이 소비하지만, 이 문화에 참여하는 것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음의 값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한국 에서 고급의 문화적 활동이 문화자본으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것, 즉 상층

장상수(2008)는 OECD의 2000년 수집한 국제학업성취도(Program for Interantional Student Assessment: PISA) 자료를 활용하여, 문화 자본이 학생의 성적(한국어 읽기소양)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디마지오의 가설을 한국에 적용하여 검증하였다. 그 결과는 이전 연구들과 다소 달라 서, 문화자본 변수를 투입해도 가족배경의 효과는 크게 감소하지 않은 것 으로 나타났다. 즉, 문화자본이 가족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성적 사이에 연관성을 매개한다는 가설은 크게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 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고 문화자본이 풍부한 부모의 자녀가 고급문화 를 더 많이 소비하지만, 이 문화에 참여하는 것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음의 값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한국 에서 고급의 문화적 활동이 문화자본으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것, 즉 상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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