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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불평등의 윤리・철학적 기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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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기회의 불평등 측정에 관한 연구

고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18세기 인권선언을 고취시켰던 자연법사상에 영 향을 받은 정치적 및 경제적 자유주의는 T. 홉스(Hobbes), J. 로크 (Locke), A. 스미스(Smith)에 의해 완성되고, 이와는 반대되는 축에서 J-J. 루소(Rousseau)는 이들 자유주의 논의의 비판으로서 평등주의 논의 를 전개한다.

홉스의 정치철학은 계약 개념으로 시민사회의 구성 원리를 설명하는 것으로서 뺷리바이던뺸(Leviathan, 1651)의 전체적인 논리 전개는 주지와 같다. 출발점은 자연상태와 사회상태(시민사회)의 가설적인 구분이고, 양 자는 정반대의 상태이다. 전쟁상태인 자연상태에서 평화상태인 시민사회 로의 이행은 개인의 자발적 동의 즉 계약에 의해 개인의 모든 권리를 정 치권력에게 양도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정치권력의 담당자인 국가는 절대 적 통치권(absolute sovereignty)을 소유하여 개인에게 정치적 의무를 부과하는 대신, 국가는 개인의 권리를 보호한다. 홉스가 자연상태를 ‘만 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전개되는 전쟁상태로 규정하는 것은 자연상태 에서의 개인의 자연권과 그것의 자유로운 사용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자 연상태에서 모든 개인은 누구에 의해서도 침해될 수 없는 자연권을 평등 하게 소유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무한한 권리 로서 자연권을 소유하고 사용하는 모든 개인의 궁극적 목적 또는 최고의 선(summum bonum)은 ‘자기보존’이다.

‘자기보존’의 정치철학자인 홉스는 자연권에서 자연법을 도출하면서 사회구성 이전에 인간이 갖는 자연권에 대한 사회의 규제와 침해를 원천 적으로 부정한다. 이것은 홉스가 사회라는 전체의 목적과 그에 상응하는 개인의 의무에 앞서 개인의 목적과 권리를 우선하였기 때문이다. 홉스가 자연권과 자연법의 관계를 역전시킨 근대성은 바로 자연법사상의 코페르 니쿠스적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사회라는 전체에 대한 개인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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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의 우위에서 사회의 목적과는 무관하게 개인들이 자신의 삶을 원하 는 대로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다는 자유주의의 근본 원리를 강력하게 시 사하고 있다.

물론 홉스의 절대주의적 국가는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개연성이 그 권 력의 절대성만큼 절대적일 수 있다. 따라서 자연권의 양도를 인정하면서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절대적 통치권에 대한 저항권을 주장하지 않은 홉스의 자연법사상은 비자유주의적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홉스의 자연법사상은 자유주의의 또 다른 원리인 ‘정치권력의 제한’에 위 배된다. 모든 정치권력은 합법적 폭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정치권력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때문 에 부르주아적 소유권을 정당화시킨 로크가 홉스의 정치이론의 귀결은 여우의 발톱(홉스가 말하는 전쟁상태로서 자연상태)을 피하려다 사자의 이빨(절대적 통치권을 가진 라바이던의 합법적 폭력)에 물리는 격이라고 우려하는 이유를 이해할 만하다.

로크의 정치사상은 사실 정치권력의 절대성을 부정하고 권력의 제한을 주장하는 것에 있기보다는 오히려 그의 자연법사상에서 제시하는 소유이 론에서 찾아진다. 로크는 생명, 자유, 재산을 소유(property)라 명명하 며, “인간들이 공동체로 단결하고 정부에 복종하는 가장 주요한 목적은 그들 소유의 보존”이라고 말한다(Locke, 1988).

홉스의 ‘자기보존’과 로크의 ‘소유의 보존’이 동일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으나 근본적인 두 가지 차이점이 있다. 첫째, 로크는 홉스와는 달리 소 유권의 자연성과 비계약성을 주장하고 둘째, 부르주아계급에게 배타적이 고 사적인 개인주의적 소유의 정당성을 부여함으로써 소유의 불평등을 옹호하는 점이다.

소유권의 자연성과 관련하여 소유권은 시민사회가 성립되기 전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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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와는 무관하게 존재하는 개인의 자연권이다. 즉 소유권은 인간 이면 그가 시민사회 또는 자연상태라는 규정과 관계없이 신의 의지와 명 령에 따라 자동적으로 갖는 자연권이지 특정인에게 국한하여 부여된 것 이 아니다. 이처럼 로크의 소유권 개념은 정부가 자의적이든 계약을 통해 서든 개인의 자연권으로서 소유권을 변경하거나 침해할 수 없다는 자유 주의의 근본적인 주장을 담고 있다. 그리고 소유의 확대와 관련된 로크의 개인주의는 소유가 노동에 기원을 둔다는 면에서 개인의 노동생산성을 지적한다. 개인의 노동능력이 다른 개인보다 탁월해 소유의 확대를 가능 하게 하는 것이지 개인의 노동생산성의 증대가 사회적 분업체계에서 발 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노동생산성 증대의 기원이 개인적 노동능력 에서 유일하게 기인한다는 면에서 로크의 소유이론을 개인주의적 소유이 론이라 규정하는 첫 번째 이유이다.

이러한 소유의 확대를 합법화하는 로크의 개인주의적 소유이론은 화폐 를 도입하면서 그 본질적 특징이 나타난다. 화폐의 역할은 개인의 소유권 을 확장시키는 것으로서 노동에 의해 생산된 자연적 생산물의 가치를 보 존․증식시킨다. 자연적으로 부패하는 재화를 부패하지 않는 재화와 등가 교환시키는 화폐는 축적의 수단으로 사용되며 동시에 그 축적에 도덕적․

물리적 제한이 없어지게 된다. 왜냐하면 결코 부패하지 않는 화폐형태로 소유를 확대하는 것은 더 이상 낭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발 생하는 중대한 전환은 소유권의 근원은 노동에서 분리되어 화폐가 그 자 리를 대신한다는 사실이다. 노동을 통해 사적 소유권자가 될 수 있었다면 이제는 그렇지 않다. 즉 합법적 소유권자는 더 이상 노동자일 필요가 없 는 것이다.

로크의 소유이론의 출발점인 노동, 소유권, 개인의 삼중관계에서 개인 은 노동과 소유권을 매개하는 공통분모이다. 개인을 축으로 노동과 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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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이 서로 순환하며, 노동은 소유권의 기원이었다. 그런데 그의 이론의 도달점은 노동과 소유권은 그 순환에서 벗어나 그 축이었던 개인은 소유 권자와 노동자로 분할되며 동시에 부자와 빈자로 구분된다.

C. B. 맥퍼슨은 화폐의 발명과 함께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비소유의 발 생과 소유의 불평등을 포함하고 있는 로크의 개인주의적 소유이론의 계 급적 성격을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로크의 소유이론은 부르주아적 소유를 위한 도덕적 기초를 제공하는 것이다. (...) 그의 소유이론의 전체 상은 불평등한 소유뿐만 아니라 무제한적인 개인적 소유의 자연권을 정 당화하는 것이다(Macpherson, 1962).”

결론적으로 소유의 확대에 의한 불평등 소유의 현실을 정당화하는 로 크에게서 정의는 소유권의 자연성에 근거하는 자연적 정의를 의미한다.

따라서 자연적 정의의 산물인 불평등 소유를 교정하려는 정치권력의 모 든 인위적 간섭은 정의롭지 못한 것이다. 기본적 자연법에서 인간의 보편 적 권리와 소유권의 자연성을 연역하는 로크의 자연법사상은 자유주의의 기본적 틀을 제공하며 그의 자연적 정의는 이후 A. 스미스(Smith)의 ‘자 연적 자유의 체계’, ‘보이지 않는 손’의 개념을 통해 경제적 자유주의로 재현된다.

스미스의 사상적 과제는 근대 자연법사상의 유산(개인의 권리, 소유, 자유의 관념)을 이어받으면서도 다른 한편, 그것에 은폐되어 있는 공리주 의적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동시에 스코틀랜드 계몽사상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은 공화주의사상이 사회의 상업화 과정에서 제기한 ‘부와 덕성’

의 대립을 도덕감각의 주체인 개인의 이기심 추구를 인정하고 그것의 자 율적인 사회적 규제원리를 제시함으로써 해결하는 것이다.

근대 자연법사상은 ‘상업의 체계’를 추진하는 주체로서 정치권력의 성 립에 기여하면서 개인의 소유권 보장을 주장하지만, 공익의 관점에서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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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규제할 수 있다는 주장도 한다. 홉스는 물론이 고 소유권의 양도 불가를 주장한 로크는 “사회의 이익, 번영 및 안전에 필 요한 정도에서 사람들은 자신만을 위해 향하는 그의 자연적 자유의 많은 부분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정의에 합치 하기 때문”이라고 규정하고 있다(Locke, 1988). 이처럼 근대 자연법사상 이 정부에 의한 소유권의 규제를 허용하는 것은 사회의 공동규범으로서 정의의 관념이 개인 간의 계약과 동의에 의해 성립되기 때문이다. 즉 소 유권의 성립근거가 정부에 의한 소유권 보호에서 생기는 공공적 효용이 라는 이성적 판단에 의존하기 때문에 사적 개인의 소유권의 이용은 공익 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허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영국의 명예혁명 체제를 성립시킨 근대 자연법사상은 공익의 관점에서 중상주의적 독점정 책의 입법화와 실행을 요구하는 ‘상업의 체계’를 변호하는 것은 당연하 다. 따라서 ‘상업의 체계’의 비판을 목적으로 하는 스미스에게 정의의 관

인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규제할 수 있다는 주장도 한다. 홉스는 물론이 고 소유권의 양도 불가를 주장한 로크는 “사회의 이익, 번영 및 안전에 필 요한 정도에서 사람들은 자신만을 위해 향하는 그의 자연적 자유의 많은 부분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정의에 합치 하기 때문”이라고 규정하고 있다(Locke, 1988). 이처럼 근대 자연법사상 이 정부에 의한 소유권의 규제를 허용하는 것은 사회의 공동규범으로서 정의의 관념이 개인 간의 계약과 동의에 의해 성립되기 때문이다. 즉 소 유권의 성립근거가 정부에 의한 소유권 보호에서 생기는 공공적 효용이 라는 이성적 판단에 의존하기 때문에 사적 개인의 소유권의 이용은 공익 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허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영국의 명예혁명 체제를 성립시킨 근대 자연법사상은 공익의 관점에서 중상주의적 독점정 책의 입법화와 실행을 요구하는 ‘상업의 체계’를 변호하는 것은 당연하 다. 따라서 ‘상업의 체계’의 비판을 목적으로 하는 스미스에게 정의의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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