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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절 연구의 목적

문서에서 기회의 불평등 측정에 관한 연구 (페이지 31-34)

불평등의 윤리적, 철학적 접근에 의하면 ‘공정한 불평등’과 ‘불공정한 불평등’, 그리고 ‘공정한 평등’과 ‘불공정한 평등’의 개념이 등장하게 된 다. 우리의 관심사는 불평등의 공정성이다. 즉, 시장(혹은 교육현장)에서 개인의 성과와 분배의 결과를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 우리의 관심사다.

행동경제학의 일련의 연구들에 따르면 ‘공정’과 ‘정의’의 관념이 개인 의 행동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Fehr and Schmidt, 1999; Fehr and Gachter, 2000; Fehr and Fischbacher, 2003), 나 아가 최근의 연구에서 사람들은 결과의 분배를 평가함에 있어서 개인이 책임질 수 있는 요인들과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을 구분한다는 사실이 실 험을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Cappelen et al., 2010). 공정성이 경제주체 에 영향을 미쳐 이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 분명하다면 불평등과 관 련한 연구에서도 공정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할 수 있다. 또한 개인 이 관찰한 불평등이 얼마나 공정한지 혹은 얼마나 불공정한지에 의거해 서 분배의 결과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불평등의 불공정한 정도’를 측정해 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그리고 기회의 불평등은 결과의 불평등을 야기하지만, 결과의 불평등 은 다시 다음 세대의 기회의 불평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불평등이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칼도의 전통을 잇는

서 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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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기회의 불평등 측정에 관한 연구

일련의 학자들의 관점을 빌면, 기회의 불평등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것은 스티글리츠의 말처럼

“단순히 윤리적 관심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관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 진다(Stiglitz, 2013).

기회의 불평등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인종이나 성별에 대한 지속적인 차별이다. 최근 노동시장에서의 성 별 격차는 과거에 비해 많이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격차가 존재하고 있 다. 국제노동기구(ILO)의 보고서1)에 따르면 세계 노동시장에서 성별격 차가 2000년대 초반까지는 줄어들었지만 2000년대 후반 세계적 경제위 기 이후 다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여성과 남성의 실업률 격차가 더욱 확 대되었다. 국가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여성의 경우 임시 계약직 비율이 높거나 교육수준이 낮은 경우가 많아 경기충격에 취약한 특징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2010년 54.5%로 남성의 77.1%

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남녀간 임금격차도 39%로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2) 최근 여학생의 대학진학률이 남학생을 추월했고, 사법시험 등 각종 고시에서도 여성합격자 비율이 높아지고, 수석합격자도 여성이 차지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것은 여성의 학업성취도가 남성에 비해 높다는 것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처럼 여성들의 학업성취도 가 남성들보다 높아졌음에도 노동시장에서의 임금격차가 상당하다는 것 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 같은 상황만을 고려한다면 여 전히 노동시장에서의 남녀차별 관행이 만연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교육의 격차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 ILO(2012), Global Employment Trends for Women 2012.

2) OECD(2012) Closing the Gender Gap ACT NOW

제1장 서론 25

유럽은 교육제도 민주화에 주력하면서 균등한 교육기회 보장을 위한 교 육개혁을 실시하였다. 미국도 G.I.Bill(제대군인원호법)에 따라 교육기회 를 확대하는 정책을 펼친 덕분에 인종차별은 많이 줄었지만 경제적 차별 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Stiglitz, 2013). 1980년 이후 경제양극화가 진 행되면서 지역 간 소득격차가 크게 확대되고, 그 결과 교육성취도에서도 상당한 격차가 발생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01년에 태어난 부잣집 아 이와 가난한 집 아이의 학업성취 격차는 25년 전에 태어난 아이들의 격차 보다 30~40% 더욱 확대된 것으로 보고된다(Sean F. Reardon). 우리나 라의 경우도 앞서 밝힌 것처럼 경제력에 따른 학력격차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세 번째 요인은 태어나기 전에 결정되는 환경, 즉 가족환경이다. 부유 한 집안의 아이들은 읽을거리에 더 많이 노출되고, 위해환경으로부터 더 많이 보호를 받으며, 음악레슨이나 미술레슨 등 문화적으로 많은 기회를 얻는 반면, 가난한 집 아이들은 이와 반대의 환경에 처해있다고 할 수 있 다. 또한 영양이나 위생, 보건의 측면에서도 부유한 집의 아이들과 가난 한 집의 아이들은 차이를 가진다. 또한 가정환경에 따른 스트레스에도 차 이가 있을 수 있다. 이 같은 요인들은 학습능력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 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 연구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기회의 불평등 상황을 실증함으로써 관련 정책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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