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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모형에 따른 시간선택제 교사제도

앞 절 ‘교직의 성격’과 ‘교원조직 변화의 맥락’에 관한 논의는 시간선택제 교사제도에 대한 복합적인 시각을 갖게 한다. 즉, 시간선택제 교사제도의 적합성이 교직의 성격에 비춘 ‘이론적 쟁점’으로 부각되는 반면, 교원조직에 변화를 야기하는 상황적 맥락에 비추어 보면 시간선택제 교사제도의 도입을 ‘실제적 필요’ 차원에서 점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이론적 쟁점과 실제적 필요에 대한 검토를 통해 어떤 정책방안을 선택할 것인가가 문제로 남는다. 이 문제는 결국 정책 당국의 판단의 문제로 남게 되는데, 정책 과정에 대한 최근의 이론적 동향을 살펴보는 것은 그 판단에 있어 참고가 된다. 정책 과정은 흔히 형성, 집행, 평가 단계로 구분되는데, 각 단계를 설명하는 이론적 논의를 차례로 살펴본다(이종재 외, 2014).

1) 정책 형성 단계

정책형성 과정을 설명하는 논의로 최근 많이 활용되는 것이 Kingdon의 ‘정책의 창 모형 (policy window model)’과 Sabatier의 ‘옹호연합모형(advocacy coalition framework)’이다.

Kingdon(1984)은 정책 의제의 설정 과정이 합리적 분석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상황변수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정책 형성 과정을 정책문제의 흐름, 정책 대안의 흐름, 정치의 흐름의 세 흐름이 각기 독립적으로 움직이다가 어느 특정한 시점에 그 흐름들이 우연히 결합하여 정책의 창이 열리게 되면 정책의제로 채택된다고 설명한다. 앞의 세 흐름은 순차적으로 나타나거나 연계되어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세 흐름은 상호 독립적인 경로를 따라 진행하다가 어떤 중대한 시점에 서로 합류하면서 큰 정책변화가 일어난다. 이들이 합류하여 정책변화의 기회를 맞이하는 것을 정책의 창이 열린다고 표현한다.

정책의 창이 열리는 경우는 정책참여자들이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 정부의 관심을 집중하도록 요구하거나, 그들이 옹호하는 정책대안을 관철하기에 적합한 문제가 출현하기를 기다리거나, 극적인 사건이 발생하거나, 주요 선거 등을 통해 집권세력이 교체되는 기회를 포착하는 때이다. 그런데 정책의 창이 열리는 기회는 오래 머물지 않는다.

창이 열려 있는 짧은 기회를 잘 활용하여 정책의제를 형성하고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하면 정책의 창은 닫힌다. 정책의 창이 닫히는 것은 정책문제가 해결되는 때이기도 하지만, 정책당국이 결단을 미루거나, 해당 이슈가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지거나, 마땅한 정책 대안이 없거나, 더 시급한 다른 문제가 그 문제를 덮어버리거나 하는 경우에도 역시 정책의 창은 닫힌다. 쉽게 말하자면 “물 건너가는 경우”에도 창이 닫힌다는 뜻이다.

이 정책의 창 모형에 비추어볼 때, 시간선택제 교사제도의 도입과 관련한 정책의 창은 열려있는가, 닫혀있는가, 아니면 열리거나 닫히는 중에 있는가 하는 판단이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대체로, 실증적 자료와 연구를 바탕으로 내려지기보다는 복잡한 현실적 상황과 추세에 대한 정치적 감각에 의해 내려진다. 연구자의 판단으로 이 제도는, 청년 실업 문제와 여성인력의 경력단절 문제에 대한 해소책으로 정규직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대폭 확대한다는 정책의지에 따라 제도 구상이 논의되던 2014년 초반기에는 정책의 창이 열린 상태였다. 그러다가 교원단체 및 학교 현장 교원과 예비 교원의 반대에 부딪히고, 세월호 참사에 의해 덮여지며, 제도의 시범실시 시기를 2015학년도로 연기하면서, 2014년 하반기에는 다소 신중한 모드로 전환되는 상황에 있어 보인다. 창이 다시 열리는 쪽으로 변화될지, 닫히는 추세로 연결될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다.

한편 Sabatier(2007)의 설명방식은 “옹호연합모형”이라 부른다. 그에 따르면, 안정적 이거나 역동적인 외적 변수의 영향을 받는 환경 아래에서 특정 정책을 옹호하는 연합체 사이의 전략적 상호작용을 통해 정책의제가 설정된다. 그 외적 변수는 사회경제적 조건 이나 여론의 변화와 같은 역동적 변수도 있지만, 사회의 기본적인 문화나 법체계처럼 안정적인 변수도 존재한다. 어떤 변수의 영향력이 더 큰가 하는 문제는 사안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이 외적 변수의 영향 아래에서 정책의제를 형성하는 하위체제가 작동한다.

정책의제를 형성하는 과정에서는 정책에 대한 신념체제를 지닌 집단 사이에 옹호연합 이 형성된다. 이 옹호연합은 상호 연대적이거나 대립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옹호연합은 정책의 기본적인 가치와 정책의 인과과정에 대한 가정 및 정책수단에 대한 동의 형성 여부 등에 따라 구성되는데, 그것을 공유하는 집단끼리는 연합하여 협력체를 구성하지만, 그것을 달리하는 집단끼리는 경쟁하며 대립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책의제가 어떻게 형성되는가 하는 점은 옹호연합 집단 사이의 힘의 각축, 논리의 대결, 전략의 경쟁, 우호 세력의 확보 정도 등에 의해 달라진다. 지지연합 과 반대연합 사이의 협상과 타협, 수정과 보완, 양보와 교환, 억압과 잠복 등과 같은 정치적 과정을 거쳐 지지를 확보하는 의제가 공식화되는 것이다.

시간선택제 교사제도를 이 옹호연합모형의 정책하위체제에 국한하여 진단하면, 이 제도에 대한 지지연합은 정부의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교육부로 볼 수 있고, 반대 연합은 교총-전교조로 볼 수 있다. 각 연합의 구성 집단과 결속력은 서로 다르며 유동 적이다. 교육부로서는 정부정책당국의 입장에 있으면서도 학교 현장의 반응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에 있으므로, 초창기의 제도 시안을 수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규채용형 시간 선택제 교사제도의 도입을 원점에서 검토하기로 하고 전환형 시간선택제 교사의 담임 업무 배제를 수정안으로 제시하면서 제도 내용의 조정을 시도한 것이다. 교총과 전교조

는 교육현안에 대한 입장을 적게 공유하는 경쟁집단이면서도 시간선택제 교사제도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한 연합체로 묶일 수 있다. 이 양 연합체 사이의 논리 대결과 전략 경쟁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현재로서 예상하기 힘들다. 제도의 시행을 위한 정부안이 구체화되고, 현장 적용을 앞둔 시점에서 공청회나 여론전에 노출되면 그 상호작용 양상이 좀 더 가시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Kingdon과 Sabatier의 논의에서 공통적으로 중요한 것은, 정책형성이 정책당국의 의도대로만 되는 것도 아니고, 그 형성의 과정이 합리적 분석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사회적 환경의 산물이면서, 지지연합과 반대연합 사이의 정치적 교섭을 통해 이루어지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시간선택제 교사제도 역시 마찬가지인데, 이 제도의 구체화 과정과 현장 적용과정에 정치적 상호작용이나 예견하지 못하는 우발 적 계기가 작용할 수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2) 정책 집행 단계

통상적으로 정책의 집행은 결정된 정책내용의 이행으로만 간단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집행과정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완벽하게 결정되는 정책이란 없으므로 집행 과정에서 다양한 행위자들이 상호작용하여 그 정책을 수정·보완·조정한다. 애매하고 추상 적인 정책목표와 수단을 집행과정에서 구체화하고 선별하게 되는데, 이 역시 집행과정 에 관계하는 행위자 사이의 동태적 상호작용을 특징으로 한다. 정부는 정책을 정하고 현장 에서는 그를 받아 이행한다는 전통적인 하향식 집행이론은 이제 정책집행에 관한 고전 이론으로 취급받고 있다.

집행이 이루어지는 현장에서의 정치적 과정을 통해 그 정책의 성격이 보다 구체화되고 정책의 실제 작동이 이루어진다는 생각은 Elmore의 “상향식 집행론(backward mapping approach)”과 Lipsky의 “일선관료제론(street level bureaucracy)”에 의해 체계화되었다.

Elmore(1979)는 정책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추진방법을 상세하게 규정하면 정책 집행이 성공할 것이라는 하향식 집행론의 가정을 거부하였다. 그는 정책 집행이 정책의 의도를 표명하는 단계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집행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행태

를 보이는가 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집행과정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현장과 현장 당사자의 행태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생각에 따라 상향식 접근(backward mapping)을 제안한 것이다. 이에 따르자면, 정책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학교조직을 둘러싼 위계적 통제체제가 얼마나 잘 갖추어져 있는가 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책문제에 가장 근접해 있는 현장교사들의 인식과 문제해결 능력이 어떠한가 하는 데에 있다.

상향식 집행론의 관점에서 보면 시간선택제 교사제도의 성공적 집행을 위해서는 학교 현장의 제도 이해와 동조가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학교에서 이 제도를 먼저 요구하였는가, 먼저 요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제도의 내용은 학교와 교사들이 원하는 바인가, 제도 의 취지에 대해 교사들이 공감하고 지지를 보내는가 하는 등의 질문에 긍정적으로 응답

상향식 집행론의 관점에서 보면 시간선택제 교사제도의 성공적 집행을 위해서는 학교 현장의 제도 이해와 동조가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학교에서 이 제도를 먼저 요구하였는가, 먼저 요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제도의 내용은 학교와 교사들이 원하는 바인가, 제도 의 취지에 대해 교사들이 공감하고 지지를 보내는가 하는 등의 질문에 긍정적으로 응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