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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 조직 변화의 맥락

앞 절 ‘교직의 성격’에 관한 논의를 통해서는 시간선택제 교사제도를 둘러싼 쟁점과 고민이 교직의 성격에 관한 이론적 논의와 결부된다는 점을 드러내었다. 여기에서는 교직의 그러한 본래적 성격과는 달리 정규직 전일제 교사를 중심으로 하여 운영되는 교원조직 에 대해 변화를 불러오는 상황적 맥락이 있는지를 검토하려 한다. 검토 대상이 되는 주요 맥락은 교육과정관의 변화, 학령인구의 감소, 학교의 기능 확대 세 가지이다.

1) 교육과정관의 변화

오직 이론적으로만 말하면 교사는 교육과정의 편성과 운영을 위해 필요한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교육과정이 달라지면 그를 위해 필요한 교사와 교사조직이 달라지는 것이 순리 이다. 다만 교원의 신분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할 현실적인 필요 때문에, 교육과정의 변화 요구는 교사조직의 대응 가능성을 고려하면서 적정 수준에서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는 하다.

교육과정을 바라보는 관점을 가리키는 ‘교육과정관’에서 발견하는 변화 가운데 가장 특징적인 점은, 교육과정을 국가에서 정하여 학교로 내려 보내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 에서부터 학교 현장에서 구성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쪽으로 이행하고 있다는 점 이다. 우리나라 국가수준 교육과정의 변천과정을 살펴보더라도 이러한 변화는 눈에 띈다.

과거에는 국가 수준에서 통일적인 교육과정을 정하고 학교에서는 단지 그를 실행하고 운영할 뿐이라는 관점에 입각해 있었다면, 제7차 교육과정과 2011 개정 교육과정 시기 를 거치면서는 지역 수준, 나아가 개별 학교 수준으로 교육과정의 자율적 편성 여지가 점점 넓어지는 추세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김재춘, 2012:173-192).

이러한 변화는 사회적 가치의 다원화 시대를 맞이하여, 공교육기관으로서의 학교가 지니는 공민(公民) 형성 기능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학생의 다양한 적성과 소질을 계발하는 교육과정 상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성숙되었기 때문에 나타난 변화이다. 학교의 유형을 다양화하고, 교육과정을 현장의 필요에 맞추어 편성할 수 있게 하며, 학생의 교과 선택권을 확대하고자 하는 일련의 변화에 대한 움직임은 모두 같은 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교육과정을 선택 가능하고 구성 가능한 것으로 볼 수 있게 된 배경에는 국가중심주의 의 퇴조, 민간의 자율 역량 증대, 사회적 가치의 다원화 추세, 스포츠·문화·예술 분야의 국제적 인재 부각이라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하여, 우리나라 교육운영 기조에 근본적 변화의 계기가 되었던 1995년의 교육개혁방안에 담긴 수요자 중심 교육이라는 아이디어는 학습자 중심 교육이라는 아이디어로 이어지면서, 앞의 배경요인들을 한편으로는 반영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극하는 논리가 되었다.

그러나 학생 수준에서 보면 교과 선택권이 충분히 보장되어 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예를 들어, 일반학교 재학생이 베트남어를 배우고 싶다고 하더라도 정규 교과시 간에 그 희망을 충족시키기는 쉽지 않다. 이와 같은 선택권 제한의 배경에는, 상급학교 입학시험이 학교의 교과운영을 좌우하는 현실과, 소수과목의 경우 담당 교사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두 가지 문제가 가로놓여 있다. 학생이 이수하려는 과목은 현실적으로 상급학교의 입학시험에 도움이 과목으로 제한된다. 그렇지 않은 과목은 선택될 가능성이 아주 낮으며, 비록 소수의 학생들에 의해 선택된다 하더라도 그 수가 적어 수강생 미달로 해당 과목이 개설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수강생을 확보하여 소수 과목을 개설 할 상황이 된다 하더라도 그 과목을 가르칠 교사를 확보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해당 교과의 수업시수가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순회교사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이 방법은 인접지역에 순회하여 가르칠 수 있는 학교와 학급이 존재해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하다.

시간선택제 교사제도는 이처럼, 순회교사가 담당하기에는 부적절한 과목이면서, 또한 동시에 신분이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강사에게 맡기는 것보다는 정규직 교사라는 안정된 신분을 유지한 상태에서 수업시수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 소수 과목을 운영하려는 경우 에는 그 도입과 활용을 검토할 수 있는 제도이다. 달리 말하자면, 시간선택제 교사 제도는 학습자의 교과 선택권 확대라는 교육과정관의 변화 추세에 부응하는 의미를 지닌 다고 할 수 있다. 이 제도의 정착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현재 운영되는 순회교사나 강사 제도를 보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2) 학령인구의 감소

우리나라의 초·중등학교 학령인구는 이미 감소추세에 접어들었다. 그럼에도 이미 확보 되어 있는 교사는 그 신분을 안정적으로 보장받고 있기 때문에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퇴직을 유도할 수는 없다. 이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학생 수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교사 수를 감축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선진국 평균 수준으로 줄이고 그를 통해 교육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방법이다. 또 하나

의 방법은 정규직 교원의 휴직, 퇴직 등으로 인한 결원이 발생할 경우 그를 정규직 교원 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간제 교원으로 대체함으로써 교원인력 운용의 경직성을 완화하려고 하는 방법이다. 이 두 가지 방법은 학령인구 감소 시대를 맞이하여 교원조직의 비탄력성을 안정적·장기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우리 교육당국이 이미 채택하 고 있는 방법이다.

그런데 교사-학생 비율의 적정 규모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흡하다. 가설적으로는 학교급에 따라, 그리고 교과의 성격에 따라 그 적정 규모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 지만 그에 대한 연구가 없는 상태에서도 교사-학생 비율에 대한 정책적 판단은 이루어 져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상황에서 교사-학생 비율을 현 수준 이상으로 더욱 낮추는 것에 대해서는 교육당국이 정치적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결국 대안은 정규 교원 가운데 퇴직자 수 대비 신규 임용자 수를 조금씩 줄이면서, 결원에 대해서는 기간제 교사의 임용으로 과도기적 대응을 하는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가 학생지도와 학교업무를 처리하는 데에 있어 그의 신분이 기간제 교사인지 정규직 교사인지의 여부에 따라 능력이나 자질 면에 차이가 있는지 어떤지에 대한 연구 역시 아직 미흡하다. 만약 이에 대한 연구가 축적된다면 현재 시행하고 있는 교원임용고사의 예언 타당도를 검증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료가 되겠지만, 그러한 연구 의 설계 자체가 쉽지는 않다. 교사로서의 능력이나 자질을 무엇으로 볼 것인지부터 분명 하지 않고 관점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기간제 교사는 자신의 임용 기간이 정해져 있고 재계약 여부가 자신의 근무 실적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을 알기 때문 에, 자신의 임용권자가 관심을 두는 업무에 대해 가시적인 성과가 나는 방식으로 일할 가능성이 높다. 또 정규직 교사가 맡기 싫어하는 업무도 회피하지 않고 담당하려 할 수 있다. 기간제 교사가 보이는 이러한 업무처리 방식을 학교 관리자들이 높이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거꾸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가시적 성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는 일을 소홀히 하거나 관리자의 부당한 지시까지 마지 못해 따름으로써 개인과 조직의 건강을 해치는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요컨대, 표면적으로 드러난 결과나 성과를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평가를 내릴 수도 있기 때문에 전술한 연구 설계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기간제 교사제도는 그 효과에 대한 연구가 미진한 상태에서 현실적으로 채택되고 있는 제도이다. 반면 시간선택제 교사제도는 아직 시행되지 않은 제도로서 학교현장에 어떤 모습으로 도입되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제도이다. 기간제 교사 제도는 학령인구의 감소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과도기적 조치로서, 정규직 교원 수급의 안정화 단계 이후에는 휴직 등 불가피한 결원보충 이외에는 최소화되어야 할 제도이다.

시간선택제 교사제도는 비록 그 도입을 결정한다 하더라도 면밀한 사전 준비를 거쳐 신중 하게 점검하고 현장 반응을 살펴야 할 제도이다. 기간제 교사는 본인의 신분 안정성 면에서 보면 취약하고 불안한 반면, 대개 전일제로 근무하면서 학생지도와 학교업무에 대한 충성을 유도할 수 있어 인력 활용자의 불만은 적을 수 있다. 한편 시간선택제 교사는 정규직 교사 신분을 유지하고 전일제로의 전환이 보장되기 때문에 본인의 신분과 개인 적 필요에서 보면 만족스러울지라도, 업무 공백 발생을 우려하고 직무 전념을 중시하는

시간선택제 교사제도는 비록 그 도입을 결정한다 하더라도 면밀한 사전 준비를 거쳐 신중 하게 점검하고 현장 반응을 살펴야 할 제도이다. 기간제 교사는 본인의 신분 안정성 면에서 보면 취약하고 불안한 반면, 대개 전일제로 근무하면서 학생지도와 학교업무에 대한 충성을 유도할 수 있어 인력 활용자의 불만은 적을 수 있다. 한편 시간선택제 교사는 정규직 교사 신분을 유지하고 전일제로의 전환이 보장되기 때문에 본인의 신분과 개인 적 필요에서 보면 만족스러울지라도, 업무 공백 발생을 우려하고 직무 전념을 중시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