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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의 본질적 특성

교사가 수행하는 직무, 즉 교직의 성격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의를 전개할 수 있으나, 여기에서는 시간선택제 정책의 채택 여부를 판단할 때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주요 개념 중심으로 관련 논의를 점검하고자 한다. 이 경우 등장하는 세 가지 주요 개념이 ‘인간관계’,

‘반성적 실천’, ‘계란 판’이다.

1) 인간관계(Human Relationship)

교직은 인간관계를 특징으로 한다. 교직 이외의 다른 직무에 있어서도 동료관계가 있고 고객관계가 있는 이상 그 역시 인간관계를 특징으로 한다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교직 만큼 인간관계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교직의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와 학생의 관계이다. 동료교사의 관계나 교장-교사의 관계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은 학생과의 관계를 위한 보조적·수단적 위치에 불과하다. 교직에서는 학생을 잘 가르치는 것이 핵심이다.

교직생활에서 교사는 학생과 몇 년씩 함께 살다시피 하면서 그들의 인격적 성숙을 의도 하고 바로 그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한 관심이 부족한 교사는 자신을 지식 판매자 혹은 정보 전달자 정도로 보는 자신과 주의의 인식을 견뎌야 한다. 교사들 은 자신이 비록 제한된 교과의 지식과 기능을 가르치지만, 그를 통해 학생들의 인격이 성장하는 데에까지 이르기를 바란다. 교직이 인간관계를 특징으로 한다는 의미는, 이처럼 지속적이고 깊은 인간적 만남을 통해 학생의 인격적 성숙까지를 도모한다는 의미이다.

이 점에서 교직은 전형적인 ‘인간 기업’이다.

교직에서는 과학기술의 발달이 아무리 비약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 발달로 말미암아 교사와 학생 사이의 인격적 관계를 소홀히 해도 좋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제조업이나 교직 이외의 서비스업에서는 첨단 테크놀로지가 투입 노동력의 절감과 생산 량의 증대를 가져온다 할지라도, 교직에서는 그 때문에 교사 1인당 적정 학생 수가 크게

라고 기대하기도 힘들다. 오히려 테크놀로지가 생활의 타 부면을 압도할수록 인격적 접촉의 가치는 더 소중하게 인식될 것이다. 교사-학생이 맺는 지속적이고 깊은 인간관계는 학생의 가치관에도 깊은 영향을 준다. 졸업 후에도 은사를 추억하는 학생이 많을 정도로 그 유대와 영향력은 깊다. 이 점에서도 교직은 전형적인 ‘인간 기업’이다.

인간 기업으로서의 교직의 의미는 학생의 인격적 성숙에 국한되지 않고 교사의 생활에 대해서까지 관계한다. 교사로서의 경력을 오래 쌓는다고 하여 그에게 경제적 유인이나 정치적 권력이 뚜렷하게 많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들은 그 보상을 심리적인 것에서 찾게 된다. 자기 일에 대한 보람이 그것이다. 소위 ‘제자를 키우는 보람’

은 교직의 성격을 헌신과 봉사로 보는 우리 사회의 문화적 코드에 비추어 적합하다.

이 보람은 학생의 삶에 대한 전면적이고 전인격적인 보살핌과 관심을 통해서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교사들을 가장 기쁘게 만드는 경우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로부터 심리적 보상을 받을 때이며, 가장 우울하게 만드는 경우는 학생들의 무관심을 접할 때이다. 급여가 다소 적거나 동료와의 관계가 불편해도 참을 수 있으나, 학생들로부터 변변치 못한 교사로 취급받는다 싶으면 견디기 힘들어하고 심지어 퇴직도 고려한다. 그만큼 교사의 삶에 있어서 학생과의 관계는 소중하다.

교사-학생의 전면적이고 전인격적인 접촉은 교사와 학생이 바라는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닌 문화에 의해서도 기대되는 바이다. 전통적인 사회에 비해 그 정도가 다소 약해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교사에 대해 부모에 버금가는 권위를 부여하고 또한 그 정도의 역할을 기대하는 문화가 남아 있다. 다수의 부모가 교사에 대해 기대하는 바는 교육과 훈계 외에도 자녀에 대한 안전한 보살핌, 건전한 사회생활의 준비, 원만한 교우 관계의 지도, 자라면서 겪는 온갖 문제에 대한 상담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 자녀가 학교에서 겪게 되는 모든 삶에 대한 지도와 보살핌을 교사에게 의탁 한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교사-학생 사이의 깊은 인간관계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시간선택제 교사제도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에서는, 교직이 이렇게 학생에 대한 전면 적이고 전 인격적인 만남이 필요한데도 그 제도 때문에 깊은 만남과 유대가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점을 염려한다. 그들은 일부 교사 가운데 학생과의 전면적 접촉이 어려운 특수 사정이 있다면 차라리 휴직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며, 학원 강사처럼 시간

선택제로 학생과 접촉해서는 교사-학생 사이의 인간관계의 유대가 유지되기 어렵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러한 인식과 생각을 바탕으로 하는 교사와 학부모는 시간선택제의 인간 관계 분절 우려에 주목하여 이 제도의 도입을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이 제도에 공감하는 시각에서는 오히려 이 제도가 깊은 인간관계의 형성을 돕는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육아나 가족간병 혹은 학업 등의 이유로 교직에 전념하지 못하는 교사 개인의 수요가 있는 경우에, 그 수요를 방치하기보다는 오히려 충족시켜주는 것이 시간선택제로 근무하는 시간 동안 교사의 직무 몰입도와 학생과의 유대관계를 깊게 하는 정책방안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뜻이다.

시간선택제에 대한 이와 같은 서로 다른 시각은 이 제도의 실행 상황을 예상할 수밖에 시점에서 나온 추정의 차이 때문에 생긴 것이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양 시각에서 발견하는 공통적인 특성은 교사-학생 사이의 긴밀하고 지속적인 인간관계가 교직의 핵심 이라고 인식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시간선택제를 고안하거나 도입 여부를 검토하는 경우에는, 그 제도로 인해 인간관계라는 교직의 핵심 특성이 살아날 수 있는가 아니면 오히려 약화될 것인가를 주요 판단의 기준으로 채택하게 될 것이다.

2) 반성적 실천(Reflection in Action)

교사는 학생을 가르친다. 처음부터 잘 가르치기는 힘들다. 어떻게 해야 잘 가르치는 것인지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알려주거나 책에서 읽은 바에 따라 실행하려해도 그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선배나 동료교사들이 하는 일을 관찰하더라도 그것을 소화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별 교사 자신이다. 관찰식 도제제도 하에서도 실행과 습득은 결국 자신의 몫이다.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이 직접 실행해보고, 그 실행한 바를 반성하면서 새로운 방도를 궁리해보고, 그를 다시 실행에 옮기면서 자기 몸의 인식으로써 그 실행과정을 조금씩 조정해나가는 절차를 거칠 수밖에 없다. 실천행위와 그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실천 의 연계로 이루어지는 이러한 과정상의 특성을 ‘반성적 실천’이라 한다.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장면에서는, 수많은 예술가나 실전적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교사는 반성적 실천가이다.

반성적 실천이라는 개념은 Schȍn(1982)에 의해서 집중적으로 조명되었다. 그는 실천 가들이 재능을 발휘하는 과정이 언설화(言說化)하기 힘든 반성적 실천의 과정을 거친다고 보았다. 그에 의하면, 반성적 실천은 전통적인 기술적 합리성 개념과 구분된다. 기술적 합리성이란 이론이나 과학적 지식을 산출하는 이론가에 의지하는 기술자들이 발휘하는 도구적 능력이다. 이 기술적 합리성 개념에 따를 때, 기술자들은 이론가에 의존하여 이론가들이 만든 이론·설계도·목적에 따라 움직이는 부차적인 사람들로 그려진다. 그런데, 실제의 실천 장면은 이론이나 지식에 의해 산출된 표준적 모형에 따르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 아니라,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며 개별화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 실천 상황의 고유한 특성에 주목하면서, 자기 실천을 암묵적으로 반성·교정하여 새로운 실천으로 나아가는 것을 반성적 실천이라고 한다.

반성적 실천은 기술적 합리성의 대안적 개념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실천행위를 할 때 그 행위를 능숙하게 하기 위해 행위과정 자체를 인식하고 조정한다는 점에 주목하여 등장한 개념이다. 능숙한 행위란 무작정 하는 행위가 아니라 반성을 거치거나 반성이 내재 되어 있는 행위이다. 그 반성은 언설화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언설화하기 힘든 느낌, 육감, 직관, 암묵적 사고의 작용으로 이루어지는데, 그 작용이 이루어지는 절차는 대개

“실행(판단)→ 후속적인 점검과 보완→ 정교한 실행(판단)”의 과정을 따른다. 이 과정은 오직 실행과 점검을 계속해나가는 실천가에 의해 탐색되고 그 정체가 조금씩 드러날 뿐 이다.

실천가들이 문제 상황에 봉착하면 그 상황을 타개할 만한 해법을 탐색한다. 이 해법은 처음에는 주로 과거에 자신에게 성공을 가져다주었던 경험으로부터 찾는다. 그러나 상황이 미세하게 달라지면 과거의 해법도 더 이상 정확하게 들어맞지 않는다. 그러면 그 해법과 유사하지만 약간 변형된 새로운 해법들을 강구하고 적용해본다. 이러한 실천은 대개 한

실천가들이 문제 상황에 봉착하면 그 상황을 타개할 만한 해법을 탐색한다. 이 해법은 처음에는 주로 과거에 자신에게 성공을 가져다주었던 경험으로부터 찾는다. 그러나 상황이 미세하게 달라지면 과거의 해법도 더 이상 정확하게 들어맞지 않는다. 그러면 그 해법과 유사하지만 약간 변형된 새로운 해법들을 강구하고 적용해본다. 이러한 실천은 대개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