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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지식 생태계의 균형과 독립 민간 싱크탱크의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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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이후 한국 사회는 민주화, 시장화, 지구화라는 거대한 변화에 직면하였다. 여 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거의 문제들과 새롭게 등장한 미래의 과제들에 대한 해답 제시를 동시에 요구받고 있다. 정책과정은 더욱 개방되었고, 정책경쟁은 보다 심화되고 있다.

정책지식의 생산을 본연의 임무로 삼는 싱크탱크들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고, 이미 독일과 미국, 일본, 중국의 독특함이 섞인 ‘한국식’ 싱크탱크 생태계를 형성 해 가고 있다. 민주화를 이끈 사회운동, 특히 시민운동의 정책적 영향력이 크고, 정책생 산의 한 부분을 담당해 왔다는 사실 역시 ‘한국식’ 정책지식 생태계의 특징이라 할 것이 다. 또한 많은 독립 민간 싱크탱크들이 그 기원을 사회운동에 두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특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심각한 불균형이 가장 큰 특징이자 문제이다. 국책연구소와 기업연 구소가 가진 자원과 영향력은 정당연구소나 독립 민간 싱크탱크들에 비해 엄청나다. 한 국개발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소의 영향력은 다른 싱크탱크들을 압도한다. 한나라당 여 의도연구소와 진보신당 상상연구소의 예산격차는 30배가 넘는다. 기업연구소와 노조연 구소의 불균형은 비교를 논하기 어려울 정도이며, 독립 민간 싱크탱크들 대부분은 영세 하고, 미약하다.

외형적 불균형만이 아니다. 정책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완전히 다르다. 국책·

기업·정당연구소들은 제도화된 통로(institutionalized channel)를 확보하고 있지만, 독립 민간 싱크탱크들은 실력을 발휘할 기회 자체가 제한되어 있다. 입법운동에 능숙한 사회 운동조직이나 몇몇 이익집단들을 제외한 비제도적 주체들이 정책결정 과정에 진입하기

위해선 여전히 ‘높은 벽’과 ‘좁은 문’을 통과해야만 한다. 미국 싱크탱크 연구자들이 ‘회 전문’을 돌아 공직으로 직접 진출하거나, 의회 청문회에 참석하여 의견을 진술하는 것과 같은 기회조차 한국에선 거의 없다. 이러한 조건은 한국의 독립 민간 싱크탱크들이 자칫 파당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운동과 정당과의 긴밀한 협력을 중시하게끔 만든다. 그들의 힘을 빌리지 않고, 정책결정과정으로 자신들의 연구결과를 진입시킬 여지가 너무나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부에선 국책연구소를 민영화하고, 정책 연구용역을 아예 시장에 맡기자 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다양한 행위자들의 자유로운 경쟁’이라는 다원주의적 접근으로 현재의 불균형이 해소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몇몇의 경쟁력 있는 독립 민간 싱크탱크들에겐 엄청난 기회가 되겠지만, 보다 넓은 시야에서 보자면 그것은 오히 려 더 큰 불균형을 낳을 위험이 크다. 삼성경제연구소나 몇몇 외국계 컨설팅 회사들이 중앙부처나 지방정부 정책컨설팅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현실은 그것이 단순한 기 우(杞憂)가 아님을 보여 준다. 결국 자원 배분과 기회 제공을 위한 별도의 사회적 실천이 필요하다.

우선 국책연구소의 ‘독립성’ 확보와 국가 중장기 전략 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현재의 연구회 체제가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 연구회는 국책연구소가 가진 자원이 보다 효과 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시민사회와의 공동 프로젝트 개발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국책 연구소의 연구 결과는 모두 공개되도록 하여, 한국 사회 정책 경쟁과 협력의 중요한 기 초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거대 산별노조와 민주노총 등이 ‘투쟁기금’만이 아니라 풍 부한 ‘연구기금’을 운영하여, ‘친노동’의 싱크탱크를 더욱 적극적으로 후원할 필요가 있 다. 독일 노총의 핵심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는 독일 경제사회연구소 사례는 훌륭한 학 습 대상이다. 연구회 체제와 정당연구소 체제를 독일로부터 배워 왔듯, ‘친노동’의 싱크 탱크를 어떻게 만들고,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추가 학습이 필요하다.

정당연구소의 역할이 다시 강조될 수밖에 없다. 개별 연구과제에 대한 프로젝트 수주·

발주의 관계를 넘어 대안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조정자’이자 ‘후원자’ 노릇을 해야 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싱크탱크를 포함한 혁신정책협의회를 만든 것 역시 중요 한 실험이다. ‘위원회 정부’라는 비판을 받았던 참여정부의 한계를 극복하며, 중앙정부

※ 한겨레신문 <싱크탱크 맞대면>과 <진보와 미래> 사례 검토

(1) <싱크탱크 맞대면>

-한겨레신문은 2010년 5월 20일부터 2011년 5월 9일까지 1년간 <싱크탱크 맞대 면>이라는 토론/논쟁 지면을 운영함. 연인원 112명이 참여하였고, 재정, 환경, 복 지, 외교/국방, 농업, 부동산, 고용, 시민참여, 등록금, 환율, 아랍, 사법개혁, 인권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었음. 필진 구성을 독립 민간 싱크탱크 연구자를 중심으로 삼았다는 점, 찬/반 논쟁구도를 취하려 했다는 점, 매주 1회 1년간 지속되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였다는 평가를 받음.

-각 주제에 대해 연구성과를 내놓고 있는 싱크탱크들을 발굴하고, 그 성과를 대중 과 정책결정자들에게 내놓는 것을 목적으로 함. ‘경쟁’과 ‘검증’의 기회를 갖도록 하기 위해 다른 입장의 싱크탱크를 발굴하여 논쟁구도로 배치하려 함. 동시에 이 차원의 거버넌스(governance) 모델 구축도 새로이 시도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교수들의 개별적 자문을 넘어 싱크탱크들을 매개로 한 제도화된 정책협력이 이루어지도록 기획될 필요가 있다.

결국 정책지식 생태계 전체가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해선 ‘경쟁과 협력’의 기회가 주어 질 필요가 있다. 부족한 자원와 제한된 통로라는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되기는 어렵다.

더욱이 독립 민간 싱크탱크들의 제대로 된 실력은 제대로 검증된 바가 없다. 무조건적인 지원만이 능사가 아니다. 언론의 역할이 강조되는 이유이다. 언론은 싱크탱크들에게 가 장 중요한 청중(audience)이자 때로는 심판(refree)이다. 하지만 보다 적극적 역할이 요구 되는 것도 사실이다. 때로는 스스로 경기장을 만들고, 관객을 불러 모아 선수들을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한겨레신문이 운영했던 <싱크탱크 맞대면>이라는 지면은 하나의 좋은 사례가 된다. 보수와 진보, 진보와 진보, 국책과 기업, 정당과 독립 민간 싱크탱크들이 주요한 정책 현안에 대해 논쟁하는 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 신문의 사례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런 ‘링’을 제공함으로써 독립 민간 싱크탱크들 스스로가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 고, 선전해 줄 것을 기대하였음.

-신문사 내·외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1년 동안 50회 이상의 지면 운영이 이루어졌 음. “과연 얼마나 많은 싱크탱크들이 있는가? 제대로 된 연구성과를 내놓을 수 있 는 싱크탱크들이 있는가?” 특히 진보 성향 독립 민간 싱크탱크들의 양과 질에 대 한 우려가 많이 제기되었음. 실제로 지면 운영 과정에서 독립 민간 싱크탱크의 숫 자 자체가 많이 부족하고, 한국 사회에서 제기되는 주요 현안들에 대한 지속적 연 구를 수행하고 있는 복수의 싱크탱크를 찾아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함.

-제한된 신문 지면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펴내는 글쓰기 훈련도 충분치 않았음. 주요한 정책 사안에 대해 비교적 긴 글(원고지 15매+표나 그림 1~2개)을 논쟁형태로 제공했을 경우, 독자들의 가독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계속 제 기됨. 신문사에서 주제를 잡고 섭외하여 기고를 요청하는 방식도 한계가 있음. 미 국 싱크탱크들의 가장 중요한 일상 활동의 하나가 주요 신문들의 기명 칼럼에 기 고하는 것임과 비교할 때, 한국 싱크탱크들이 언론을 활용하려는 태도는 다소 수 동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게 됨(같은 시기 시작된 한겨레의 훅(Hook)에도 싱크탱크 소속 연구자들의 결합은 많지 않았음)

-또한 이들과 ‘다른 입장’을 가진 정책전문가 집단(정부, 국책연구소, 기업연구소 등)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데 어려움이 발생함(상대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 한 겨레신문이라는 ‘링’ 자체에 대한 불편함 등). 시의성 있는 연구 성과(보고서나 논 평 방식)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는 싱크탱크도 제한적이었음. 결국 2011년 상반기 에 접어 들면서 싱크탱크 이외의 기존 정책 전문가 집단―대학교수, 시민단체 등

―들의 등장이 크게 늘어남.

- <싱크탱크 맞대면>을 시작하면서 한겨레경제연구소는 유명 프로모터인 ‘돈 킹’과 같은 역할을 하고자 했음. 상설 링을 개설하고 좋은 선수를 발굴하여, 훌륭한 상대

를 세워 멋진 경기를 치루게 함. 관중들은 이를 보며 열광하며 누가 더 나은가를 판단하고, 지지하도록 하는 것임. 흥행을 목표로 했으나 그렇지 못한 것으로 평가 됨. 그것이 현재 우리 수준과 상황을 보여줌.

-결국 2011년 5월 이후 <싱크탱크 맞대면>은 <싱크탱크 광장>과 <논쟁>이라는 지 면으로 전환됨. <싱크탱크 광장>은 한겨레경제연구소,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한 겨레평화연구소 등 한겨레신문 내부의 연구소가 각각 기획하여 콘텐츠를 생산하

-결국 2011년 5월 이후 <싱크탱크 맞대면>은 <싱크탱크 광장>과 <논쟁>이라는 지 면으로 전환됨. <싱크탱크 광장>은 한겨레경제연구소,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한 겨레평화연구소 등 한겨레신문 내부의 연구소가 각각 기획하여 콘텐츠를 생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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