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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정책네트워크(State Policy Network) 및 전미입법교환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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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통적 종이언론들이 경영난 등으로 지방조직을 축소하고 지역 언론들은 문 을 닫는 가운데 보수적인 연구소·기관(싱크탱크)의 재정적 후원을 받는 인터넷 뉴스매체 들이 그 공백을 메우면서 이른바 ‘싱크탱크 저널리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들 싱크탱크의 지원을 받는 온라인 매체들은 취재영역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면서 보수적 이 념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언론영역을 넘보는 싱크탱크의 이런 활동이 정치적 여론조작이나 왜곡된 의제설정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에이피(AP) 통신의 존 밀러(John Miller)기자는 미국 아이다호(Aidaho) 주 의 주도 보이시(Boise) 발 기사에서, 미국의 우익 싱크탱크들이 풍부한 자금을 이용하여 인터넷언론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오하이오, 와이오밍, 텍사스, 미시간, 미주리, 플로 리다, 워싱턴, 애리조나 등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라고 전하고 있다. 지방 언론사들이 경영난으로 인해 주 의회나 주 정부 취재인력을 대폭 축소하고 있고, 지역민 들이 지방 언론에 대한 관심과 신뢰가 떨어지는 빈틈을 치고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도 미국 진보진영의 풀뿌리 운동인 ‘커피 파티(Coffee Party)’가 소개되면서, 이 를 본떠 선거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커피 파티’라는 것 자체 가 미국의 강력한 풀뿌리 보수주의 운동의 대중조직인 ‘티 파티(Tea Party)’의 변용이라 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무한한 신뢰에 기반하여 정부의 간섭을 지극히 싫어하고 세금이 늘어나는 어떤 개혁도 반대하려는, 이 보수주의

대중운동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다. 미국 공화당의 오랜 집권을 설명할 때 미국의 ‘풀뿌 리 보수’를 논하지 않을 수 없으며, 오바마 행정부의 향방을 예측할 때 ‘풀뿌리 보수’의 반대, 그리고 그에 대한 ‘풀뿌리 진보’의 반격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미국 국내정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풀뿌리’에 대한 이해라는 사실 자체 또한 흥미롭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 싱크탱크들의 지원을 통해 설립, 운영되고 있는 인터넷 언론들의 존재는 ‘풀뿌리 보수’를 더욱 단단히 엮고, 그들에게 보수주의적 ‘정책’과 ‘행동’에 대해 끊임없는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 할 것이다. 원래의 기사와 이를 소개한 한겨레신문이나 프레시안 등은 주로 ‘저널리즘’의 측면에서 그것의 위험성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언론이 아니면서도 언론의 탈을 쓰고 ‘왜곡되 고 편향된 의제선정’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구체적으로 “누가 자 금을 대는지 밝히길 거부하고 있다”는 점의 위험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는 진보 싱크탱크의 자금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인터넷 신문이 없다는 점과 대비되면서, 미국의 ‘풀뿌리 보수’들의 위력을 더욱 실감케 하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미국의 ‘풀뿌리 보수주의’를 강력하게 묶어 주고, 증폭시켰던 것이 러쉬 림버우와 같은 보수인사들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이었다는 점도 중요하다. 폭스 뉴스와 같은 전국적 방송매체와 지역의 라디오 방송, 그리고 이제 인터넷 언론까지 더해진 것이다. 미국 보수 주의의 ‘깊고 넓음’이 유지, 확대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예컨대 알래스카 정책포럼(Alaska Policy Forum), 아이다호 자유재단(Aidaho Free Foundation), 펜실베니아주의 커먼웰스재단(Commonwealth Foundation)들의 공통점은 그들이 ‘보수적’이며, 언론을 후원하고 있다는 점 외에 하나의 조직에 같이 가입해 있다 는 사실이다. 그것은 바로 <주정책네트워크(State Policy Network)>라는 협의회이다.

1992년 설립된 이 조직은 미국 각 주에 소재한 “자유시장(free market)” 싱크탱크들을 모으고 지원하는 곳이다. 이 조직의 정식회원이 되면 조직이 지원하는 다양한 정보와 자원들을 공유할 수 있으며, 보수적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 정책들을 각 주의 사정에 맞게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우리는 미국이 “미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잊곤 한다.

다시 말해 미국의 주(state) 위상은 한국의 광역시나 도의 그것과 크게 다르다. 특히 미국 국내정치에서 ‘주’라는 단위는 그 자체로 독립적인 구조를 갖춘 곳임을 잊어서는 안된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미국의 각 주, 그리고 주 이하의 자치단체들의 정책, 정치 역량이 고르게 잘 발달된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적인 가치를 정책의 형 태로 전환시켜 내는 능력을 갖춘 주 싱크탱크(state think tank)의 위력은 매우 크다. 진보 적 성향의 지방 싱크탱크들도 일부 존재하지만, 보수의 그것과 비교하면 아직 전체적으 로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보수진영에는 이들 외에 또 다른 조직과 구조가 함께 작동하고 있다.

우선 각 주의 싱크탱크들과 짝을 이뤄 보수적 정책들을 만들고, 법안으로 통과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 <전미입법교환협의회(American Legislative Exchange Council, ALEC)>라는 기관이다. 이 기관은 주로 주 의원들을 대상으로 입법지원을 하는 곳으로 이해하면 편한데, 예를 들자면 세금감면에 관한 모범 법안이 어떤 주에서 만들어 지면 이를 기본 모델로 하여 전국 각지에서 이것이 응용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전문 적인 입법지원 인력이 충분히 제공되는 주도 있지만, 자원봉사 수준에서 시의원을 하고 있는 경우도 많아 이들에겐 이 기관은 매우 소중한 지원기구라 할 수 있다. 이들 역시 전형적인 “자유시장”주의자들로서, 정부의 규제와 간섭을 최소화하는 정책, 그리고 보 수적 가치를 반영한 법안이 만들어지도록 하며,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의 교류와 협력 을 지원하고 있다.

주정책네트워크와 미국입법교환협의회가 미국 각 주 사이의 ‘횡적 교류’를 돕는데 주 력하고 있다면, 미국 보수 싱크탱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헤리티지재단(Heritage Foundation)은 ‘맏형’ 노릇을 하고 있다. 헤리티지재단이 미국 공화당과 보수세력을 잇 고 있고, 가장 강력한 보수 두뇌집단임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이 매년 전 국 각지의 보수 싱크탱크 지도자들과 활동가들을 워싱턴DC로 초청하거나 특정 지역에 모여, 보수적 가치와 정책에 대한 정보제공과 네트워킹에 공력을 쏟고 있다는 사실은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자원은행(Resource Bank)”이라 불리는 이 행사는 2012년 올해로 무려 35회째를 맞고 있다. 2010년 4월 23일,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열렸던 이 행사를 안내하는 자료를 간략 히 살펴보면, “매년 열리는 이 행사에는, 전 세계로부터 참석한 600명 이상의 싱크탱크

대표자, 공익변호사, 정책전문가, 활동가, 블로거, 기부자, 선출직 공무원들이 이슈와 전 략, ‘자유시장과 제한된 정부’를 위한 정책을 토론한다. 이 행사는 주정책네트워크, 아틀 라스 경제연구재단 등이 파트너로 참여한다.”고 소개되고 있다. 여기서도 주정책네트워 크의 횡적 연결이 헤리티지재단과 만나, 말 그대로 “종횡”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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