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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방안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전에 제4장의 사례 분석 결과 얻 게 되는 시사점을 몇 가지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농촌 중심지의 위상에 관한 사항이다.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국토 공간구조의 광역화 현 상을 보면, 일견 기초적인 서비스를 담당하는 농촌 중심지의 중요성이 감소 하는 것으로 판단될 수도 있다. 그러나 본 연구의 사례조사 결과로 미뤄볼 때, 농촌 중심지는 주민들이 일상적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소로서 여전히 그 역할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광역화 현상이 확대된다고 해서 농촌의 기초적인 서비스 중심지의 육성 필요성 역시 약화된다고 보는 것은 무리이 다. 광역화는 주로 인구 분산이나 경제활동의 확산을 의미하는 것이지, 기 초서비스 이용권역 자체가 확산됨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이다. 광역화의 영 향을 많이 받는 도시연계권인 안성시의 경우에도 오히려 시‧군 또는 읍‧면

단위의 서비스 이용 정도는 다른 지역보다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는 점이 이를 시사한다.

다만, 중심지의 활력이 저하되는 것은 배후 마을의 인구 감소나 고령화 등으로 말미암은 것임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즉 농촌 중심지의 기능 저하 를 초래하는 요인을 광역화 자체에서 찾기보다는 배후 농촌의 활력 저하 와 고령화 등 내부적인 데서 찾을 필요가 있음을 뜻한다. 농촌의 소재지 기능이 저하되는 상황은 기동성 증대와 도시 접근성 향상으로 주민들이 보 다 질 높은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지역 외부의 거점도시를 적극적으로 이용 한 결과에서 부분적으로 기인한다. 하지만 그것이 농촌 중심지 쇠퇴의 근 본 원인은 아니다. 오히려 농촌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화되면서 중심지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수요 기반 자체가 위축되고 있는 것이 농촌 중심 지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인 것이다.

둘째, 중심지와 배후지를 통합한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 향후 농촌 중심지 육성에서 중요한 쟁점 중 하나는 바로 소재지 의 서비스와 이를 이용하는 배후 마을의 연계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 하는 점이다. 대부분의 마을들이 공동체 활동의 중심으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 하는 상황이며, 고령화와 인구 유출로 인해 분산 분포하는 소규모 마을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런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 으려면 가까운 기초서비스 중심지와의 연계성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이 를 위해 공공 부문에서는 일정 수준까지 기초적인 서비스 기준을 만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또한 찾아가는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서비스 전달체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서비스 전달체계의 개선 시도를 통해서는 농촌의 과소화, 공동화 라는 근본 문제까지 해결할 수는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할 필요가 있다. 마을 공동화로 인해 농촌의 공동체 기능이 저하되고 서비스 전달의 효율성도 떨어지는 문제에 대해 보다 장기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 는 것이다. 즉, 배후 마을의 정비를 포함한 농촌의 전반적인 공간구조 재편 까지 감안한 정책 추진이 필요한 것이다. 농촌 중심지 관련 시책 추진 방 안도 그러한 연장선 상에서 모색해야 할 것이다. 소재지 육성만을 목적으

로 하는 사업이나 반대로 마을 단위 시설 조성에 초점을 두는 사업이 별개 로 진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셋째, 농촌 중심지 육성 시책은 지역 단위에서 종합적인 접근이 요구된 다. 사례 조사 결과 자연마을, 마을권역, 읍‧면, 시‧군청 소재지 등은 각기 분리된 실체가 아니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컨대 거점 마을 및 읍‧면 소재지 이용도가 높은 평창군 같은 곳은 상대적으로 군 청 소재지의 기능이 약하다. 마을과 면 소재지 기능들이 대체로 취약한 영 양군의 경우는 군청 소재지 기능을 분담할 만한 복수 중심지를 육성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처럼 농촌 중심지 관련 시책 추진을 위해 서는 그러한 각급 공간단위와 여러 계층의 중심지 간 상호작용의 실태를 면밀히 분석하는 작업이 병행해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지역별로 어떠한 중심지를 선별해서 육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정주체계 및 생활권 여건에 대한 중장기적인 진단에 바탕을 두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농촌 중심지 대상 정책의 추진을 위해서는 다양한 정주 여건 특성을 감안하여 차별적인 시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농촌적 성격이 강한 자체 생활권 시‧군이라 하더라도 관할 행정구역 내에 분포하는 중심지 여건이나 공간구조 특성은 각기 상이하게 마련이다. 게다가 이들 지역이 안고 있는 현안도 저마다 다를 것이다. 이러한 상이한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결 국 지역 차원의 자율적인 정책 추진 역량이 축적되는 과정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