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전제조건 2: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해제

핵심 프로젝트의 추진을 위해서는 인프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주체들 간의 긴밀한 협력과 공여자 간 조화(harmonization)가 필수적이다. 핵심 프로젝트의 추진에는 남북한 외에도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과 기타 역외국가의 참여가 수반될 수 있다. 그런데 북한 핵개발 문제가 해결과정에 들어서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어떤 형태로든 계속되어 핵심 프로젝트의 통합적 추진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여기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양자간 및 다자간 대북제재를 살펴보고, 핵심 프로젝트의 통합적 추진이 가능하기 위한 대북제재 완화/

해제 정도를 논의한다.

(1)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개요113)

① 양자간 대북제재

우리 정부는 2010년 발표한 ‘5·24조치’를 통하여 긴급구호 성격의 ‘소규모’

인도적 지원과 개성공단의 기존 투자와 현상 유지를 제외한 대북지원을 포함한 남북 간 모든 경제 교류⋅협력과 일반적인 남북교역까지 전면 금지하였다. 그래서 2013년 11월말 현재 전반적인 남북간 교류⋅협력 상황은 개성공단을 제외하면 1988 년 7·7 선언 직후와 대동소이한 상황이다.

일본은 2002년 9월 북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가 공론화된 이후 대북제재를 시작하였다. 현재 일본은 대북 무역 금지, 금융제재 확대, 인적 교류 최소화 등 일국이 평화 시에 취할 수 있는 타국에 대한 제재조치의 거의 대부분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 특히 2007년 북핵 6자회담 ‘2⋅13합의’에 따른 대북 중유지원에도 6자회담 참가 5개국 중 유일하게 불참하여 세계에서 북한에 대해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도 한국, 일본과 마찬가지로 매우 강경한 대북제재조치를 이미 오랫동안 시행해오고 있다. 미국의 제재조치들은 수출관리법, 해외원조통제법, 수출입은행 법, 무기수출통제법 등 의회의 입법에 의한 제재조치와 행정부의 행정명령에 의한 제재조치로 이루어지는데,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인권 침해, 공산주의국가, 유엔 안보리결의 등에 근거한 수십 건의 대북제재조치가 서로 거미줄처럼 얽혀있 다. 한편 2005년 9월 마카오 소재 금융기관인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대한 금융제재는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금융제재는 아니었지만 미국 국내법(애국법 311조)에 근거하여 실제로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 효과를 초래하였다. 이는 기축통화인

113) 대북제재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장형수. 2013. “대북경제제재: 현황과 전망”. KDI북 한경제리뷰 2013년 3월호. 한국개발연구원. pp.27~51 참조.

달러를 바탕으로 한 미국의 압도적인 금융경쟁력의 힘을 보여준 사례이다.

상당수의 유럽 국가와 EU, 호주 등도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조치를 독자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 외 중국, 러시아, 베트남, 라오스, 쿠바 등 대부분의 국가는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외의 별도의 양자간 제재조치는 채택하고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이유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금지하고 있는 국가는 거의 없다. 그렇지만 한국, 미국, 일본과 대다수 유럽 국가들은 북한에 대한 개발지원(development assistance/coope-ration), 특히 대규모 인프라개발에 대한 지원을 제한하고 있다.

② 유엔 안보리결의에 의한 대북제재

유엔의 대북제재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등을 저지/응징하기 위한 ‘맞춤식 제재’로 작용하고 있다. 유엔의 대북제재는 안보리결의 825호(1993년), 1540호 (2004년), 1695호(2006년), 1718호(2006년), 1874호(2009년), 2087호 (2013년 1월) 및 2094호(2013년 3월)에 근거하고 있다. 이 중 안보리 결의 1718호, 1874호, 2087호 및 2094호는 각각 북한의 제1차 지하핵실험(2006년 10월), 제2차 지하핵실험(2009년 5월), 장거리 로켓 발사(2012년 12월)와 제3차 지하핵실험(2013년 2월)에 대한 대북제재조치를 담고 있다. 이들 대북제재조치 들은 북한의 소형무기를 제외한 무기수출입과 특정 사치품수입을 엄격히 금지하 고 있으며, “북한의 핵 또는 탄도미사일 또는 여타 대량살상무기(WMD: Weapons of Mass Destruction) 관련 프로그램에 기여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활동을 제재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유엔 안보리결의에 의한 대북제재는 각 조항들이 그 적용에 있어서 모호한 부분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항목이 ‘사치품’이다. 북한에 대한 사치품수 출은 안보리결의 1718호(2006년)부터 금지되어있었으나, 사치품의 개념에 대한 각국의 적용대상이 매우 달라서 안보리결의 2094호(2013년) 부속서IV에서 사치 품의 종류를 포괄적으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향후에도 그 개념 적용에 대한 해석상 차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의 대북제재는 북한의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대한 제재는 포함 하지 않는다. 경제제재는 냉전시대의 경제봉쇄와는 다르다. 경제봉쇄가 정상적인 무역 등 일국의 모든 경제활동 전반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과 달리 경제제재는 제재대상이 되는 활동과 분야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114) 안보리결의 1874 호 제19항은 “북한 주민들의 필요를 직접 해소하는 인도주의 또는 개발상의 목적이나, 비핵화 증진의 경우”는 제재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 다.115)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 또는 탄도미사일 또는 여타 WMD 관련 프로그램에 기여할 수 있는”이라는 문구는 각국이 그 적용에 있어서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할 여지를 남겨주고 있다. 안보리 결의의 각 조항을 적용하는데 얼마나 '신축성'을 부여할 수 있는가는 국제정치적 역학관계에 달려있다.116)

(2)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인프라개발 프로젝트

여기서 우리가 논의할 이슈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얼마만큼 완화/해제되어야 핵심 프로젝트의 추진이 가능할 수 있는가이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현재도 북한 주민을 위한 인도주의적 목적이나 개발상 목적의 대북지원은 가능하다. 국제기구나 각국 정부 및 민간단체가 식량, 의약품 등을 북한에 지원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제재대상이 아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나 쿠웨이트기금, OPEC국제개발기금(OFID) 등으로부터의 개발목적의 무상지 원이나 양허성 차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제기구들의 주요 주주들이 미국, 일본, 서유럽국가들이어서 국제기구의 개발목적의 대북지원이 비록 명시적인

114) 장형수. 2010. UN 안보리 결의 1874호가 북한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전망. 정책연구 2010년 봄호, 통권 164호. p.73.

115) “모든 회원국들과 국제 금융․신용기관들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민들의 필요를 직접 해소하는 인도주의 또는 개발상의 목적이나, 비핵화 증진의 경우를 제외하고, 동 공화국에 대한 무상원조, 금융 지원, 양허성 차관 계약을 신규 체결하지 않고, 기 존 계약은 줄여 나가도록 주의를 강화할 것을 촉구(call upon)한다.” 외교통상부.

2009. “안보리 결의 1874호 비공식 번역”. 제19항.

116) 장형수. 2010. UN 안보리 결의 1874호가 북한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전망. 정책연구 2010년 봄호, 통권 164호. p.74.

금지 대상은 아니지만 그 지원액의 축소가 예상된다.

양자간 대북지원과 경제협력사업은 각 공여국의 지원정책과 수원국과의 국제정치 적 역학관계에 따라 결정된다. 미국, 일본, EU 등 서방권과는 독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 국익에 유리한 중국이 단둥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신 압록강대교 건설자금을 전액 지원하고, 나선 경제특구와 압록강 하구 황금평-위화도특구 개발을 북한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이다. 러시아도 나진항 부두 이용·개발과 나진-하산 철도 개보수 및 연결 사업을 북한의 핵실험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

최근에는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대외채무를 탕감·조정하는 채무재조정협상도 타결시 킴으로써 러시아 연방정부의 북한에 대한 양허성 지원 가능성도 열어놓았다.117) 한편 스위스 같은 중립국가는 북한에 대한 개발지원을 소규모이긴 하지만 북한의 제3차 지하핵실험 이후에도 계속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 일본, 미국, 대다수 유럽국가 등은 북한에 대한 개발지원 공여에 매우 소극적이다.

3. 상황별 국제협력 여건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