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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정책변화 전망과 남북협력 시나리오

2) 북한의 대남정책 전망

2013년 초부터 북한은 국제사회와 한국을 상대로 강경정책을 추진하였다.

북한은 지난해 말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반대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로켓을 발사(2012. 12)하였고, 장거리 로켓 발사의 여진이 완화되기도 전에 3차 핵실험을 단행(2013.2)하였다. 이어서 북한은 2013년 3월과 4월에 걸쳐 정전협정 백지화 를 일방적으로 선언한 데 이어 전쟁상태 돌입을 선포하는 하는 등 긴장고조 조치들을 연이어 취하였다.

북한이 이러한 조치들을 취한 배경은 다음과 같이 추정할 수 있다. 첫째, 대내외 적으로 약속한 강성대국 진입에 성공하지 못한 것에 대한 핑계거리가 필요했을 것이다. 북한은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출생 100주년을 계기로 강성대국 진입을 장담하였고 강성대국 진입을 김정은 체제의 공식 출범을 축하하는 축포로 삼으려 했으나 그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따라서 북한은 군사강국 및 과학기술강국 달성을 과시함으로써 실패를 만회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서 이러한 이벤트 차원에서 장거리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을 감행하였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경제강국 달성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증거도 필요했던 62) 국제신문. 2013.5.6.

것으로 보인다.

둘째, 이로 인해 조성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 굴복할 수 없는 국내정치적 여건(신 권력의 확립기) 속에서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에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신 정부의 대북정책 성향을 검증하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나이어린 지도자이기 때문에 경험과 결단적이 부족할 수 있다는 내외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대담한 정책적 결단을 과시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 결과, 북한은 남북관계의 대치국면을 대내적으로 김정은의 리더십을 강화하 고 대외적으로는 김정은이 유약한 지도자가 아니라는 점을 과시하는 데 활용하였 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남한 길들이기 및 남북관계 주도권 확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개성공단 잠정 폐쇄63) 및 정상화 협상 과정에서 북한은 이례적으로 수세적 태도를 보였다. 북한의 근로자 일방 철수 조치에 대해 한국이 개성공단 인력 철수로 대응하자 북한은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협상을 먼저 제안하였다. 그리고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6차 실무회담에서 결렬 직전까지 갔었지만 북한이 전격적으로 7차 회담을 먼저 제안하고, 핵심 쟁점이었던 3통 문제를 비롯한 발전적 정상화 방안에 호응하면서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북한은 2013년 5월 이후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회담에 전향적인 자세로 전환하였고, 6월에는 미국과의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하였으며, 중국과의 고위급 교류를 활발히 추진하는 등 국면전환을 시도하였다.64) 이러한 국면전환의 배경으 로는 첫째, 강경노선의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이 증가하는 가운데 농번기를 맞이하 여 노동력을 동원해야 할 필요성이 증가하였고 둘째, 중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은행들에 대한 거래금지 등 대북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63) 북한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빌미로 개성공단의 출입을 차단하였고 근로자들을 일방 적으로 철수시킴에 따라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되었다. 과거에도 일시적으로 유사한 상황 이 전개되었지만 이번처럼 전면중단 사태는 없었다.

64) 국면전환은 5월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전격적인 특사 방중이 계기가 되었다.

당시 최룡해는 경제발전을 위한 평화로운 환경 조성을 중국 측에 강조하였다. 김연철.

2013. “김정은정권의 대남정책과 남북경협정책: 구조와 전망”. KDI북한경제리뷰 2013년 10월호. p.36.

지속적으로 요구하였으며65) 셋째, 국지도발 대비계획을 수립하고 첨단무기를 한반도 지역에 배치하는 등 한국과 미국의 강력 대응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66) 이 결과, 남북한은 2013년 9월 16일부로 개성공단 재가동 등 개성공 단 정상화에 합의하였다.67) 그리고 남북한은 9월 30일부로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사무처를 가동시켰으며, 이산가족상봉에도 원칙적으로 합의하였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2013년 9월 21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산가족상봉 연기를 일방적으로 통보하였다. 북한은 대북정책에 대한 한국 언론의 보도태도를 문제 삼았으나 금강산관광 재개와 관련한 한국정부의 원칙적 태도를 문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68) 북한은 이산가족상봉과 관련한 회담에 서 ‘선(先) 금강산회담’ 입장을 고수해 온 반면, 한국은 ‘선 이산가족상봉, 후 금강산회담’ 개최 입장을 견지해 왔다. 조평통 대변인 성명을 계기로 북한은 한국정부의 대북 원칙론을 대결론이라고 비난하는 등 대남공세를 재개하였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 변화를 고려할 때, 5월 이후의 국면전환이 과연 북한의 전략적 변화에 따른 변화인지는 의심이 간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앞으로 개성공단 정상화(1차 목표), 금강산관광 재개(2차 목표), 남북경 협 확대(3차 목표)라는 전략적 목표를 갖고 당분간 이러한 전략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을 북미관계 개선으로 나아가는 징검다리 로 인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국으로부터 경제발전에 필요한 자원을 획득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남북관계는 순탄한 길로만 전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남북관계는 북핵문제 해결과

65) 중국은 조선무역은행을 비롯한 중국과 거래하는 북한은행과의 거래금지조치를 단행하였을 뿐만 아니라, 북한으로 유입되는 화물에 대한 검수조치를 강화하였다.

66) 미국은 B-2 폭격기, 엑스밴더 레이더 등 첨단무기들을 한반도 인근에 출동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67) 7차례에 걸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이 개최된 결과, 개성공단이 재가동되 었다.

68) 조선중앙통신, 2013. 9. 21. 이 성명에서 북한은 “우리를 모략중상하고 대결의 수단으 로 삼고 있는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도 미룬다”면서 이산가족상봉과 금강산관광 재 개의 연계 속내를 밝혔다.

연동되는 구조적 제약 하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 제약 하에서 6자회담의 재개를 비롯한 전개국면은 남북관계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국과 미국은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하여 성의 있는 비핵화 조치를 조건으로 확고히 내세우고 있다. 성의 있는 비핵화 조치로는 비공식적 수준에서 대략 ‘2.29합의+α’가 언급되고 있다. 또한 한국과 미국은 6자회담이 핵문제에 집중하는 성격이 되어야 한다는 비핵화 중심적 입장인 반면, 북한은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와 평화체제 및 대북제재 해제와 같은 포괄적 의제가 논의되어 야 한다는 입장이다.69) 이 사이에서 중국은 미국과의 6자회담 재개에 대한 합의 도출에 자신감을 표현하고 있다.70)

따라서 향후 남북관계는 금강산관광 재개국면까지는 남북관계 차원에서 북한 의 유화적 태도에 따라 결정될 것이지만, 남북경협 확대를 비롯한 남북관계 진전은 6자회담 재개 및 진전과 밀접히 연계되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통 큰 해법’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으나 아직 가시화·구체화되지 않고 있는 상태이며,71) 이 해법이 가시화되면 한국과 미국이 어떻게 평가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남북관계의 국면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만일, 북한의 해법을 한국과 미국이 수용할 경우 6자회담 재개를 비롯한 대화국면으로 전개되고 이에 따라 남북관계도 순항할 것이지만, 반대의 경우 북한은 강경한 방식을 동원하여 국면 타개책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에 다시 국제사회를 상대로 군사적 도발을 모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69) 연합뉴스. 2013.10.31.

70) 왕이 중국외교부장은 2013년 9월 19일 존 게리 미 국무장관과의 미중외교장관회담에 서 “6자회담을 어떻게 재개할지, 비핵화프로세스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추진할지에 대해 미국과 새롭고 중요한 합의를 도출할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71) 조선신보. 2013.9.1. 조선신보는 “8월 29일 발표된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담화가 과감한 평화적 조치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미국과 남한 당국이 더 이상 시비할 수 없는 대범한 행동 계획, 통 큰 문제 타결안이 구상됐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