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1) 자유, 평등, 정의로움으로 구성되는 복지사회에 대한 믿음

덴마크와 노르웨이 사회가 왜 정당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 하면서 청년층이 여러 개념과 사례를 거론했다. 이들의 진술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생각 가운데 가장 도드라진 것은 국가가 사회구성원에게 자유 혹은 자율적 결정을 가 능하게 하고 기회의 평등을 보장함으로써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고 있다는 믿음이다.

교육과 의료의 복지를 무상으로 제공함으로써 누구나 불안감에 시달리지 않고 이런 자 유와 평등을 향유할 수 있게 된다는 논리를 내면화하고 있었다. 보편적 복지가 실제로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를 구축하고 있는지 혹은 이들에게 자유와 평등을 제공하고 있는 지에 대한 사실 여부와는 별개로, 이들의 공적 담론은 이러한 논리적 이해가 공고한 집 단적 이념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었다. 다만 특이한 점은, 노년층이 복지

사회의 구축을 자국의 역사적인 결과물로 이해하고자 한 것과 비교되게 청년층은 자유 와 평등이라는 정의로운 철학의 구현이라는 점을 더 강조했다는 사실일 것이다. 아래 알프의 말에서 그러한 신뢰를 엿볼 수 있다.

“나는 (노르웨이의) 제도를 믿는다. 거리에 살거나 곤란할 정도로 가난해지지 않 을 것이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도 괜찮고 누군가 나를 돌보아 줄 것이라는 느낌은 자유로운 결정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체제가 제자리에 있는 것이다. 이 체제는 (구성원을) 보호하고 돈을 주는 것 이상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뢰를 구 축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노르웨이, 20대, 남, 알프)

알프와 유사하게 빌리암도 사회보장제도로부터 느끼는 안정감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자신이 삶에서 느끼는 안정감의 원천을 사회보장과 연결 지었다.

“덴마크에 사는 것은 특권을 누리는 것이다. 튼튼한 사회보장이 있다. 우리가 무 너지면 정부가 우리를 잡아 줄 것이다. 해고를 당하거나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게 되면 다른 방법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복지를 의무라고 생각하기보다 자유를 위한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 그래서 기꺼이 세금을 낸다. 내 자유를 위해서.”

(덴마크, 20대, 남, 빌리암)

대학에 아직 입학하지 않은 욘은 기회의 측면에서 학생 신분으로서 느끼는 사회의 평등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진로를 결정할 때 자율성을 보장받는다. 1년 반의 시 간(gap year)을 주고 생각할 기회도 제공하고, 성적을 올리기 위해 대학 진학 관련 수업도 듣게 해 준다. 기회가 있는 사회이다. … 부모가 어떤 사람이든 공립학교에 서 함께 공부하고, 능력이 있다면 무상으로 원하는 곳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모 든 것이 평등하지는 않아도 기회의 평등이 주어진다.”(노르웨이, 10대, 남, 욘)

연구자가 만난 4명의 청년층은 이처럼 자유와 평등이라는 정의가 실현되고 있는 복 지사회에 사는 만큼 여러 의무가 뒤따른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금은 당연히 기꺼이 내 야 하고 스스로 자율적 결정을 통해 자유에서 오는 행복감을 느끼려고 노력해야 한다

고 말한다. 더 나아가 세계에 대한 정의로운 행동, 진보적인 실천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덴마크의 복지사회에 대해서 자국민으로서 어떻게 평가하는지 묻자 빌 리암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나는 10년 후 우파, 보수, 민족주의자가 국가가치를 좌우할지 모른다는 걱정을 한다. 이민자 문제로 우파인 덴마크 인민당이 이민자에 대한 공포를 바람으로 활 용하여 돛을 달고 항해하기 시작했다. 노동당과 사회주의 정당이 ‘인종주의’를 감 춘 자유주의 정당에 밀리다가 이번 선거에서 다수당이 되었다. 우경화를 뒷받침 하는 ‘가짜뉴스’가 판을 친다. (이후 가짜뉴스 이야기를 계속하였음.) 내 여자친구 가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의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우리는 좋은 세계, 좋은 계급 체계에 살고 있다. 젊은이 가운데 “6% 세금을 내고 싶지 않다”거나 “왜 내 돈을 뺏어 가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극히 소수이다. 우리는 모두에게 평등하 고 자유로운 사회에 살고 있다. 이것이 복지사회이다.”(덴마크, 20대, 남, 빌리암)

이들에게 자신이 복지사회에서 누리는 혜택은 이민자에 대한 차별 금지나 환경문제와 같은 진보적 의제에 참여함으로써 정의로움을 보여 줄 수 있는 책무와도 연계되어 사고 되었다. 청년층의 세대에 따른 특성일 수도 있지만 인권과 환경에 대한 이들의 남다른 관심은 복지에 대한 믿음이 다른 진보적 이념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 다. 자신이 살고 있는 복지사회가 정의롭다는 믿음이 청년층의 이념적 지평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욘 역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청년층은 ‘붐 세금’ 때문에 차를 몰기 힘들어지고 있는데?) 난 우리가 여러모로 좋은 체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필요한 사람을 돕고, 동등한 권리를 위해 싸우는 것이 좋은 체제이다.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이러한 체제에 살고 있는 사 람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가스를 너무 많이 배출한다. 우리가 사는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노르웨이는 다른 나라보다 이미 가스를 배출하는 것보다 나은 방 법을 실천하려고 하고 있다. (왜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이산화탄소가 많 이 배출되어 빙하가 녹는다고 노르웨이에 큰 영향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 만 다음 세대에게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했다. (학교에서 환경문제를 가르치나?) 조금 가르친다. 주로 티브이와 인터넷에서 뉴스로 보았다.”(노르웨 이, 10대, 남, 욘)

흥미로운 점은, 청년층이 자유와 평등 그리고 정의로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부모 세대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자신의 부모 세대는 세계사의 격변 속에서 여러 경험을 하고 생각도 단순했지만 자신들의 복지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관념 에 대한 이해는 훨씬 시야가 넓고 복잡한 것이 되었고 그래서 더 진보적이라는 믿음을 표현하였다. 또한 부모 세대보다 자유, 평등, 그리고 정의로움을 일상에서 더 적극적으 로 실천하고 있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빌리암과 앙네스는 각각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부모 세대는 우리와 같은 지식 속에서 자라지 않았다. 예를 들어, 우리가 중요시 하는 환경문제가 그때는 부각되지 않았다. 냉전 속에서 생활했고, 그들이 만든 물질적인 것들이 가져올 결과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우리 부모 세대도 그들의 부모 세대와 달랐을 것이다. 예를 들어, 1960년대에 히피를 경험했을 것 이다. 그때는 그런 자유가 전투를 통해 획득된 것이지만 우리 세대는 규범 같은 것이 되어 버렸다. … 부모 세대에는 또한 옳고 그름이 분명하게 구분되었지만 우리 세대에는 그 경계가 흐려지고 모든 것이 복잡하게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인터넷 세대이다.”(덴마크, 20대, 남, 빌리암)

“세대 간의 차이가 매우 크다. 특히 젠더의 평등에 관련해서는 더 그렇다. 젊은 세대는 여성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다는 생각을 적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어 머니 세대는 길거리 시위는 많이 했지만 정작 본인은 그것의(남녀평등의) 필요성 을 덜 느낀 것 같다. 우리 부모 세대는 가부장적이었고 여성이 고등교육을 적게 받는 것을 당연시했다. 우리 부모 세대는 부모로부터 간섭을 많이 받았지만 우리 는 그렇지 않다.”(노르웨이, 30대, 여, 앙네스)

연구자가 만난 엘리트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청년층은 이처럼 매우 진보적이었다.

자율적 결정을 위한 자유, 평등, 그리고 제반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이 정의로운 사회를 구성하는 주요 개념이라는 점을 보여 주고자 했다. 복지사회가 이런 정의로움이 가능 한 물질적 조건을 제공하고 있으며 동시에 복지사회는 정치적 실천을 통하여 정의로움 을 확장시키고 확고하게 할 사회문화적 변혁을 이루어야 한다는 믿음을 표출하고 싶어 했다. 그런 점에서 자신이 부모 세대보다 진일보한 복지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자 부심도 드러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연구자는 이들이 이와 같은 주요한 개념과 논리

를 통하여 복지사회에 대한 견해를 사회문화적으로 구성해 가는 과정이 너무 공식적이 고 관념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들의 삶의 물질적 조건, 일과 경쟁, 그리고 개인주의에 토대를 둔 자유가 만들어 내는 상황이 이보다는 복잡하고 역설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 자유에 대한 자족감의 물질적 토대와 역설

피면담자들 중에서 청년층은 공히 자유에 대한 자족감을 표현하면서 자신이 부모를 비롯한 타인의 조언을 듣긴 했지만 주요한 일을 결정할 때 자율적으로 결정했다는 점 을 사례로 들었다. 또한 스스로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보다 만족감과 행복을 증진시 키는 데 중요한 것이 없다는 점도 덧붙이곤 했다. 특히 부모의 권위에 굴복하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삶의 주체로서 자유를 확인하는 중요한 실천이라고 생각하고 있 었다. 여성 의사인 앙네스 역시 자신이 직업을 선택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부모의 영향 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의지에 따른 선택을 했기 때문에 그에 따른 만족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한편,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알프 역시 직업을 선택하는 데 자유를 허락해

피면담자들 중에서 청년층은 공히 자유에 대한 자족감을 표현하면서 자신이 부모를 비롯한 타인의 조언을 듣긴 했지만 주요한 일을 결정할 때 자율적으로 결정했다는 점 을 사례로 들었다. 또한 스스로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보다 만족감과 행복을 증진시 키는 데 중요한 것이 없다는 점도 덧붙이곤 했다. 특히 부모의 권위에 굴복하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삶의 주체로서 자유를 확인하는 중요한 실천이라고 생각하고 있 었다. 여성 의사인 앙네스 역시 자신이 직업을 선택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부모의 영향 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의지에 따른 선택을 했기 때문에 그에 따른 만족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한편,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알프 역시 직업을 선택하는 데 자유를 허락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