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교육과 직업교육의 화해: 듀이의 경험학습

은 교육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우리의 삶에서 학습을 온전히 드 러낼 수 없다.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일체의 사물과 현상들이 서로를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 한다. 듀이에 의하면 경험이라는 말은, 다른 무엇이 아니라, 상호작용 가운데 우리 인간이 체험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상호작용과 그것의 의미를 얼 마나 의식하는가에 따라 경험은 아무런 가공도 하지 않는, 반성 이전의 일차 적인 경험(primary experience)에서부터 사물과의 상호작용을 반성을 통해 세련되고 정련된 의미로 전환시키는 반성적 경험(reflective experience)에 이 르기까지 분류될 수 있다. 듀이에 따르면 경험은 전자에서 후자로 계속해서

‘성장’한다.

경험이란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왜냐하면 생명체와 환경을 이루는 조건들 의 상호작용이 생명의 과정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저항과 갈등의 조건 하에 서, 이러한 상호작용 중에 있는 자아와 세계의 어떤 측면들, 요소들이 그 경 험에 정서와 사고를 부름으로써 의식적인 의도가 생겨난다. 그러나 종종 겪 여진 경험이란 그저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만다. 사물들이 경험되기는 하 지만, ‘하나의’ 경험으로 구성되지 못하고 궤도에서 벗어나거나 산만하게 흩 어지고 만다. 우리가 관찰하는 것과 우리가 사고하는 것, 우리가 열망하는 것 과 우리가 얻게 되는 것이 서로 엇갈리곤 한다. 그 경험이 처음에 바라던 끝 에 도달해서가 아니라 외적인 간섭이나 무력감에서 그렇게 그쳐 버린다. 그 러한 경험과는 대조적으로, 경험된 재료가 완결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이 충 분히 달성되었을 때, 우리는 ‘하나의’ 경험을 하게 된다.³⁵⁾

산발적이고 초보적인 경험들이 ‘하나의’ 경험으로 통합되고 그것을 통해 삶 과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 나갈 때 학습자는 그것으로부터 특정 한 삶의 태도와 이상을 지각하게 된다. 그리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경험의 과 정에 헌신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학습자는 자신의 이상을 재구성하고 보다 성 장된 존재로 변화해나가게 된다. 요컨대, 듀이에게 있어서 삶은 다양한 경험 들을 하나의 경험으로 통합함으로써 끊임없이 움직이는 총체이며 그럼으로써 삶의 이상을 구현해나가는 과정이다. 다양한 경험들 가운데 학교교육을 통해 서 학습되는 학문의 내용과 사유양식들은 경험의 재구성을 도와주는 지적 통

35) J. Dewey. Art as experience. New York: Capricorn Books, 편경희(2005)에서 재인용.

찰과 안목의 형성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삶 전체를 학습의 과정으로 이해하는 듀이에게 있어서 학습은 학교라는 제한된 공간에 국한된 것이 아니 다. 학습을 그와 같이 이해하는 것은 삶의 모든 국면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축소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으며 결국 학습을 우리의 삶 에서 분리시키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제2절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조

과학 분야에서 하나의 패러다임은 정상과학(normal science) 단계에서 기 존의 표준적 문제해결방법으로 더 이상 설명될 수 없는 심각한 이상 (anomaly) 현상들에 직면하게 됨으로써 위기를 맞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위 기는 기존의 과학 이론과 법칙․개념․지식 등으로 해결될 수 없는 이상 현 상들을 설명해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래에 의하여 극복된다.

과학의 패러다임의 전환 과정의 이러한 성격은 평생학습의 경우에도 여전 히 적용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평생학습은 학문분야로서의 과학과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은 만큼, 패러다임의 전환이 갖는 구체적인 특징과 내 용에 있어서는 과학의 경우와는 차이를 나타낼 것이다. 그러나 비록 그 차이 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평생학습의 경우에 있어서도 패러다임의 전환의 단 계에는, 과학에서 기존의 표준적 문제해결방법으로 더 이상 설명될 수 없는 심각한 이상(anomaly) 현상들에 해당하는 ‘이상 현상’이 존재할 것이다. 그리 고 이 이상 현상들은 평생학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부분적으로 예고하는 성 격을 나타낼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평생학습의 구 패러다임 내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하 는 몇 가지 움직임, 또는 전조(前兆)를 살펴볼 것이다. 물론, 이 움직임들은, 그것이 어디까지나 예고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되지 못한다. 그것들은 구 패러다임에서 이탈하려는

모습을 보이지만 동시에 긴밀하게 통합된,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의 체제로 구성하지는 못한다.

이하에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조로서, 개방적 평생교육체제제와 평생학 습 지원 시스템, 그리고 경험학습 결과의 평가와 인정체제를 살펴보도록 하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