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학습 결과의 평가와 인정체제

최근 들어 학교나 직업훈련기관과 같은 형식적인 직업교육·훈련 기관 이외 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경험한 무형식적 학습의 결과를 정당하게 평가하고 인정하려는 노력이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지식과 기술 등의 변화 속도가 빨 라짐으로써 학교, 교육훈련기관 등에서의 형식적인 교육을 이수한 뒤에도 지 속적으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체득하고 축적하여야 하는 필요성을 반영하 는 것이다. 사회의 급속한 변화의 속도로 말미암아, 전체 학습에서 자발적이 고 비체계적인 학습의 비중을 높아지게 되었고 따라서 그 동안 학습으로 정 당하게 인정받지 못했던 학습의 경험에 사회와 노동시장에서의 가치를 부여 하지 않으면 안되는 형편에 놓이게 되었다. 개인이 무형식적 학습을 통해서 획득된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사회로서도 막대한 인적자원을 놓치게 되 는 셈이 된다.

경험 혹은 사전 학습 결과를 평가하고 인정하는 것은 크게 두 유형의 자 격 인정으로 연결된다. 하나는 교육 자격을 인정하는 것으로서 계속교육 또 는 성인교육 부분에서 계속 교육기관에 진학하려는 성인들이 일터와 삶을 통 해서 습득한 학습의 결과를 인정함으로써 이들이 계속교육기회에 쉽게 접근 할 수 있도록 하려는 시도이다. 또 다른 하나는 단순히 정규 교육 기관에의 접근 기회를 높이려는 목적보다는 직업 자격을 인정함으로써 성인 직업 교 육·훈련체제를 보다 유연하게 변화시키려는 시도이다. 이것은 모종의 직업능 력을 지닌 개인들이 그 능력을 어디서 어떻게 습득했는가와 관계없이 공식적 으로 학습의 결과를 인정함으로써 공식적인 직업 자격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김영화, 1999a).

경험 학습의 평가 방법은 크게 대화 및 지도에 기초한 접근과 전자 기술 에 기초한 표준화 지향적 접근(electronically based expert system)으로 나눌 수 있다. 대화 및 지도에 기초한 접근에는 면담, 진단적 평가, 자기 평가, 검 사 등의 방법이 복합적으로 사용되며,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의 경우 평가 과정에 대화를 필수적인 접근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각각의 평가 방법은 모

프랑스의 ‘능력결산표’(bilan de cometence)는 세 단계의 평가 과정으 로 이루어져 있다. 예비 단계(preliminary phase)에서는 지원자가 자신의 필요를 규명하고 분석하도록 한다. 탐구 단계(investigative phase)는 지 원자가 자신의 가치, 흥미, 열망, 일반적·직업적 지식, 기술과 태도를 확 인하고 기술하도록 돕는 단계이다. 최종 단계(concluding phase)에서는 개인 면담을 통하여 지원자와 결과를 검토한다.

영국의 경우 ‘사전 학습 인정’(Accreditation of prior learning:

APL)의 첫 단계에서는 APL 과정에 관한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지원자가 멘토의 도움을 받아 해당 자격에 적합 한 자신의 경험, 기술, 지식을 반추하고 자신의 경험과 업적을 기록한 포트폴리오를 작성한다. 이어 평가자는 지원자의 직무 이해도를 시험 하기 위한 질문을 던지거나 면담하면서 지원자의 포트폴리오를 검토 하고 체크리스트와 기타 자료에 기초하여 지원자의 학습 결과를 NVQ 의 국가 기준에 비추어 평가한다. 지원자는 이 기준에 비추어 자신의 프로화일을 개발하고 국가 자격이나 졸업장을 따기 위해 필요한 훈련 의 종류와 자원을 확인한다. 평가는 지원저가 인정받기 원하는 분야의 훈련받은 전문가가 수행하며 학계의 전문가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인 정은 국가가 공인한 기구에서 수행하며 교육기관에 국한되지 않는다.

네덜란드에서는 현재 평가 방법을 다양한 부문에서 시험해 보고 두 약점과 강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학습의 성격과 지식의 성격에 따라 상호보완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표준화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해당 직무 의 수행 기술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에 적합하다. 그러나 때로 학습된 지식 은 고도의 추상성을 띠거나 다양하고 복잡한 맥락 속에 발휘되는 경우도 있 기 때문에 그것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는 어렵다. 이 경우 대화 중심의 방법 을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 대화 및 지도에 기초한 경험 학습의 평가

있는데, 그 핵심 요소는 지원자가 사전에 규정된 과제를 실제 또는 가 상 상황에서 실행하는 것이다. 지원자는 실제 상황에서 과제를 수행하 면서 해당 능력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과제를 수행한 후 지원자는 어떻게 그 과제를 수행했는지, 또 동일 영역의 다른 과제를 같은 혹은 관련된 방법론과 접근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반추할 수 있 어야 한다.

자료: CEDEFOP(1998), Vocational education and training: The European research field Background report Vol.Ⅱ, 김영화(1999),「경험 학습 결과의 평가․인정: 동향과 쟁점」,『사 회교육학연구』, 제5권 2호, pp.113～140에서 재인용.

제3절 새로운 패러다임의 개관: Lℓife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조로서 지금까지 살펴본 개방적 평생교육체제제와 평 생학습 지원 시스템, 그리고 경험학습 결과의 평가와 인정체제는 분명 기존 의 평생학습의 병폐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로 간주될 수 있다. 즉, 그러한 일련의 시도는 다양한 학습의 경험을 사회적으로 인정해주고 그것에 가치를 부여해 줄 수 있는 제도를 강구하고, 나아가 학습의 경험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지역사회의 지원시스템을 마련함으로써 다양한 학습의 경험에 대한 불 인정, 그리고 그 결과로서 학습 경험에 대한 부분적․비체계인 지원시스템의 문제를 안고 있는 구 패러다임을 넘어서고자 하는 노력인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패러다임은 기존의 패러다임의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몇 가지 개별적 처방을 양적으로 수합함으로써 정립되는 것이 아니다. 패러다임 은 하나의 신념 체계인 만큼, 근본적으로 하나의 패러다임은 그것을 구성하 는 하나하나의 세부적인 사항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밑바닥에서 그것들을 떠 받치고 있는 신념 체계가 어떤 것인가에 의해서 규정된다. 이 점에서, 위에서 살펴본 개방적 평생교육체제제와 평생학습 지원 시스템, 그리고 경험학습 결

과의 평가와 인정체제는 그것들을 하나의 패러다임으로서 규정하기에는 한계 를 지닌다. 물론, 그것들은 우리의 삶에서 학습을 확대하기 위한 시도이고 또 종합적이고 체계적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는 분명히 있으며 따라서 새로 운 패러다임 안에서 새롭게 통합될 수 있을 것이다.

쿤이 말하는 과학 분야에서의 패러다임의 구성요소에는 과학의 기본 이론 과 법칙․개념․지식, 그리고 이러한 법칙들을 적용하는 표준적 방법과 가 치관, 관습, 신념 등이 있다. 세부적인 특징에 있어서 과학의 경우와 다소간 차이를 보일지는 몰라도, 평생학습의 새로운 패러다임 역시 그것을 구성하 는 하위의 요소들과 그 요소들을 토대로 전개되는 신념의 구체적인 실천영 역을 포함하게 된다. 이하에서는 먼저, 평생학습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타 내는 신념이 어떠한 성격을 갖는가 하는 것을 신념의 구성요소를 통해 살펴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