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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존재에 대한 관심(Lucian Frued)

문서에서 저작자표시 (페이지 65-70)

작가 루시앙 프로이드는 연구자가 좋아하는 예술가 중 한 명이다. 물론 좋아하는 데 는 나름 이유가 있다. 대개 성공한 선행 예술가로서 그의 예술적 성취에 대한 존경의 의미에서도 있을 수 있다. 아니면 비슷한 주제나 혹은 유사한 방식의 작업태도에서 오 는 일종의 동류의식에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프로이드를 연구자의 작품과 연관해 이 장에 소환하는 데에는 작업의 유사성 보다는 오히려 조금은 다른 차이에서 오는 호 기심과 연구자가 갖지 못한 부분에 대한 부러움에서 이다. 따라서 프로이드를 다시 짚 어 봄으로서 앞으로 연구자 작품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루시앙 프로이드는 잘 알려져 있듯이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드의 손자이기도 하다.

그는 주로 주변 지인들의 초상화나 인물화 나체화 등을 주로 그린 화가다. 대개 그의 회풍은 두 시기로 나뉘기도 하는데 초기 스타일은 비교적 물감을 얇게 바른다는 차이 만으로도 후기 두꺼운 채색법과는 크게 차이를 나타낸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인물화 로 이뤄졌지만, 초기 인물화는 후기 그가 표현한 사실적 인물묘사와는 구별된다. 즉 형태의 균형 잡힌 모습보다는 약간은 어색하게 변형을 줘서 보는 이로 하여금 어딘가 불안한 느낌을 갖도록 한다. [그림-06]은 이와 같은 특징을 잘 반영한 그의 작품이 다. [그림-06]에서 보인 인물은 의자에 앉아 한 손으로 꽃을 들고 있지만 시선은 다 른 곳으로 향해 있다. 두 눈은 사실적인 묘사보다는 보다 크게 왜곡되어 있다. 거기에 다가 그녀의 왼쪽 눈은 무언가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다. 입모양 역시 왼쪽 입 꼬리 가 올라가 있다. 입술 또한 다 다물지 않은 상태로 앞니가 약간 노출될 정도로 벌어져 있다. 물론 인물에서의 이러한 세세한 표정들이 모아져 인물의 내면을 보여주는 듯하 다. 비교적 단순한 자세에 단순한 배경과 단조로운 인물 장식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68) 성완경, 오윤의 붓과 칼, 학고재, 서울, 1996. p.202.

섬세한 장치들로 하여금 인물화를 그 인물이 가진 심리적 묘사까지 깊이 있게 끌고 들 어간 것이다. 형식적인 면에서 본다면 이후 후기의 그의 인물 표현이나 묘사에 있어서 확연한 차이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프로이드의 후기 작품을 논하기 전에 연 구자가 느끼기에 연구자의 작품고의 유사성이 더 깊다고 여겨지는 초기 작품에 대해 연구자의 작품과 비교하며 살펴보도록 하자.

연구자 작품 [그림-07]과 프로이드 작품 [그림-06]은 같은 젊은 여자를 대상으 로 해 그린 인물을 주제로 한 작품이란 점에서 유사하다고 보인다. 그러나 두 그림에 는 보여주는 이야기의 방향은 많이 다를 수 있다는 연구자 생각이다. 우선 형식적인 면에서도 그렇다. 프로이드의 그림과 연구자의 그림에 나타난 대상 표현에 대해 비모 방적이고 비사실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려 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일치한다. 물론 여기서 형태의 왜곡이나 채색의 방식 등을 통한 디테일한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이러한 면 을 전제를 하더라도 프로이드의[그림-06]에서는 역시 그에게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거의 강박적 사실 묘사의 단초를 읽을 수 있다. 특히 머리카락의 표현이나 눈동자에

[그림-06]프로이드, Girl with roses, 105.5 x 74.5 cm. Oil on canvas, 1947.

[그림-07]서현호, 달마시안과 여자, 90.9 x 72.7 cm. Acrylic on canvas, 2013.

비친 작은 빛의 흐름까지 묘사하는 그의 태도에서 알 수 있다. 연구자는 이러한 프로 이드의 표현과 모델의 표정과 자세, 시선의 흐름, 부속으로 담긴 장미꽃의 배치 등에 서 그가 인물을 표현하면서 가진 실존적 고뇌를 읽을 수 있을 듯하다. 특히 그가 그린 모델들은 대개가 그의 친구나 가족, 지인이나 애인, 동료 화가 등이었다고 한다. 연구 자는 이 지점에서 차이가 연구자의 작품 성격과의 차이로 나타난다는 데 일정정도 이 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이해를 위해 연구자가[그림-07]를 그리게 된 동기 를 짧게 소개하겠다.

몇 해 전, 연구자는 대전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오는 길에 대전 터미널에서 고속버 스를 이용하게 되었는데 자리가 많이 빈 탓에 표에 적힌 자리 대신 약간 뒷자리로 이 동해 여장을 풀었다. 그런데 바로 목적지까지 갈 줄 알았던 버스는 중간 경유지 유성 을 거쳐 다시 몇 명의 탑승객을 태웠다. 그때 일이다. 경유지에서 탑승한 젊은 여성이 내 자리 앞에 서더니 자기 자리이니 옮겨 줄 것을 요구했다. 단정하고 당당한 모습에 아담한 펫백(애완견을 옮길 때 쓰는 가방)을 든 젊은 여성이었다. 예측치 못한 나는 마침 주변 빈자리(혼자 앉을 수 있는 빈자리)가 많다는 걸 확인하고, 대신 그 자리에 앉으면 안 되겠냐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종종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젊은 여자는 주저 없이 곧바로 표를 꺼내 보이며 비켜 줄 것을 요구했다. 나는 하는 수 없 이 빈 옆자리로 주섬주섬 챙겨 이동해야 했다. 물론 지금까지 이야기에 대단한 반전이 나 깊은 서사가 스며들 자리는 없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자리를 옮겨 앉은 나는 상 식이라거나 이해의 차원을 떠나 뭔가 시대적 욕망의 한 단면이 떠올랐고, 그때 이 작 품을 구상하게 되었다

다시 프로이드 [그림-06]으로 돌아가 보자. 이 그림에서 모델은 화가의 첫 번째 부인의 초상으로 알려져 있다.69)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점은 모델이 누구인가가 따지 자는 게 아니다. 단지 모델과 관찰자와의 심리적 거리가 어떠한가에서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다. 프로이드 작품에 나타난 삶에 대한 관심과 리얼리티 추구는 바로 이러한 모 델과의 관계가 깊다고 여겨진다. 즉 그의 그림 안에는 보여 지는 모습 이상의 감춰진, 그리하여 설명할 수 없는, 당사자만이 느낄 수 있는 실존적 감정이 느껴진다는 점이

69) Robert Hughes, Lucian Freud ; Panting, p.16.

다. “보통 나는 사람들 얼굴의 감정을 담고자 노력한다. 나는 사람들의 몸을 통해서 내 감정을 표현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오직 얼굴만 그렸었는데 마치 얼굴에 집착하 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치 내가 그것들의 팔다리가 되고 싶은 것처럼...”

70) 그는 누구보다도 표현의 대상이 가진 인간 실존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었음을 직감할 수 있다. 하여 작품에 나타나는 한 인간의 실존주의적 고뇌라든가 개인이 가진 개성적 특징들이 고스란히 작품에 반영되고 있음을 안다. 이에 비해 연구자에 작품에 나타난 인물에서는 개인적 삶이 반영된 실존적 고뇌라든가 인물이 지닌 디테일한 감정 의 표현이 약화되어 나타난다. 연구자는 여기서 두 작품이 풍기는 분위기가 다를 수밖 에 없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즉 달리 말하자면 프로이드의 인물에 나타난 성격은 부 단히 실존주의적 입장에 닿아있다는 점이다. 실존주의란 근대 이성주의의 극단적인 인 간중심주의에 대한 안티테제로 나온 개념이다. 여기서 강조된 것은 당연히 주체에 대 한 생각이다. 개별인간의 실존이 알 수 없는 본질에 대한 고민에 앞선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그의 인간에 대한 실존적 접근은 당연히 개별 인생의 세심한 전개에 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리고 프로이드 작품에는 이러한 실존주의적 특징들이 잘 반 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위에 살핀 프로이드의 인물에 비해 연구자 작품에 표현된 인물은 차가운 감정이 엿 보인다. 물론 예시로 든 프로이드 작품에서 여자 또한 차고 냉정한 느낌을 준다고 여 겨질지 모르지만, 이러한 냉정함과는 다른 어떤 건조한 인상이 앞선다는 점이다. 그 차이는 연구자 작품에 나타나는 외형적인 특질, 즉 생략된 표현, 단순화되고 왜곡된 형태, 평면에 가까운 명암의 처리 등을 들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연구자 생각에 이는 단지 눈에 보이는 차이일 뿐 더 근본적으로는 대상에 대한 시선의 차이에 있다고 본 다. 즉 프로이드의 인물에는 인물이 가진 내면의 심리적 상황과 구체적 인물이 가진 삶에 대한 관심으로 압축된 실존적 관심이 앞섰다고 본다. 반면 연구자의 인물에는 이 러한 개별 개성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구조적 상황(현실) 속에서 만들 어진 인간 종의 대체자로서의 등장한 인물이란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연구자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대개 개별적 실존에 천착한 인물이라기보다는 시대

70) 루시언 프로이드의 어록 중에서. 위키백화, 재인용.

적 상황에 대응되는 사회적 특질이 반영된 가공의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림-07]의 여자 역시 그렇다. 연구자가 인물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현대인이 가진 시대적 표상으로서의 인상인 것이다. 그림에 나타난 여자처럼 철저히 개별화되어가고 있는 세 태 속에 외견으로 비치는 물질적 풍요와 다르게 내면에 흐르는 고독감, 느슨한 여백이 보이는 인간관계보다는 종이 다른 무언가(여기서는 애완견)와 더 소통하기를 바라는 폐쇄된 고립, 자신감에 찬 듯이 보이지만 내심 떨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불안. 연구 자는 바로 이 작품을 통해 작금의 경쟁체제가 빚은 철저하게 고립된 자아의 상징으로 서의 인물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다음으로 언급할 루시앙 프로이드 의 후기 작품은 앞으로 연구자가 더 연구해 언젠가 작품에 반영될 수 있 기를 기대하는 부분이다. 이것은 바 로 그의 후기에 나타난 표현 기법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프로이드는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 초기의 말끔 한 화면처리와 섬세한 묘사로부터 벗 어나 마티에르가 강한 표현주의적 작 품을 하게 된다. 그는 자신의 초기 평면적인 표현의 한계를 벗어나 물감 에 대한 보다 집중적인 표현기법을 깨닫고 살이 되는 물감의 잠재적 성 격을 드러내는 데 큰 성과를 거둔다.

[그림-08]에서 보듯이 프로이드는 누드를 그리면서도 살을 표현하는데 있어 물감이 살처럼 작용되기를 원했다.71) 그는 전반기 얇게 칠하던 기법에서 벗어나, 물감을 두 텁게 쌓아올림으로서 피부를 물감 자체로 대체하려 했다. 실제로 그는 그림이 곧 사람 이란 생각으로 작업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그의 의도는 고스란히 표현에서도 나타난

71) Lawrence Gdwing, Lucian Freud. London: Thams and Hudson, 1982, p.24 그림-08]프로이드, Woman Holding her Thumb,

132 x 122 cm. Oil on canvas,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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