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위자료와 징벌적 배상제도의 법적 성질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징벌적 배상제도의 타당성 여부를 도외시하 여 놓고 본다면
,
징벌적 배상제도가 갖는 공법적 기능에 대하여는 23) 비타민 가격담합으로 인한 부당이득 환수금 중 2천만 달러가 소송 당사자도 아닌 8개 캐나다 대학에 주어지게 된 바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BC)주 등 3개 주 법원은 비타민제품 가격담합에 관한 소비자 집단소송에서 패소한 5개 제약업체가 낸 부당이득 환수금을 소비자에게 직접 보상하지 않고 대학 등 보건 관련 공공기관에 나눠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소비자단체들과 함께 집 단소송으로 진행되었다(연합뉴스, 2006년 12월 21일자 기사).
24) Ausness, op. cit., p.70.
크게 반론이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
그러나 징벌적 배상제도가 사법 적 기능,
다시 손해를 전보해 주는 기능을 하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논란이 있다.
특히,
징벌적 배상이 정신적 손해를 전보하는 기능,
즉 위자료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논란이 있다.
위자료란 정신상의 고통을 금전으로 위로하기 위하여 지급되는 금원을 말한다
.
25) 이러한 위자료는 금전으로 평가가 가능한 실손해 가 아닌 정신적 고통이라는 추상적 손해에 배상을 한다는 점에서 전 통적인 손해배상과는 달리 취급되어 왔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징벌적 배상도 실손해가 아닌
“
악의적 불법 행위의 재발방지”
라는 사회적 법익을 위해 구체적 근거 없는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을 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위자료와 그 법적 성질이 유 사한 점이 있다.
“
징벌적 배상”
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던18
세기 후반 영국의
Hucle v. Money
사건 판결에서 법원은 징벌적 배상이란 순수하게 제재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
정신적 손해의 배상도 포 함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26)이처럼 굳이 정신적 손해배상을 언급한 이유는 그 당시만 하더라 도 정신적 손해와 같은 비재산적 손해는
“
현실의 손해”
로 인정되지 않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25) 이것을 만족적 기능으로 설명하는 학자도 있다. 이와 관련된 미국의 David Dunmeyer v.Lowell Taylor 사건에서 하급심 판례(153-OCT Pittsburg Legal J.258(2005))가 있 는데, 이 사건에서 법원은 잠자고 있는 원고에게 황산을 뿌리는 등 형사상 처벌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징벌적 배상으로 600만 달러를 지급하라고 판결하였다(윤 용석(2006) , 전게논문, p.256).
26) 소재선, 「징벌적 배상의 기능과 한계」, 경희대학교 논문집 제27집, 인문사회과학 편, 1998, p.28.
따라서
Huckle v. Money
사건을 통해 비로소 위자료도 손해배상 의 한 형태로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의 판례들은 징벌적 배상과 위자료는 별개의 것으로 구분하였다
.
그리고1964
년 영국 귀족원(House of Lords)의Rookes v. Barnard
사건27) 판결에서 징벌배상은 처벌과 억제를 목 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통상의 손해배상과 동일한 성격을 띠고 있는 위자료와는 그 성질이 다르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이러 한 현상은 미국에서도 동일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28)(2) 위자료의 징벌적 기능
위자료가 징벌적 기능을 하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어떠 한 불법행위에 대하여 위자료가 인정되는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 다
.
우리나라에서는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불법행위를“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 고통을 가하는 행위”
로 정의하 고,
이에 대하여 위자료를 인정하고 있다(민법 제 751조).
그러나 위자료가 징벌적 기능을 하는지에 대하여는 아무런 명문 규정이 없다
.
이와 관련하여 침해행위의 유형에 따라 동일한 불법행 위인 경우에도 고의에 의한 경우와 경과실에 의한 경우를 구분하여 해석하는 견해29)가 있다.
즉 불법행위가 경과실인 경우에는 위자료 는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을 의미하지만,
악의적인 불법 행위인 경우에는 위자료는 손해보상이라는 의미에 추가로 가해자의 27) Rookes v. Barnard, House of Lords(1964) A.C. 1129; 이에 대하여 자세히는 김철수, 「징벌적 손해배상판결의 승인과 집행」, 해법・통상법, 10권 2부, 한국해사 법학회, 1998. 12, p.792 이하.
28) 소재선, 전게논문, p.28.
29) 이점인(2005), 전게서, p.10; 대판 1957. 2. 9 선고 4288민상676 판결 참조.
허용할 수 없는 행위에 대한 비난・징벌이라는 의미를 포함한다고 한다
.
물론 우리나라 일부 학자들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
,
즉 위자 료는 보상적 의미는 없으며,
오로지 징벌적 의미만을 갖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있으며,
일본에서도 이론상 무형손해의 배상은 그 본질에 있어서는 사적 제재의 일종으로서 징벌적 의미를 갖는다는 견해가 있다.
30)위와 같이 위자료를 가해자에 대한 비난・징벌 차원에서 부과되는 제재로서 이해한다면
,
위자료는 징벌적 배상과 본질적 차이가 없어 진다.
문제는 징벌적 배상제도에 의하여 정신적 손해가 전보되는지 여부이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초기에는 과대한 배상액을 합리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
징벌적 배상”
이라는 말을 사용해 왔으며,
31) 정신적 손해 가 현실의 손해로 간주되기 전까지는 정신적 손해배상과 혼동하곤 했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는 정신적 손해를 현실의 손해로 보았으 며,
징벌적 배상은 정신적 손해배상과는 다른 것으로 해석하였다.
32) 비교적 최근까지 양자의 혼동을 보인Georgia
주에서도1987
년에 제 정법에 의해서 징벌적 배상의 목적이 정신적 손해에 대한 보전이 아 니고 제재라는 점을 확인한 바 있다.
33)미국에서는 현재 징벌적 배 상이 정신적 손해의 전보기능을 한다는 해석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30) 戒能通著, 「不法行爲における無形損害の賠償請求權」, 法學協會雜誌, 第50卷 第2號・第3號, 1993, p.52 이하.
31) 이점인(2005), 전게서, p.11.
32) J. E. Veitch, “Punitive Awards in Canada Neighbour’s Experience,” 55 N.C.L.R.181, pp.185-186; Balkin-Davis, Law of Torts, 1991, p.833.
33) Ga. Code A nn. §51-12-5. 1(c).
따라서 현행법상 위자료에 관한 민법규정을 통하여 징벌적 배상 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할 수 있다
.
(3) 정신적 고통의 유형
위자료나 징벌적 배상 모두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전보적 기능을 한다면
,
그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유형도 동일한지 여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판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면 징벌적 배상을 받는 정신 적 고통의 유형과 위자료가 인정되는 정신적 고통을 공히
“
정신적 괴로움,
정신적 고뇌,
정신적 충격,
경악,
공포,
슬픔,
수치심,
당황 감,
분노,
억울함,
실망,
걱정과 같은 정신적 반응”
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 판례는 아직 징벌적 배상이 인정되는 정신적 고 통의 유형에 대하여는 언급한 바가 없지만
,
위자료가 인정되는 정신 적 고통의 유형에 대하여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
우리나라에서는 위자료란 재산 이외의 손해,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34)그리고 정신적 고 통을 가한 침해행위가 있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상 정 신적 고통을 받는 것으로 추정”
하고 있다.
35) 그리고 위자료의 산정 시 양 당사자의 직업,
재산,
교육정도,
연령,
피해법익,
가해의 상황,
피해자의 과실,
그 외의 일체의 사정을 참작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판례들이 있을 뿐이다.
36)34) 이은영, 채권각론, 박영사, 1997, p.750 이하.
35) 대법원 1967. 12. 26. 67다2560; 대법원 1987. 1. 27. 77다1942.
36) 대법원, 1957. 2. 9 선고 4289민상676 판결; 동 1959. 7. 2 선고 4291민상306 판결.
이는 다른 한편으로 해석하면
,
미국의 경우 정신적 고통의 유형이 위자료나 징벌적 배상 모두 동일하다는 것이며,
이에 대한 보상이나 징벌적 배상 모두 매우 추상적인 인과관계만 존재하면 원고에게 금 전이 지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동시에 부당한 이득,
과다한 배상 등과 같이 형평법리에 어긋나는 법적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이다.
미국에서 징벌적 배상과 관련하여 끊임없이 위헌성 논란이 일 고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할 수 있다
.
특히,
위자료와 관련하여 법원이 정신적 고통의 유형을 구체적으로 정하 지 않고 단지,
신체적 침해사실만 있으면 정신적 고통이 있는 것으 로 추정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징벌적 배상제도를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의 개념으로 이해한다면 손해배상의 범위가 과도하게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의 미하며
,
동시에 상당성이 없는 인과관계만 존재한다 하더라도 손해 배상책임을 인정하게 되어 종래의 손해배상의 범위인“
상당성 이론 을 부정하는 결과”
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징벌적 배상제도를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으로 이해하 면